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가 16회 빼고 가장 이리에 나오키의 마음이 분명히 드러난 회차이고 그래서 가장 재밌는 회차였다. 나오키에게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 같은 회차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홧김에 했던 첫번째 키스와는 완전히 성질이 다른, 두번째 키스가 있었던 회차이기도 하다. 물론 코토코는 결혼식날까지 몰랐지만.

 

 

아버지와 나오키의 부모님은 규슈로 떠나고 나오키는 독립했으니 유키와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야 했던 코토코.

 

그러나 천만뜻밖에 유키 군이 몹시 아프다. 나오키는 연락이 되지 않고 부모님은 멀리 계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처음엔 자신이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때문인 줄 알았으나 같이 먹었는데 유키만 아픈 걸로 봐서 그건 아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긴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친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당황한 코토코. 이리에 군과 어떻게든 연락이 닿아야 한다.

 

 

 

코토코의 친구들이 총동원되어서 간신히 킨짱이 이리에 군을 데려왔다.

 

이리에 군이 킨짱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건 딱 두 번인데, 이게 그 첫번째다. 둘 다 이리에 군에게는 나름 큰 깨달음이 아니었나 싶다. 킨짱이 아니었다면 유키는 아침까지 수술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이리에 군은 격식을 갖춰 킨짱에게 감사하고 킨짱의 잔소리를 묵묵히 듣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주위 사람과 나누라, 는 킨짱의 충고가 이리에 군의 마음에 와 박혔던 것 같다. 이날 밤 코토코에게 속마음을 깊이 털어놓은 것을 보면.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코토코에게 고마워하는 이리에 군.

 

항상 그랬다. 코토코는 자신의 평온한 일상을 흐뜨려 놓은, 나오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처치곤란한 존재였다. 항상 자신에게 곤란한 일만 일으켰던 코토코. 코토코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건, 코토코로 인한 사건사고가 한 몫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 코토코에게, 처음으로 나오키는 신세를 지게 된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간단한 수술인 줄 알았는데, 사실 코토코가 없었더라면 동생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오키는 나름 큰 충격을 받았던 듯 하다. 만약 그랬다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집을 나왔던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유키는 정말 코토코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한다, 덕분에 무탈했으니.

 

안 그래도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던 존재였던 코토코가, 또 다른 의미를 더해 다가온다. 코토코 혼자 얼마나 당황하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미안하고 고맙고,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었을 거다. 그러니 꼭 안아주었겠지.

 

여기서부터 나오키의 독특한 애정표현이 나왔던 것 같다. 키 차이가 워낙 나서인지, 나오키는 코토코가 사랑스러울 때면 꼭 저렇게 뒤에서든 앞에서든, 이마든 머리든 만지더라. 시즌2에 들어가면 플러스 키스까지. 무뚝뚝하고 살가운 애정 표현을 잘 못하는, 아니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오키의 가장 살가운 애정 표현이라, 저 행동이 나오면 마냥 좋더라. ㅎㅎ

 

 

 

대만판 악작극지문의 즈슈가 전체적으로 좀 더 다정하고 두 사람의 감정묘사가 좀 더 세밀했던지라, 일본판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이 씬은, 일본판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다.

 

일단 나오키가 주변 상황에 떠밀려 코토코를 집으로 데려간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의지로, 먼저, 코토코를 집으로 데려갔다는 게 좋았다. 마츠모토와 동거하지 않는다는 것도 직접 말로 하지 않고 그냥 코토코 네가 멍청해서 오해한 거야, 정도로 풀어내던 나오키가, 이 집에 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라고 분명하게 말해주었던 것도 신기하고 놀랍고.

 

너는 나에게 남다른 존재다, 라는 의미라는 걸 코토코는 몰랐겠지만. (그저 마츠모토도 안 와본 집을 와본 걸 좋아할 뿐...)

 

 

코토코는 이 집에 나오키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지만 정작 나오키는 왠지 덤덤해 보인다.

 

정말 나오키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일까? 코토코가 추울까봐 먼저 샤워하라며 코토코를 보는 나오키 표정은 몹시 따뜻하다. 어쨌든 코토코가 이 밤에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불편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건 연락이 되지 않았던 자신과 유키 때문이 아닌가.

 

먼저 샤워하라고 권하고 자신의 옷을 건네주는데 전혀 망설임도 신경질도 없다. 놀려먹는 것도 없고 빈정대는 건 아예 없다.

 

나오키에게 코토코는, 적어도 이날 밤이라도, 몹시 고마운 사람인 거다.

 

 

코토코 혼자 긴장한 것도, 앞서 나간 것도 아니었다. 나오키 역시 신체건강한 남자이고, 몹시 신경쓰이는 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아무렇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나오키에게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일은, 나오키가 어른 남자로 홀로 설 수 있느냐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님과 한 집에 살긴 하지만, 그건 나오키가 부모님 손에 휘둘려서가 아니니 아무렇지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쩌면 나오키는, 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코토코와 이 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그럼 독립한 의미가 없어지는데. 코토코 혼자 앞서나간 게 아니라 나도 너와 비슷한 마음이지만, 참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거다, 자세히 설명해 주는 나오키.

 

이후에도 나오키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 진로와 미래, 갈등과 아픔 같은 것들을 오직 코토코와만 나눈다. 입으로는 어머니가 밀어붙이는 코토코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버티지만, 나오키 본인이 제일 많이 코토코를 필요로 하고 코토코에게 기댔고 코토코와만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딜레마가 나오키를 사호코와 결혼하겠다는 엉뚱한 자기괴롭힘의 길로 밀어넣었던 게 아닐까 싶고.

 

조곤조곤 왜 집을 나와 혼자 사는지 이야기하는 이리에 군. 코토코는 비로소 나오키의 큰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

 

 

 

아마 이리에 군은, 코토코에게 얘기를 하면서, 코토코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았나 싶다.

 

이리에 군의 미래를 결정한,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단서가 코토코의 입에서 나왔다.

 

유키의 수술과 코토코의 믿음을 계기로, 나오키는 의사라는 직업을, 의업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정말 그 길로 가고 싶은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말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지 못해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던 나오키에게, 코토코가 등불을 비춰준 것 같다.

 

이러니 나오키가 어떻게 코토코의 손을 놓을 수 있었겠는가. 그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 문제만이 전부가 아니었던 거다. 코토코는 언젠가부터 이리에 군의 가족이었고, 기댈 수 있고 상의할 수 있는 친구였고, 신경쓰여 견딜 수 없는 좋아하는 여자였다. 어느 하나 쉽게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꼭 이런다니까, 중요한 순간에.

 

라고 중얼거리던 이리에 군은, 과연 코토코가 먼저 잠들어 버리지 않았다면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나한테 소중한 게 뭔지, 흥미로운 게 뭔지 조금씩 깨닫게 된 것 같다고 말하던 이리에 군은 과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너, 라는 거겠지. 코토코가 깨어 있었어도 그 말을 해주진 않았을 것 같지만.

 

코토코를 가만히 바라보는 이리에 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긴장하고 설레하는 것 같더니 먼저 잠이나 들고 바보 코토코. (잠이 오더냐 잠이) 오늘 하루 코토코는 참으로 힘들었을 거다. 코토코가 고맙고 코토코가 더욱 사랑스러워진 거다.

 

 

 

 

일어나니 옆자리가 비었다. 코토코를 찾던 나오키는, 코토코가 커피를 끓여놓고 먼저 병원으로 간 것을 알게 된다.

 

10회 후반부는 유난히 이리에 군의 미모가 빛난다......................... 그건 이리에 군이 코토코 때문에 설레고 코토코를 사랑스럽게 여겨 눈빛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코토코가 끓여준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 조금은 설레는 듯한 이리에 군.

 

간밤을 전후로, 이리에 군에게 코토코의 의미는 또 한 번 더 달라졌다. 그걸 암시하는 듯한 찬란한 아침 햇살.

 

코토코는 단순히 폐만 끼치는 민폐덩어리도 아니고, 귀찮게 달라붙어 좋아한다 외치는 바보도 아니다. 코토코에게 여러 가지로 기대고 신세를 졌다는 것을 , 코토코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나오키는 분명하게 깨달은 듯 하다. 그래서 이날 이후, 나오키는 코토코에게, 오직 코토코에게만 제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나보다.

 

 

 

유키를 간호하기 위해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간 것으로도 모자라 유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놓고 코토코식의 응원까지 준비한 것을 보는 나오키는 고맙고, 고맙다못해 사랑스럽다. 마음이 몹시 벅찼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오키는, 첫번째 키스처럼 뭘 의도하거나 하지 않은 채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서, 키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너무나도 예뻐서. 안 하고 배길 수가 없어서.

 

 

나오키가 몰래 도둑키스를 하고 갔다는 것을 코토코는 결혼식날까지 모르지만, 느낌이 있었나보다.

 

코토코 식으로 나오키와 꿈에서 키스를 했으니까.

 

 

아마 유키에게는 충격과 공포였을 거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형이 먼저, 형이 저 바보 코토코에게, 그것도 몰래, 키스했다! 첫번째 키스 얘기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두번째 키스는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왠지 코토코가 달리 보일 수밖에.

 

나오키는 숨기고 감추려고, 자기 본 마음을 모른 척 하려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는지 모르지만, 이러니 가족이 나오키가 사호코와의 결혼을 밀어붙였을 때 모두 나오키를 걱정했던 거겠지. 나오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부모님은 물론 유키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코토코 네 말이 맞아. 이리에 군 역시, 오래 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표현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이번 회차는, 나오키의 마음이 얼마나 변했는가, 가 중점적으로 비춰진 회차였던 것 같다. 확실히 나오키 반응이 예전과 다르니까.

