슬기로운 의사생활. 99학번 의대 동기들의 일과 사랑 및 일상을 다룬 의학인 듯 의학 아닌 의학 드라마 같은 드라마다.

 

이익준(조정석), 안정원(유연석), 김준완(정경호), 채송화(이미도), 양석형(김대명) 다섯 명을 중심으로 각 과 전공의들과 환자들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어수선한 1회를 잘 참고 넘기면 2회부터는 각 캐릭터가 긴밀하게 맞물려 들어가며 흥미진진하다.

 

다섯 명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다섯 명 개개의 삶이 모두 흥미진진하고 이 다섯 명이 어울렸을 때 가장 재미있기는 하지만... 꽂힌 건 겨울정원이었다 이거예요...

 

디섯 명 중 유일하게 연애나 여자에 관심없고 헌신적이며 친절한 소아외과 의사 정원. 그리고 GS(외과)의 유일한 전공의라 모든 교수님들에게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전공의 3년차 장겨울. 

 

 

 

진짜 찐 증사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홈페이지의 정원 설명은 한 마디로 살아 있는 천사다. 진짜로 친한 네 명의 친구들 앞에서는 무장해제되어 짜증도 내고 예민미도 뽐내고 자기 성격 다 보여주지만 동료 의사나 간호사 사이에서는 화 한 번 낸 적 없다는 천사 중의 천사. 누가 밥 먹자고 할 때 영화 보자고 할 때 거절하는 법 없는, 모두에게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의사.

 

율제 병원 재단의 아들로 율제 병원을 물려받지 않고 형과 누나들처럼 신부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 인물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전까지 그냥 소아외과 교수님 안정원이고 외과 전공의 장겨울일 뿐이었던 이 두 사람이 제대로 얽히게 된 건 2회에 들어와서다. 1회 볼 때만 해도 정원이 럽라 있는 줄 몰랐어요...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의 겨울은 나름 보호자에게 팩트랍시고 가슴에 대못 때려박는 소리를 하고 있다. 아이를 잃을 위기에 처한 엄마에게 제 3자인 내가 들어도 마상입을 소리를.... 그래서 겨울이 첫인상이 나도 정원이만큼 별로였음.

 

급히 콜 받고 돌아온 정원, 겨울이 팩트랍시고 하는 소리를 듣고 대분노.

 

 

 

근데 사실 난 겨울이가 정원이한테 왜 언제 빠져 들었는지 정확한 지점을 잘 모르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야단 맞으면서 좋아지다뇨....? 겨울이 혹시 취향이....? 아니면 뭐 다른 지점이 있었나 알쏭달쏭. 차라리 정원이 겨울을 달리 생각하게 된 계기는 되게 뚜렷한데 비해 겨울이 정원을 향한 대책없는 짝사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원만큼 강렬하지가 않다.

 

의사가 할 수 있는 말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란 말 뿐이라는 것.

 

다행히 겨울의 판단이 틀렸다. 처음부터 지켜보았고 소생 못할 가능성이 높았던 아이가 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된 것. 겨울은 나름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

 

사실 의사로서 장겨울은 늘 바쁘고 항상 최선을 다 한다는 점에서 정원과 많이 닮았다. 성격이 정원과 정반대여서 그렇지.

 

 

 

 

나랑 안 맞아.

 

네... 원래 럽라는 혐관에서 시작하죠... 상대방이 별로거나 싫거나 뭐 그랬는데 어느새 좋아지는 게 사랑의 마법~☆

 

난 걔 별로야, 를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정원의 성격을 알 수 있죠. 네... 겨울이는 정원의 눈밖에 단단히 난 듯 싶은데...

 

 

 

응급실에 노숙자 환자가 들어옴. 발에 구더기가 득시글거려서 모두가 피하는 상태.

 

아무래도 정원은 구더기 환자에게 다가갈 의사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자기 안 불렀는데 응급실로 내려간 거 같다.

 

 

 

아니 근데 가 보니 겨울이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구더기를 제거하고 있는 거예요.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고 의사로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에요

 

 

 

누구보다 편견없고 누구보다 열심인 장겨울.

 

그냥 전공의 1인 중 한 명이었던 장겨울 선생이 조금 특별하게 정원에게 다가간 순간. 

 

사실 뻔하게 가자면 정원이 이 순간 겨울에게 반했다고 해도 별 무리 없는 설정임. 

 

 

 

어떤 수술을 들어갈 것이냐에 모든 외과 교수들의 희비가 엇갈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는 정원.

새삼 겨울의 지위(?)에 대해 자각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준은 은근슬쩍 정원의 사진을 찍어가는데

 

 

 

으잉? 어느새 장겨울 선생은 정원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심지어 그걸 익준에게 털어놓고 연애 상담 중이었던 것이에요...

 

익준에게 육전까지 바치며 정원에 대해 알아내려 하는 겨울.

 

자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정원에게 물어봤느냐 묻는 겨울. 겨울에게 익준은 가장 편한 교수님인 모양임미다.

 

그때 겨울과 익준 사이를 의심해 내려온 정원.

 

 

 

이때만 해도 익준은 유부남이었던 것이에요(눈물 쓱)

 

너 유부남이 바람 피우면 안 된다고 오지랖을 부리는 정원을 쳐다보는 익준이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니고 너 인마. 

 

겨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대놓고 물어봄.

 

 

 

그때서야 겨울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정원.

 

두 사람 사이에 뭐 차곡차곡 쌓일 틈도 없이 어느새 겨울이는 정원이를 좋아하고 있었고, 정원이는 장겨울 선생이 아 내 생각과는 좀 다른 의사구나 하고 뭐 생각할 틈도 없이 자기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거임.

 

신부를 꿈꾸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건 뭐 보통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

 

일적으로 계속 부딪쳐야 하는데 나한테 좋아한다고 직접 고백한 적은 없지만 나는 그 마음 알고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경 쓰이는 거예요 이제

 

이때만 해도 겨울정원이라고 이름 붙일 뭐 그런 것도 안 보였단 말이에요 근데(8회에도 여전히 잘 안 보이는 게 함정)

드디어 마지막회. 오랫동안 이 드라마에 빠져 살았는데 드디어 이 마지막회 리뷰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마지막회에 둘이 꽁냥대는 모습 한 번만 봤으면 진작 손 털고 행복하게 보내줬을 것 같은데 마지막회라고 봤는데 뭔가 아주 많이 빠진 기분에 다시 1회로 돌아가는 이 무한반복 뫼비우스는 언제 끝날까...

 

천계의 배신자들이 욱봉을 찾아와 천제가 되어 달란다... 근데 욱봉은 사실 이제 천제가 될 수 없는 거 아니었나? 마계의 일원이 되어 대장로의 피를 마시고 마존이 되었지 않은가. 그래서 월하선인이 돌아갈 수 없다고 그렇게 구슬프게 울부짖은 거 아니었....? 전 천제의 아들이니 상관없는 건가...? 알 수가 없네

 

그러나 욱봉은 천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적소검을 들고 들어간 것도 윤옥 정신 차리게 하려는 것뿐.

 

처음엔 뭐 저런 부처님 가운뎃손가락 같은 놈이 다 있나 싶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저게 봉황이지 싶었다. 결코 그 어떤 이도 끝까지 미워하지 못하고 품고 가는 놈. 수화 때도 그렇고 윤옥 때도 그렇고 한결같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그 사람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안다, 봉황은. 

 

금멱을 미워하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 내내 봉황은 인생에서 가장 쓴 맛을 보고 지금도 처절하게 후회하고 있으니.

 

그런데도 여전히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윤옥은 진짜 참기 힘들었다. 천마대전 때 금술을 쓰면서 네놈과 똑같아지려는 것이다, 할 때 가장 어이없었는데(도대체 어디가 똑같아진다는...?) 이때는 더더욱 어이가 없음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연민 자기변명. 결국 윤옥은 욱봉이 자기를 궁기로부터 풀어주고 놔줄 거라고 예상하고 저지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물론 죽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진심이었나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욱봉이 너무나 진심이기에 더더욱 대비되는 헛소리들.

 

계산이 어쩌고 저쩌고 나불거리면서 너도 계산했다, 를 기정사실로 깔고 가서 혈압 올라 죽을 뻔 했는데 내가 계산을 안 했을 뿐, 이라고 명확하게 선 그어줘서 넘나 좋았다. 운단 고친 것을 털어놓아 욱봉이 금멱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한 게 유일한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이제 욱봉은 왜 갑자기 금멱의 마음이 변했던 것일까, 그럼 그 전에 나랑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운단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떨쳐낼 수 있게 됐다.

