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체봉령이 금멱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보호했다

자신의 마음이 끝없이 흔들리는 것이 힘든 마존

수화는 마존이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아니야 마존은 널 신경쓸 여유조차 없어

 

수화에게는 금멱을 죽였을 거라 말하지만

다시 만난다고 해서 금멱을 죽일 수 있을지 도무지 확신이 없다

 

이 모든 일이 전부 수화가 꾸며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금멱과 월하선인, 언우

이대로 수화가 마후가 되면 6계가 위험해진다고 금멱이 등을 떠밀려 왔다

이렇게 둘이, 그나마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한 건 마존 부활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금멱이 몰래 숨어들어 마주쳤을 뿐

 

금멱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봉황을 죽인 건 자신이 맞으니까 과연 마존이 믿어줄까 이 모든 걸

수신, 이라고 비꼬듯 부르던 마존은 금멱이 머뭇거리니까 또 조바심이 나나봐...ㅋㅋ큐ㅠㅠㅠ

왜 아무 말 않느냐고 몰아붙이다가 금멱이 욱봉, 부르니까

빡쳐서 줄을 팍 튕겨버리고 마존 이름 함부로 부르냐며 성질 성질

 

봉황, 이라고 봉황의 원신으로 부르는 사람은 금멱이 유일했다

봉황은 금멱과 봉황 사이 '애칭' 같은 것이다

봉황이 마존이 되고 금멱을 수신, 이라고 부르는 게 선을 긋는 방법이듯

금멱으로서는 나름 공적인 임무(?)를 띄고 온 것이라 이렇게 부른 것일 텐데

자신은 금멱을 수신으로 불러놓고 금멱이 봉황이라 부르지 않는 건

또다시 상처가 된다

 

사실 욱봉은 금멱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금멱이 모든 정황으로 봐서 어쩔 수 없이 봉황을 의심했듯

마존 역시 모든 정황으로 봐서 금멱을 믿을 수가 없다

마계 결혼식 전까지 금멱에 대한 봉황의 기본 태도는

"나를 또다시 이용해 윤옥을 위해 나를 죽이려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멱이 하는 말을 믿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멱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제대로 미워하지 못하고

자신을 구해주고 자신 옆에 있어준 수화를 모욕하는데도 죽이지 못한다

 

마존은 그런 자신이 밉고 어이없어 견딜 수가 없는데도

 

금멱이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뿌리친다

보내줄 때 곱게 가라고 안 그러면 널 죽일지도 모른다지만

늘 입으로만, 말로만

마존은 안다

자신이 결코 금멱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죽이기는커녕 금멱의 말을 믿어버리고 싶어질만큼 흔들린다는 것을

윤옥이 금멱을 내세워 다시 죽이려는 계책을 세웠다면 그 계책이 성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자꾸만 금멱에게 흔들려서는 정말 다시 저들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실존적 공포와 두려움이 결국 수화와 혼인하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한 것 같다

 

금멱이 아무리 찾아와 자신을 흔들어대도 끝까지 버리지 못했던 춘화추실

금멱과 자신의 사랑의 징표, 마지막으로 남은 그것을 드디어 버리기로 결심한다

춘화추실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게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보란듯이 금멱 앞에서 수화에게 청혼을 한다

봐라, 내 마음은 이제 수화 뿐이다. 난 수화와 혼인한다. 

그러니 내가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흔들려는 수작을 부리지 마라

 

마존은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할 수도 없다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지 못하니 이게 금멱에게 상처가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끝까지 금멱이 자신을 죽이려는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할 뿐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금멱이 무너지듯 우는 모습이 마음이 무너진다

금멱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어쩌면, 믿고 싶어지는 바보같은 마음

더 이상 달래줄 수가 없는데, 그럼 다시 네게 휘말리는 건데,

금멱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아는 모든 것을 배반하는 것인데

금멱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간절히 믿고 싶어지는 멍청이 같은 마음

 

사랑해

그 말 한 마디에 바닥까지 와르르 무너질 뻔 했다

날 죽이며 했던 마지막 말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어"

 

그걸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저들 손에 죽는다

다시 한 번만 더 사랑한다 말하면 그 말을 할 때마다 살을 부수고 뼈를 갈아버린다 했지만

그건 그 말을 너무나 믿고 싶은 마음과 싸워 이기려는 힘겨운 노력일 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믿고 싶다 금멱이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게 전부 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서리꽃이 마존의 손에 닿자 피를 토하는 마존

서리꽃의 차가운 성분이 마존의 성질과 극인지라 피를 토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처음부터 이건 무기였구나. 남을 다치게 할 순 없지만 내게만 치명적인"

그래, 이건 무기다.

금멱과 마존의 가슴 모두를 찢어놓는 무기

 

금멱은 자신의 본신 한 잎을 완전히 소멸시키며 스스로를 파괴했고

마존은 피를 토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이건 무기다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 무기 

 

사랑의 종말이 두 사람 모두에게 죽음과 비슷하다는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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