 

이번 회차를 통해,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면 나오키가 끌어당기는 게 더 확실히 보인다. 코토코는 포기한다고 했다가 키스를 당하고(?), 포기한다고 했다가 나오키가 갑자기 테니스 코트에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시합 제안을 수락하는 바람에 지옥훈련을 하다가 또 포기를 못하게 되고, 마츠모토와 좋은 마음인 줄 알고 포기하려다 나오키가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바람에 또 포기 못하게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드디어 집을 나가서 독립하게 된 나오키.

 

집주소와 알바하는 곳을 알려주면 뻔질나게 코토코와 엄마가 드나들 것을 알기에 아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넘은... 21세기를 홀로 아날로그로 살아... 핸드폰이 없어....

 

막상 집을 나가는데 신경이 쓰이는 건 코토코다.

 

 

나오키가 어디서 살고 뭘 하면서 사는지 마츠모토보다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코토코.

 

코토코는 몰래 마츠모토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엉뚱한 오해를 하고 만다. 나오키가 마츠모토와 동거한다고 믿어버린 것.

 

그러게 나오키... 지난번에 확실히 마츠모토와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해 줬으면 좋았잖아. 하긴 그런 걸 일일이 얘기할 성격이 아니긴 하지만.

 

그 절망감에 코토코는 완전히 좀비처럼 변해 버린다.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절망에 빠져 버린 것.

 

 

너무 절망감에 빠져서이지만, 이때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코토코가 나오키를 못 알아보고 스쳐 지나간 때가 아닌가 싶다.

 

나오키 입장에서는 굉장한 충격이었을 듯. 코토코가 자신의 인생으로 쳐들어온 이래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거다. 게다가 코토코 몰골이............ 말이 아냐.

 

 

나오키가 변했다는 건 이런 행동들을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다.

 

나오키가 직접, 스스로, 코토코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가고 코토코의 상태를 걱정하고 궁금해한다.

 

일부러 테니스 코트를 찾아가는 나오키에게 찰떡같이 아이하라의 상태를 알려주는 스도 선배. 아니, 스도 선배는 어떻게 나오키가 코토코가 궁금해서 나왔다고 믿는거고 그걸 또 나오키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걸까?

 

테니스 코트에서 코토코가 아프다는 얘길 들은 나오키. 동생을 불러 떠보듯 코토코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어딘가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한데, 도대체 왜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진코와 사토미 덕분에 코토코가 아픈 이유를 알게 된 나오키.

 

어이없어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그랬을 텐데, 나오키는 코토코가 쓸데없는 오해를 하는 것도 싫고 아픈 것도 싫은 거였다.

 

 

더 이상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 다짐하고 힘을 내보는 코토코.

 

코토코가 아무렇지 않은 처 나오키를 스쳐 지나간 것도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ㅎㅎ 두어 걸음 떼기도 전에 '거기 서'란 나오키 말에 마법에 걸린 것처럼 멈춰서고 말지만.

 

나오키가 코토코를 기다린 것도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그만큼 나오키가 변하고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냥 말로 설명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아이코와 마츠모토를 통해 확인시키나 했더니... 안 그러면 안 믿을 걸 알아서였던 것 같다.

 

아이코와 마츠모토를 통해 오해가 벗겨지는 내내 코토코를 보던 나오키. 이런 오해 자체가 어이가 없지만, 코토코라면 가능한 오해이기도 하니까.

 

오해를 벗겨주는 것으로 모자라, 친절하게 동거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나오키. 혼자 살고 싶어서 나간 건데 왜 누군가와 살아야 하느냐고. 넌 나와 마츠모토 동거를 찬성한다고 했지? 거기에 코토코 마음까지 재확인하는 무서운 넘.

 

"간다, 코토코."

 

테니스 시합할 때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고 나서부터, 나오키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또 다른 반증, 코토코, 란 이름 부르기.

 

나오키의 마음 속 장벽이 허물어졌기에, 이름으로 치던 장벽도 무너져 버렸고, 그러니 코토코, 말고 굳이 성을 부를 필요가 없었을 거다.

 

 

 

오해가 벗겨지고 다시 코토코 특유의 밝은 미소를 되찾은 걸 지켜보는 나오키.

 

얼핏 웃음이 보이는 것도 같은 건 그러기를 바라는 내 바람만은 아닐 거야.

 

아무튼 안심한 거 맞잖아, 나오키. 너, 코토코를 걱정하고 코토코가 쓸데없는 오해하는 게 싫었던 거라고.

대망의 첫데이트가 나오는 8회. 저번 회 리뷰에서 테니스 시합을 계기로 나오키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나오키의 '무너짐'은 우리가 흔히 보고 기대하는 그런 류의 것은 물론 아니다. 이번 회에 나오키가 말하듯 코토코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걸 멈춘다는 것일 뿐... 이지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인 거잖아.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나오키 역의 즈슈가 일부러 마츠모토 역의 아가씨(이름도 까먹었음, 중요하지 않아 그런 이름...)와 일부러 데이트한다는 걸 팍팍 보여주고 나중에 두 사람의 '진짜 데이트'도 더 설레게 보여주었는데......... 일본판은 쓸데없이 마츠모토와의 데이트나 상세히 보여주고 나오키와 코토코의 데이트는 몽땅 생략해 버려서 이걸 데이트라고 부를 수 있나... 싶다.

 

이게 결혼하기 전 유일한 데이트라는 걸 생각하면 눙물이... ㅠㅠ 코토코... 불쌍한 것.

 

 

코토코 아버지와는 연락이 안 되고 오갈 데 없는 코토코를 결국 집으로 데려가는 나오키.

 

그러나 거기엔.... 두 사람의 키스 사실을 알아버린 나오키 어머니의 어마어마한 음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하신 나오키 어머니, 아예 모든 부동산을 섭외해서 거의 반강제로 코토코 부녀를 다시 집 안에 들인다.

 

줄곧 생각한 거지만, 나오키 어머니는 두 사람이 이어지는데 가장 큰 다리가 된 것과 동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나오키가 후반부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밀어붙였던 데에는, 결혼 상대자만은 자신이 스스로 고르겠다는 이상한 고집(?)이 작용한 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 바, 나오키 어머니가 계속 코토코를 붙잡아 두고 사건사고를 만드는 게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면서 동시에 나오키가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키스는 아무 의미 없었던 거고, 손도 못 잡아봤고 데이트도 못해봤다며 우울해하는 코토코. 이번 회차에 그걸 다 해소(?)하리란 암시였던 거다.

 

 

 

넘어져도 뭐 저런 기묘한(?) 자세로 넘어져가지고 나오키를 빡치게 만들었던가...

 

나오키 얘, 아무래도 이 방면에서는 천재가 아니라 코토코보다 더 한 바보같다. 코토코가 그렇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또 말하고 온몸으로 보여주는데도, 왜 거기에 일말의 의심을 계속 품고 불안해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불안해했다기보다는 화를 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나오키 이넘이 경쟁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내가 코토코를 좋아해'가 아닌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다. 그래서 그 마음에 확신이 있었느냐, 하면 나오키 역시 끊임없이 그걸 확인하려 들었던 것 같다.

 

이 바부탱이 나오키 넘은 분명히 스도와 코토코 커플(?)을 만나기 전에는 마츠모토와 영화 보러 갈 생각이 전혀 없던 놈이었다. 그런데 코토코가 그게 아니라고 하는 변명 같은 건 듣지도 않고 홧김에(?) 마츠모토와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한다.

 

 

 

코토코는 아버지에게 나오키를 좋아하는 한, 나오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얘기한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건데, 결국 코토코는 끝까지 노력한다. 나오키 이 바보가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고 하기 전까지, 코토코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마츠모토와 나오키가 데이트하는 걸 견딜 수 없었던 코토코와 스도는 함께 두 사람을 감시하며 방해하기로 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나오키와 화기애애한 데이트 분위기는 곧 코토코를 처참하게 만든다. 아무리 코토코에게 보여주려 한다고 그랬다지만, 나오키도 좀 많이 너무했다. 정작 코토코와는 한 번도 저러지 않았으면서.

 

그러니까 나중에 사호코와의 데이트 씬들에서도 나오지만, 나오키가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구는 건 나오키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 거다. 나오키는 원래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애쓰는 건 굉장한 에너지 낭비였던 건데, 코토코와는 지나치게 편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노력을 눈꼽만큼도 하려 들지 않는다. 뭐, 좋은 의미로, 나오키는 코토코 앞에 원래의 그 이기적이고 냉정한 나오키 본연의 모습을 편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비참한 마음에 돌아가려다 웬 깡패에게 딱 걸리는 코토코. 실수로 음료를 쏟았는데, 이 깡패가 쓸데없는 시비를 건다.

 

이 드라마 보는 내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거 하나. 코토코보고 모두 멍청하게 생겼다고 볼품없다고 하는 거. 아니 저 얼굴 어디가..????? 그나마 이 깡패는 코토코를 제대로 볼 줄 알잖아. 귀엽다고(예쁘다고) 데려가려는 거 보면.

 

 

두 사람이 워낙 어설펐으니 나오키가 눈치채는 건 금방이었겠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줄은.............. 그러면서 그렇게 오래 보여주기식 데이트를 했다니, 나오키 이넘도 심술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나오키가 심술을 부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바로 이런 때. 그렇다는 건, 코토코와 스도 쪽을 내내 신경쓰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개입했던 걸 보면.

 

마츠모토도 불쌍해... 나오키 이넘의 심술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당한 거잖아....

 

 

 

드디어 손을 잡았어...

 

처음엔 코토코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던 나오키는 이내 코토코의 손을 잡고 달린다. 손 잡는 문제(?)는 해결.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놀려먹는 재미로 마츠모토와 데이트를 하다니, 이리에 나오키의 심술은 어디까지인가.

