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는 지금까지(6회까지 방영된 이 시점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회차이자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강한 암시를 담고 있다. 엔딩 시퀀스 때의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5회는 결국 산의 고백으로 시작해 덕임의 고백으로 끝나는데, 두사람의 앞으로의 관계가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단히 은유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보여준다.

 

덕임이 뒤를 쫓았다는 것을 산이 알게 되는 이 부분은, 정말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흘러가 벙 찌면서도 너무 웃겼다...ㅋㅋㅋㅋ 덕임과 산의 관계가 어떠한지 이처럼 극명하게 보일 수가 없다ㅋㅋㅋㅋㅋ 순간순간 돌아가는 덕임의 비상한 두뇌와 알면서도 결국 받아주는 산. 덕임이 한 말이 전부 다 살아남기 위한 변명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톤이 좀 과장되어 그렇지.

 

덕임은 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4회에 산이 세손임을 알고 납작 엎드리긴 했으나 결국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쏟아냈던 덕임이다. 기본적으로 겸사서와 생각시로 같이 보낸 시간의 특별함과 두텁게 쌓인 신뢰가 덕임이 산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원동력인 것이다. 산 역시 덕임이 자신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멀리 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에 덕임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무시무시했던 4회 예고의 출궁은... 10분컷도 아니고 그냥 말로만 끝났어...ㅋㅋㅋㅋㅋㅋ 덕임이 살아남고 용서받으려고 마구 해대는 아부 같은 말에도 녹아내리는 저하...ㅋㅋㅋㅋㅋㅋㅋ 산은 오히려 덕임을 동덕회에 데려가 입회시킨다. 

 

이 부분 역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저 됐다 하고 보내줄 줄만 알았던 얄팍한 나... 산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단번에, 설명하지 않고도 보여주고 또한 덕로를 권위로 찍어누른다. 이때는 덕임이 자신이 하는 일을 도와줄 거라 믿거나 기대하고 데려간 것이 아니다. 덕로에게 경고하는 의미도 있고, 덕임에게 자신이 기생을 만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미도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덕임이 발설하거나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여기서 이미 산이 덕임에 대해 다 알아봤다는 게 나와서 또 깜짝 놀랐다. 증좌가 없어 그냥 넘어간 게 아니라 그후에 덕임이 어떤 사람인지 세작 노릇을 하는지 아닌지 알아보고 나서 서고에 자주 들러 편안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미 덕임을 믿을 만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그후에 함께 한 시간이 그위로 쌓인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궁밖에 나와 덕임과 마주하니 어쩐지 설렜나 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에게 사줄 것이 있다고 웃으시는 세손 저하 표정이 너무 예쁜 거 아닙니까... 그리하여 덕임을 서점 같은 곳으로 데려간 산은...

 

신간 패관소설 코너 훑고 있는 덕임에게 동국문헌비고, 시경 등등을 안겨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려주면 너도 좋아하겠지, 란 지극히 세손 저하다운 발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정조는 패관소설을 몹시 극혐하여 문체반정을 일으킬 정도였고, 패관소설 문체로 글을 짓는 신하들을 문책하고 반성문을 지어 올리라 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조 자신이 신하들을 발라버릴 정도로 뛰어났고 그러니 신하들을 그렇게 찍어누를 수 있는 것이고, 신하들은 명분도 실력도 반발할 처지가 못되었던 것이다.

 

아니 그래도 나름 첫 데이트라고 설레하며 데려간 곳에서 백과사전에 교양 서적이라뇨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썸남이 나와 첫 데이트로 서점 가서 <사피엔스>나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거 사주면서 왜 기뻐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 하나요......

 

자신을 그때의 그 겸사서로 여겨 편하게 대하고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 산. 겸사서인척 덕임을 속이며 보냈던 시간을 짚어본다.

 

사실 산은 자신의 마음이 왜 이렇게 요동치는지, 왜 덕임에게만 유난히 이렇게 물러지는지,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그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보거나 그 마음의 정체를 알려 하지 않았을뿐. 그런데 이 순간이 닥치자, 더는 회피하고 싶지도 모른척 하고 싶지도 않아진 것이다.

 

"서고에서 너와 보낸 시간이, 특별했으니까."

 

덕임과 함께 보냈던 그 시간,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 세손의 무거운 책무와 위협과 어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잊을 수 있었던 그 시간, 그 시간이 산에게는 무척 특별했다. 그래서 산은 알게 된 것 같다. 그 시간이 그럼 왜 내게 특별했던 것일까.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아니면.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

 

이 말을 하면서 산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게 되고 인정하게 된 것 같다. 그후에 곧바로 어머니 혜빈에게 가 덕임은 자신의 사람이니 건드리지 말라 단호하게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때문에 혜빈 역시 덕임에 대한 산의 마음을 눈치챘다. 

 

산의 고백 아닌 고백은 덕임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덕임 역시 왜 산이 왕세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편하고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인지, 산이 겸사서인 줄 알았을때 왜 그토록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위험한 일까지 했던 것인지, 산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건, 그 시대상으로는 그저 납득할 수밖에 없는데도) 덕임 역시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책을 받아 돌아온 날 밤에도. 친구들과 함께 원삼을 입어보려 했던 것도 잊어버린다. 산의 마음을 눈치챘는데도 설마 설마 싶다. 정말 그렇다고? 저하가, 나를...?

 

믿을 수가 없는 때에 결정적 한 방이 터진다. 산의 생각에 심란해 옷을 입어보고 연습하는 데에도 떨어져 나와 혼자 있는데 갑자기 산이 달려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임금의 승은을 입은 것이냐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이때의 산은 앞뒤 구별조차 못할 정도로 그저 덕임만 보고 달려온 것이다. 그 냉철한 산이, 그 똑똑한 산이, 그저 덕임이 머리를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눈앞이 캄캄해져서는. 

 

아직도 눈알 굴리다 냅다 도망가는 세손 저하만 생각하면 너무 웃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으니, 덕임과 덕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덕임과 덕로는 산의 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결정적인 사건은 덕임의 마음의 파도를 넘치게 만들었다. 산이 잡았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덕임. 결국 밤새 잠을 못이루고 뒤척이다 계례식에 늦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생에 한번뿐인 날이라 설레서가 아니라 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렌다. 어쩔 수 없이 떨린다. 세손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야 봇물처럼 흘러내리는 덕임의 마음. 안심하고 내보이는 덕임의 연심. 

 

산은 덕임의 계례상을 받을 생각에 설레고, 덕임은 산에게 계례상을 올릴 생각에 설렌다.

 

궁녀들은 기본적으로 왕의 여자다. 평생 다른 누군가와 혼인할 수 없고 그건 출궁해서도 마찬가지다. 칠백의 궁녀가 오직 왕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고 왕을 모시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일생에 한 번, 정식 여관이 되기 전, 왕과 혼례를 올린다는 의미로 계례식을 치러주는 것이다. 특별히 원삼도 하사하고 머리 장식도 꾸밀 수 있게 해주고. 다만 동궁에 주인이 있으면, 동궁의 궁녀들은 혼례를 올리는 대상이 왕이 아니라 동궁이 된다. 

 

이건 그냥 계례식이 아니었다. 산은 덕임과, 덕임은 산과, 혼례를 올리는 것이다. 두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그래서 들떴다. 명목상의 계례식이 의미를 지니고 성큼 다가온다.

 

그런데 혜빈은 그걸 용납할 수가 없다. 혜빈 홍씨, 즉 우리가 혜경궁 홍씨로 알고 있는 정조의 어머니는 조선 왕실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사람중 하나다. 남편이 미쳐 날뛰다 아버지에 의해 죽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여인. 남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 대신 아들을 택했던 여인.

 

혜빈은 누구보다 냉정하다. 감정 따위는 없다. 그저 아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중차대한 시기에 산이 궁녀에게 흔들리고 궁녀에게 승은을 내리기라도 한다면, 그게 영조의 귀에 들어간다면, 반대파들에게 빌미를 주게 된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산은 그저 정석대로 대답했을 뿐인데.

 

산과 덕임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되고 말았다. 붕 떴던 마음이 와장창 깨지고 가라앉는다. 

 

산은 끝까지 세손으로서의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는다. 지금 그 어떤 말도 어떤 위로도 건넬 수 없는 것이 산의 위치이고 산의 한계다. 

 

어머니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산은 아직까지 덕임과 뭘 어찌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사대부가 여식이 어쩌고 저쩌고는 어머니의 비위를 맞춰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한 말이지 산의 본심도 아니고. 그저 산과 덕임은, 이제 막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고 설레고 들뜬 청춘들이었을 뿐이다. 미래가 어떻고 그래서 그다음엔 저떻고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그저 사랑에 들뜨기 시작한 청춘이었을뿐. 

 

그 들뜬 마음에 찬물을 부으며, 혜빈은 두사람에게 현실을 보라 한 것이다. 

 

산은 혜빈을 찾아와 덕임을 건드리지 말라 경고했다. 혜빈은 굳이 덕임을 불러 그 사실을 말해준다. 덕임은 산의 마음을 다시 깨달으면서 동시에 산과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깨닫는다. 

 

자신은 궁녀이고, 산은 왕세손이다. 산이 짊어지고 있는 것, 산이 처한 현실, 산이 나아가야 할 길에 자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뼈저린 자각. 산의 마음을 깨닫는 것은, 덕임에게 상처가 된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아야만 한다. 덕임은 산에게 화가 나거나 삐치거나 서운한 게 아니다. 그런 얄팍한 감정이 아니다.