 

욱봉은 사랑을 한 번도 계산한 적 없고, 금멱은 한 번도 욱봉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천년만년 외롭게 지내는 게 사실 윤옥에게 가장 큰 형벌이었겠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는 욱봉아......

 

윤옥은 금멱이 그린 그림들을 담은 상자를 건넨다. 욱봉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냈던 그 상자들을. 그러나 욱봉은 차마 열어보지 못한다. 

 

추억의 바다에 빠져 익사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로부터 신선의 시간으로 3년이 흐르고... 윤옥은 하나마나한 소리나 하고 앉았고...

 

천년만년 외로우라더니 결국 욱봉은 형, 기어이 한 마디 해 주며 용서하고... 그래, 그게 봉황이지.... ㅠㅠ

 

드디어 욱봉은 금멱이 남긴 상자을 열어본다. 욱봉이 마존으로 있을 때 다가가지 못하고 욱봉을 그리워하며 지난 추억들을 열심히 그렸던 금멱. (아니 근데 이렇게 잘 그리지 않았)

 

드디어 밝혀지는 마존 시절 욱봉의 진심.

 

모진 소리를 쏟아낸 것은 전부 진심이 아니었다. 그 당시 마존으로서는 자신이 부활하자 전과 똑같은 술수를 써서 자신을 다시 금멱이 죽이러 온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바보 같이 금멱을 여전히 사랑하는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어서, 또다시 금멱에게 이끌리기 싫어서 험악한 말을 내뱉고 거칠게 굴었던 것이지만...

 

이제 와서 금멱의 진심을 알게 되니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가슴속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금멱이 한결같이 진심이었다는 것, 한결같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모든 것이 그토록 후회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마존으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금멱을 미친듯이 사랑해 또다시 죽음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 것, 나를 죽인 여자를 아직도 사랑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는, 아니 그러고 있지만 그걸 최대한 부정하는 것.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살려 보내는 것, 기껏해야 그대로 안고 싶은 마음을 수화 불러서 겨우 누르는 것, 나를 죽이는 계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만 더 사랑한다 말했다면 그냥 모든 원한을 잊고 금멱과 함께 하려 했다는 것.... 기껏해야 그런 것들인데

 

욱봉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금멱이 돌아왔다.

 

이렇게 절대 다시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러나 금멱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욱봉의 눈물이 되어 본신인 서리꽃으로 욱봉 몸 안에서 함께 있었던 것일 뿐. 

 

여기서 욱봉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봉황은 어디 가고, 피폐했지만 위엄 넘치던 마존도 어디 가고, 그저 금멱을 놓칠까봐 미쳐 버릴 것 같은 남자가 있을 뿐. 너무나 어린아이처럼 애처롭게 울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몇 번을 다시 보는데도 몇 번을 계속 울게 된다. 봉황의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 아픈 마음이 너무 와닿아서. 

 

그 당당하고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던 육계 제일의 미남이자 화신, 전쟁의 신, 천제 천후의 적자 봉황이 엎드려 애원한다, 울며 매달린다, 제발 가지 말라고. 그럼 좀 남겨주지 이 나쁜놈들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금멱이 떠났다.

 

이번 생에서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가 보다. 

 

이게 중국 정서라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삼생 어쩌고 하는 다른 드라마도 있듯 삼생을 함께 하는 사랑, 변치 않는 사랑, 뭐 이런 정서가 있는 것 같으다. 더구나 봉황과 금멱은 신선이니까 살아가는 시간이 인간과는 분명히 다르고... 그래서 기어이 삼생을 함께 하는 설정으로 가야 했나 보다... 

 

천계의 봉황-인간계의 습왕-마계의 마존을 거친 욱봉 이렇게 세 번의 생이 이어지는 내내 욱봉은 금멱을 사랑하고

화계의 포도-인간계의 성녀-천계의 수신(이지만 이건 화계의 포도와 같은 거니까)을 거쳐 인간계에서 환생 이렇게 세 번의 생이 이어지는 내내 금멱은 욱봉을 사랑하는 그런 설정이랄까. 

 

결국 다음 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런 거였던가 보다. 그 오랜 시간을 오직 금멱만을 기다려야 하는 봉황이 그저 너무 안타깝고 슬플 뿐.

 

천마대전 때 자신을 희생한 후 남아 있던 영혼은 원신으로 봉황의 몸 안에 머물러 봉황의 부작용을 모두 흡수한 후에야 금멱은 떠날 수 있었다.

 

봉황이 끝내 부작용에 시달리다 생을 다하는 선택을 할까봐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어 봉황을 지키다 간 금멱.

 

결국 금멱은 이 사랑의 최대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마음껏 사랑했던 봉황과 달리 운단에 마음이 가로막혀 정말 욱봉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마음껏 사랑할 수 없었던 금멱. 아낌없이 모든 것을 봉황에게 주고 나서야 이번 생을 마칠 수 있었던 금멱의 사랑. 그렇게 절대 놓을 수 없었던 서로의 손.

 

금멱은 인간계에서 신선의 몸으로 환생했다. 아직도 욱봉이 마계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마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련했어........

 

그나마 인간계에 태어났기에 욱봉이 금멱 찾아 떠돌았던 시간보다는 짧게 기다릴 수 있었던 것도 같다. 거기에 전생에 못다 한 아버지와의 시간도 보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얘네 아들내미 원래 이름이 당월인가 싶다. 아부지랑 함께 살았던 인간계에서 당월가의 아가씨로 살았으니까.

 

드디어 다시 만난 금멱을 보는 봉황은 말문이 막힌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희망 하나만으로 살아왔던 봉황. 

 

천계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하고 인간계에 내려와서야 쌍방의 사랑을 시작했기 때문일까.

 

봉황이 인간계에 머물기로 한 것도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기 시작한 건, 아무런 방해없이 서로만 담았던 건 바로 인간계이기에, 금멱의 희생과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한 하늘이 두 사람이 다시 시작하게 선택한 곳은 바로 여기, 인간계, 성녀와 야야로 만났던 바로 그 숲이다.

 

눈이 빨개지고 목이 가라앉아 겨우 하는 말. "내가 왔어."

 

"이를 어쩌나, 재상부에서 벌써 예물을 받았는데."

 

장난기 가득한 금멱의 목소리. 

 

죄책감도 자책감도 미안함도 모두 털어내고 예전의 그 발랄한 포도, 봉황이 그토록 사랑했던 맑고 명랑한 금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울컥하는 것을 겨우 누르고 바로 응수하는 봉황.

 

"그게 안 됐네. 6천년 치 영력을 가져왔는데."

 

두 사람만의 암호. 이렇게 두 사람은 바로 예전으로 돌아간다. 금멱은 그를 기억하는 꼬마 도도 신선 금멱이다. 그녀가 돌아왔다.

 

너무 아쉬워..... 이게 두 사람의 진정한 혼례인데, 월하선인과 복하군이라도 모셔놓고 조촐한 혼례라도 올리는 모습 좀 보여주지... 그게 안 된다면 둘만 올리는 혼례라도.... 

 

아니 그게 뭐 그리 어려웠다고 여기서 입을 씻는단 말이오 작가 양반 연출가 양반.....

 

세 번의 결혼식을 치르는데 첫번째는 금멱이 남의 여자가 될 뻔 하다가 욱봉 찔러 죽이고

두 번째는 신랑 신부지만 신랑 신부가 아니고

세번째에야 겨우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의 남편과 아내가 되어주는데 하아 이게 뭐냐고요 ㅠㅠㅠㅠㅠ

 

머리장식에 찔리면서도 금멱을 꼭 안고 있는 봉황 보니 어떻게든 수화와 닿지 않으려 목이 길어지던 슬픈 기린 봉황이 떠오르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정녕 끝이냐며 울부짖고 있는데....

 

?????????????????????????????

 

네?????????????????????????????????????????

 

갑자기................................................................................??????????????????

 

 

하아 진짜 갑자기 왜 백로인가요...........

 

이건 사실 에필로그 같기도 한데, 두 사람이 마침내 부부가 되어 인간계에서 오직 서로만 바라보며 고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백로로 표현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요 근데요....

 

현실 부부인가요.... 왜 서로를 향한 꽁냥은 1도 없죠... 왜 봉황은 애만 보나요........

 

 

그래도 변함없는 금멱 식성에 금멱 보며 웃는 봉황이 스치듯 있긴 하네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래 뭐 너희가 행복하다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나무 열매와 맑은 샘물만 먹고 살던 봉황은, 여전히 말린 당나귀 고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들 물새 백로와 자기 입맛과 상관없는 저녁상을 차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군요... 버섯 찜이 니꺼구나 봉황.....