 

하여간 이넘은 코토코가 관련되기만 하면 냉정함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인간이 되든가, 아니면 아예 대놓고 싸우거나, 빈정거리거나, 나오키 본인의 성격 중 가장 나쁜 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마츠모토와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거라면 미안하다 사과하는 코토코의 말을 툭 자르고 어디로 갈래, 묻는 나오키.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면 단순한 코토코가 좀 더 이해하기 쉽잖아............ 코토코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 듣기 싫어하면서 항상 이런 식이다, 이리에 나오키 이넘은.

 

그래서 두 사람은 오다이바로 가는데.... 중간에 나오키가 사라졌다.

 

 

 

아니.... 코토코 꼬라지(?)가 레스토랑 같은 데 갈 만한 꼬라지가 아니면 어디서 뭘 사오겠다고 말을 하고 가면 좋잖아...

 

그 사이에 코토코가 어디로 가버렸음 어쩌려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가 불쑥 먹을 것을 내미는지.

 

어쨌거나 이게, 나오키가 코토코를 위해 최초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한 거였다. 나오키가 코토코를 위해 처음으로 돈을 쓴 거기도 하고.

 

아, 코토코.....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ㅠㅠ

 

 

 

나오키는 내내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흘끔흘끔, 코토코에게 들킬까봐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만. 아, 둔한 코토코. 너의 역경은 너의 둔함 때문에 일어난 경향도 다분하구나...

 

마침내 제 마음을 인정하게 된 나오키.

 

코토코에 대한 마음을 백퍼센트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더는 도망갈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키스했던 것도 사실 그러니까, 나오키의 마음이었던 거다. 그 후로 줄곧 아무 사이도 아닌 채로 지냈지만, 나오키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을 것 같다.

 

내가 왜 그때 키스했던 걸까. 왜 계속 저 머리나쁘고 둔한 여자가 신경쓰일까. 왜.

 

그리고 나오키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코토코는 내게 주어진 시련이다. 생애 최초의 시련. 그렇지만 그 시련을 겪어내는 게 싫지 않다....라는 건 코토코가 싫지 않다는 거다. 싫어야 마땅한데, 코토코는 나한테 결코 어울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도 아닌데, 싫지 않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안 된다.

 

코토코 친구 말대로 싫지 않은 것과 좋은 것은 많이 다른 문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여기까지 오는 게, 그래서 여기까지 인정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었다. 커다란 반전이라고나 할까.

 

코토코는 과연 혼자서 결혼까지 튀지만, 나오키의 속마음은 단순히 코토코가 싫지 않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별다른 데이트나 큰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코토코를 향한 마음은 점점 더 제어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마침내 제 마음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을 때 코토코랑 사귀어 볼래요, 가 아닌 결혼할래요, 로 튀었던 걸 보면.

 

다만 이때는, 여기까지가 나오키가 인정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뿐. 이후로 코토코에 대한 나오키의 심술은 확 줄고, 나오키식 퉁명한 배려와 표현은 늘어나니까.

 

 

 

석양을 배경으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던 두 사람.

 

같이 햄버거를 나눠먹은 게 전부였지만, 둔한 코토코가 이걸 데이트로 여길 만큼 두사람 사이엔 두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그 어떤 분위기라는 게 있었던 거다.

 

내내 코토코를 훔쳐보는(그냥 대놓고 봐라 이넘아) 나오키의 시선이 그걸 증명한다. 싫지 않아, 까지밖에 인정을 못했으니 대놓고 보지는 못하겠고 그렇지만 자꾸만 시선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상태.

 

 

그러나 그날 나오키는 독립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한다.

 

오다이바에서 함께 사는 게 싫지 않다, 고 표현했던 건 코토코에 대한 나오키식의 최소한의 배려였던 것 같다. 집을 나가 혼자 살아보겠다고 한 건 순간적인 결심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나오키 혼자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나오키 성격상 이런 문제를 갑자기 결정할 리 없으니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오키의 오랜 고민이었으니까. 과연 이대로 살다가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는 게, 부모님 뜻대로 사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가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

 

 

이제 세상에서 제일 이해못할(...) 테니스 게임의 현장으로 가게 된다. 이 회차는 아무리 복습해도 나오키의 정확한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러니 또 내 맘대로 추측할 수밖에.

 

도대체 이리에 나오키는 왜때문에, 와이, 뭐 땀시, 왜왜왜 테니스 게임을 하자고 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코토코의 아버지가 이사를 결심하면서 부터였다.

 

아무래도 아버지 입장에서야 딸이 혼자 그 마음고생을 하는 걸 지켜보는 게 속이 편했을 리 없다. 자기 딸이 자기를 돌아보지도 않는 친구 아들에게 목을 매고 쩔쩔매는 게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내가 코토코 아버지였어도 이사 나가겠다고 했을 것 같다.

 

 

아마 나오키는 도무지 실감이 안 났을 수도 있다.

 

코토코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공식화하자 심란해 보이는 나오키. (저래봬도 저게 심란한 거 맞다. 평소엔 아예 감정 표현 자체가 없으니까...)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이 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코토코는 아버지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자기가 나간다는데 배웅조차 하지 않는 나오키에게 절망감을 느낀 것 같다.

 

코토코의 나오키 포기 시도는 나오키 때문에 계속 실패하게 되는데, 지난번 시도는 나오키의 급작스러운 키스 때문에 실패했고...

 

이번에도 어찌어찌 성공하나 했지만.........

 

 

코토코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니까, 보통은.

 

나오키와 코토코는 친구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코토코가 적극적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는 관계였다. 그런데 코토코가 이공학부를 찾아가는 일을 그만두니, 우연이 아니고서야 코토코와 나오키가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딱 한 군데, 바로 이 테니스 코트를 빼놓고.

 

코토코의 빈자리를 느끼던 나오키는(그렇다고 하자!!!) 테니스 코트로 나간다. 코토코가 나오키를 쫓아서 동아리 가입을 한 게 이럴 때 빛을 보는구나....라고 해야 하나.

 

나오키의 출현 자체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것으로 봐서, 코토코가 꿋꿋이 테니스 동아리 출석을 하는 동안 나오키는 한 번도 연습에 참가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사실 아무리 천재라도 연습도 안 하고 테니스를 잘 친다는 설정이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나오키는 천재잖아! 천재라규!

 

대만판 악작극지문은 나오키 역의 즈슈의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아무래도 회차가 적은 일본판은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확실히 즈슈가 더 다정하고 자상했어........

 

아무튼, 나오키가 테니스 코트에 나타난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코토코를 만나러 온 거다. 코토코네가 이사가는 바람에 비탄에 잠긴 어머니를 위로할 거였으면 집으로 불렀지 테니스 코트로 나가진 않았겠지. 집으로 불러서 어머니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주긴 싫지만 코토코가 궁금하고 그러니 테니스 코트로 나간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평소에 나오키는 연습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꾸준히 근성을 발휘해서 연습하러 나왔던 코토코는, 나오키를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거고.

 

늘 이런 식이다.

 

코토코가 나오키에게서 멀어지려 하면, 나오키는 나오키식으로 코토코를 자신 쪽으로 돌려놓는다. 결국 코토코가 나오키를 포기하지 못했던 데에는, 나오키의 역할이 팔 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천하무적 끈기 대왕 코토코라도 4년이나 반응 없는 짝사랑을 열렬히 지속하긴 어려웠을 거다. 코토코가 정말로 나오키를 포기하려 했던 때는 바로, 나오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했던 바로 그때다. 그 전까지 나오키는 계속해서,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면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떻게든 나오키를 이겨보려는 스도의 눈물겨운 치사한 노력 때문에 코토코와 복식조가 되어서 패배를 맛본 나오키.

 

코토코가 라켓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걸, 그리고 코토코의 상태가(원래 운동신경이 둔하기도 하고) 며칠만에 개선될 상태가 아니라는 걸, 나오키는 이번 경기를 통해서 누구보다 잘 알았을 거다.

 

혼자 복식조에서 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코토코와 복식이 되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근데 이 복식조로 경기를 또 하겠다고 하네?

 

????????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대만판 악작극지문의 경우, 이 테니스 경기가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워낙 샹친의 상태가 안 좋았으니, 샹친이 한 번이라도 공을 받아넘기면 이긴다는 조건이었으니까. 그 정도라면 즈슈도 도전해볼 만 했을 거다. 게다가 그 경기에서 지면 즈슈가 여장을 하고 테니스 코트를 돌아야 한다는 조건마저 붙어서 샹친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건... 안 해도 아무 상관없는 경기이고(모든 테니스 부원이 스도가 억지를 부렸다는 걸 잘 안다), 코토코가 일주일 연습으로 스도와 마츠모토 조를 이길 수 없으리란 것은 누구보다 나오키가 제일 잘 아는 거다.

 

근데 도대체 왜? 와이? 왜때문에? 일주일 후에 또 경기를 하겠다고 했을까, 나오키는?

 

 

나오키에게 들킬까봐 살금살금 걸어오는 코토코는 처음이야... 당황스러웠어 ㅋㅋㅋㅋ

 

 

게다가 스도의 심술로 코토코는 테니스부 정식 연습 시간에도 연습을 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연습은커녕 코토코는 날아오는 공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피해 다니는 형편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려는 나오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패배를 좋아하는 성격이 절대 아닌데.

 

 

 

나오키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가려는 코토코도 신선했고, 그래서 코토코 머리채를 잡아채는 나오키도 뜻밖이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코토코의 근성을 믿었던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일도 코토코가 시작하면 결국 해낸다는 것을. F반이었지만 결국 100등 안에 드는 저력을 발휘했던 코토코의 그 근성을 믿은 거다.

 

그렇지만 아무리 근성 쩌는 코토코라도 이건 스포츠인데, 일주일만에 될 리가 있나. 코토코는 나오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념 하나로 지옥 훈련을 버티지만, 그렇게까지 코토코를 훈련시킨 나오키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러니 친구들 말대로 코토코가 나오키를 잊을 수 있을 리 있나. 집에서 못 보나 했더니, 이건 낮이고 밤이고 아침이고 붙어서 같이 연습하는데.