 

덕임에게는, 산의 옆에 있을 수 있는 그 어떤 핑계가 좋은 핑계가 필요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겸사서인척 덕임을 만날 수는 없었겠지만 이런식은 상상도 못했을터.

산은 몹시 당황스럽다. 세손인 걸 들킨 것으로도 모자라 겸사서인'척' 했던 것까지 한큐에.

진짜 겸사서 홍덕로, 요망한 것,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가 바로 개입하는 거 보소.

 

얼마나 당황했으면 가는 길조차 헷갈려서 엉망진창이다. 이때부터였나, 덕임과 얽히기만 하면 허둥지둥대게 되는 것이.

덕임은 기가 막힌다. 겸사서 나으리인 줄 알았던 양반이, 그래서 최선을 다해 구하려고 했던 사람이 왕세손이었다니. 지금까지 자신을 속여온 거였다니.

 

세손 저하 덕임이 낚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쓰이게 하지 마라, 피곤하다 등등으로 말하면 덕임이 여느때처럼 뭐라도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순순히, 공손하게 대답하니 오히려 당황스럽다.

그럴 애가 아닌데. 

망설이는 발끝.

아니나다를까, 발끈한 덕임은 왜 사람들 속이냐며 격분하여 문에다 소금을 뿌려댄다.

나가는 척 문 닫는 소리까지 내서 덕임이 낚고 숨어있던 세손 저하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회에 산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기는 하지만, 아마 이런 게 싫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고 덕임을 계속 마주칠 생각도 없었기에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나 덕임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이 더없이 편안하고 특별했기에,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세손이 되면 덕임은 이렇게 거리가 멀어진다.

겸사서와 생각시가 아니라 세손과 궁녀가 되니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손에 죽었다. 그 할아버지가 언제 자신까지 죽이거나 내칠지 모른다. 평생 왕세손으로 살아가는 법밖에 몰랐던 산이기에, 더욱더 스스로를 옭아매고 할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스스로를 단도리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던 산에게 덕임과의 시간은 세손으로서의 부담이나 무게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더없이 편안하고 더없이 즐거웠던, 특별한 시간.

 

이제 그 시간이 끝나 버렸으나, 끝내고 싶지 않다. 해시계를 가져와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으나, 산의 진심은, 산이 진짜 듣고 싶었던 말은 비난도 힐난도 아닌 이해였을지도 모르겠다. 

 

덕임의 말은 심지어 자신을 깨우치는 말이다.

백성을 섬기는 바른 자세를 덕임을 통해 통렬하게 깨닫는 산, 새삼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너무 맞는 말이고 너무 옳은 말이기에 말문이 막혀 버렸으나, 한편으로 산은 서운하다.

그럼 덕임은 속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분한 마음이 전부인 것일까.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았다."

자신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못박고 가버리는 산. 잘못했으니 화를 낼 수도 원망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나 서운하다.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나타나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 정식 지밀나인이 된 것도 아닌데 어린 생각시에게 모든 것을 떠밀어 버리는 거 거 너무한 거 아니요. 

 

덕임에게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고 하긴 했으나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힐 수 없는 산은 덕임과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서고와 가까운 서연 장소를 탈출하고자 하고, 덕임이 앉아있는 것을 대번에 눈치챈 덕로는 일단 덕임을 내보낸다. 

진짜 산은 덕임 말고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1도 없구나. 새로운 아이가 들어와 엎드려 있는데 눈길을 전혀 주지 않다가 덕임이가 고개 드니까 그때야 알아보네. 

 

다른 나인에게는 가차없는 세손 저하 허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는 밈이고, 근데 특별한 건 맞쟈나요. 참고 또 참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가 거슬려 죽는데 화를 안 내려고 참고 또 참음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짜증을 억누르는 등짝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다 참다 드디어 아는척 하는 세손 저하.

앗, 눈에 띄지 말라고 했으니 그 핑계로 배속을 바꾸어야겠다,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어림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몹시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또 덕임이가 없는 건 싫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 맘대로 배속을 바꾸느냐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옆에 있다 보면 없는 사람처럼 될 것이라는 말은 사실 산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과도 같다.

더는 저 아이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낱 궁녀 따위에게 내가 왜. 

차라리 얼굴을 계속 봐서 익숙해져 버리면 신경을 쓰지 않게 되겠지. 

 

산에게 실망했다고 쏘아붙이고 화를 냈던 덕임이었으나, 산이 세손임을 알았어도 겸사서 나으리인줄 알았을 때 품었던 호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는 산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살짝 내려앉는 덕임. 연적의 목을 조르며 분을 풀려 애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녀는 3교대 근무라고 들었는데 우리 덕임이는 왜 밤이 되어도 처소로 돌아가지 못한 거죠.......

 

겸사서 나으리가 세손 저하로 바뀌었고 그 어마어마한 차이에 주눅이 들 법도 하건만, 덕임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믿음과 편안함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산이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자 산의 눈치를 보며 비 구경을 하는 걸 보면, 그럴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덕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산을 믿고 편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꾸만 보게 되면 결국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말이 됩니까 세손 저하.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 멀어지는 법이랍니다.

자꾸 보니 또 보게 되고 또 보니 마음이 울렁이고 일렁여 결국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것이랍니다.

 

세손 저하의 마음에 꽃이 활짝 피었다.

덕임이라는 꽃이.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손의 구명을 요청했던 생각시는 세손을 제거하려는 화완옹주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덕임을 죽이려 한다. (곤장 100대 맞으면 대부분 맞다가 죽거나 살아남아도 장독이 올라 죽는다고 하니....)

 

그순간 나타나 덕임을 구하는 산. 그러나 화완옹주는 이 일을 억지로 중궁전으로 끌고 간다. 중전을 개무시하고 있는 화완은 결국 중전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중전의 명으로 궁녀를 처리하면 자신의 손도 덜고 이래저래 좋은 것이다.

 

결국 중전은 화완에게 밀려 자신이 제안했던 해결책을 밀어붙이지 못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는 없다. 두텁떡을 준비해놨던 것으로 보아 곧 왕이 행차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고, 그 시간까지 화완옹주가 가지 못하게 붙들어둔다. 이제 이 일은 일개 궁녀의 일이 아니라 중전과 화완옹주의 자존심 싸움이요, 산이 덕임을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의 문제로 변했다.

 

과연 왕은 중궁전으로 행차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중전을 엿먹일 생각에 골몰한 화완옹주는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쓴다. 떡을 준비한 중전을 엿먹일 방법은 그 떡이 왕에게 해로운 것이라 우겨서 못 먹게 하는 것.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사람 표정 보니 이런 쌩쑈가 한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화완옹주가 중전과 세손이 한팀이 되도록 밑밥을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덕임의 도움으로 화완옹주의 마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산. 저 지엄한 와중에 덕임을 살핀 산, 대단하다.

 

쟤가 걔네, 성가 덕임!

 

아니 아직 생각시인데 덕임이 궁중 슈퍼스타야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손 저하와 중전 마마, 옹주 자가로도 모자라 왕이 내 이름을 알아요.... 

 

이때를 틈타 중전은 반격을 시도한다. 화완옹주가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고 있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친 셈인데, 산의 명쾌한 해법은 화완옹주를 엿먹이고 중전의 체면까지 살려준다.

 

서로가 서로를 살린 셈이다.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개 궁녀라 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줄 알게 된 산.

 

망둥이처럼 뛰어다닌다고 반성문 쓰게 할 때는 언제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인은, 확실히, 세심하구나."

 

이 말 안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덕임은 '일개 궁녀'가 아니라 산에게 드디어 '여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말은 덕임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산의 칭찬이 덕임을 뒤흔든다. 산의 말이 주는 뉘앙스를, 그 의미를 덕임 역시 느낀 것이다.

 

혜빈이 덕임을 궁에 넣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사실 역사에서는 헤빈이 덕임을 궁으로 데려와 직접 길렀다고 할 만큼 아낀 것 같은데, 드라에서는 혜빈에게 덕임은 그저 '한낱 궁녀'일 뿐이었던 것 같다.

 

살려주고 궁녀로 넣어준 은혜를 갚으라며, 산이 기방 출입을 하는 것 같으니 확인하라는 혜빈. 

덕임은 산이 그럴 리가 없다 말하다 아차, 한다. 그만큼 산을 믿고 있고 그만큼 산을 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럴 자격이 없는데도.

 

아니 근데 진짜 세손 저하가 기방 가잖아요...

덕임이 배신당한 것 같은 표정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는 걸 확인하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담을 넘은 건 덕임이 사심이 없다고 말 못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대놓고, 엉성하게 뒤를 쫓는데 안 들킬 수가 없잖아요...

 

안 그래도 덕임이 거슬리기 시작한 덕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세손을 미행한 것은 큰 죄다. 가차없이 죽이라 말한다.

 

"멈춰라!"

 

산이 등장한다.

부제가 뭔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3회에서 누가 산의 편이고 누가 산의 편이 아닌지가 나온다.

