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후반부는 마계까지 굴러 떨어져 마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욱봉의 고단하고 복잡하고 비참한 마음과 애증을 상세히 보여줘야 했는데

하... 이때조차 욱봉은 분량 실종에 입전개에... 남주 연기로 살렸지 즌쯔...

 

다시 월하선인의 입전개가 펼쳐지고요... 네에...

이렇게밖에 할 수 없나 싶지만 월하선인이 고맙게 나서주지 않았다면

또 오해는 평생 풀리지 않았을 거 같아 그냥 만족하기로 함....

이미 금멱과 월하선인을 통해 들은 얘기지만 상세한 얘기를 들으니 심장이 내려앉음

 

금멱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치렀던 그 많은 대가와 희생

화신의 딸로 남들보다 많은 색을 보다가 흑과 백밖에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떨어졌음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음

그 모든 희생을 치르고 살려낸 목숨, 그것이 바로 자신이다

 

금멱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아니, 최소한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해와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온힘을 다했다

마존의 심장이 내려앉다 못해 무너진다 

그럼 그 긴 세월 동안 난 대체 뭘 한 거지

날 위해 희생하고 대가를 치렀던 저 여자를 오해하고 미워하고 상처주고

어쩌면 아직도 저 여자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금손의 움짤을 주웠음. 너무 예쁘다

이게 연극이냐 아니냐 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연극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욱봉의 성정 자체가 아, 계획에 없던 금멱이 나타났으니 연극에 이용하자 이게 되지도 않고

갑작스런 상황에서 금멱을 이용할 만큼 욱봉의 사랑이 얕지도 않고

연극을 했으나 진심이 섞여 있었다기보다

이제 드디어 확인한 금멱의 진심, 금멱의 희생에 너무나도 벅찬 나머지

숨기고 누르고 감춰왔던 욱봉의 마음이 터져 나오면서

진심을 드러냈는데 그것이 한 편의 훌륭한 연극을 완성한 것이다

(이 비슷한 글을 다른 사이트에 썼는데 생각은 비슷함)

 

마음을 숨기거나 감출 핑계도 여력도 없고 그럴 이유도 뭣도 없고

금멱을 사랑해서 차마 죽이지 못하고 사실 어떻게든 옆에 두고 싶었던 욱봉의 진심이

이제 숨기지도 누르지도 않아도 되는 상황에 터져 나왔던 것

그리고 이것이 수화의 유리정화를 이끌어냈다. 수화도 이게 욱봉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수화가 저지른 온갖 악행을 생각하면, 게다가 수화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하면

(수화가 저지르면 윤옥이 그걸 받아먹어 완성했다고나 할까)

수화를 결코 용서할 수가 없지만, 수화의 비참한 마음도 이해는 간다

 

마존이 혼인하자 한 것은 진심이었다 생각한다

다만 수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금멱에게 향하는 부질없는 마음을 누르고자 한 것이다

수화를 이용한 것은 맞다, 그러니까. 

수화가 진짜 아내가 되면 성정상 수화에게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욱봉은

다만 끝까지 마음은 주지 않았겠지, 줄 마음이 없으니까

 

혼례를 수화의 정체를 밝히는 데 쓸 계획을 쓰면서 이용당할 수화는 별상관 안 했음

정작 걱정한 건 가짜신부 노릇을 할 류영, 류영의 남편인 모사 그리고 류영의 아버지 변성왕...

다른 계획으로 수화의 정체를 유도해낼 수도 있었는데 혼례를 이용했음

수화에 대한 욱봉의 마음은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자신을 살려낸(그랬다고 생각한) 생명의 은인에 대한 고마움 

 

수화와 금멱의 설전이 오갔던 이 장면의 욱봉을 가만히 보면

욱봉이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망설였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계속해서 금멱이 찾아와 괴롭고 힘든 가운데 금멱을 자꾸만 믿고 싶어지고

월하선인이 찾아와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은 말을 하고

수화의 언행에서 수상한 점은 계속 발견되고

사실 심증은 있지만 물증만 없는 상태에서 욱봉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과연 이 모든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욱봉의 말처럼 이 일의 근원을 따지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화가 시작했지만 윤옥의 계획과 맞물려 들어가서 완성된 일.

윤옥을 움직이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의 생모인 천후이다.

수화를 움직이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이다.

수화는 수신과 풍신을 죽여서 욱봉의 천제 자리 등극에 반대되는 세력을 없애고

욱봉의 모습으로 수신과 풍신을 죽여서 금멱마저 욱봉 옆에서 제거하려 했다

 

여기서 수화는 욱봉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욱봉이 천제 자리는 조금도 탐내지 않았다는 것, 오직 금멱만 원했다는 것

 

결국 이 모든 일의 근원에는 바로 욱봉 자신과 욱봉의 생모가 있는 것이다

일이 간단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최대 피해자지만 이 일의 근원에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아이러니

(게다가 금멱과 금멱의 어머니는 아버지인 천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무 죄없는 금멱은 자신이 사랑한 여자라는 이유로

수신과 풍신 그리고 생모를 잃었다

이 모든 일이 사실로 드러날 때 과연 자신은 금멱의 사랑을 갈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

 

금멱이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려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잠시 금멱이 수화를 친히 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금멱 실력으로 무리...

결국 마존은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나서서 수화를 처단한다

 

수화에 대한 상반된 마음과는 별도로, 금멱을 위해서라도 수화는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수화의 조족 족장 자리를 빼앗고 영력을 모두 회수하는 마존

수화를 저리 만든 건 바로 자신이다. 

아니, 사실 수화의 마음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아니었다면 수화도 저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금멱이 그로 인해 저 많은 고통을 견디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

 

영력의 반을 없애 스스로를 벌한다

그것이 그나마 금멱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법이다

 

얼마나 현타가 올까

이 나락으로 떨어진 게 바로 자신으로 인한 거다

금멱이 저렇게 힘든 것도 수화가 저렇게 된 것도 모두 자신 때문이다

 

사실을 밝히기 두려워하며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는데

어쩌면 욱봉은 이미 그때 이 모든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금멱을 위해서라도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마음과

내가 금멱의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는 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웠을 텐데

 

이 모든 것을 세심하게 읊어주지 않고 그냥 말로 떼우고 배우 연기로 덮으니

이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처럼 느껴지고

마존이 저렇게 허탈한 심정으로 혼례식장을 빠져 나간 게 설명이 안 되지

 

그래서 금멱 역시 마존이 잠시나마 내보였던 진심조차 연극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 아이러니

 

금멱은 사실 마존의 마음을 이해했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어쩌면 금멱인지도 모른다

수화가 욱봉을 차지하기 위해서 부모님을 죽이고 자신은 욱봉을 찌르고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절망감에 몸부림치다

자신의 두 눈을 내어주고 목숨을 걸고서야 일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었다

 

수화가 결국 영력을 모두 빼앗기고 신선도 인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빠져

살아 있는 것이 죽기보다 힘든 상황에 빠지고

욱봉은 터덜터덜 걸어나가고 

빚은 거의 갚았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모든 것이 그저 허탈하고 슬펐으리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