 

물(아버지의 속성)+꽃(어머니의 원신)이 합쳐진 서리꽃과 불(아버지의 속성)+새(어머니의 원신)가 합쳐진 봉황이 결혼하여 네에... 물(금멱의 속성)+새(봉황의 원신)가 합쳐진 백로를 낳았군요. 뭔가 신기한 신선 세상........

 

육계를 구한 공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왜 눈은 안 돌려주나요............

 

색을 구별하는 능력을 염조에게 준 것은 금멱이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장애를 그대로 지니고 태어났다는 건 봉황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태어났다는 상징 같은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 장애가 있어도 아무 상관없다. 봉황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봉황과의 사랑의 결실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는 금멱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니까.

 

....라고 이해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이제 흑백의 꽃을 피워내는 것 같지는 않지만(류영에게 새로 만들어 보낸 꽃이 파란색인 것을 보니까 봉황 사랑하는 마음이 색색의 꽃을 피워내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짠하다고나 할까.

 

아니 그래도 뭐, 금멱만 행복하면 됐다. 금멱과 봉황이 너무 안정되고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여서.... 그래 니들이 행복하면 됐어....

 

이렇게 집에 갑니다... 집에 갈 때는 그래도 둘이 간간히 쳐다보며 무슨 얘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렇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끝이 나니 마음이 너무 허해서 다시 (6)1회로 돌아가는 건가 봐. 못다 본 꽁냥이 그리워서, 막회까지 보고 나면 다시 풋풋하게 사랑 시작하는 꼬마 도도와 고딩 봉황이 그리워져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향밀은 해피엔딩으로, 예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삼생을 거쳐온 둘의 사랑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네요. 세상은 평안하고 둘은 이렇게 인간계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겠죠. 

 

행복해라 금멱, 봉황. 예쁜 너희들을 만난 건 아주 큰 축복이었어. 

마지막회 -1회. 금멱은 죽고 마존, 아니 봉황은 제정신이 아니고 이제 한 회밖에 안 남았는데 이거 어떻게 되려고 이러지 몹시 초조했던 회차였다...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지 왜.......

 

금멱이 죽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게 된 마존은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아마 금멱이 씩씩하게 살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금세 따라 죽었을 거라는 게 학계의 정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멱의 봉우를 먹고 '멀쩡하게''씩씩하게''잘'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던 거 같다.

 

봉황은 망가져간다. 무너져 내린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저 상태가 지속됐다면 결국 금멱 뒤를 따라갔을 거 같기도 하다.

 

운단 얘기를 이제야 듣게 되다니....하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온다.

 

이렇게 금멱이 죽고 나서야 금멱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되는 게 과연 봉황에게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더랬다. 안 그래도 자기가 금멱 죽였다고 자책하고 있는데 사실 금멱에게 엄청난 상처까지 줬다는 사실이, 금멱은 단 한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금멱이 죽게 된 게 결국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모두 자기 때문이라는 게, 금멱의 인생 전체가 자신 때문에 정겁에 휩싸인 거였다니,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인가.

 

금멱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에 처음으로 얼굴에 화색이 도는 봉황. 그 길로 두모원군을 찾아가는데...

 

두모원군은 너희들은 이미 인연이 다 한 사이라며 그만 포기하라고 하지만 봉황은 포기할 수가 없다.

 

왠지 그녀가 제곁에 있는 것만 같아요.

 

그건 그냥 봉황의 느낌만은 아니었다. 진짜 금멱은 그와 함께 있었으니까......

 

전혀 감사한 표정이 아니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짜증났어 뭔 말인지 1도 몰라.... 원작에서도 몰랐다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저 케이크가 너무 돌아가서 그런가, 도대체 왜 말을 제대로 안해주는 거야 왜 배배 꼬아.... 뭔 말인지 1도 모르겠어.... 다행인 건 봉황도 모르는 것 같아....그냥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 두모원군이 아니라고는 안 했으니 금멱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육계를 헤매기 시작하는 봉황.

 

근데 사실 돌아보면 두모원군 꽈배기 말 중 지금 봉황에게 해준 말이 그나마 가장 직설적이었다. 말 그대로였던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거 같아...

 

마존의 자리도 류영에게 물려주고 말 그대로 육계를 떠도는 봉황.

 

금멱의 기운을 몰라볼 봉황이 아닌데, 지나가던 여자가 비슷한 장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만큼 봉황은 제정신이 아니다.

 

그렇게 육계를 헤매고 또 헤맨다. 속세의 시간으로 천 년이 지날 동안. 신선의 시간으로도 3년이나 지났다.

 

다시 만난다면, 네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거라는 봉황.

 

만약 내가 사랑하는 게 너를 괴롭게 하고 힘들게 하는 거라면, 사랑하지도 않고 붙잡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라겠다는 봉황.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드라마에서는 그걸 끊임없이 묻는 것 같다. 봉황과 윤옥의 사랑을 극적으로 대비시키고 사랑을 몰랐던 금멱이 사랑을 찾아가는 삼생의 기나긴 과정을 그리면서 과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것이 사랑인가 하는 물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윤옥의 사랑은 계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봉황의 사랑은 결국 상대방으로 향한다. 상대방이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인간계에서의 습왕과 성녀는 신분의 제약과 상황에 사랑이 꺾였지만 적어도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 곳은 바로 이곳이다. 성녀와 야야로 같이 살았던 이 집에서 봉황은 금멱을 기다리기로 한다. 성녀와 야야는 주변의 그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은 채 서로에게만 집중하고 서로에게 빠져들 수 있었다. 그저 서로를 위하고 서로밖에 없었던 시작점. 

 

봉황은 금멱이 다시 온다면, 여전히 금멱이 그를 사랑한다면, 여기서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저 서로만 바라보는, 주변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직 서로만 있으면 되는 곳에서.

제일 슬프고 힘든 회차가 끝나간다... 금멱이 죽었어 ㅠㅠ

 

원신인 봉황으로 금멱과 함께 내려앉는 봉황.

사실 처음엔 초큼 많이 당황했는데 자꾸 보다보니 저걸 멋있다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 흠칫 놀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마계에서는 저런 마존 처음 봤을 거잖아요... 자기들 존상이 저렇게 내려앉는다고 생각해봐요...

 

여담이지만 그래도 천마대전 씨쥐가 제일 나아서 이게 뭔 일 마지막에 힘 좀 줬나 했더니 천마대전만 씨쥐를 한국팀에서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볼 만 했나... 전 또 보다보니 이 씨쥐에 익숙해진줄 알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멱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금멱이 자신의 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계의 고고하고 자신감 넘치던 봉황이 돌아왔다. 비주얼은 최고였으나 피폐하고 처연하던 분위기가 싹 사라진 거 보고 마존에게 금멱이란 진짜 저 남자의 생기, 원동력, 생명 그 자체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수신이 마계를 방문해서 극진히 대접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금멱이 대놓고 돌아가지 않을 테니 충동적으로 굴지 말라는 말에 자신감 천 퍼센트 회복, 내가 본 최고로 삐딱하고 빈정거리는 봉황이 되어 윤옥에게 맞선다. 하, 저 말투, 저 표정 넘 좋아. 네가 아무리 짜증나게 굴어도 금멱인 내 꺼, 너는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거임을 하나하나 따박따박 짚어주는 저 말투, 저 표정.

 

믿음의 문제는 이 커플에게 죽는 그 순간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윤옥이 전쟁을 일으킨 명분이 바로 금멱이었다.

 

윤옥은 금멱의 마음이 봉황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존재가 바로 봉황이기에 언제든 이 천마대전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하필, 마존이 영력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이때 쳐들어오다니...

 

아니, 진짜 작가양반 제작진 양반 나 좀 봅시다.

 

봉황 전쟁의 신이라면서요. 인간계에서 습왕으로 있을 때가 차라리 더 전쟁의 신 같았어... 이게 뭡니까 전쟁의 신으로 제대로 상대방 발라버리며 싸우는 모습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 있어요? 왜 여기에서 윤옥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냐고요, 왜!! 이게 다 금멱 죽이려는 바탕 깐 거잖아요!!

 

봉황이 영력을 반으로 깎고 부작용에 시달려야, 윤옥이 금술로 궁기의 숨겨진 힘까지 써야 봉황을 이길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봉황이 얼마나 센가 하는 것을 잘 나타낸다고 스스로를 위안해보지만 빡치는 건 빡치는 거야........

 

그럼에도 이건 뭐 캡처 누르는 족족 예술이쟈나요.... 개멋있쟈나요...