 

책을 읽어 어떻게 궁녀들을 구하나 했더니, 산이 말마따나 덕임이만 할 수 있는 거였다. 덕임이가 책을 읽어준다고 해야 사람들이 재미있게 놀던 것을 멈추고 달려오니까. 책을 읽어주겠다는 핑계로 사람들을 모은 덕임은 아무 책이나 들고 아무 말이나 한다. 그런 후 그전에 연습을 해야 하니 출생 순서대로 문을 나가라고. 뭔 말인지 모르겠으나 순순히 따르는 궁녀들. 중간에 어린 생각시가 울면서 달려오고 호랑이 소리가 들려 아수라장이 될뻔 했으나 서상궁의 기지로 그 많은 궁녀들이 크게 다치지 않고 모두 무사히 빠져나간다.

 

여기서 덕임이 읽어주려던 책이 '운영전'인데, 이 책의 내용은, 궁녀가 선비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아무 책이나 가져와 되는대로 말한 게 운영전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시들을 구하러 갔다가 호랑이와 마주친 덕임. 실제로 호랑이를 마주치면 그 무시무시한 안광과 기운에 압도되어 꼼짝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덕임은 너무 큰 공포에 질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호랑이가 달려들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불화살이 호랑이를 쫓아낸다. 진짜 지척까지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가. 덕임이 궁녀들을 빼내지 않았다면 호랑이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을지 모를 일이다.

 

상한 곳은, 상한 곳은 없느냐? 걸을 수는 있고?

 

이 다급한 와중에 덕임을 구해주고 덕임의 상태를 묻는 산은, 다정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정조는 명궁이었다고 한다. 50번을 쏘면 49번을 명중시키고 너무 다 잘 하면 겸손하지 않은 거라 여겨 한 발은 일부러 빗겨 쐈다는 전설의 명궁.

 

아버지인 사도세자만큼 무를 숭상한 것은 아니나, 정조는 문무에 모두 뛰어났던지라 신하들에게도 활쏘기까지 잘 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그중 채제공과 정약용은 활쏘기에 뛰어나지 못하여 만날 구박받았는데, 채제공은 무수한 연습 끝에 활쏘기를 제법 잘 할 수 있었고 정약용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두사람이 각자 일기 같은 기록에, 채제공은 역시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으쓱으쓱 이었던 반면, 정약용은 그깟 활쏘기 선비에게는 글 읽는 게 더 중요하다 웅얼웅얼 비슷했다는 게 내 웃음벨. 

 

위급한 순간인지라 서둘러 떠나야 하지만 그 찰나에도 서로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산은 덕임이 잘 걸을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떠나고, 덕임은 가다가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부디 무사히길 바라며.

 

하, 개머싯서.... 위에서 내려찍는 이 각도 넘나 사랑한다.

 

서투른 솜씨로 쪄본 이 움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3회 시청할 때는 정신 놓고 보느라 몰랐는데 4회까지 보고 다시 이 장면을 보면, 산이 쏘는 화살 말고 화살 한 대가 더 산을 빗겨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호랑이 사냥을 하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산을 사냥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산은 호랑이를 잡는다. 이것으로 잘 마무리되나 했으나 그럴 리가.

 

겸사서 나으리가 출근할 때마다 들러 물을 마신다는 우물가에서 산을 기다리는 덕임. 무사히 호랑이를 잡은 것 같은데 미처 고맙다는 얘기를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라고 하지만............. 산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보고 싶은 것이다. 벌써 산을 떠올리기 시작하는 덕임.

 

5회 방영 전까지 산과 덕임의 감정을 잠시 짚어볼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이미 산과 덕임은 서로에게 상당히 많이 스며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구해준 산을 떠올리는 덕임의 얼굴에 약간의 설렘과 홍조가 지나간다.

 

진짜 겸사서 홍덕로와 마주친 덕임은, 호랑이를 잡아 상을 받기는커녕 호랑이 사냥에 나선 동궁과 사냥에 참여한 모든 이가 벌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조보를 읽을 줄 아는 덕임 짱멋있어.

 

이게 당최 무슨 소리인가. 그럼 궁녀들이 호랑이 밥이 되고 나서야 허락해 줄 거였느냐는 덕임의 말에 차라리 희생이 좀 있고 나서야 그 다급함을 인정받아 벌을 면할 수 있었을 거라 중얼거리는 덕로... 인성 보소. 여기에서 이미, 자신의 성공(즉, 산이 무사히 즉위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덕로의 성정이 잘 드러난다. 실제로 홍덕로 즉 홍국영은 정조의 즉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베팅한 인물이기도 하다.

 

덕임이 말하는 겸사서가 자신이 아님을, 그리고 산이 덕임에게 겸사서 노릇을 했음을 단박에 눈치채는 덕로. 찾아보니 겸사서는 한 명뿐이란다. 그러니 덕임이 겸사서를 찾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자신과 가장 가깝다 생각했던 주군이, 자신이 모르는 일을 벌였다. 일개 궁녀에게 겸사서 노릇이라니. 도대체 이 궁녀와 저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쎄한 느낌은 잘 들어맞는 법이다. 덕로는 본능적으로 덕임이 산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임을 눈치챈다. 산과 자신에게는 다른 의미겠지만.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면 용도 잡을 수 있겠지요.

 

이제 산의 적과 동지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좌의정 홍정여, 즉 홍인한. 홍인한은 혜경궁의 작은아버지로 세손의 즉위를 앞장서서 반대하다가 정조 즉위 후 몰락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내내 쎄했던 제조상궁은 홍정여와 함께 세손을 끌어내릴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영조의 막내딸 화완옹주 역시 세손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다. 제조상궁을 제외하고 모두 역사적으로 정조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며, 정조 즉위 후 몰락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산의 생각에 심란하던 덕임은, 책을 빨리 필사해 영조에게 바치고 동궁을 구해달라 청할 것이라는 군주들의 말에 힘을 낸다. 동궁이 용서를 받으면 동궁과 함께 사냥에 나섰던 사람들도 용서를 받을 것이니.

 

산이 밤낮으로 대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드릴 동안 덕임은 산을 구할 생각에 밤을 새워가며 필사를 하고 책을 완성한다. 그러나 늘 군주들을 예뻐하던 영조였으나 이번에는 알현을 허락하지 않고 군주들을 방편을 찾아내기 위해 중전을 찾아간다. 

 

그동안의 드라마나 영화 때문에 정순왕후와 정조가 적이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정조 승하 후 정순왕후가 어린 순조 대신 대리청정을 하며 정조의 사람들을 귀양 보내고 숙청하고 정조의 정책 일부를 폐기하기는 했으나, 정조와 정순왕후는 세손 시절부터 승하할 때까지 그렇게 나쁜 사이가 아니었다. 정조는 독살당하지 않았으며, 승하할 때 즈음에 이르러서는 정순왕후를 불러 뒤를 부탁하기도 했다. (순조가 어렸으므로) 적극적으로 세손의 편을 들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세손의 즉위를 막지도 않은 지금 이 스탠스가 역사적인 정순왕후의 스탠스에 가장 맞는 편이다.

 

군주들은 대전에 들어갈 수 없으나 덕임이까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으니 덕임이 네가 갈 수 있다는 현명한 계략을 내준 정순왕후. 제조상궁은 아리까리한 말로 세손을 구명하지 말라는 식으로 충고하고, 덕임은 고민 끝에 일단 영조를 알현하기로 결심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 선택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

 

덕임의 소원이 벌써 이루어지는 모양새다. 덕임은 여기서 굉장히 큰 결정을 한 것이다. 일개 생각시가 임금을 만나 동궁의 용서를 구한다니,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 (더구나 상대는 아침저녁 기분이 다른 영조) 임금이 용서하지 않는 동궁을 일개 생각시가 나서서 용서하라 마라? 덕임은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대전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세손. 어쩐지 겸사서 같은데, 근데 쟤는 세손이라 그러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덕임. 하긴 너무 멀어서 얼굴이 잘 안 보이기는 하다....

 

밖에서 자신의 손자가 밤낮을 엎드려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데 어느 고추장이 맛있느냐 재고 있는 영조. 이건 사실 모두 굉장히 정치적인 행위다. (영조가 순창 고추장을 무척 좋아해 밥 먹을 때 꼭 고추장이 있어야 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기는 함) 홍정여를 비롯한 신료들의 입에서 세손이 왕을 무시한다는 발언이 나온 지금 섣불리 용서하면 자신의 권위에 대든 모양새인 세손에게 왕의 권위를 보여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세손이 벌을 청하는 모양새여야 한다.

 

군주들은 조바심이 나서 덕임까지 들여보내며 난리를 쳤지만, 영조처럼 노회한 영감이 그런 계산을 안 했을 리가 없다. 자애로운 할아버지인척 자신이 좋아하는 고추장을 맞춘 덕임에게 가래떡을 상으로 내리는 영조.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영조의 말에 산의 모습을 떠올리는 덕임. 덕임의 마음에 산이 얼마만큼 스며들어 있는가가 보이는 장면이었다. 자신을 구해주었던 모습이 아니라 서고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냥 겸사서 그 자체가 좋아진 것. 자신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산을 구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산이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자체로 동궁을 용서해달라 말한 것인데, 말하자마자 바로,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설정해 놓은 기준이 있는데 감히 일개 생각시 따위가 용서를 청하다니, 영조는 분노한다. 덕임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전기수라는 사실이 여기서 유용하게 먹힌다. 덕임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살려달라 청한다. 영조가 마침 한 냥을 주어 백 냥이 된 시점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역피셜로 덕임의 아버지는 혜경궁의 친정 청지기였다. 집안이 몰락하고 어려워지자 혜경궁이 거두어 딸처럼 키운 것인데, 드라마에서는 덕임의 아버지가 역적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사도세자를 모시다 사도세자가 죽으면서 함께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튼 자신의 절절한 이야기로 영조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

 

애초에 죽일 생각 없었다는 영조. 아니 그러기엔 너무 무서웠잖아요..... 때를 기다린다는 영조의 말에서 모든 수를 놓고 움직이는 영조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권위에 감히 대항한 세손에게 화가 난 것도 있지만, 세손이 진짜 위험했을 수도 있다는 데에 빡친 것도 맞다. 주변에서 보지 못하게 가린 후에야 산을 안아 다독이는 영조.