 

 

 

처음으로 상대방 코트로 공을 넘기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코토코. 너무 좋은 나머지 나오키에게 매달리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를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한없이 기뻐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코토코가, 나오키는 때로 부럽다. 뭐든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해내는 나오키로서는, 이런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삶이란 게 무료하고 때로 답답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나오키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코토코를 통해, 그 끈기와 근성을 배우면서 옆에서 코토코의 성장하는 기쁨을 간접적으로라도 같이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시합날.

 

여전히 코토코는 공을 상대방 코트에 넘기지는 못하지만, 마츠모토와 스도의 공을 받아치기 시작한다.

 

혼자가 아니니 겁 먹지 말라는 말도, 공을 치기 시작한 코토코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모두 나오키식 코토코 응원이다.

 

 

그리고 마침내 코토코가 스도의 서브를 받아 넘겼을 때, 나오키는 웃는다.

 

역시 근성의 아이하라 코토코. 해낼 줄 알았다. 일주일 전만 해도 공도 제대로 못 쳐다보던 코토코가, 테니스부 주장인 스도의 공을 쳐넘긴 것이다.

 

뭐든지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코토코의 근성과 끈기, 일본식으로 하자면 '곤조'가 나오키를 흔든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코토코가 발을 삐는 바람에 기권을 선언한 나오키.

 

기권을 선언하는 것도, 코토코를 안고 코트를 나오는 것도,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그리곤 말한다, 애초부터 이길 생각 같은 건 없었다고.

 

그럼 도대체 왜???????? 왜때문에 나오키는 이 말도 안 되는 시합을 한다고 했던 걸까?

 

짐작을 할 수밖에 없다.

 

 

일단 나오키는 코토코가 보고 싶어서 테니스 코트에 나왔고, 기왕 복식조를 이루게 된 것, 이기려고 하는 경기를 위해서 연습을 한 게 아니라, 코토코의 근성을 보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코토코의 작은 승리를 같이 느껴보고 싶고, 코토코가 결국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그게 바로 코토코이고, 나중에 인정하게 되지만 나오키는 코토코의 바로 그런 에너지와 열정과 근성에 반했던 거였으니까.

 

 

이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코토코를 '코토코'라고 부르게 되지만, 이 테니스 시합 전까지 나오키는 코토코를 이름으로 제대로 부른 적이 없었다.

 

코토코의 성인 '아이하라'라고 하거나 그녀석, 이 기껏이었다.

 

그건 나오키의 장벽 같은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성을 부르면 좀 거리감이 있으니까, 아니면 아예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무시하는 것. 나오키는 코토코와 거리를 두려고, 코토코에게 엮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까지, 나오키는 그냥... 무너진다, 코토코에게.

 

그 무너짐의 시발이 바로 이 테니스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코토코를 보고 싶어서 못 참고 나왔고, 말도 안 되는 경기를 치르기 위해 지옥훈련을 함께 했고, 나오키 기준에서는 마침내 어려운 일을 해낸 코토코에게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 것. 이후로 나오키는 그냥 코토코를 코토코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코토코의 새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키스까지 했으니 뭔가 달라지겠지...........라고 기대한 건 비단 코토코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오키 자신은 계속 변하고 있긴 한데, 그걸 둔한 코토코는 물론이고 나오키 본인조차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채길 거부하는 상태라고나 할까.

 

 

키스까지 했지만(그건 키스가 아니라 뽀뽀라고) 별다른 진전도 없고 달라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

 

여전히 코토코만 목매는 것 같고 나오키는 코토코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

 

 

코토코의 대학 시절 연적....이라고 쓰고 혼자 나오키에게 삽질한 마츠모토 유코의 등장.

 

미인인데다 머리도 좋고 테니스도 잘 하고 이공학부라 언제나 나오키와 붙어 있을 수 있는 마츠모토는 코토코의 최대의 라이벌로 떠올랐다....고 코토코는 생각헸겠지만 사실 나오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츠모토에게 관심이 없었다.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오히려 마츠모토는 나오키의 질투 때문에 이용당한 면이 있다. 나오키 이넘은 시즌2 카모가리 케이타가 나타나고서야 질투 같은 것도 할 줄 안다고 인정했지만, 킨짱부터 스도 선배까지 코토코 주변 남자에 대해 질투를 안 한 적이 없었다. (스도 선배는 정말 어이없었어...) 대만판인 악작극지문에는 이게 더 자세히 그려지는데(질투로 안절부절 못하는 즈슈를 감상하는 건 꿀잼) 일본판은 16부작(그것도 한 회에 40여분 분량)으로 축소하다보니 아무래도 나오키의 본심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말로는 코토코가 애인이냐는 마츠모토의 질문에 '설마'라고 부정하지만(따지고 보면 부정도 긍정도 아닌 거야 뭐야) 나오키는 계속 코토코의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킨짱을 신경쓴다.

 

나오키의 시선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회차게 별로 없으니 즐기자. 즐겨야지.

 

코토코의 남자들이 얽히게 되면, 나오키의 눈빛은 이렇게 몹시 매서워진다. 이 못난놈이 그 성질을 코토코에게 부리는 바람에 애꿎은 순한 양 코토코만 멋모르고 자꾸 당하게 되는데, 나오키는 처음부터 그랬다. 코토코에 대한 소유욕이랄까, 아니, 이 지점에서는 나 하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심보냐 뭐냐, 하여간 코토코가 킨짱과 가까이 지내는 걸 몹시 안 좋아했다.

 

이럴 거면 애인 아니라는 말은 왜 했어... 네가 다른 방면에서는 천재일지 몰라도 확실히 연애나 사랑 같은 분야에서는 천하의 바보였어, 이리에 나오키.

 

 

코토코는 그 키스가 나오키에게 아무 의미도 아니었구나 상심하지만, 역으로 이 장면은 나오키가 줄곧 코토코의 마음을 신경쓰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킨짱과의 관계가 몹시 신경쓰였던 식사 자리에서는 킨짱이 대놓고 온갖 헛소리(?)를 할 때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아니 못하더니,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코토코를 놀려먹고 기분 좋게 웃으며 가 버린다.

 

나오키 이넘은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는지, 나는 코토코 손을 잡아줄 수 없어도 코토코 너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지 마, 좋아하면 안 돼, 를 내내 실천하다 결국 코토코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게 시즌1의 메인 줄거리이지.............

 

 

 

코토코 아버지 가게에서는 킨짱이 큰소리쳐도 한 마디도 못하다가, 간밤에 코토코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의 나오키는 여유를 되찾았다.

 

킨짱이 학생식당까지 와서 어슬렁거리거나 말거나 코토코는 나를 좋아하는데 뭘.

 

말로는 여자를 따라서 진로를 결정하다니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만.............. 나오키 너야말로 코토코의 말에 자극받아 결국 자기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냐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코토코였고, 나중에 회상 장면을 보면 나오키 본인도 그걸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나오키의 미래를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해 두지 뭐.

 

 

 

이만하면 지칠 만도 하건만, 기어이 나오키를 따라 테니스부까지 들어간 코토코.

 

마츠모토도 결국 인정한 코토코의 집념이 이리에 나오키의 두터운 성벽을 부수었다. 이런 여주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보는 내가 다 자존심 상해서 때려치라고 말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코토코는 정말 진심으로, 순수하게, 나오키를 좋아하고 그런 자신의 마음에 최선을 다했다.

 

 

 

마츠모토 유코에 대해서도, 스도 선배의 변신(?)에 대해서도 참으로 자상하게 알려주는 나오키.

 

테니스 라켓만 쥐면 돌변하는 스도 선배가 나오키에게 깨진 다음 분풀이를 당한 코토코를 보며 빵 터진 나오키. 대만판에서는 나가 떨어진 샹친을 즈슈가 좀 안쓰럽게 보는 것 같던데... 나오키 이넘은 그냥 재미있어 죽는다.

 

확실히 나오키를 웃게 만드는 건 코토코 뿐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그 이후에도.

 

 

그러나 세상 어느 부모가 딸의 삽질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할까.

 

어찌하다 보니 한 가족처럼 같이 살고 있지만, 이런 관계가 계속 유지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나오키와 코토코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이런 이상한 동거는 지속될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뭘 했는지 신경쓰지 말라면서 정작 코토코에 대해서는 궁금하고 신경쓰이는 나오키.

 

어딜 갔는지 알 거 없잖아, 해놓고는 코토코에게 너는 왜 늦었냐 혹시 그 녀석 보러 갔냐, 심문에 가까운 질문을 해댄다. 우리 코토코가 조금만 더 눈치 빨랐어도 너는 그런 게 왜 궁금하냐 했을 텐데 묻는 대로 순순히 다 대답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나오키가 말하는 '그 녀석'이 누군지도 몰라서 나오키가 킨짱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아.....................

 

나오키 이 솔직하지 못한 넘은 항상 이런 식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도 넘어가지만, 나중에는 아예 킨짱을 보러 갔느냐고 대놓고 따지듯 물어보기도 한다지. 나오키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코토코 옆네는 킨노스케가 있고 자신이 아니라면 코토코는 킨짱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러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후반부로 갈수록 더 확연히 드러나는 거지만, 나오키는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거나 감추고 싶을 때면 침묵이 길어진다.

 

말로는 귀찮다고 내 생활을 헤집지 말라고 했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나가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모양이다. 나간다는 말에 깜짝 놀라더니, 그러면 서운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나오키의 길어지는 침묵은, 나오키의 본심이 감추어지는 시간과 일치한다. 쉽게 별 거 아니다, 신경쓰지 않는다, 나랑 상관없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자기 마음을 인정하기는 싫거나 그럴 수 없을 때면, 나오키는 내적 갈등을 겪었던 것 같다. 그걸 본인이 눈치챘건 아니건 간에.