 

봉황에게 '천명' 하늘의 뜻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지닌 말이었다.

 

금멱을 이복동생으로 오해했을 때 봉황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하늘의 뜻에 순응해야 한다는 지극히 천제 적자다운 생각을 지닌 천계의 화신이었다. 천계의 일원으로 천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수호하는 자로서의 책무와 의무를 잊지 않은 그런 생각. 만약 금멱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욱봉은 결국 수화와 결혼해 천계의 일원으로 고고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금멱을 만나면서부터 봉황의 삶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다. 자라면서 내내 봉황의 생각의 기본 틀이 되어 주었던 하늘의 뜻에 순응하며 하늘의 뜻에 순리대로 따르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 한다, 라는 생각은 금멱을 사랑하게 되면서 맞게 되는 온갖 시련과 역경으로 삶이 비틀려 나가면서 함께 변하기 시작한다.

 

금멱이 철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도도에서 성숙한 서리꽃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봉황 역시 죽었다 부활하는 과정까지 거치는 험난한 인생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고 성장하게 되면서 생각이 변한다. 봉황에게 천명이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금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금멱과 함께 하는 것이 천명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아니 그래서 내 존재 자체가 천제에게 천명을 거스르는 일이라면 기꺼이 천명을 거스르겠다.

 

금멱의 성장이 곧 봉황의 성장이고 금멱의 시련이 곧 봉황의 시련이다. '진짜 하늘의 뜻'은 이 둘이 인연이 아니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둘이 서로를 지독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하늘의 뜻마저 바꾸게 한 것이다

 

그래, 결국 이 전쟁은 천계의 세 상신, 화신과 수신 그리고 야신 이제는 마존과 천제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수신 이렇게 셋의 싸움이다. 그들이 각각 마계와 천계의 우두머리이기에 애꿎은 백성들이 전쟁에 휘말려 죽고 다치는 것이다. 

 

두 남자는 눈이 뒤집혀 자신들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끌어내고 결과는 둘의 파멸이겠지. 육계는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결국 금멱의 어머니인 화신의 존재 자체가 하늘의 질서를 어긋나게 만들기 시작해 금멱의 출생까지 이어졌다. 모녀는 상신이었지만 존재해서는 안 되는 상신이라는 아이러니를 지닌 채 천계의 가장 힘 있는 상신들과 엮여 이 세계의 모든 질서의 근간을 흔들었다. 회자정리. 결국 금멱이 이 모든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몸을 바친다.

 

그 와중에도 봉황을 지키기 위해 봉황에게 등을 보이고 온몸으로 천제의 공격을 막아내는 금멱.

 

도대체 봉황은 금멱을 몇 번이나 잃는 것인가.......

 

갑자기 인간계로 떨어지게 되어 이별하고, 죽을까봐 걱정이 되어 따라갔다가 진짜 눈앞에서 잃고, 그래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돌아와 이제 사랑하려 하다 그 연인의 손에 목숨을 잃고 이제 겨우 오해를 풀려 하니 연인이 자신을 지키고 죽는다. 무슨 이런 운명이 다 있나.

 

결국 가질 수 없는 것을 탐내던 천제 윤옥은, 모든 것을 잃었다. 금멱이 원한 건 윤옥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죽는 순간까지 금멱을 괴롭힌 것은, 마존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미워한 적 없다는 고백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얼굴.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후 금멱은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던가. 죄책감과 미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못하는 사랑, 아무리 갈구해도 닿을 수 없는 사랑, 스스로 망쳐 버린 사랑을 놓지 못하는 금멱, 그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하던 그 치열한 노력이 결국 금멱을 여기까지 데려왔다.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운단이 몸안에 있을 때조차 금멱은 본능적으로 봉황을 사랑하고 봉황만을 원했는데,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서로만을 원한다는데 주변에서는 그들을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신이 죽고 나서 봉황이 어떤 선택을 할지 너무나도 잘 아는 금멱.

 

성녀가 죽고 나서 습왕은 바로 미련없이 삶을 버리고 성녀를 따라갔다. 마존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런 마존의 손에 봉우를 쥐어주며 씩씩하게 살아달라고 부탁하는 금멱.

 

금멱의 이 부탁이 아니었다면 금멱을 되살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전에 봉황은 금멱의 뒤를 따라갔을지 모르겠다. 

 

봉황.

사랑해.

 

욱봉은 가슴이 꽉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 번만 더 사랑한다고 말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험악하게 말하던 과거의 자신이 생각나서, 사랑한다고 외치던 금멱에게 했던 말이 고작 그거라서, 자신을 살리고 죽어가는 여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하는 것이 가슴이 박혀서, 봉황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봉황과 함께 있을 때는,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우아하고 고고한 봉황을 여기까지 떨어뜨린 것이 자신이었기에,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금멱은 내내 봉황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더랬다.

 

그때 그 시절, 운단이 가슴 안에 있었어도 본능적으로 봉황을 사랑하고 봉황만 따라다니며 행복했던 그 시절, 아무도 원망하고 미워하지 않았던 그 시절, 그 꿈같았던 그 시절, 그렇게 봉황 옆에서 봉황만 사랑하며 살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하늘의 뜻은 이 둘이 이어지게 하지 않는 거였던가 보다. 금멱의 어머니는 운단을 먹여서라도 금멱을 이 정겁에서 구하고자 했고 두모원군은 금멱에게 차라리 사랑을 모르는 것이 나을 것이라 했지만 금멱이 선택한 것은 사랑이었다. 봉황을 사랑했던 그 모든 시간이 결국 금멱에게 모든 것이었다. 그 시간을 금멱은, 죽어가는 이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금멱을 잃었다.

 

봉황은 모든 것을 잃었다. 미워할 사람조차 없는 세상에 봉황은 홀로 남겨졌다.

이제 서로에 대한 오해는 풀었지만 그동안 쌓인 것들은 하나도 풀지 못했다

그 어긋난 지점이 정말 잘 보였던 대화

금멱 죽기 전 마음 나눈 곳이 여기뿐이라니 즌쯔 빡친다....

 

여기에서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존이 집요하게 하나만 묻는다

나를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해줘. 사랑한다고 말해.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미안해서가 아니라 사랑해서라고

사랑하니까 그 모든 것을 감내했고 그러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그러나 금멱이 욱봉을 죽인 건 어쨌거나 사실

그 명백한 사실이 두 사람 사이에 오랫동안 쌓인 앙금을 한꺼번에 털어낼 수가 없다

마존은 여전히 금멱을 백퍼센트 믿을 수가 없고

금멱은 여전히 마존이 자신을 믿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금멱이 돌아온 것이 사랑 때문이기를 바랐다

그런데 금멱이 내미는 것은 봉우. 부작용을 치료하는 약

봉우를 받으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마존이 원한 건 금멱의 사랑이지 죄책감이 아니다

 

마존 빡쳤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다고 (나를 죽인) 네 죄가 사라지지 않으니 (어디 가지 말라는) 뜻이지만

금멱은 마존이 자신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긴다

마존의 '용서' 문제는 금멱이 죽을 때까지 금멱을 괴롭힌다

여기까지의 금멱은 마존이 자신을 사랑하기는커녕 용서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욱봉을 깊이 사랑하지만 감히 사랑한다 말해서는 안 된다

춘화추실을 돌려받아 파괴했을 때, 금멱은 이미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던가

마존은 이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증오하고 있다.

그러니 돌아설 수밖에

 

마존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만

금멱이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막은 것 또한 자신이다

사랑해서 돌아온 것이 아닌 것 같아 빡친 상태라 말이 곱게 안 나감

그동안 너를 미워하려고 갖은 애를 다 썼는데 그게 실패했다

난 아직도 너를 잊지 못했다 

결국 거칠게 자신의 마음을 먼저 털어놓는다

 

금멱은 마존이 설마 아직도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혼례는 수화를 잡기 위한 연극일 뿐이지 않았던가

거기서 했던 부부의 연을 맺자는 말이, 설마 마존의 진심일까

 

그러나 마존은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며 맞선다

너와 나의 마음이 통했다는 건 험심석이 증명했다

험심석이 증명하도록 도운 것은 바로 하늘이다.