 

끝내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 산이나,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사실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영조나 그래, 니들 할아버지와 손자 맞다 싶다.

 

그리하여 풀려난 산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서고다. 

 

아니, 저하.... 덕임이가 언제 그렇게 예쁘게 웃어줬단 말입니까. 언제나 치고박고 으르렁대지 않았어요? 그런데 산의 기억 속에서 덕임이는 상당히 미화되어 있다. 자신도 모르게 덕임의 환영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는 산. 이미 빠져있는데요, 저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덕임이다. (덕로 아님)

 

하... 이 장면 왜케 짠하지... 왠지 나아중에, 산이 덕임을 보내고 나서 이런 식으로 덕임을 찾아다닐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찌르르르하다.

 

영조의 무시무시한 압박 속에 기절했다 깨어난 덕임이 제일 먼저 찾은 곳도 서고다. 세손이 용서받았으니 겸사서도 풀려났겠지, 산이 보고 싶어 한달음에 서고로 달려간 덕임.

 

니들 똑같아... 눈 뜨자마자 보고 싶은 사람, 그거 사랑이야... 사랑이라고오....

 

청연군주가 덕임이를 이끌고 세손에게 달려간다. 청연군주 입장에서는 덕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고 아무튼 덕임이 용서를 청한 후 오라버니가 용서를 받았으니 덕임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오라버니에게 칭찬을 듣게 하고 싶어 데려갔을 텐데.

 

내 귀가 잘못됐나? 지금 덕임이라고 했어?

 

나중에도 나오지만, 산은 정말 궁녀들이나 주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청연군주가 누굴 데려왔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청연군주에게 잔소리를 하다 뒤늦게 눈치챈 것이다.

 

아니 내가 아직 쟤한테는 겸사서란 말이다. 아직 들키면 안되니 빨리 부채를 달라는데 세손 저하께서 더우시다는 좌익위, 아 그러시군요 부채질을 하는 내관, 오라버니 더우셔요 묻는 청연군주.... 대환장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히 얼굴을 가리는 산.

 

언젠가는 자신의 정체를 말할 생각이긴 했을까, 산은. 들키고 나서 덕임과 얘기하던 산의 모습으로 보건데, 가능하면 아주 오랫동안 말 안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자신이 세손일 때 덕임이 어떻게 할지 불보듯 뻔했고, 덕임과의 편안한 시간을 가능하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으니.

 

아니 근데 무슨 연못 물이 4K잖아요.........

 

이렇게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는 후문이.... 캬아! 아니 이게 뭐야. 이렇게 정체 알아채는 드라마 난생 처음이야. 

 

아니 저 얼굴은 겸사서인데... 세손 저하잖아.

 

충격과 배신감이 동시에 어리는 덕임.

이번엔 2회의 부제 중 '반성문'쪽. 덕임의 끝도 없는 반성문 굴레의 이야기다

큰 죄를 지었는데 반성문만 써오라기에 오예, 했더니 군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정 힘들면 자기 집으로 오라는 군주들ㅋㅋㅋㅋㅋㅋㅋㅋ

군주는 세자의 적녀, 즉 세자와 정실 부인인 세자빈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가리키는 말로(왕의 적녀는 공주, 서녀는 옹주)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사이에는 2남 2녀가 있었는데 그중 첫아들인 의소는 어렸을 때 죽고 현재 세손(훗날의 정조)과 세손의 두 여동생 청연군주와 청선군주가 있다. 군주와 함께 의빈성씨가 필사한 소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덕임은 이들 군주와도 꽤나 가까웠던 사이였던 모양이다.

아무튼 오라버니의 깐깐한 성격을 잘 아는 군주들은 덕임을 걱정하고, 덕임은 그나마 가장 세손의 심기가 편한 날을 찾아 (뺑뺑이를 돈 끝에) 반성문을 들고 찾아간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 선택이란 걸 하며 살고 싶어"

그전에 덕임의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빈성씨가 정조를 공식적으로(?) 두번 찼다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면, 정조가 당당히 기록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역피셜에서도 잠시 얘기했지만, 의빈성씨는 감히 궁녀가 왕의 승은을 거절한 전후무후한 여자였다.

사실 저 시대의 궁녀란, 세손이 드라마에서 계속 말하듯이, 굉장히 '하찮은 존재'였다. 덕임은 중인 출신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궁녀는 천인들 중에 뽑는 비천한 신분이었고, 왕이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그런 존재였다. 기본적으로 입궁 후에 모두 왕의 여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왕이 승은을 내리면 어익후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들여야지 거절하니 마니는 아예 선택지에 없다.

그런데도 덕임은 승은을 거부했다. 것도 두 번이나. 정조는 첫번째 승은을 거둘 때 덕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다려 주었다. 15년 동안이나. (그러나 의빈이 죽고 정조가 쓴 글에 '후궁의 반열에 둔 지 20년이다'라는 부분을 보면, 거절당하고도 덕임을 자신의 여자라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덕임이 승은을 거부한 이유는, 정조가 싫어서라기보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쪽이 더 컸다. 처음 승은을 내리려고 했을 때 정도 15살, 덕임은 14살이었다.... 뭐 그 당시 나이로 보면 충분히 혼인하여 가정을 꾸릴 나이이긴 한데

문제는, 정조 15살때는 세손이었고(24세에 즉위함), 세손의 정적들이 날을 시퍼렇게 세우고 세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고, 세손빈이 아이를 낳지 못했고(역사적으로 효의왕후와 덕임은 굉장히 가까운 사이여서 덕임이 죽고 효의왕후가 많이 슬퍼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의상식으로 왕실의 문제를 보면 안 됨...) 등의 이유로 정조를 거절한 것이다.

두번째 승은을 내릴 때 상황도 비슷했다. 왕후는 여전히 아이를 낳지 못했고(사실 정조와 정비 효의왕후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데면데면하게 그저 정중한 사이였음), 왕이 나이가 서른인데도 후사가 없는 막중한 상황인지라 왕실이 난리가 난 상태였다. 대비인 정순왕후가 후사를 보려고 간택후궁인 화빈을 뽑아들이기로 한 상황에서(정조는 계속 싫다고 말을 했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었음. 왕조시대에 왕의 후계자가 없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위기 상황이기에) 두번째 승은을 내리려고 했으니 덕임으로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화빈이 하도 질투를 해서 멀리 떼어 놓았다는 기록이 있으니, 화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빡칠만한 것이다...)

당시 덕임은 이미 서른이 다 되었고, 지금도 빠른 나이가 아니니 당시로서는 아이를 낳으리란 기대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서른이면, 손주를 볼 수도 있는 나이) 정조는 그냥, 자신이 직접 제문과 비문과 묘표에 남겼듯, '사랑해서' 덕임을 기다렸고 덕임과 가정을 꾸리길 소망한 것이다.

이 모든 정황을 보건데, 덕임은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나름 주체적인 여성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왕의 승은을 두번이나 거절할 정도로(정조와 충분한 교감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결정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시 반성문으로 돌아와

#1차 반성문

덕임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신경 1도 안쓰고 일하고 있던 세손, 덕임의 반성문의 필체를 보고 덕임임을 알아챈다.

뭐야, 너였어?

깐깐한 세손이 저도 모르게 짓는 미소에 어리둥절한 좌익위와 내관ㅋㅋㅋㅋㅋㅋㅋ 아차, 그러고보니 쟤가 내 얼굴 보면 안 됨 급히 흠흠, 소리로 발을 내리게 하고 반성문을 보니

엉망진창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부러 벌을 내리려는 의도 없어도 걍 엉망진창이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첫줄이 틀렸다, 다음줄도, 다음줄도 하던 내관 목소리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에게만 올리는 산호인 천세까지 다 들어있는 난장판ㅋㅋㅋㅋㅋㅋㅋㅋ

#2차 반성문

반성문 쓰라고 했던 사람한테서 직접 첨삭지도를 받고 이제는 됐겠지 기대하며 반성문을 올렸는데

응 아니야 이번에도 틀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못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덕임이 괴롭히시면서 좀 즐기시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빗자루로 쫓겨나고 소금 맞은 복수를 조금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는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차 반성문

이번에도 불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 이제 빡치기 시작한다. 밤을 새서 열심히 써갔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차 반성문

들어올 때부터 이미 불경한 덕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연속 반성문 퇴짜 크리에 빡칠대로 빡쳤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납작 엎드려 있긴 하나 눈빛이 몹시 불경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저 기가 막힌 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틀린 글자를 손수 첨삭지도해 줌

그러나 백번 써와야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두고보라지 않았느냐

몹시 상쾌해 보이십니다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 되면, 산이 굳이 덕임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고 계속 덕임의 무례한 행동을 반성문 퇴짜 정도로 봐주고 있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아마 산의 평생 자신에게 덕임처럼 함부로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날 함부로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그런데 그게 처음엔 황당하고 어이없었을지라도 편안하고 익숙해지면서 좋았던 것 같다. 덕임과의 시간이 유일한 안식처처럼 보였다고나 할까(좀 거친 안식처구려)

그러니 서고의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날락하며 덕임과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처음엔 세작(=스파이)을 찾으러 그 다음에는 호랑이 관련 자료를 찾으러 가긴 했으나... 사실 덕임이는 세작이 아닌 것을 이미 알았고, 호랑이 관련 자료는 그 낡은 서고가 아니라 다른 서고에 더 많았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굳이 그 서고에 간 이유. 그 서고가 산이 팽팽한 긴장감을 내려놓고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니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계속 덕임을 속인 것 같다. 자신이 세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덕임이 자신을 더이상 편하게 대하지 않(못)을 테니까.