 

 

한참 후에야 "이제야 겨우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군"이라고 하고 가 버리지만, 그건 결코 나오키의 진심이 아니다. 이게 진심이었으면 이렇게 오래, 힘들게 말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우리 코토코는 그런 걸 모른다. 대꾸가 없는 나오키가 이상해서 "이리에 군?" 재촉하기도 했으면서 나오키가 하는 말 그대로 다 믿어버리고 충격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이런 코토코의 둔함이 나오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토코는 정말 나오키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나오키를 잊으려고 결심하지만, 그런 코토코의 마음이 나오키를 움직이게 만드니까.

 

돌이켜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코토코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게 늘 당연했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게 늘 당연했던 나오키였기에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거나 다른 남자에게 가려 하는 걸 참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7회의 말도 안 되는 테니스 경기가 펼쳐지는 거지.

드디어 이 드라마의 제목이 구현(?)되는 회차에 이르렀다. 장난스런 키스라기보다는 열 받아 홧김에 저지른 키스 같지만. 대만판 악작극지문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악작극지문의 즈슈가 홧김에 저지르고 당황해서 결국 메롱, 을 하고 갔다면 원작의 이리에 나오키처럼 나오키는 굉장히 의도된 키스를 한 것 같다. 키스 후의 '짜(차)마미로' '쌤통이다'까지 합한다면.

 

나오키는 코토코가 몹시 신경쓰이는 단계에 이르렀고, 예전엔 무심히 보아 넘기던 킨짱과 코토코의 관계가 몹시 거슬리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이던 게 결국 마지막에 터진 느낌이랄까.

 

 

졸업식에서 키스를 한 커플은 맺어지고 평생을 간다는 속설이 있다는 말에 첫키스를 꿈꾸는 코토코.

 

물론 첫키스를 하고 싶은 상대는 나오키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속설이 얼추 맞아 떨어진 셈이긴 하네. 두 사람은 어찌됐든 사은회에서 첫키스를 하고 평생 같이 하게 됐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더랬지.

 

나오키가 코토코랑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나도 코토코만큼이나 놀랐더랬다.

 

이리에 나오키는 어째 츤데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츤데레라기보다는 그저 성격이 그따구인 게 아닌가 싶다. 원체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나오키가 예의 없는 인간은 아니다, 코토코만 빼면. 마츠모토 유코나 사호코를 대하는 걸 보면,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예의를 물 말아 먹은 인간은 아니다. 내키지 않아도 해야 되는 시츄에이션이면 예의를 갖춘다. 근데 그게 코토코한테는 안 된다. 예의고 나발이고, 나오키의 이성이 통째로 날아가기도 한다.

 

시즌2 7회에 가서야 나오키가 확실히 깨닫고 고백을 하긴 하지만, 그래서 나오키의 '인간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건 오직 코토코 뿐이다. 코토코 앞에서만 나오키는 화도 내고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심지어 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하니까.

 

옆으로 새긴 했지만, 이 장면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나오키는 좋은데 안 좋은 척 한다기보다 기본적으로 그걸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다른 여자들에게는 예의라도 차리지만 코토코는 그것도 안 하니(이 나쁜노무 시키).

 

그래서 유독 코토코에게는 애정 표현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고 시즌2에 가서는 그게 '키스'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코토코가 항상 설레하며 받아주기는 하지만, 말로 해야 될 상황을 키스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진 찍는 것도 나오키가 찍고 싶어서 찍은 거다. 엄마나 코토코의 강요가 아니라. 나오키답지 않은데 나오키다운. 나오키는 변하고 있었으니까.

 

 

 

아니면 놀려먹으려고................?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도 코토코 앞에서 뿐이라지. 그러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냉정하고 차갑고 그래서 냉혈한으로 보이는 거고.

 

 

 

두번째 단추를 사수하는 건 실패로 끝난다. 나오키는 두번째 단추에 매달리는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나오키식 표현을 빌자면 '시시한 속설'일 뿐이니.

 

대만판에는 결국 나오키, 즉 즈슈가 두번째 단추로 반지를 만들어 코토코, 즉 샹친에게 선물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는 싹 빠졌다. 16부작으로 만들면서 대만판의 세세함이 사라지긴 했다. 즈슈와 나오키도 미묘하게 다르다. 즈슈가 차라리 더 다정하다. 즈슈는 츤데레에 가깝다.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냉철한 인간인데도 제 마음을 굳이 표현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인간의 마음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한 것 같다. (저런 엄마 밑에서 나오키 같은 아들이 둘이나 나오다니 미스터리하다)

 

 

 

나오키는 킨짱과 코토코가 본격적으로 신경이 쓰인다. 아니, 몹시 거슬린다.

 

킨짱이 대놓고 코토코를 좋아한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도 거슬리고, 코토코가 킨짱에게 물렁하게 대하는 것 같은 것도 짜증난다. 다정한 코토코와 킨짱을 보는 나오키의 눈은 날카롭다. (불 나오겠다)

 

 

원래 나오키는 이런 시시한(?) 논쟁에 끼어드는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내 F반 사은회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같다.

 

칼보다 날카로운 말을 마구 던지면서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 너희가 몹시 거슬리고 짜증난다, 라고.

 

 

 

킨짱 말이 맞다. 나오키는 코토코와 킨짱이 나간 게 신경이 몹시 쓰여 나온 거다. 킨짱이 비아냥거려도 아무 대꾸 하지 않는 건 다만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서만은 아닐 거다.

 

마침 그때 딱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는 것보다 이 두 사람이 몹시 거슬린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할 리 없을 거라고 내내 믿고 있었다.

 

러브레터 사건 이후 코토코가 말로는 이제 아니라고 하지만 행동을 보면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니까.

 

그런데 나중에도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의 자신에 대한 무한애정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킨짱이 코토코와 키스할 거라고 떠벌리니 '꿈을 꾸려먼 잠을 자든가' 대꾸하는 건 지극히 나오키답다. 그만큼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믿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킨짱이 너무 확고하게 말하고, 사은회 내내 거슬리던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오키의 믿음을 흔든다. 아마 이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오키는 코토코의 첫번째 키스를 가져갈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때 나오키는 정말 유치했다.

 

코토코와 킨짱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여 화가 난 것을 엉뚱하게 화풀이한다. 밸런타인 초콜릿까지 들먹이면서. 코토코의 마음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어서라도 자신에 대한 코토코의 마음을 공식화하고 확고하게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그래봤자 너는 나를 좋아하잖아. 나는 너를 안 좋아해도 너는 나를 좋아해. 내가 바람피워도 넌 한눈 팔지 말라는 노래가 떠오르는구만.......

 

코토코의 도발은 결국 나오키를 폭발시킨다. 나오키를 저렇게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 코토코.

 

 

 

근데 끌고 나와서 무섭게 소리지르며 화내는 것도 아니다. 정말 싸우자고 끌고 나온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코토코가 널 잊을 거라는 선언을 하기 전에는 미묘한 침묵마저 감돌았으니.

 

 

극 내내 나오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이든지 간에, 코토코는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는 거. 시즌2에서 유키에게 말하지만, 코토코가 '널 잊을 거야'라고 말했을 때, 나오키는 화가 났다.

 

사실 내내 화가 나 있었더랬지, 코토코 주변을 얼쩡거리는 킨짱과 그런 킨짱을 받아주는 듯한 코토코에게. 질투를 했던 거다. (이래놓고 질투는 마치 카모가리 케이타가 처음인 것처럼....) 코토코가 자신을 잊는다고 하면 잘됐다고 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싫었던 거다.

 

 

 

그래서 악작극지문의 즈슈와 달리(거기서 두 사람은 소리지르며 싸우다가 키스가 사고처럼 터진다), 나오키의 키스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코토코가 자신을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최후의 수단' 같은 걸 쓴 거다. 그래놓고 몇 년이나 코토코의 마음에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 나오키 이넘은 아주 대단히 나쁜 넘이다. 극 내내 나오키는 그런다.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기만 하면 기어이 자신 쪽으로 되돌려놓고 또 되돌려놓는다. 사호코와 결혼을 결심하고 그 길로 꾸역꾸역 걷다가 마침내 '너도 좋은 남자 만나라'라며 코토코를 놓아주려는 듯 하지만, 그 전까지는 내내 그랬다.

 

그러니 코토코가 무슨 수로 나오키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희망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던 건 나오키였다. 코토코는 굳세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을 만큼 순수하게 나오키를 좋아했을 뿐. 그래서인지, 나오키가 코토코와 결혼해준 게 아니라, 코토코가 나오키를 '구원'해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어쨌거나 코토코는, 만약 나오키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아주 많이 아껴주는 킨짱과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게 분명하다. 케이타였어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아니었더라면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회사를 잇고 사호코와 결혼해 건조한 인생을 살았겠지. 속이 텅 비었어도 그게 뭔지조차 모르면서.

 

 

 

네가 감히 날 잊어, 의 의미가 강했던 키스. 그래서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우습다. 나오키의 의도는 분명했으니까.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도 너는 날 좋아해야 돼, 나는 네 남자친구가 될 생각이 없어도 너는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가 되어서는 안 돼....의 뭐 그런.

이 다음회가 그 대망의 '장난스런 키스'가 일어나는 회차인데, 그때는 이미 나오키가 질투로 눈이 뒤집어져 있을 만큼 코토코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럼 대체 나오키는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하게 됐던 걸까? 그건 아마 나오키 본인도 모를 것이다. 더는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에 화가 나서 키스해 버렸을 때 이미 감정이 꽤 깊어져 있었다고 회상하는 것을 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 코토코가 한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코토코의 명랑함과 예측불가능함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당황하고 어이없어 하고, 공부 가르쳐주고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면서 어느새 코토코는 나오키의 삶 깊숙이 들어서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신세진 것을 갚을 겸, 다가오는 도쿄대 시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겸, 코토코는 헤드 마사지기를 선물하는데... 유키 말마따나 진짜 거품기처럼 생겼어...