 

이건 묘하게도 금멱이 봉황을 밀어낼 때 했던 말과 겹친다

하늘이 맺은 인연을 어그러지게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을 때

내가 신인데 지옥에 가면 어떠냐고 했던 봉황의 말

그러니 사실 인연은 윤옥과 금멱이 아니라 너와 나라고 말하고 있는 것

윤옥과의 혼례를 마다하고 네가 여기에 나타난 것,

그리고 너와 나의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이 모든 것은 너와 내가 인연이라는 것을 하늘이 증명하는 것

 

그때서야 금멱은 묻는다

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존의 대답은 아니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예전의 포도와 명랑한 서리꽃을 사랑하던 봉황은 이미 죽고 없다

다시 태어난 욱봉은,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다

그러니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태어났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랑이라면

지금 여기서 너와 내가 다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존의 대답은

너를 포기하지도 잊지도 보낼 수도 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한 번만 더 나를 속이고 떠나면 너 죽고 나 죽는다,

를 이렇게 우아하게 말하는 사람은 첨 봄. 아니 신선인가...ㅋㅋㅋㅋㅋ

 

사실 이 두 사람 사이의 깊은 골은 전부 다 메워지지 않았다

마존은 금멱이 말한 운단의 존재를 믿지 않고 금멱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사라지지도 않았다

금멱 역시 마존이 자신을 온전히 용서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차곡차곡 오해와 불신을 털어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커플에게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잠이 들었는지 우리도 알고 싶으다....

하, 망할 광전총국아............................... 니들은 규제 때문에 스스로 망할 거야

아니 지금 얼마만에 만난 거죠? 얼마만에 서로 마음이 통한 거죠?

여기서 백허그가 끝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아직도 서로를 믿지도 못하고 용서받지도 못했지만

그 모든 미운 마음을 누를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데,

이제야 그 마음 확인했는데 이게 끝이라뇨?????

 

K-드라마가 아닌 게 이렇게 한스러울 수가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갑자기 마존의 사랑을 알게 된 금멱이 스르르 기운이 빠져

잠이 들었다고.... 해 봅시다 (커흡 ㅠㅠㅠㅠ)

근데 그 다음날 바로 전쟁이라뇨? 하루라도 줄 수 없었나요? 

천계에서 마계가 그렇게 가까운 데였어요???????

 

마존이 신혼을 즐겼다는 말이 그냥 약올리려는 말 뿐이었나

이 사이 뭐가 없었나 진짜 없었나 울면서 상상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후반부는 마계까지 굴러 떨어져 마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욱봉의 고단하고 복잡하고 비참한 마음과 애증을 상세히 보여줘야 했는데

하... 이때조차 욱봉은 분량 실종에 입전개에... 남주 연기로 살렸지 즌쯔...

 

다시 월하선인의 입전개가 펼쳐지고요... 네에...

이렇게밖에 할 수 없나 싶지만 월하선인이 고맙게 나서주지 않았다면

또 오해는 평생 풀리지 않았을 거 같아 그냥 만족하기로 함....

이미 금멱과 월하선인을 통해 들은 얘기지만 상세한 얘기를 들으니 심장이 내려앉음

 

금멱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치렀던 그 많은 대가와 희생

화신의 딸로 남들보다 많은 색을 보다가 흑과 백밖에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떨어졌음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음

그 모든 희생을 치르고 살려낸 목숨, 그것이 바로 자신이다

 

금멱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아니, 최소한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해와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온힘을 다했다

마존의 심장이 내려앉다 못해 무너진다 

그럼 그 긴 세월 동안 난 대체 뭘 한 거지

날 위해 희생하고 대가를 치렀던 저 여자를 오해하고 미워하고 상처주고

어쩌면 아직도 저 여자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금손의 움짤을 주웠음. 너무 예쁘다

이게 연극이냐 아니냐 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연극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욱봉의 성정 자체가 아, 계획에 없던 금멱이 나타났으니 연극에 이용하자 이게 되지도 않고

갑작스런 상황에서 금멱을 이용할 만큼 욱봉의 사랑이 얕지도 않고

연극을 했으나 진심이 섞여 있었다기보다

이제 드디어 확인한 금멱의 진심, 금멱의 희생에 너무나도 벅찬 나머지

숨기고 누르고 감춰왔던 욱봉의 마음이 터져 나오면서

진심을 드러냈는데 그것이 한 편의 훌륭한 연극을 완성한 것이다

(이 비슷한 글을 다른 사이트에 썼는데 생각은 비슷함)

 

마음을 숨기거나 감출 핑계도 여력도 없고 그럴 이유도 뭣도 없고

금멱을 사랑해서 차마 죽이지 못하고 사실 어떻게든 옆에 두고 싶었던 욱봉의 진심이

이제 숨기지도 누르지도 않아도 되는 상황에 터져 나왔던 것

그리고 이것이 수화의 유리정화를 이끌어냈다. 수화도 이게 욱봉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수화가 저지른 온갖 악행을 생각하면, 게다가 수화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하면

(수화가 저지르면 윤옥이 그걸 받아먹어 완성했다고나 할까)

수화를 결코 용서할 수가 없지만, 수화의 비참한 마음도 이해는 간다

 

마존이 혼인하자 한 것은 진심이었다 생각한다

다만 수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금멱에게 향하는 부질없는 마음을 누르고자 한 것이다

수화를 이용한 것은 맞다, 그러니까. 

수화가 진짜 아내가 되면 성정상 수화에게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욱봉은

다만 끝까지 마음은 주지 않았겠지, 줄 마음이 없으니까

 

혼례를 수화의 정체를 밝히는 데 쓸 계획을 쓰면서 이용당할 수화는 별상관 안 했음

정작 걱정한 건 가짜신부 노릇을 할 류영, 류영의 남편인 모사 그리고 류영의 아버지 변성왕...

다른 계획으로 수화의 정체를 유도해낼 수도 있었는데 혼례를 이용했음

수화에 대한 욱봉의 마음은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자신을 살려낸(그랬다고 생각한) 생명의 은인에 대한 고마움 

 

수화와 금멱의 설전이 오갔던 이 장면의 욱봉을 가만히 보면

욱봉이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망설였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계속해서 금멱이 찾아와 괴롭고 힘든 가운데 금멱을 자꾸만 믿고 싶어지고

월하선인이 찾아와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은 말을 하고

수화의 언행에서 수상한 점은 계속 발견되고

사실 심증은 있지만 물증만 없는 상태에서 욱봉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과연 이 모든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욱봉의 말처럼 이 일의 근원을 따지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화가 시작했지만 윤옥의 계획과 맞물려 들어가서 완성된 일.

윤옥을 움직이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의 생모인 천후이다.

수화를 움직이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이다.

수화는 수신과 풍신을 죽여서 욱봉의 천제 자리 등극에 반대되는 세력을 없애고

욱봉의 모습으로 수신과 풍신을 죽여서 금멱마저 욱봉 옆에서 제거하려 했다

 

여기서 수화는 욱봉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욱봉이 천제 자리는 조금도 탐내지 않았다는 것, 오직 금멱만 원했다는 것

 

결국 이 모든 일의 근원에는 바로 욱봉 자신과 욱봉의 생모가 있는 것이다

일이 간단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최대 피해자지만 이 일의 근원에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아이러니

(게다가 금멱과 금멱의 어머니는 아버지인 천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무 죄없는 금멱은 자신이 사랑한 여자라는 이유로

수신과 풍신 그리고 생모를 잃었다

이 모든 일이 사실로 드러날 때 과연 자신은 금멱의 사랑을 갈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

 

금멱이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려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잠시 금멱이 수화를 친히 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금멱 실력으로 무리...

결국 마존은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나서서 수화를 처단한다

 

수화에 대한 상반된 마음과는 별도로, 금멱을 위해서라도 수화는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수화의 조족 족장 자리를 빼앗고 영력을 모두 회수하는 마존

수화를 저리 만든 건 바로 자신이다. 

아니, 사실 수화의 마음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아니었다면 수화도 저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금멱이 그로 인해 저 많은 고통을 견디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

 

영력의 반을 없애 스스로를 벌한다

그것이 그나마 금멱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법이다

 

얼마나 현타가 올까

이 나락으로 떨어진 게 바로 자신으로 인한 거다

금멱이 저렇게 힘든 것도 수화가 저렇게 된 것도 모두 자신 때문이다

 

사실을 밝히기 두려워하며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는데

어쩌면 욱봉은 이미 그때 이 모든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금멱을 위해서라도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마음과

내가 금멱의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는 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웠을 텐데

 

이 모든 것을 세심하게 읊어주지 않고 그냥 말로 떼우고 배우 연기로 덮으니

이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처럼 느껴지고

마존이 저렇게 허탈한 심정으로 혼례식장을 빠져 나간 게 설명이 안 되지

 

그래서 금멱 역시 마존이 잠시나마 내보였던 진심조차 연극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 아이러니

 

금멱은 사실 마존의 마음을 이해했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어쩌면 금멱인지도 모른다

수화가 욱봉을 차지하기 위해서 부모님을 죽이고 자신은 욱봉을 찌르고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절망감에 몸부림치다

자신의 두 눈을 내어주고 목숨을 걸고서야 일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었다

 

수화가 결국 영력을 모두 빼앗기고 신선도 인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빠져

살아 있는 것이 죽기보다 힘든 상황에 빠지고

욱봉은 터덜터덜 걸어나가고 

빚은 거의 갚았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모든 것이 그저 허탈하고 슬펐으리라

금멱과 욱봉의 얼키고설킨 오해와 엇갈림은 57회에 이르러서야 풀린다.