#5차 반성문

반성문 꾸미기, 반꾸까지 해서 갔는데도 빠꾸 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요것 봐라 하는 산ㅋㅋㅋㅋㅋㅋㅋㅋ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으면서 뉘우친 척 한 죄에 대한 새로운 반성문을 써오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관도 몹시 지친듯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반성문 결말은 이렇게 났는데, 새로 반성문을 써 간 걸까ㅋㅋㅋㅋㅋㅋㅋ호랑이 사냥 후 정체가 들통나며 그냥 흐지부지된 것 같기도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읽지 말라 번까지 서게 해놓고 찾아가

"책을 읽어다오.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라고 '부탁'하는 산. 호랑이 사냥을 나선다.

2회 부제만 봐도 아찔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 2회는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서고에서 차곡차곡 미운정(?)을 쌓는 산과 덕임, 그리고 반성문 지옥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인데, 이를 통해 발전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흥미롭다.

도성에 호랑이가 출몰하여 사람을 해치는데 한성부와 포도청은 서로 미루기 바쁘다고 통탄하며 직접 호랑이 사냥에 나선 세손.

한성부는 오늘날의 서울시요, 포도청은 경찰청 정도 되는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사람이 몇십명이 죽어나갈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본인의 호위병력을 대동해 직접 호랑이를 잡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사실 이 문장을 보면 알겠지만, 이는 현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네가 무능하니까 내가 직접 나서는 거잖아!!!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되더라...

오늘날 한반도의 호랑이는 씨가 말랐으나 일제시대 때 호랑이를 멸종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제일 무서운 일 중 하나가 '호환' 즉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 호환마마(호랑이에 물려죽는 일과 천연두가 창궐하는 일)보다 무섭다, 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으로 봐도 충분히 짐작 가능할 만큼 호환은 조선 시대 가장 무서운 사태 중 하나였다. 호랑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어서, 산길을 건너갈 때에는 주막에서 모여 사람들이 일정 수준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함께 건너갈 정도였으며, 호랑이가 궐에 들어와 새끼를 낳았다는 기록까지 있다...

1회 엔딩은 역시 악마의 편집이었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은 얼굴 확인이고 뭐고 냅다 다같이 연못에 빠져서 허우적대다 덕임이가 반성문을 써오게 되는데... 정조의 반성문 사랑은 사실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유학자들이 얼마나 많은 반성문을 썼는지 알면 놀랄 정도다...ㅋㅋㅋㅋㅋ

정조 때는 패관소설(오늘날로 따지면 장르소설이나 웹소설 정도 되려나)이 유행하면서 패관소설 문체가 덩달아 유행하여 정조의 심기를 거스른다. 그리하야 박지원, 김조순(순조의 장인) 등등이 정조에게 반성문을 올려야 했으니 - 근데 반성문 잘 쓰면 또 상 줬다 함ㅋㅋㅋㅋㅋㅋㅋㅋ

반성문을 가벼이 본 덕임, 생각보다 처벌이 약하다며 좋아했으나 이는 단순히 덕임의 착각이었을뿐...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서고와 반성문은 묶어서 발전 과정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서고1 - 첫만남

덕임은 100냥 모으기 프로젝트 진행중이다. 백냥을 모아서 오라버니를 만나려는 원대한 계획을 품고 있는데, 필사와 전기수 노릇은 돈을 모으기 위한 덕임의 사이드잡(이지만 메인 잡 같은...)이다. 오늘도 세손의 글 읽는 소리에 맞춰 필사를 하고 있는데(필사가 글씨만 베끼면 되는 게 아니라 해석(주)도 달아야 하나보다) 갑자기 웬 사내가 들이닥친다. 이게 뭔 일이여 멍하니 보는데 신발도 안 벗고 그냥 막 자리에 올라서서 수상한 사람 못 봤느냐고 막 물어대 아니 그쪽이 젤 수상한데 도대체 넌 누구냐 외치는 덕임

덕임은 아직 정식 나인이 되기 전 생각시이니 세손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싶긴 하지만, 궐 내에 미복 차림으로 다닐 수 있는, 옥관자 단 사내가 흔하지는 않잖아 덕임아....ㅋㅋㅋㅋㅋ(여담이지만 선조들도 우리랑 똑같음. 궐 내에서 야근하는데 관복이 거추장스러워 미복 차림으로 일하다 걸려서 혼났다는 기록이 종종 나옴ㅋㅋㅋㅋ)

아무래도 싸우다가 정분난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서로 씩씩대는 게 딱 열아홉 열여덟인 것 같아서 귀엽기 짝이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지금부터 '덕임버스'에 올라타는 검미다...네에... 덕임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세손 저하의 모든 언행은 여태까지의 언행과 불일치 그 자체임. 덕임은 산에게 언제나 '예외'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모든 게 뜻대로 안 되고 모든 게 예상 밖이고 그런데도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사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생각시는 그렇다쳐도 저렇게 무례하게 굴면, 보통때의 산이라면 혼쭐을 내고도 남았을 텐데...

겨우 다섯냥짜리인 줄 아느냐, 동궁의 궁녀를 감히 매수하려 드느냐, '나는 세손 저하의 사람이다'가 산에게 결정적으로 꽂혀 버린 듯 하다. 이때 홀라당 반해 그 후로 그 모든 불경함을 참게 되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 아니 생각인데.

산에게 '믿을 수 있는, 언제나 내 편'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당시의 산은 사방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걸로 모자라 암살 시도까지 하는 무리가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홍덕로(우리가 아는 그 홍국영이다, 자가 덕로) 말고 사실 그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산에게 오늘 이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어린 생각시가 자신의 편이라며 매수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장면이 얼마나 가슴을 파고들었을지 충분히 알 만하다.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빗자루로 쫓겨난 산. 난생 처음 겪는 봉변인데도 순순히(?) 쫓겨나고 내가 여기 주인인데 중얼거리긴 해도 덕임의 무례함을 나무라거나 반성문을 써오라거나 뭐 그러지 않는다. 이후에 보면, 산의 성격상 덕임을 아주 많이 굉장히 많이 봐준 것이다.

#서고2 - 네 정체가 대체 뭐냐

덕임이 자신의 사람이라고 말했던 게 기뻤던 게 분명하다. 그러니 덕임이 생각시가 감히 손에 넣을 수 없는 산호노리개를 갖고 돌아오자 극렬히 분노하지. 제조상궁이 덕임을 불러 주자를 필사하라며 노리개를 건넨 속내는 뭘까. 처음부터 덕임에게 꽂힌 건 산만이 아니다. 제조상궁 조씨는 산을 제거하려는 세력인데 이상하게 자꾸만 덕임을 산의 후궁 자리에 밀어넣으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이번 필사는 또 무슨 계략일까.

자신의 서연 내용을 엿듣고 필사하여 적들에게(?) 넘기려 했다는 오해를 하는 산. 생각시가 하기에는 필사 내용이 너무 고급졌던 게 문제.

그러나 산에게 떠오른 정5품 상궁까지 될 수 있는 몸입니다, 의 그 영빈에게 가던 길에 만났던 소녀의 잔상. 그때의 기억이 산에게 굉장히 강렬하게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렇게 그때도 그렇고, 산은 '자신의 편'에 굉장히 민감하다. 자신이 가장 아팠을 때 자신의 편에서 위로를 건네고 자신을 도와주었던 생각시가 산의 마음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건, 덕임이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을 때 한 발자국 물러났던 것과 같은 마음인 거다.

그런데 내 편이 아닌 것 같으니 분노가 두 배로 세 배로 커질 수밖에.

알고보니 하찮은 생각시가 글씨를 너무 잘 쓴다. 글도 꽤 읽을 줄 아는 것 같다. 모든 게 예상밖이다. 증좌가 없어 두고보겠다고는 하지만, 산은 사실 덕임의 말을 믿고 싶은 거다. '세손 저하의 사람입니다'를.

여기서 어쩌다 세손은 겸사서 홍덕로라고 덕임을 속이게 되는데 - 덕임이 먼저 경연하는 경연관인 줄 알았다고 하긴 했으나 적극적으로 '겸사서'이고 이름은 '홍덕로'라고 하신 분은 저하이신데요... 먼저 속인 적 없다고 하시면 덕임이 쪼끔 억울한 면이 있어요... 여기서 그냥 말해줬으면 됐을 걸 왜 말을 안 해줘서는...