아마 이런 선물도 난생 처음이었을 거다, 나오키에게는.

 

머리가 비상하게 좋고 그래서 공부든 운동이든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척척 해내는 나오키는, 삶이 무료하다, 벌써. 18살밖에 안됐는데.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왜 '당연히'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도쿄대는커녕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이런 진지한 고민없이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걸로 알고 그냥 내몰리지 않나. 장난스런 키스가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나오키와 코토코를 통해 누구나 한두번은 겪을 법한 '고민'을 결코 가볍지 않게 그러나 그 무게에 짓눌려 질식하지 않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코토코를 붙잡는 나오키.

 

 

그리고 처음으로 코토코와 '진지한(?)' 대화를 하는 나오키.

 

겉으로는 코토코가 맹목적으로 나오키에게 매달려 나오키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속사정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겠지), 나오키 본인은 누구보다 잘 알 거다. 코토코가 자신의 삶의 중요한 길목마다 불을 비춰주고 길을 보여주고 머릿속을 정리해주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후반부에 사호코와 결혼하려던 나오키가 마치 목이 졸린 것처럼 답답해 보였던 건, 나오키 본인의 진심과 멀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호코라는 여자가 코토코와 비교하면 나오키에게 의미가 될 만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어서였다. 기껏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돈인데, 그건 사실 사호코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사호코의 할아버지 것이니까, 사호코 본인만의 매력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오키에게는.

 

 

나오키에게 코토코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고 신비한 세계 그 자체다. 한 번도 코토코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간절해져본 적 없고 노력해본 적이 없는 나오키는, '무언가를 얻으려는 바람'이 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 더 안쓰러운 건 웬만한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거 - 코토코가 신기할 뿐이다.

 

그렇지만, 아마 내내 고민해왔을 고민 - 왜 대학에 가야 하나,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하나, 대학에 가야 한다면 왜 꼭 도쿄대여야 하나 - 의 실마리를 이번 대화를 통해 나오키는 발견했다.

 

대학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 가능성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 가는 곳일 수도 있구나. (그러기엔 삶의 방향이 많이 한정되어 버린 채 시작한다는 함정이 있지만서도...)

 

 

 

나오키는 자기 가방에 부적을 달겠다는 코토코의 말도 흘려 들은 듯 싶지만, 바로 떼어 버리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나오키는 생애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코토코는 나오키에게 재앙과도 같은 존재로 끝나버릴 것인가.

 

자신의 부적 때문에 나오키에게 닥친 엄청난 일들을 들은 코토코는 심란하기 그지없고, 시험 다음날인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초콜릿을 만들면서도 나오키를 걱정한 나머지...

 

나오키의 시험장까지 따라가려고 한다.

 

 

그러나 하필 급성 맹장염이 이때 찾아오고 만다.

 

내내 코토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나오키가 횡단보도를 건넌 다음에 한 번 더 뒤돌아봤다가 쓰러진 코토코를 발견하는 건 나름 감동...이었다. 신경쓰이고 걱정도 됐던 거라고 우겨야지.

 

그리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코토코에게 달려온다.

 

아마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보내고 가족에게 연락한 다음 시험보러 가는 게 나오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도쿄대를 왜 꼭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나오키는, 코토코를 직접 병원에 데려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저렇게 안고 뛰면서. 꽤나 무거웠을 텐데. 저도 모르게 계속 걱정스런 표정으로 코토코를 내려다보는 나오키는 처음으로 조금 다급하고 초조해 보인다. 자신의 시험이 아니라 코토코 때문에.

 

 

나오키 어머니 말마따나, 설사 나오키가 직접 코토코를 병원에 데려갔다 해도 집에 전화해서 병원을 알려주고 시험치러 갔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결국 나오키는 도쿄대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고, 코토코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왜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그렇다면 굳이 시험을 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시험을 치면 어차피 합격할 텐데, 합격하고 나서 안 간다고 하면 더 이상할 것이고 집은 더 난리날 텐데 그냥 아예 시험을 보지 말자. 마침 코토코도 쓰러졌으니, 그 옆이나 지키지 뭐.

 

대충 이런 심산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지만, 코토코와 코토코의 아버지에게는 나오키의 발목을 잡은 짐덩이가 되고 말았다.

 

코토코를 '위해서' 도쿄대 시험을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코토코가 나오키가 시험을 보러 가지 않는 '적당한 핑계'가 되어준 건 맞으니까.

 

 

나오키의 집에 머물 면목이 없어진 코토코는 가출을 감행하는데......................... 아니 아버지랑 의논해서 나갈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무작정 가출이라니, 역시 코토코답다.

 

나오긴 했는데 날은 춥고 갈 데는 없고. 그 와중에 마주친 나오키.

 

이건 볼 때마다 의문이다. 잠이 안 와서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산책하던 나오키와 우연히 마주친 것일까, 아니면 나오키가 코토코 뒤를 따라나온 것일까.

 

따라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증거가 없어................... 그렇지만 하필 그 시간에 거기서 마주친 건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더 이상해..............

 

멋대로 생각하고 싶다, 나오키가 코토코 뒤를 따라나온 거라고.

 

 

왜냐하면 나오키가 코토코를 붙잡거든, 가출 못하게.

 

시크하게 안 붙잡는다고 말해 놓고는 코토코가 정말 가려는 것 같으니까 말을 돌리며 붙잡는 기술 보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코토코를 붙잡거나 회유하거나 변명하는 나오키 모습이 쭉 나오는데(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변명은 너무 허접했어 나오키.... 그게 통하는 코토코는 천생연분이야, 너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정확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늘 이런 식이라 안 그래도 나오키 앞에서는 작아지는 코토코는 더욱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지.

 

코토코가 나오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코토코가 나오키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토코가 마음을 다잡고 멀어지려 할 때마다 코토코를 기묘하게 붙잡고 놔주지 않는 나오키 때문이기도 했다. 나오키 본인은 인정하려 들지 않을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이게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코토코를 붙잡은 나오키의 첫번째 행동이었지 싶다.

 

 

나오키는 친절하게, 너 때문에 도쿄대에 안 간 게 아니라고 설명해 준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토난대학에 자동진학하겠다는 건 좀 의심이 가... 결국 코토코의 말 때문이잖아, 대학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보려고 가기로 했으니까.

 

그러려고 대학을 가는 거라면 굳이 도쿄대에 갈 필요 없고 마침 코토코 너도 있고.....가 정답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도쿄대 가서 고민해도 되는 사항이긴 하다. 가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코토코는 되게 둔한 듯 보이지만, 때로 아주 나오키의 정곡을 찌를 때가 있는데(문제는 찔러놓고 본인이 모른다는 거), 나오키의 변명은 그 아무리 허접한 것이라도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인다는 거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됐을 텐데, 자신이 나오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놨는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오키의 묘한 설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코토코.

 

초콜릿을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단지 박스 하나만 보고 그게 자신한테 주는 초콜릿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냐 나오키.......

 

기대 같은 거 안 하고 신경도 안 쓴다고 하긴 했지만 받고 싶었던 거잖아........

 

초콜릿도 맛없게 만들 수 있는 코토코의 엄청난 능력은 별개로 하고. 늘 이런 식이다, 나오키는.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가 그토록 어려웠다, 나오키는.

 

그렇게 어려웠기에 인정하고 나서 코토코와 연애할래요 도 아닌 결혼할래요, 로 내달릴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토코의 초콜릿을 보는 나오키의 표정은 따뜻하다. 먹지는 못하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훈훈하게 흘러갈 줄 알았지......

 

 

역시 나 혼자 쓰고 있지만 혼잣말도 재밌다 ㅎㅎㅎㅎ

 

 

3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코토코를 신경쓰기 시작한 나오키가 제법 친절하게 그려진다.

 

기말고사에서는 100등을 했지만 중간고사의 결과가 바람직하지 못해 결국 여름방학에도 보충수업을 나가게 된 코토코. 수업시간에 멍때리다 결국 운동장 10바퀴 돌라는 벌을 받게 되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 무서워...

 

선생님의 아이하라! 한 마디에 테니스 치다가 돌아보는 나오키. 아마 좀처럼 해본 적 없을 게 분명한 실수로 공이 밖으로 튀어 나가고 하필이면 그게 코토코의 이마를 맞춘다.

 

아이하라, 란 성이 일본에서 흔한 성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게 코토코라는 확신이 없는데도 자동반사적으로 돌아보던 나오키의 행동을 보면, 아침에 코토코를 데리고 간 킨짱이 신경쓰여서 결국 학교에 연습하러 온 거라고... 우겨본다.

 

이때 본격적으로 등장한 테니스는 나오키와 코토코의 사이를 더욱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연습할 필요가 없는 나오키가 연습을 하러 나오는 건 항상 코토코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였던 거냐... 코토코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게...

 

극 전체를 통틀어 나오키가 활짝 웃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감정 표현 자체가 크지 않은 인간이라 대부분 무표정, 내지는 정색이라 그렇다.

 

근데 가끔 이렇게 이를 만개하고 웃을 때가 있는데, 그건 항상 코토코 때문이다. 아마 나오키 인생에서 코토코만큼 재미있는 사건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코토코가 깊이 각인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오키에게 이마를 얻어맞고도 이마를 얻어맞게 된 게 한눈 팔다 벌을 서던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니 뭐라 변명도 제대로 못하는 코토코.

 

나오키는 웃겨 죽는다. ㅎㅎㅎㅎ 시즌2 10회에서 나오키가 빵 터지는 회차가 있는데 그것도 다 코토코와 코토코 어머니 때문이니, 코토코는 확실히 나오키 인생에 몇 안 되는 박장대소를 가져다 준 엔돌핀임에 틀림없다.