무려 57회....!! 60회가 완결인데 57회가 웬말이오

 

월하선인과 언우군은 금멱을 납치(?)해 마존의 신부로 삼겠다고 데려가고

마존은 금멱이 천제와의 혼인을 피해 도망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도망? 이라고 말하는 마존의 얼굴엔 놀람과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설렘마저 묻어난 것 같았다

마존에게 금멱은, 윤옥이 천제를 돕기 위해 자신을 죽인 여자였다

아무리 마음을 끊어내려 애를 써도 잘 안 됐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도 나를 죽이기 위해 온갖 연극을 하고 있는 여자

 

그런데 도망을 가다니? 그럼 마존의 모든 전제가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천제를 피해 도망갈 데가 어디 있나(마계가 있쟈나)

오갈 데 없어 떠돌다가 결국 마계로 흘러들었던 자신의 과거도 생각났을 것이고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을 따른 것뿐이라고 하지만.....

 

수화를 이미 백퍼센트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식에서 수화의 정체를 까발릴 계획을 류영과 짠 마존이 아니던가

금멱이 결혼을 피해 달아났다는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설마

혹시

금멱이 했던 모든 말이 아마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사랑해 내가 사랑한 사람은 당신이야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믿었다 죽음을 당했는데....

"고육책이다"라며 자신을 다잡아보려 애쓰는 마존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계획이 얼키고설키는데 결국 목표는 하나였다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존의 계획은 아마:

류영과 결혼하는 척 하면 수화가 반격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유리정화를 쓸 것이다

월하의 계획은 아마:

아 몰라 어쨌든 수화 기절시키고 몰래 신부를 바꿔놓으면 욱봉의 진심이 움직이겠지

뭐 이런 거였던 것 같은데

 

류영은 얼씨구나 자신 대신 금멱을 신부로 들여보냈다

월하와 마존의 계획이 이상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신부가 또 바뀐 거 말고는ㅋㅋㅋㅋㅋㅋㅋ

신랑은 하나인데 신부가 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것도 모르는 마존은 인형술에 저항하려 애쓰는 금멱이 꿈쩍하지 않자

류영이 모사가 마음에 걸려 그러는 것인줄 알고 걱정 마라 다독이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험심석의 색이 변했다

수화가 바꿔놓은 가짜인 줄 알고 편안하게 피를 떨어뜨린 마존

수화는 무조건 색이 변하게 만든 가짜를 가져다 놓았을 테니까 

그리고 수화가 그 신부는 가짜라며 들이닥치는 것까지 마존의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니

옆에 누가 서 있는지 1도 모르는 마존은 류영인 줄 아는 금멱에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하고

수화가 들이닥쳐 저 험심석 가짜예요 외치는 걸 묵묵히 바라본다

 

자 됐어, 여기까지 계획대로 순조롭게...

순조롭게...?

 

류영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대혼란에 빠진 마존

그럼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는 누구.....................?

 

얼굴 확인하려 가리개 벗기려는데 월하가 낚아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깜놀한 마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아니 잠깐만

수화도 저기 서 있고 류영도 저기 서 있는데

난 내 옆의 여자와 험심석에 피를 떨어뜨려서 험심석 색이 변했는데

심지어 그 험심석은 진짜임

 

지금 마존은 심장이 내려앉았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못해 차고 넘치는데 정신이 없다

설마

설마

나와 함께 험심석의 시험을, 내 옆에 있는 이 여자가 통과했다고?

진짜 험심석의 시험을?

 

금멱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던 마존의 표정이 일품이었다

처음엔 평온하다가

그 다음엔 깜짝 놀라고

당혹스러움을 넘어 혼란스럽고 심장은 내려앉고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어, 하면서도 그럴 거라는 예감을 떨치기 어려운데

 

이 자리에 서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 여자가

이 자리에 서 있다

 

나와 함께 '진짜' 험심석의 시험을 통과한 여자가

금멱이다

 

금멱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한다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결혼식장에 모인 하객들은 도대체 이게 뭔 일이여 깜놀했겠지만

마존만큼 놀라고 당황스러웠을까..............

아니 세상에 신부가 천계의 수신이야

그 여자는 원래 오늘 천제와 혼인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 마존 옆에 있어, 신부로

 

금멱이 "혼인을 망쳐서 미안해"라고 하자 비로소 정신이 든다

금멱이 여기 있을 수가 없는데 머릿속이 어지럽고 가슴속이 펄펄 끓는다

아마 윤옥과 혼례를 올리던 금멱의 모습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또 나를 속이는 건가 내가 또 속는 건가

순간 분노가 치솟는다

 

당황한 금멱 대신 나서주는 월하선인

숙부님,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속임수가 아니라는 거 알려줄 사람은 월하선인밖에 없다

 

사실 월하선인 입전개 너무 빡치는데 이거라도 없었으면 홧병으로 뒷목 잡았을 거야

이미 한 번 욱봉 붙잡고 줄줄 말한 내용이지만 지금 다시 리피트--

험심석으로 자신의 마음을 만천하에 들킨 마존

그리고 험심석으로 마존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인 금멱

 

이게 속임수가 아니라면

이게 모두 진실이라면

그렇다면

후반 마계는 진짜 마존 비주얼과 쌍방애증으로 버텼지 어후...

고구마만 먹다 드디어 고구마에 질식해 죽을 즈음에야 진실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욱봉이 수화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마계로 달려간 월하선인

금멱 이전에 진작 월하선인이 다녀가서 진실을 말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금멱과 욱봉이 붙으려면 금멱이 그렇게라도 다녀가야 했.......

 

월하선인이 하는 말을 1도 믿지 않는 마존. 아니 믿지 않으려 애쓰는 마존

욱봉은 이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지만

사실 그전부터 의심의 씨앗이 뿌려지지 않았다면 숙부의 말에 '흔들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했던가

절대 다른 사람을 눈에 담는 일은 없을 거라 했지만

이때 다른 이는 오히려 수화일지도 모른다

욱봉은 결코 금멱 외에 다른 이를 마음에 담을 수가 없는 남자였다

 

욱봉의 현재 기본 베이스는 '금멱이 윤옥을 위해 날 죽였다'이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금멱이 했던 모든 말을 다 부정해야 했다

그런데 만약, 금멱의 말이 사실이라면.........?

 

처음 봤을 때는 망설이는 욱봉이 답답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금멱이나 숙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도 아, 그게 모두 오해였군 하고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이때 류영이, 금멱 편을 들어줘서 고마웠다

수화의 진짜 모습을 류영이든 마존이든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쉽게 수화를 의심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

금멱에게도 진실이 있지만 수화에게도 진실이 있다

어쨌든 봉황의 영혼이 사라지지 않게 봉황을 지킨 것은 진실이다

금멱이 봉황을 살리기 위해 희생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봉황을 죽인 것도 사실이듯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금멱이 봉황을 살렸다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 까닭이다

 

금멱과 숙부의 말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때 봉황 좀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수화한테 혼인하자고 청할 때도 텅 빈 얼굴이었지만

수화가 변명하고 애교부리며 앵겨 붙는데 뜨악, 하는 표정을 아예 감추지 못해서

 

사실 마존(욱봉이랬다가 봉황이랬다가 마존이랬다가... ㅎㅎㅎ)은 수화를 온전히 받아들인 적이 없다

수화에게는 자신에게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감추었다

수화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아니다

마존은 수화에게 자신의 약점을 알리고 싶지 않았고 고통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다만 고마운 은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마존이 망설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만약 수화가 수신과 풍신을 죽인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도 자신의 모습으로?

금멱이 욱봉을 죽인 이유는 욱봉이 수신과 풍신을 죽였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은 금멱의 고통을 욱봉은 옆에서 생생히 지켜봤다

그런데 금멱이 가족을 잃은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면?

수화가 자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수신과 풍신이라는 유력한 후원자를 윤옥에게서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내지는 금멱에게 욱봉을 원수로 만들어 떼어놓으려는 수작이었다면

 

결국 '욱봉 자신'이 금멱 고통의 근본 원인이 되어 버린다

그 결과 금멱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 자신을 죽였다

금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살린 것이라면? 