한성 제일 가는 미남자라고 소문났던 겸사서 나으리의 실물(?)을 처음 보는 덕임의 실망한 표정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기에 산이 황당하고 빡쳤어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내 실물은 그보다 모자라다는 것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소금까지 맞고 쫓겨났는데

그 모든 무례함을 참고 넘기는 걸 보면 이건 엄청난 예외임. 물론 이미 반성문으로 덕임이 괴롭히기 시작해서 벌은 따로 주고 있는 모양새이긴 했는데 막 소금 뿌리는 걸 참다니, 소금 맞고 더 화가 나는 게 홍덕로의 미모라니ㅋㅋㅋㅋㅋㅋ 세손 저하... 이미 늪에 빠지신 듯 하옵니다

#서고3 - 걔가 너구나

덕임이가 자신을 물에 빠뜨린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신 세손 저하는, 반성문을 다시 써오라 명 내리자마자 호다닥 미복으로 갈아입고 덕임이보다 더 먼저 서고에 가 계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성문 빠꾸 먹고 상심한 덕임이 표정이 기대됐나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 반성문 봐주는 사람이 덕임에게 반성문 써오라는 사람인데, 그걸 꿈에도 모르고 봐달라고 하는 덕임.

이때쯤이면 이미 두사람은 서로에게 제법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제법 정이 든 모양새다. 무례하게 소금까지 뿌려댄 덕임을 그래도 찾아가 겸사서인척 하는 세손이나, 씩씩거리며 쫓아내고서도 겸사서에게 도움을 구할 생각을 하는 덕임을 보면. 그러나 덕임이 반성문은 계속 빠꾸 먹고 덕임은 빡칠대로 빡치는데...ㅋㅋㅋㅋㅋㅋㅋ

#서고4 - 자신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홍덕로의 이끌림에 궁녀들의 축제 준비 현장을 보러 갔다가 덕임이 책을 읽는 것을 지켜보게 된 산.

근데 하필 덕임이 읽는 책에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떠오르고 만다. 나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아이란 말이요 외치던 아버지의 모습을. 사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일 결심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산의 존재가 컸다. 왕위를 계승할 다른 사람이 있고 그 아이가 자신의 손자인데다 영특하고 영민해서 기대할 만 하다면, 중간의 골칫덩이는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아버지의 죽음에 일조하게 된 산에게 그 사실은 큰 트라우마로 자리잡는다. 아버지가 받아야 할 사랑을 가로채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자식이라니.

너는 책을 읽어서는 아니될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깊숙하게 건드리며 이야기를 읽을 줄 아는 능력 때문에 덕임은 전기수 노릇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었으나,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덕임은 산의 말에 분개하지만 소금을 뿌릴 때나 세손에게 열받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 된다. 이때 산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이 훗날 덕임에게 산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도 같다.

#서고5 - 이쯤이면 많이 편안해진듯

세손에게 세손 뒷담화를 하는 덕임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겸사서가 호랑이를 잡아서 백성들을 구제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게 된 덕임은 적극적으로 산을 돕는다. 근데 사실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하잖아... 세손이야 직접 호랑이를 잡으려 호위병사인 익위사를 움직일수 있다 쳐도 겸사서는 글말 읽을 줄 아는 서생인데 호랑이를 잡겠다고 하는 게...

떨어지려는 덕임을 냅다 밀어 책에 코를 처박게 하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해 중얼거릴 만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손 저하는 단지 자신에게 덕임이가 떨어질까봐 밀어낸 것 같다니까...ㅋㅋㅋㅋㅋㅋㅋ

#서고6 - 서로가 달리 보이는

"훌륭하십니다"

빗자루로 몰아내고 소금 뿌려서 쫓아내고 지도 얼굴에 던지고 반성문 지옥에서 탈출할 수단으로만 보는 지경을 드디어 벗어난다. 책을 읽지 말라는 말에 빡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백성을 위해 호랑이를 잡으려 애쓰는 산을 달리 보기 시작한 덕임.

모두 호랑이를 세손이 잡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임금의 허락은 떨어지지 않고 덕로조차 말린다. 언제나 외로운 입장의 산에게 덕로마저 말리는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는 사람이 덕임이다. 말썽꾸러기 망둥이에서 덕임이 또 새로이 각인되는 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지점. 산의 표정에서 덕임도 처음으로 심쿵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덕임의 '개인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산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뭘 하느냐고 묻는다.

여전히 책을 읽어주고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산은, 책을 읽지 말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는 덕임에게 화를 내지만, 덕임은 네가 내 상사도 아니고 뭔 상관이냐는 말로 산의 입을 막아버린다. 이때 내가 네 상사다 한 마디면 끝났을 텐데....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가 뭐라 하건 난 책을 읽지롱 약올리는 저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가 막힌 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복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궁녀들의 축제에 혼자만 번을 서서 축제에 아예 참가를 못하도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길어져 결국 반으로 댕강 잘라야 할 것 같다. 2회부터 이러면 4회는 어떡하지....

때는 1764년, 세손 산이 열세살, 덕임이가 열두살, 둘다 어린이일 때. 으스스하게 시작한 데다 하석진 씨 특출 얘기를 들어서 하석진 씨가 사도세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덕임이가 장화홍련전을 들려주는 중이었다. 덕임이는 전기수(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사람) 노릇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대가로 돈을 받아 백냥 모으기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덕임의 이야기 실력은 나중에 덕임을 구하는 원동력이 된다.

 

덕임이가 모욕을 감수하면서까지 백냥을 모으려는 이유를 모르는 친구들은 왜 그렇게까지 돈을 모으냐고 묻고, 덕임은 백냥을 모으게 되면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하는데 - 결국 3회에 백냥 모으고 비밀을 말하게 됐네.

 

근데 이렇게 사적으로 돈놀이(?) 하는 거 안 되는 건데 제조상궁에게 딱 걸림

 

제조상궁은 당돌하고 영특한 덕임이에게 꽂히게 되고. 덕임이를 시험(?)해 보기 위해 영빈에게 조문을 다녀오게 시킨다. 그것도 한밤중에. 

 

걱정마 큰소리치던 덕임은 컴컴한 후원에서 길을 잃고 만다. 아니 호랑이도 막 돌아다니던데 어쩌자고 애를 한밤중에 조문을 보내요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제조상궁 양반

 

영빈의 조문을 가겠다고 했다가 할아버지 영조에게 혼만 난 산. 궁중의 법도라는 게 어렵고 짜증나는 것 투성이이긴 한데, 영조가 산의 조문을 막은 건 여러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다.

 

사도세자는 죄인으로 뒤주에 갇혀 죽었고, 영조는 세손 산의 정통성을 보호하기 위해 산을 자신의 죽은 첫 아들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시켰다. 고로 산의 법적 아버지 어머니는 효장세자 부부이고 고로 영빈은 세손의 친할머니이기는 하지만 친할머니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야 세손이 죄인의 아들이 아니라 정통성을 가진 왕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라서.

 

근데 산은 밤새 공부하겠다고 해놓고 몰래 처소를 빠져나간다. 이대로 영빈이 죽어서 못 전한 말이 산의 가슴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덕임은 헤매는 산을 만난다. 몰래 조문 가는 거라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산은 세손의 배동이라 둘러대고, 어째 산이 앞장서서 덕임에게 길을 인도하는 모습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이산, 덕임과의 첫만남은 속임수로 시작하는 거, 어렸을 때부터였어... 두 번 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덕임이 입장에서는 배신감 오질 만도.

 

이래봬도 난 (가만히 존버하면) 정 5품 상궁까지 될 수 있는 몸이야.

무품이자 지존인 산에게 그 정 5품 따위는 우습기만 하지만, 덕임은 세손의 배동으로 알고 있는 산을 비웃음. 넌 과거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맞는 말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궁 정도 되면 당하관은 함부로 못했다고 함. 

 

아무튼 이 대화는 산의 뇌리에 쏙 박히게 되는데.

 

이 드라마에 쏙 빠지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미감도 큰 몫을 했다. 드라마 내내 감독의 연출 방식이나 구도, 미술이 너무 맘에 든다. 영빈에게 가는 길에 마련된 이 불빛이 마치 아이들을 그리로 이끄는 듯 하다.

 

알고 보니 산은 몰래 조문온 것. 후궁에는 왕 이외의 사내가 드나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법도. 아무리 어린아이라 해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덕임은 산의 뭔가 사연 있는 얼굴과 말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산을 도와주기로 한다. 정식으로 안 되면 몰래 들어가지 뭐.

 

어렸을 때부터 담 넘는 데는 도가 텄더라 성덕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끙끙대는 산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저 눈빛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은 영빈 앞에서 그만 참았던 울음과 아픔이 터지고 만다.

 

영빈은 영조의 후궁으로, 사도세자의 친모이고 세손의 친할머니다. 사도세자가 영조와의 갈등으로 미쳐 날뛰자 세손을 구하기 위해 영빈은 큰 결심을 하고 영조에게 나아가 세자를 죽이라 부탁한다. 이미 사도세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심 중이었던 영조에게 영빈의 고변은 좋은 핑계가 된다. 결국 뒤주 안에서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

 

산의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나서서 죽여 달라고 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도 않을 것이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고.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며 영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산. 영빈이 죽고 나니 그때 했던 말이 사실을 진심이 아니었다고 용서를 구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아들을 제손으로 죽이고 손자에게 큰 오해를 산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영빈의 참담한 심정은 말해 무엇하랴.