 

 

이 드라마는 화자가 코토코이고, 코토코가 워낙 나오키를 떠받들고 경배하는 바람에 시청자들도 덩달아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게다가 나오키 이넘은 워낙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인간인지라 지금 롸잇 나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웬만해선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복습하면서 나오키의 시선만 따라가며(워낙 코토코가 시끄럽고 행동이 큰 데다 자막을 따라가야 해서 그게 쉽지는 않다.....)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감독의 디렉팅인지 아니면 배우 본인의 연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카메라가 코토코만을 비추고 있거나 코토코에게 집중하는 순간에 약간 포커스아웃된 나오키의 시선을 집요하게 따라가 보면, 아주 많이, 나오키의 시선이 코토코에게 머무는 게 보인다.

 

이번 3회에 그게 확연히 보인다. 아무래도 킨짱이 나오키를 확실히 자극시킨 모양이다. 식탁 앞에서 그렇게 소리지르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코토코가 자신을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말했어도(그건 과거 일이라 그랬지...) 킨짱에게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 말하긴 했어도, 왠지 나오키는 내내 코토코의 마음의 향방이 궁금하고 코토코가 신경쓰였던 것 같다.

 

 

아버지들은 동창회로 집을 비우고 그 찬스를 살려 화려한 연기를 보이며 유키까지 데리고 사라져 주신 나오키 어머니 덕분에 집에 나오키와 단 둘이 남게 된 코토코와 나오키.

 

과연 나오키는 코토코를 의식했을까 아닐까.

 

코토코의 시선 위주이니 우리는 진실을 알 길이 없지만, 왠지 신경쓰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방에 쳐들어온 코토코를 대하는 나오키를 보면.

 

 

저녁을 만들려다 부엌을 태울 뻔한 대참사를 일으킨 코토코를 대신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 나오키.

 

요리도 머리를 쓰는 일이라는 건 몰랐어...

 

그리고 코토코는 방학숙제가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엄청난 사실을 깨닫는다. 근데 결국 수학과 물리 빼놓고 어쨌거나 몇 시간만에 숙제 해치운 거 보면 코토코도 그렇게까지 머리 나쁘고 구제불능은 아닌 것 아니냐....고 하고 싶은데 그 숙제를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네.

 

 

고민고민하다 나오키의 숙제를 빌리러 몰래 나오키 방에 들어갔던 코토코는 그만 나오키에게 딱 걸리고 만다. 처음부터 깨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코토코가 의자에 발이 걸려 시끄러운 소리가 났을 때 깬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오키 이넘..........

 

코토코가 숙제 때문에 몰래 들어온 걸 뻔히 알면서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고............. 좋아하고 있돠. 저 활짝 웃는 것 좀 보소.

 

아냐 코토코... 너 놀리려고 그런 게 다인 것 같지는 않다규.

 

도대체 나오키는 왜 그렇게 코토코가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그 답이 예스, 라면 나오키 식 표현대로 귀찮게 되는 거잖아...

 

그런데 킨짱의 소동 이후 나오키는 기어이 이렇게 코토코의 진심을 확인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것 같다.............. 코토코 말마따나 코토코가 덮쳤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어떡하려고 그랬어......... 코토코가 그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왠지 있는 것 같긴 하다. 나오키 변명이 내가 듣기론 좀 많이 어설펐는데 그걸 수긍하는 코토코는 더 웃기고.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도 이런 식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단순히 숙제를 빌려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 나오키.

 

코토코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코토코와 함께 방학 숙제를 하는 나오키. 그렇지... 숙제를 하는 이유는 숙제를 통해서 공부를 하고 복습 내지는 예습을 하기 위함인 건 맞는데... 사실 코토코는 그저 네 숙제를 살짝 빌려 베끼고 돌려주려 했을 뿐이라고. 밤새 공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그렇지만 둘은 결국 밤새서 코토코의 숙제를 같이 한다. 그게 두 사람의 고교시절 여름방학의 마지막 추억이 된다.

 

 

코토코가 만드는 밥은 먹지 않겠다고 하지만, 코토코가 실망한 것을 보고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커피를 끓여 달라고 하는 나오키.

 

눈치를 본 건지 아니면 커피를 끓여 달라고 하는 게 왠지 쑥스러웠던 건지 모르겠지만, 시즌2 9회에서도 인정했듯, 나오키는 드디어 코토코의 많은 장점 중 하나를 인정한다.

 

커피 하나는 코토코가 잘 만들어.

 

 

두 사람만이 나누는 커피의 향기는,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시간과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지난번 함께 커피를 마셨을 때보다는 한층 더 가까워지고, 조금은 더 설레는 시간이 된 커피 타임. 커피는 나오키에 대한 코토코의 마음이고 나오키가 티내지 않고 코토코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수단이 된다고나 할까.

 

이 좌식아... 그거 말고도 코토코의 마음을 받아줄 방법은 많았다고!

나오키는 과연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했을까.

 

본인이 자신의 마음(내지는 과거?)을 그나마 정확히 밝히는 게 자그마치 시즌2 14회에 가서다. 동생 유키가 자신과 비슷한 사랑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동질감을 느끼던 차에 유키가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했느냐고 묻자 글쎄, 하면서 대답한 게 바로 5회 장난스런 키스 바로 그 부분이다.

 

 

이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을 듣고 안심을 해야 하는데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라고 한다.

 

그렇다는 건, 그 전부터 이미 코토코에게 흔들리고 있었고, 마음이 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제 마음을 온전히 깨달은 건 그로부터 몇 년 후지만. 5회 포스트에서 할 얘기이긴 하지만, 장난스런 키스를 하기 전까지 나오키는 코토코와 킨짱 때문에 극도로 화가 나 있었다. (이른바 질투에 활활)

 

얼핏 보기에는 코토코 혼자 나오키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마침내 나오키를 쟁취한 것 같지만, 몇 번이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3회부터 나오키는, 코토코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려 든다.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지만(결코 코토코를 좋아할 리 없다고 믿었던 듯), 어찌된 게 본인이 나중에 털어놓은 것처럼, 코토코가 멀어지려 할 때마다 나오키는 참지를 못한다.

 

코토코 혼자 열심히 삽질하다 나오키를 쟁취했다기보다, 코토코가 멀어지려 할 때마다 자신 쪽으로 잡아당긴 나오키와 열심히 밀어붙인 코토코의 합작품이었다는 것. 그걸 진작 알았으면 코토코 마음도 좀 더 편했을 텐데, 코토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 눈치가 드럽게 없다. 특히 나오키에 대해서는 자신감마저 결여되었으니 더더욱.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나오키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코토코.

 

읽어주지도 않을 러브레터, 나오키가 결코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코토코는 참담하다.

 

 

동거 사실이 기묘하게 폭로가 되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 너는 나한테 민폐덩어리라고 화를 내긴 했지만, 그게 은근히 마음에 걸렸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엄마가 씻으라고 했다는 말을 굳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할 필요까진 없었으니까. 여전히 화가 나 있고 귀찮았다면, 그냥 방문 앞에서 툭 던지듯 말하고 갔으면 그만인데, 굳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펼쳐져 있는 코토코의 러브레터를 끝까지 읽는다.

 

나오키에게 대시한 여자들은 엄청나게 많았겠지만, 나오키가 러브레터를 끝까지 읽은 건 코토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듯.

 

그리고 이 편지가, 이 편지에 담긴 코토코의 진심이, 나오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던 것 같다. 아주 양보해서, 코토코에게 화가 난 것은 풀렸던 듯.

 

 

그러니, 코토코가 아니라 그 누구라 해도 오해하기 딱 좋은 행동을 하지.

 

굳이 멈춰서서 코토코 뺨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떼어줄 필요는 없잖아, 이리에 군.

 

정말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코토코 한정이긴 하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래 놓고 몇 년이나 아무 사이 아니라는 듯 굴었다지, 이 코토코 한정 선수 같은 놈.

 

제 마음을 몰랐거나 눈치챘더라도 인정하기 싫어서였겠지만, 코토코 한정 쒸레기 짓을 좀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돠.

 

나오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려 하지만, 코토코는 당연히 헷갈리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상관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나오키가 킨짱과 코토코를 응시하게 된 장면.

 

스쳐 지나가듯 봤을 땐 몰랐지만, 킨짱이 유별나게 코토코 주변을 얼쩡거리는 게 드디어 나오키 신경을 긁기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그날 밤 기어이 일을 벌리지.

 

 

혼자서 아주 멀리, 머얼리 가고 계신 나오키 어머니 덕분에, 코토코와 나오키가 폭발하게 되는 씬.

 

솔직하게 이 씬에서 좀 놀랐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이렇게까지 격하게 폭발한 씬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오키의 신부로 삼을 거라는 말에 어이가 어이가 없어서 웃어 버린 거라고 하자, 이리에 군.

 

그렇다고는 해도 반대! 를 외치는 게 동생이 먼저여서야 원. 게다가 코토코가 멋대로 결정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고 나서 남의 인생 가지고 멋대로 하지 말라는 얘길 하는 건 좀 아니잖아.

 

 

나오키는 아마 코토코가 자신의 신부로 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좀 거슬렸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관심없는 사람을 갖다 붙이면 나라도 질색팔색 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 질색이라고 정색을 하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어쨌거나 이 장면의 코토코는 썩 맘에 든다. 풀이 죽는 게 아니라 나 역시 싫다, 고 해서.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 이리에 군과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럼 나도 질색이라거나 싫다거나 뭐 그런 류의 좀 강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게, 이리에 군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무언가를 툭, 건드렸던 것 같다.

 

 

이리에 나오키는 굉장히 냉철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수재가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자기 엄마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든 자신과 코토코를 찍어 붙이려는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되지.