도대체 자신은 금멱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준 것인가?

 

배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수화마저 배신한 거였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금멱에게 상처주고 밀어냈던 그 모든 것은 무엇이 되지?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진실을 밝히면 모든 것이 깨끗하게 다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혼례식에서 류영이 가짜 신부인척 해서 수화의 유리정화를 끌어내자는 계획

만약 수화가 진범이 아니라면 혼례를 완전히 망치는 것인데

이 계획 안에 수화를 염려하는 마음이 1도 없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부인 척 한 류영의 평판이나 이미 죽은 류영과 변성왕만 걱정하는 마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미 이때 수화가 진범임을, 마존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화한테 혼인하자고 말하는 마존 얼굴에도 기쁜 빛이 1도 없더니

다른 남자와의 혼례를 앞두고 있는 금멱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봉황 뿐이다

사실 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면서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행복하면 된다는 이론은 뭐지........

 

이 바람에 잠에서 깬 금멱은 이상한 것이 천계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

윤옥과 수화의 엄청난 대화를 엿듣게 된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윤옥과 수화의 엄청난 음모가 있었다

 

이때 양쯔 연기 진짜 대단했다... 감정이 완전히 폭발했어..........

금멱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서 원망과 절망과 경멸과 혐오까지 오가는 모든 과정이 대단했다

금멱은 윤옥에게 갖고 있던 마지막 감정까지 모두 털어냈다

날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윤옥에게 이용당한 감정일 뿐이었다

날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게 만들었다고

이제 그 사람은 나를 증오한다고 외칠 때는 눈물이 다 나더라....ㅜㅜㅜㅜㅜㅜㅜㅜ

 

류영 진짜 고마웠어... 비록 류영과 모사의 러브스토리는 품지 못했지만

모두가 봉황을 배신하고 등돌리고 이용할 때 유일하게 곁을 지켜준 이라 너무너무 고맙다

게다가 봉황이 자신의 마음이나 진실을 외면하려 할 때마다 붙잡아주고 도와준 이가 류영이다

 

오랜 고민 끝에 마침내 결심하는 마존

피하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하기로 한다

어쩌면 사실 금멱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 어쩌면 금멱을 아프게 한 이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나로 인해 시작되었다는 사실

수화가 그 모든 짓을 저지른 '근본 원인'이 나라는 사실

내가 내 고통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사실

 

윤옥이 천제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저지른 일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금멱이 윤옥을 사랑해서 윤옥을 돕고 싶었다고 해도

어쩌면 금멱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스러워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 결혼할 수 있는 마계의 전통에 따라

험심석에 신랑과 신부의 피를 떨어뜨려서 색이 변해야만 결혼이 성사된다

혼례를 앞두고 있지만 수화는 사실 알고 있다, 마존이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래서 험심석을 가짜로 바꾼다

 

마존에게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금멱은 부작용을 치료할 봉우를 심으려 하고

윤옥은 금멱이 자신을 거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금멱을 가두었다가 금멱이 탈출하자 사방을 찾고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미 이때 윤옥은 선을 넘었다

아니 운단을 제멋대로 고쳐 넣었을 때 이미 금멱에 대해서는 선을 넘은 것이겠지만

환체봉령이 금멱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보호했다

자신의 마음이 끝없이 흔들리는 것이 힘든 마존

수화는 마존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아니야 마존은 널 신경쓸 여유조차 없어

 

수화에게는 금멱을 죽였을 거라 말하지만

다시 만난다고 해서 금멱을 죽일 수 있을지 도무지 확신이 없다

 

이 모든 일이 전부 수화가 꾸며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금멱과 월하선인, 언우

이대로 수화가 마후가 되면 6계가 위험해진다고 금멱이 등을 떠밀려 왔다

이렇게 둘이, 그나마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한 건 마존 부활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금멱이 몰래 숨어들어 마주쳤을 뿐

 

금멱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봉황을 죽인 건 자신이 맞으니까 과연 마존이 믿어줄까 이 모든 걸

수신, 이라고 비꼬듯 부르던 마존은 금멱이 머뭇거리니까 또 조바심이 나나봐...ㅋㅋ큐ㅠㅠㅠ

왜 아무 말 않느냐고 몰아붙이다가 금멱이 욱봉, 부르니까

빡쳐서 줄을 팍 튕겨버리고 마존 이름 함부로 부르냐며 성질 성질

 

봉황, 이라고 봉황의 원신으로 부르는 사람은 금멱이 유일했다

봉황은 금멱과 봉황 사이 '애칭' 같은 것이다

봉황이 마존이 되고 금멱을 수신, 이라고 부르는 게 선을 긋는 방법이듯

금멱으로서는 나름 공적인 임무(?)를 띄고 온 것이라 이렇게 부른 것일 텐데

자신은 금멱을 수신으로 불러놓고 금멱이 봉황이라 부르지 않는 건

또다시 상처가 된다

 

사실 욱봉은 금멱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금멱이 모든 정황으로 봐서 어쩔 수 없이 봉황을 의심했듯

마존 역시 모든 정황으로 봐서 금멱을 믿을 수가 없다

마계 결혼식 전까지 금멱에 대한 봉황의 기본 태도는

"나를 또다시 이용해 윤옥을 위해 나를 죽이려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멱이 하는 말을 믿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멱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제대로 미워하지 못하고

자신을 구해주고 자신 옆에 있어준 수화를 모욕하는데도 죽이지 못한다

 

마존은 그런 자신이 밉고 어이없어 견딜 수가 없는데도

 

금멱이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뿌리친다

보내줄 때 곱게 가라고 안 그러면 널 죽일지도 모른다지만

늘 입으로만, 말로만

마존은 안다

자신이 결코 금멱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죽이기는커녕 금멱의 말을 믿어버리고 싶어질만큼 흔들린다는 것을

윤옥이 금멱을 내세워 다시 죽이려는 계책을 세웠다면 그 계책이 성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자꾸만 금멱에게 흔들려서는 정말 다시 저들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실존적 공포와 두려움이 결국 수화와 혼인하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한 것 같다

 

금멱이 아무리 찾아와 자신을 흔들어대도 끝까지 버리지 못했던 춘화추실

금멱과 자신의 사랑의 징표, 마지막으로 남은 그것을 드디어 버리기로 결심한다

춘화추실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게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보란듯이 금멱 앞에서 수화에게 청혼을 한다

봐라, 내 마음은 이제 수화 뿐이다. 난 수화와 혼인한다. 

그러니 내가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흔들려는 수작을 부리지 마라

 

마존은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할 수도 없다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지 못하니 이게 금멱에게 상처가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끝까지 금멱이 자신을 죽이려는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할 뿐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금멱이 무너지듯 우는 모습이 마음이 무너진다

금멱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어쩌면, 믿고 싶어지는 바보같은 마음

더 이상 달래줄 수가 없는데, 그럼 다시 네게 휘말리는 건데,

금멱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아는 모든 것을 배반하는 것인데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간절히 믿고 싶어지는 멍청이 같은 마음

 

사랑해

그 말 한 마디에 바닥까지 와르르 무너질 뻔 했다

날 죽이며 했던 마지막 말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어"

 

그걸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저들 손에 죽는다

다시 한 번만 더 사랑한다 말하면 그 말을 할 때마다 살을 부수고 뼈를 갈아버린다 했지만

그건 그 말을 너무나 믿고 싶은 마음과 싸워 이기려는 힘겨운 노력일 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믿고 싶다 금멱이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게 전부 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서리꽃이 마존의 손에 닿자 피를 토하는 마존

서리꽃의 차가운 성분이 마존의 성질과 극인지라 피를 토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처음부터 이건 무기였구나. 남을 다치게 할 순 없지만 내게만 치명적인"

그래, 이건 무기다.

금멱과 마존의 가슴 모두를 찢어놓는 무기

 

금멱은 자신의 본신 한 잎을 완전히 소멸시키며 스스로를 파괴했고

마존은 피를 토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이건 무기다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 무기 

 

사랑의 종말이 두 사람 모두에게 죽음과 비슷하다는 은유

움짤은 전부 금손들의 작품. 