 

죽은 사람은 다 알아.

 

차분하고 다정하게 산을 위로해주는 덕임. 눈물을 닦아주고, 산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준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바람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지 않았느냐고, 그게 영빈이 너의 마음을 알고 어서 오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너를 이미 용서했다고, 네가 온 것이 반가우셨을 것이라고, 산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산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아, 근데, 1회에는 정말 많은 복선이 깔리지만, 이 대사는 결정적일 것 같다.

 

죽은 사람은 다 알아.

 

나중에 의빈을 먼저 보내고 산은 이 말을 복기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정말 다 아느냐고, 내 마음을 알고 있느냐고.

 

갑자기 영조가 들이닥치고, 덕임은 산을 먼저 탈출시키지만 자신은 탈출에 실패해 영조와 마주친다.

 

영조에게는 여러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그중 영빈 이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딸 화평옹주를 가장 좋아했다. 덕임에게서 화평옹주의 모습을 본 영조는 자애로운 할아버지가 되고. 덕임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게 된다. 

 

임금은 후궁의 발인을 지켜볼 수 없다는구나.

임금이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이 또한 강력한 복선이 될 것 같다. 의빈 성씨가 죽은 후 정조가 행했던 모든 파격적인 일들에 저 법도를 깨부수는 장면이 들어갈 것 같아서이다. 

 

아마 정조는, 의빈의 발인을 지켜보고 끝까지 함께할 것 같다.

 

덕임에게 영빈이 직접 쓴 책을 하사품으로 내리는 영조. 저 책이 훗날 무슨 일을 할 것 같다.

 

영빈의 상여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제조상궁이 하는 말들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제조상궁은 정치적으로 세손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고, 홍인한(홍정여)과 힘을 합해 세손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애쓰는 인물인데, 덕임이에게 저런 후궁이 되어야 한다고 몰아붙이듯 얘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엉...

 

상궁들의 상궁인 제조상궁이 되어 막강한 권력과 권세를 휘두르지만, 늙고 병들면 궁에서 쫓겨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제조상궁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인듯. 임금의 총애를 얻어 궁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킹메이커가 되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을 제손으로 간택하겠다는 뜻일까. 그럼 자신의 사람을 세손의 후궁으로 심어 스파이로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동궁의 궁녀라고 했느냐? 혹시 아느냐. 너의 운명도 이 책의 주인과 닮을지. - 영조

(영빈의 상여를 보며)너도 저리 되고 싶겠지. 꿈을 품는 거야. 너도 틀림없이 저리 될 수 있다고. - 제조상궁

 

두사람이 아예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덕임의 운명을 얘기한다. 덕임 역시 사랑받는 후궁이 되어 궁에서 죽어나갈 수 있는 영광(?)을 누릴 거라고. 그러나 그 길이, 영빈이 그랬던 것처럼, 마냥 행복하고 설레고 축복받은 것만은 아니라고.

 

어린 홍국영(홍덕로)는 아예 야심을 드러내놓고 산을 주인으로 모시고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덕임은, 궁녀의 운명이 모시는 주인의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이 죽으면 궁을 나가야 하는 궁녀의 운명. 아직 백 냥을 다 못 모았는데 쫓겨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오갈데가 없고 가족도 없는 덕임은 궁밖으로 쫓겨나면 큰일난다. 그리하야 자신의 주인인 동궁 - 즉 세손을 지키기로 결심하는데.

 

영조는 천한 무수리였던 숙빈 최씨의 아들이었다. 어미의 천한 출신 때문에 숙종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소문까지 떠돌았던 치욕을 감내해야 했던 영조는 출신이 늘 큰 컴플렉스였고, 영조가 미쳐 날뛰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사기>의 저 한구절 때문에 <사기>를 아예 못 읽게 하는 것. '이모비야. 어미가 종이었다'는 저 구절 때문에.

 

그러나 세손은 몰래 그 책을 읽고, 세손을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그 사실을 영조에게 흘린다. 참고로 저기 나오는 영조의 후궁이 바로 숙의 문씨인데, 문숙의는 사도세자를 죽이는 데 앞장섰고 세손을 끌어내리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서 이번 음모를 주도했다. 동궁의 궁녀를 매수하여 동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이렇게 영조에게 흘리는 것.

 

어린 나이에 석고대죄를 하는 산. 영조의 분노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새벽에 뒷간 간다고 일어났다가 사건에 휘말린 덕임은 <사기>를 몰래 훔쳐 가지고 있었으나 들킬 위기에 처하자, '이모비야'가 적힌 책의 페이지만 찢어 덕로가 발견하게 만든다. 야사에서는 덕로가 이 페이지를 미리 찢어두었기에 산이 위기를 모면한다고 나오는데, 그걸 덕임의 에피소드로 만든 듯 하다.

 

차라리 안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래 안 읽었구나 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데 거짓말을 못한다. 거짓말을 못하고서 왕이 되겠다니, 산을 보는 영조의 마음이 복잡하다. 이제는 <사기>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근데 그 부분을 왕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찢은 것으로 생각하는 영조는 크게 기뻐한다. 남에게 보여주고 산을 용서할 구실이 생겼다. 이봐라, 내가 그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고 벌을 주는 이유는 '이모비야' 그 구절 때문인데 내 손자는 나를 헤아려 그 부분을 찢고 읽었다지 않느냐, 이렇게 얘가 내 마음을 잘 안다, 영조와 산 모두에게 이번 사태를 빠져나갈 좋은 구실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죽다 살아난 산은, 그 부분을 찢고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살아난 산은, 권력의 비정함과 살떨림을 새삼 경험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나를 아껴주시는 듯 하지만 한 발자국만 삐긋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겠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그 부분을 자신이 찢었다고 말하고 세손의 총애와 믿음을 얻는 덕로.

 

덕임은 그 살떨리는 현장에서 겨우 나와 아예 앓아눕고, 산은 영빈의 처소에 함께 간 궁녀를 찾고 싶어 하지만 어머니의 말을 듣고 포기한다. 안 그래도 큰일날뻔한 아들이 궁녀 때문에 또 무슨 시끄러운 일에 휘말릴지 몰라(몰래 영빈의 처소에 간 것을 들키면 큰일난다) 궁 밖으로 나간 셈으로 치자는 혜경궁.

 

산은 알겠다고, 그깟 궁녀 금세 잊겠다고 하지만...

 

덕임이 비슷한 애가 지나간다 싶자 앞뒤 안가리고 달려가 확인한다. 어렸을 때부터 저돌적이구나 세손 저하...

 

그만큼 덕임이 주었던 위로가 컸던 것이고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잊기로 하고 마음속에 간직, 하고 끝내는 것 같은데.

 

맛있는 클리셰. 이렇게 주인공들은 스쳐 지나가서 만나지 못하고 이제 얘들은 열여덟(덕임), 열아홉(산)이 됨미다

 

영조에게 하사받은 책 사이에 '이모비야'를 끼워 갖고 있는 덕임. 그땐 내가 정신이 나갔었지 정도로 넘기고 덮지만, 저런 게 방에 있으면 꼭 사고가 나게 되어 있음...

 

망둥이처럼 뛰어 지름길로 달려가는 개구쟁이 성덕임. 그러나 삐긋하게 되고 누군가와 부딪치게 되는데

 

핫쒸... 난 진짜로 이런 줄 알았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서로 얼굴 보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었음

하아... 지금 드라마에 꽂히면 안 되는데, 시작 전부터 뭔가 꽂힐 기미(?)가 보였던 드라마에 결국 꽂히고 말았다. <옷소매 붉은 끝동>... 사실 원작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드라마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제작진이 역피셜을 많이 반영한다고 하여, 아니 이럼 이야기가 다르지 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원작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이 나올 때에는 정조의 의빈 사랑이 오피셜화(?) 되기 전이어서 나중에 원작가가 역피셜을 알고 많이 아쉬워했다고, 그래서 드라마에는 역피셜을 많이 반영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역피셜 자체가 드라마 그 자체다. 

 

의빈성씨(1753 - 1786). 성가 덕임. 성은 성씨요, 이름은 덕임.

 

우리가 으리으리한 집안에서 간택되어 들어간 후궁도 아니고 일개 승은후궁(임금이 승은을 내려 된 후궁)의 이름과 출생, 일대기를 세세하게 알 수 있는 건, 바로 정조의 집착에 가까운 기록 때문이다. 정조는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담아,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을 행하며 이 사랑하는 여자에 관해 기록을 남겼고, 덕분에 우리는 정조가 그 여인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그 여인을 얻기 위해 무려 15년을 기다리고 두 번 차였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다. 

 

역피셜로 알아본 의빈 성씨의 생애.

 

의빈의 신분은 중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궁녀는 천민에서만 뽑아 들이기로 법적으로 정해 놓았으나 후기에 이르면 자신이 직접 양인 출신이나 가까운 지인의 딸 등을 궁녀로 뽑아 옆에 두었던 기록이 있고, 궁녀는 그 시대 보기 드문 전문직 여성(월급이 따박따박 나오고 휴가도 있고 죽을 때까지 몸만 성하면 일할 수 있음)인지라 궁으로 밀어 보내는 양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의빈은 정조의 친모인 혜경궁 홍씨 집안의 청지기의 딸로, 혜경궁이 직접 길렀다고 한다. 10세 전후로 궁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혜경궁의 두터운 사랑을 받았다. 정조의 표현에 의하면 의빈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 성품부터 재주까지, 미모부터 능력까지 두루두루 갖춘 그야말로 엄친딸인데 정조의 콩깍지(?)를 감안하더라도 임금의 승은을 두 번이나 거절할 배짱까지 있는 아무튼 대단한 여인이었음이 분명하다.