 

그런데 이때의 나오키는, 다른 생각이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오직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서, 나오키 엄마 식으로 좀 나가서 말한다면, 환장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코토코 말이 백 번 맞다. 몰래 러브레터를 읽어서 어쩔 수 없이 외워 버린 거야 어쩔 수 없다쳐도(아니, 어쨌든 아직 코토코 손 안에 있는 러브레터를 몰래 읽은 것부터가 좀 아니잖아) 그걸 식구들 앞에서 줄줄줄 외울 필요는 없잖아.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걸 인정하게 만들어서 뭘 어쩌려고 그랬느냔 말이다.

 

 

여기서 좀 많이 놀랐음.

 

쪽팔리고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에 몰렸던지라 그랬겠지만, 부모님들 계시는 자리에서 뺨 때리고 소리 지르면서 싸울 줄은 몰랐음.

 

얘네들이 이렇게 싸우는 게 어쩐지 남녀 간의 텐션이 폭발하는 장면인 것 같아서 폭력적이지만 은근히 되돌려 보게 되는 장면이다.

 

후반부에도 나오키가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 오히려 코토코를 계속 자극해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싸우는 직접적인 원인과 마음은 정반대라 결말을 알고 보면 무척 흥미롭다.

 

 

도대체 나오키는 왜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인정시켜야 직성이 풀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오키 본인도 모를 거야.

 

코토코가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계속 부정을 하니, 어머니 말에도 오히려 입을 다물고 반박하지 않는 것 좀 보소.

 

코토코가 다시 널 좋아하면 귀찮아져서 싫은 거 맞았던 거냐, 이리에 나오키. 게다가 아버지 말은 왜 또 듣고 앉았어...

 

 

결정타는 이거다.

 

몰래 엿듣던 킨짱이 참지 못하고 쳐들어 왔을 때. (도대체 그 거리에서 망원경으로 쳐다봐야 할 정도의 거린데 무슨 수로 이 집안 얘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거냐 소머즈냐)

 

천재 이리에 나오키가, 자신의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아버린 이 상황에서, 애매모호하게 흘리고 간다.

 

오늘은 싫어도 내일은 좋아질 수도 있다는둥. 아니, 내일은 코토코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거야, 뭐야. 내가 코토코라도 헷갈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킨짱에게 못박는 저 마지막 말. 네가 아무리 핫한 사이라고 우겨도 코토코는 날 좋아해, 라는 자신감.

 

뭐여, 방금 코토코가 러브레터 쓴 건 같이 살기 전이라고 한 말 들었어 못 들었어. 왜 무시하는 것이냐.

 

말은 저렇게 했어도 그건 킨짱이 짜증나서였던 것 같긴 하다. 후반부에 기어이 코토코를 덮치는 시늉까지 해서 코토코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니까.

 

 

 

그러니까 그게 미스터리라고, 이리에 군.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 적어도 모르는 척 하는 게 좀 더 편한 거 아니냐고. 왜 기어이 코토코가 널 좋아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했느냐고.

 

그러니까 이리에 군, 네 마음도, 이미, 코토코 때문에 요동치고 코토코가 신경쓰이고 그랬던 게지.

제목이 겁나 길어... 너무 길어...

 

1편에서는 나오키에게 건질 것이 없다. 러브레터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코토코의 집이 무너지고, 그 때문에 코토코가 이리에가에 얹혀 살게 되기까지가 쭉 나온다.

 

나오키에게 망신을 당한 코토코는 나오키를 꺾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100등 안에 들기로 목표를 조금 낮춘다. 열등반과 우열반 제도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 반인 F반의 코토코가 100등 안에 든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얘기.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코토코가 이상하다 하고, 코토코는 혼자 공부를 열심히 해 보지만 이렇게 하다간 100등 안에 드는 데 100년은 걸릴 것 같다는 좌절을 느낄 뿐.

 

그러나 뜻밖의 구세주는 시즌 1,2 내내 홀로 우주까지 마구 마구 멀리 가시던 나오키의 어머니다. 너무나도 딸이 갖고 싶었던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에게 여장을 시켰던 과거를 코토코에게 보여주는데, 보여주는 걸로 모자라 사진을 쥐어주기까지... 어머니, 아들한테 너무 하셨어요...

 

 

나오키가 언제 코토코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지 볼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보다 보니 나오키는 초반에 코토코를 성(姓)으로 불렀구나. 아이하라! 코토코도 나오키를 시즌 끝날 때까지 이리에 군이라고 부르지만, 코토코 말마따나 그건 코토코 입에 그게 붙어 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애칭처럼 느껴지는데, 초반에 나오키가 코토코를 아이하라, 라고 부르는 건 코토코와 그만큼 간격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나오키의 의지로 읽힌다.

 

코토코는 나오키 엄마에게 얻은 여장 사진으로 나오키를 협박한다. 이럴 땐 머리가 잘 돌아감. 가슴팍에 사진을 넣어 버리니 나오키로서도 강제로 뺏을 수가 없돠...

 

 

 

절대 무리라고 하던 나오키는 결국 사진을 되돌려 받기 위해 코토코 한정 특별 과외를 시작하고 어머니에게 2인분 야식을 부탁한다. 안 그래도 코토코가 무척 맘에 들었던 어머니는 이제 불타 오르기 시작.

 

 

이건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이지 1,2.jpg

 

나오키가 코토코가 쓰는 여자여자하고 사랑스러운 물건들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보는 이 장면은 재미도 있지만 돌이켜 보니 뭔가 상징적인 것 같기도 하다. 이때부터 나오키는, 코토코의 세계, 코토코로 대변되는 다이나믹하고 예측 불가한 '현실이라 쓰고 코토코 세계라 읽는 현실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니까.

 

 

나오키가 코토코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는 건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오키 '센세'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늘 코토코였다.

 

A,B반이 점령하는 100등 안에 들어간 것도 그렇고 간호학과 편입 시험, 간호사 국가 고시, 간호사로서의 성장 등등, 코토코의 극적인 성장 뒤에는 언제나 나오키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 나오키는 코토코의 수퍼 파워, 코토코의 에너지원이어서 나오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내지는 나오키에게 증명하기 위해 코토코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였고 그게 결국 나오키를 붙잡는 힘이 된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코토코의 끈기와 힘. 나오키의 변화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아주 천천히, 나오키 본인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코토코가 딱 일주일 만에 예상문제를 모두 풀어내고 간 것을 본 나오키는 코토코 때문에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지만 커피 하나만큼은 잘 끓인다고 인정하게 되는 첫걸음. 뭔가 나오키와 코토코가 마음이 한 지점에 있다는 표시로 시즌 1에서 즐겨 사용된 상징이 바로 이 커피가 아닐까. 처음으로 둘이 함께 마신 이 커피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나오키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그리고 그 변화는 학교에서 도둑 인사를 하는 코토코를 무시하지 않고 '힘내라'고 반응해주는 데서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나오키는 코토코가 시작한 변화에 이끌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변화에 대한 반응은 그 다음 문제지만.

 

 

코토코가 일으킨 물결은 나오키가 3년 만에 처음으로 반 친구들과의 뒷풀이 자리에 참석하게 만든다.

 

아마 이때가 나오키가 코토코와 킨짱을 질투하지 않고 쳐다본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시즌2의 질투 에피소드에서 나오키는 처음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지만, 그건 처음으로 '인정'을 한 거지 나오키 네가 질투를 안 한 건 아니거든.

 

나오키는 시즌 1 내내 킨짱을 신경쓰고 질투하고 또 신경쓴다. 자신과 대적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 쓰이는 건 쓰이는겨.

 

 

 

서로의 성적부터 확인하는 두 사람.

 

코토코는 자신의 공부를 봐주다가 나오키가 1등을 못했을까봐 걱정했고, 나오키는 코토코가 과연 정말 해냈는지 궁금했다.

 

해냈다. 절대 무리라던 일을, 코토코가 해냈다. 나오키의 두번째 미소. 화질이 구려서 안 보이는 게 아님. 보일락말락 웃음 거임..............

 

 

대만판에는 없었던 얘기인 것 같은데, 필립 체스터필드의 명언. 자신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그 명언을 찾아보고, 그 명언을 증명해낸 코토코를 보는 나오키는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웃는 나오키를 시즌 1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에, 여기서 나오키가 느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그냥 느끼게 된다.

 

나오키는 코토코가 어떤 사람이고 그게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즌 1,2를 거쳐서 천천히 깨닫게 되지만, 늘 모든 게 한결같이 쉬워서 무료하기만 했던 천재에게 코토코는 확실히 '아주 큰 자극'이 분명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여기서 끝.

 

 

 

그러게... 진짜 진코와 사토미는 뭔 생각을 한 거여.................. 화낼만 하잖아.

 

 

100등 안에 들겠다는 코토코의 선언은, 나오키의 콧대를 눌러주겠다는 허황된 꿈에서 시작되었다가 자신의 끈기와 노력의 결과를 나오키에게 증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니까 코토코는 에초에 세웠던 100등 안에 들겠다던 목표의 '이유'를 나오키와 함께 공부하면서 잊어버렸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오키의 도움으로 100등 안에 들면 나오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게 못되니까.

 

그렇지만 이때까지 코토코 역시 나오키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무참하게 거절당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나오키에게 폐를 끼치고 그래서 나오키가 너는 민폐덩어리이고 내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화내는 데 상처를 받는 이유를 처음엔 이해 못하는 거다.

 

그러나 코토코는 나오키에 대해서만은 빠르더라. 나오키는 아이큐 200의 천재라지만 제 마음을 깨닫는데 한 시즌이 소요되었던 반면, 코토코는 자신의 마음만은 분명하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냉랭할 줄 알았지................ 나오키로서는 화낼 이유가 충분했으니까. 저런 사진이 떴으니 안 그래도 주목받는 나오키의 생활이 얼마나 더 주목받았겠냐고. 그래서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나오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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