사실 봉황이 부활한 후부터는 금멱과 봉황 아니 마존은 애증으로 치닫고

그놈의 애증이라도 좀 보여주지 곁가지는 왜 그리 많고

메인은 왜 그리 서브랑만 붙어 있는지 보다 보면 화딱지가 나지만

그래서인지 메인 둘이 붙어 있는 씬들이 하나같이 모두 명장면에다 강렬하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깊은 오해와 배신감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만 내고 다가가지 못하는 그 애절함

심한 죄책감과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마존이 된 봉황을 잊지 못해 자꾸 다가가는 금멱과

금멱을 아직도 너무 사랑하지만 배신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존의 

사랑과 증오가 너무나도 확실히 드러난다. 토끼 씬은 예열이었을 뿐이다

 

봉황의 회상씬을 보면 저때 봉황은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자고 있지도 않았다.

금멱이 당신이 너무너무 그립다는 말을 전부 다 듣고 있었다

이렇게 몰래 다가와 그립다 말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마존이 원하는 물을 가져다 주려는 금멱

 

아마 마존은 키스를 하고 수화의 이름을 불러서 금멱을 상처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성정도 아니고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 않기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토끼로 변신한 금멱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려 결국 살려 보냈는데

죽을 뻔 했는데도 가지 않고 돌아와 사람 마음을 미치게 흔든다.

 

당신은 나를 미워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리워. 너무너무 그리워.

그리고 금멱이 자신의 손을 만지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봉황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사랑을 강요한 적이 없고(윤옥과 극적으로 대비됨)

단 한 번도 금멱을 강압적으로 힘으로 내리누른 적이 없었다

이 씬이 유일하다. 

 

깨어나자마자 자신을 죽인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이 '단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 적) 없어'였다

믿었기에 등을 내보였는데 머리카락을 주어 내단의 위치를 알아내 등을 찔렀다

자신의 사랑과 믿음을 이용해 자신을 죽였다

당장에라도 그 여자를 죽여 원수를 갚아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그리움에 사무친다

 

그날 밤에도 난 맨정신이었다. 하지만 취한 척 널 꼭 끌어안았지. 

널 품에 안는 순간 정신이 다 혼미해지더군. 모든 것이 좋았다.

그저 시간이 흘러 세상의 모든 은원이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랐어. 그런 내가 아프도록 미웠다.

널 위해 자신의 존엄마저 포기해버리는 내가 원망스러웠지.

그래서 일부러 수화의 이름을 불렀다. 너에게 더 빠져들면 안 됐으니까.

 

하지만 네가 황급히 뛰쳐나가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

심장이 조여들며 숨조차 쉬기 힘들었지. 당장이라도 따라 나가서 전부 오해였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게 봉황피셜 이 당시의 마존의 진심.

수화를 부른 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였다. 수화를 부르지 않았다면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뭐랄까, 이 키스는 금멱을 미워하지만 아직 너무 사랑하는 마존의 내적 갈등이 폭발하는 씬이었다고나 할까.

그 후에 맨정신으로 금멱 만났을 때에는 공격을 하고 거칠고 모진 말을 쏟아낸다

금멱이 마계를 드나들며 예전과 같은 수법으로 자신을 홀려 

윤옥과 짜고 다시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고 있으니까

금멱에게 다시 홀려 금멱이 하는 말들을 믿어버리면 또 죽을지도 모른다

이건 실존적 공포인데, 그 두려움을 사랑이 덮어버리는 거라고나 할까

이렇게 지독한 사랑을, 이렇게 미련한 사랑을, 이렇게 바보같은 사랑을 본 게 얼마만일까

 

술에 잔뜩 취해서도 천륜을 어겨서는 안 되고, 급박하고 답답한 순간에도 선을 지키던 봉황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전부 풀어버리고 머릿속을 온전히 비워 버리고 

오직 금멱 하나만을 원하는 자신의, 순간적이기는 해도 그런 자신의 마음에 충실했다

 

금멱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밀어내 보려 하지만

이내 서서히 키스를 받아들인다. 금멱 역시 봉황을 너무 사랑하니까. 

 

금멱이 마존의 가슴의 상처, 자신이 봉황을 죽일 때 냈던 상처를 만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봉황에게 죽음의 공포가 불쑥 떠올라 비로소 멈추지 않았더라면,

이후의 관계는 조금 더 달라졌을 것 같기는 하다

 

정신없이 뛰쳐나온 금멱은 수화의 유리정화에 당한 언우군을 구하고

언우군을 살리기 위해 마계의 구영동굴의 내단을 구하러 다시 마계로 간다

구영동굴에 금멱과 수화가 동시에 들어갔다는 보고에 당황하는 봉황

 

색을 보지 못해 빨간색을 구별 못하는 거 너무 마음 아팠다고...

그러나 그 덕분에 더 현명한 방법으로 내단을 구한 금멱, 수화를 마주친다

금멱이 가진 것은 뭐든지 빼앗아 버리겠다는 수화의 혐성 보소

사실 수화는 마존의 마음속에 아직 금멱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렇기에 금멱을 죽여 후환을 없애려 하지만 때마침 마존이 들이닥치자 연극을 한다

 

아니 누가 봐도 수화가 금멱보다 쎈데요... 자신을 구하느라 너무 많은 영력을 소모했다 생각하는데다

자신을 찔러죽였던 바로 그 칼을 보는 순간 봉황은 앞뒤 따질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나를 죽인 건 너 아니었나?

수화가 부모를 죽인 범인이고 그걸 봉황에게 뒤집어씌웠다고 외쳐 보지만

그래, 수화가 그랬더라도 봉황을 끝까지 믿지 못하고 봉황을 죽인 건 금멱이 맞다

그 원죄가 끝까지 봉황과 금멱을 내리눌렀더랬다

 

금멱을 죽이려 했던 수화가 여기서는 왜 빨리 내빼라고 했는가 싶었는데

이 기회에 금멱을 죽이라고 마존을 종용하기에는 자신의 죄가 들통날까 좀 두려웠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마존이 금멱 죽이지 못할 거라는 거 사실 제일 잘 아는 이가 수화이기도 하고

 

금멱이 수화를 공격하려 할 때마다 막아서지만 

금멱이 피를 토할 때마다 어쩔 줄 모르는 마존

자기 손에 금멱 다치게 하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데 무슨 수로 금멱을 죽여...

 

그럼에도 금멱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하니 이제 남은 건 죽느냐 죽이느냐 뿐

막다른 골목에 몰렸는데도 환체봉령을 던지려는 마존의 손은 덜덜 떨린다

 

이때 마존은 정말 금멱을 죽이려 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 환체봉령 던지는 거 말고 더 효과적으로 금멱을 죽이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봉황의 능력 정도면 싸움 같은 거 칼을 들어 찌르는 거 말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금멱 상대로

굳이 환체봉령을 들어 던질 이유가 뭐가 있나

 

근데 이때는 금멱이 계속 공격을 하니까 방어를 하기 위해서라도 금멱에게 일격을 가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에서 환체봉령을 던졌다는 건, 금멱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살리려는 거였을 듯

 

금멱을 죽여야 한다는 상황에 내몰린 상태에서 금멱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마존의 본심이,

금멱을 죽이려 던진 게 아니라 살리려 던진 거나 다름없다

환체봉령이 주인의 마음을 헤아려 금멱을 보호했다기보다

금멱을 죽이고 싶지 않은 마존의 숨기고 싶은 그 마음이 금멱을 보호했던 것 같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환체봉령

그걸 주면서 봉황은 전부 다 돌려줄 수 없다면 아무것도 돌려주지 말라고 했다

금멱을 무조건 보호하는 환체봉령은

아이러니하게도 봉황이 금멱을 가장 미워해야 '마땅한' 이때에 가장 크고 화려하게

금멱을 보호한다

가장 보호하지 말아야 할 때에 

가장 크게 금멱을 보호하는 환체봉령 

 

환체봉령은 그렇기에 금멱에 대한 봉황의 사랑의 상징이자 크기나 다름없다

환체봉령을 부수려는 건 들키지 말아야 하는 자신의 마음을 또 들켜버린 데 대한 강한 반발일 뿐이다

그 환체봉령이 봉황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금멱은 그토록 없애지 말라고 애원하고

없애려고 하지만 차마 재빨리 없애지 못하고 울부짖은 금멱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결국 봉황은 환체봉령을 없애지 못한다

금멱을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뭐랄까, 이상한 선순환(?)이 계속 이어진다고나 할까

금멱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데 금멱 역시 자신을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느낌

그게 말이 안 되니까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면 할수록 그러기를 강하게 바라는 마음도 커지고

그 갈등이 자꾸만 맘속에서 커져 가고 그걸 덮으려 증오를 키울수록 증오를 덮을 만큼 사랑은 더 커지고

그 사랑을 덮기 위해 더 힘껏 미워하려 발버둥치는데 그럴수록 사랑은 증오보다 더 커지고

그래서 가장 미워할 때 가장 사랑하게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