 

 

정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종 다음으로 좋아하는 왕으로, 그 우여곡절 많은 인생 때문에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정조의 비극은 숙종 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의 삼각관계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된다. 장희빈은 숙종에게 첫 아들인 경종을 안겨주었으나 투기 어쩌고 저쩌고, 저주 어쩌고 저쩌고...라기보다 장희빈으로 대변되는 남인과 인현왕후로 대변되는 서인의 싸움에서 패하면서 사약을 받고 죽었다. 숙종은 화려한 여성 편력에 비해 아들이 귀했는데(조선 후기로 가면서 자손이 귀해진다) 그나마 숙종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살아남은' 아들은 경종과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 금 뿐이었다.

 

경종은 몸이 약하고 후사가 없었으니 연잉군이 왕세제(弟)가 되었는데, 연잉군의 어머니가 바로 그 유명한, 무수리 출신의 숙빈 최씨다. (궁녀들의 시중을 들던 비자- 즉 종의 아들) 출신에 대한 컴플렉스(심지어 숙종의 친자가 아니었다는 소문까지 돌았으니) 때문이었는지, 영조는 종잡을 수 없는 기이한 성정의 인간이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미워하고 사랑함의 정도가 극과 극이었다.(어쩌면 숙종을 닮은 건지도...) 

 

문제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영조의 미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영조는 나이 마흔 넘어 얻은 귀한 아들을 처음에는 엄청 사랑했으나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자 미워하기 시작, 나중에는 사도세자를 만나고 나면 귀를 씻어버릴 정도로 아들을 싫어했다. 드라마 1회에 나오지만, 영조는 사도세자가 어긋나자 사도세자의 아들 산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아들을 직접 죽인다. (그 유명한 임오화변-뒤주에 세자를 가두어 죽인 일)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 - 가 여기서 나온다. 영조는 정조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죽은 자신의 첫아들 효장세자의 아들로 법적 입적을 시켰으나 엄연히 친모인 혜경궁 홍씨가 살아 있고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이들은 연산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정조가 왕이 되지 못하도록 온갖 훼방을 놓았고 암살 시도도 한다. (무려 실록에 기록된 사실) 그 모든 개인적인 그리고 공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조는 우리가 아는 성군이 된다. (그리하여 온갖 영정조 치세를 완성하여 시험의 단골 문제가... 쿨럭... 아님미다...)

 

정조는 여자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 시절 꽂힌 첫사랑 덕임 말고는 다른 여자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정조가 덕임에게 처음으로 차인 게 15세 때... 이때 덕임은 울면서 아직 세손빈이 아이를 낳지 못했으니 자신이 감히 그 명을 받을 수 없다며 울며 거절했다고 한다. 두번째는 정조의 간택후궁인 화빈이 들어올 때쯤인데.

 

덕임 입장에서는 정조가 진짜 미치고 팔딱 뛸 타이밍에 자꾸만 승은을 내리겠다고 한 걸수도... 있다. 15세 때의 정조는 말해 뭐해... 그때는 세손이었고, 영조는 아침 저녁 기분이 다른 지랄맞은 인간이어서 끊임없이 세손을 시험에 들게 했고 더구나 아버지 사도세자가 여러 궁녀를 건드려 자식들을 본(3남 1녀를 후궁에게서 얻음) 사실을 영조가 얼마나 싫어했는데, 세손빈을 젖히고 먼저 아들이라도 낳으면 사실상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행을 이어가는 셈이 되니.

 

근데, 저 시대에 아랫사람은, 특히 궁녀는, 왕이 내리는 승은을 거절할 위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위치의 사람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인데, 그런데도 승은을 거절했고 정조는 알았다고 하고 기다린다. 무려 15년을!

두번째 승은을 내리려 했을 때는 화빈이 간택되어 궁에 들어왔을 때인데, 그 당시로서는 늦은 나이인 서른이 넘도록 정조는 자식이 없는 상태였고 간택 후궁이 막 궁에 들어왔고, 덕임이는 지금도 살짝 늦은 나이인 서른이어서 후사를 볼 가능성도 낮았는데 임금이 다른 여자는 거들떠도 안 보고 오직 자신에게만 꽂혀 있으니 입장이 굉장히 난처했을 것이다. (화빈이 난리를 치고 투기를 부릴 만 했...)

 

정조는 첫번째 거절 후에도 의빈을 그냥 자기 여자로 생각했던 것 같다. 직접 쓴 글에 의빈을 후궁의 반열에 둔 지 20년이라는 말이 나온다...(실제로 의빈이 후궁으로 산 건 6년 정도니까) 

 

어쨌든 두번째는 받아들이고 그 후로 6년 동안 다섯 번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였으니... 심지어 정조는 의빈의 처소에서 경연까지 열었을 정도(실록에 기록됨...)이니 그냥 의빈의 처소에서 살았다고 보면 된다. 두 번의 유산은 이재난고에만 기록되어 있어 아니라쳐도 세 번은 확실하다. 문효세자, 옹주, 그리고 뱃속의 아이.

 

문효세자가 죽지 않고 살았더라면, 조선 후기는 좀 달라졌을까. 정조 사후에도 어른이었을 테고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영특했다고 정조가 사방팔방 자랑했다니(우리 애 똑똑하지 않니 첫 자랑이 세자 한 살때였...) 뭔가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슬픈 가정. 그러나 비극은 정조와 의빈을 덮친다. 옹주는 태어난지 두 달만에 죽고, 문효세자도 다섯 살에 홍역으로 사망한다. 문효세자가 죽은 지 다섯 달 만에 만삭이던 의빈이 죽는다. 오늘날로 치면 임신중독증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는데, 그 당시에는 멀쩡하던 사람이 이유도 없이 죽은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독살 의혹까지 있었다고 한다. 

 

독살 의혹은 정조가 직접 부인하면서 일단락된다. 의빈이 죽기 전까지 정조가 '직접' 약을 일일이 살피고 먹는 것과 잠자는 것, 씻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극진히 간호를 했기에 그럴 리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 후로 정조는, 워커홀릭이 되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업적을 이루어낸다.

 

사랑한다, 참으로 속이 탄다. 네가 죽고 나서 나와 헤어졌다.
- 정조, 《어제비문》
사랑하는 빈의 불행한 운명은 위에 적힌 사실과 같다.''
- 정조, 《어제의빈묘표》#
"빈(의빈)을 후정(후궁)의 반열에 둔지 지금까지 20년이다."
嬪之置後庭之列廿載于玆
  - 정조, 《어제의빈묘지명》#
"너 또한 내가 슬픔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슬퍼할 것이다."
"而亦哀予之不能忘哀也" 
- 정조, 《어제의빈치제제문》#
"살아있는 나와 죽은 네가 끝없이 오랜 세월동안 영원히 이별하니, 나는 못 견딜 정도로 근심과 걱정이 많다."
"我思矣千古之訣"
- 정조, 《어제의빈삼년내각제축문》#
"전송하는 내 마음을 누가 갖고 나가서 애모를 표하겠는가. 내가 생각하노니 영원토록 이별하는구나."
"我送以文疇其相紼云我思矣千古之訣" 
- 정조, 《어제의빈삼년내각제축문》#

(출처가 나무위키이긴 한데, 정조가 직접 쓴 것들이 맞다)

 

이후 정조는... 순조가 태어나기 두 달 전에도 의빈의 사당에서 밤을 샐 정도로 의빈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데 전념을 다한다. 온갖 파격적인 행보가 뒤따른다. 저렇게 절절하게 고백하는 제왕의 기록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 아마 그냥 남자와 여자로 만났다면 뒤따라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슬퍼했다. 혜경궁도 정조가 의빈의 죽음에 크게 상심하여 슬퍼하니 몸을 해칠까 전전긍긍했다고 한중록에 기록했다.

 

나는 왕이어서 죽을 수도 없다. 이처럼 슬픈 말이 있을까. 왕이기에 어쨌든 다른 여자에게서라도 후사를 보아야 하고 왕이기에 의빈만 생각할 수 없다. 그걸 알기에 의빈은 죽기 전 제발 효의왕후의 침전에도 자주 거둥하여 후사를 꼭 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정조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답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

 

의빈과 문효세자를 궁 지척에 두고(이것도 엄청난 파격) 하도 보러 다녀서 오늘날 효창공원 인근에는 거둥고개라는 곳이 있다. (임금이 하도 거둥을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조가 쓴 글들을 보면 구구절절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픈 곳이 많다. 슬프고 한스럽고 애타는 마음이 끓어넘친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얼마나 그리운지, 얼마나...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을 알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이건 결국 비극일 수밖에 없으나...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원작 소설의 저 마지막 문장이 이 두 사람을 말해주는 것 같다. 정조는 결국 의빈을 후손들이 기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정조의 원앤온리가 의빈이었음을, 이 두사람의 사랑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드라마를 본다... 아... 4회밖에 안 했는데 눈앞이 캄캄해... 난 이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잡혀 있을 것 같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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