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가 16회 빼고 가장 이리에 나오키의 마음이 분명히 드러난 회차이고 그래서 가장 재밌는 회차였다. 나오키에게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 같은 회차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홧김에 했던 첫번째 키스와는 완전히 성질이 다른, 두번째 키스가 있었던 회차이기도 하다. 물론 코토코는 결혼식날까지 몰랐지만.

 

 

아버지와 나오키의 부모님은 규슈로 떠나고 나오키는 독립했으니 유키와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야 했던 코토코.

 

그러나 천만뜻밖에 유키 군이 몹시 아프다. 나오키는 연락이 되지 않고 부모님은 멀리 계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처음엔 자신이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때문인 줄 알았으나 같이 먹었는데 유키만 아픈 걸로 봐서 그건 아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긴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친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당황한 코토코. 이리에 군과 어떻게든 연락이 닿아야 한다.

 

 

 

코토코의 친구들이 총동원되어서 간신히 킨짱이 이리에 군을 데려왔다.

 

이리에 군이 킨짱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건 딱 두 번인데, 이게 그 첫번째다. 둘 다 이리에 군에게는 나름 큰 깨달음이 아니었나 싶다. 킨짱이 아니었다면 유키는 아침까지 수술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이리에 군은 격식을 갖춰 킨짱에게 감사하고 킨짱의 잔소리를 묵묵히 듣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주위 사람과 나누라, 는 킨짱의 충고가 이리에 군의 마음에 와 박혔던 것 같다. 이날 밤 코토코에게 속마음을 깊이 털어놓은 것을 보면.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코토코에게 고마워하는 이리에 군.

 

항상 그랬다. 코토코는 자신의 평온한 일상을 흐뜨려 놓은, 나오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처치곤란한 존재였다. 항상 자신에게 곤란한 일만 일으켰던 코토코. 코토코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건, 코토코로 인한 사건사고가 한 몫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 코토코에게, 처음으로 나오키는 신세를 지게 된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간단한 수술인 줄 알았는데, 사실 코토코가 없었더라면 동생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오키는 나름 큰 충격을 받았던 듯 하다. 만약 그랬다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집을 나왔던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유키는 정말 코토코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한다, 덕분에 무탈했으니.

 

안 그래도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던 존재였던 코토코가, 또 다른 의미를 더해 다가온다. 코토코 혼자 얼마나 당황하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미안하고 고맙고,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었을 거다. 그러니 꼭 안아주었겠지.

 

여기서부터 나오키의 독특한 애정표현이 나왔던 것 같다. 키 차이가 워낙 나서인지, 나오키는 코토코가 사랑스러울 때면 꼭 저렇게 뒤에서든 앞에서든, 이마든 머리든 만지더라. 시즌2에 들어가면 플러스 키스까지. 무뚝뚝하고 살가운 애정 표현을 잘 못하는, 아니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오키의 가장 살가운 애정 표현이라, 저 행동이 나오면 마냥 좋더라. ㅎㅎ

 

 

 

대만판 악작극지문의 즈슈가 전체적으로 좀 더 다정하고 두 사람의 감정묘사가 좀 더 세밀했던지라, 일본판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이 씬은, 일본판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다.

 

일단 나오키가 주변 상황에 떠밀려 코토코를 집으로 데려간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의지로, 먼저, 코토코를 집으로 데려갔다는 게 좋았다. 마츠모토와 동거하지 않는다는 것도 직접 말로 하지 않고 그냥 코토코 네가 멍청해서 오해한 거야, 정도로 풀어내던 나오키가, 이 집에 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라고 분명하게 말해주었던 것도 신기하고 놀랍고.

 

너는 나에게 남다른 존재다, 라는 의미라는 걸 코토코는 몰랐겠지만. (그저 마츠모토도 안 와본 집을 와본 걸 좋아할 뿐...)

 

 

코토코는 이 집에 나오키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지만 정작 나오키는 왠지 덤덤해 보인다.

 

정말 나오키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일까? 코토코가 추울까봐 먼저 샤워하라며 코토코를 보는 나오키 표정은 몹시 따뜻하다. 어쨌든 코토코가 이 밤에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불편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건 연락이 되지 않았던 자신과 유키 때문이 아닌가.

 

먼저 샤워하라고 권하고 자신의 옷을 건네주는데 전혀 망설임도 신경질도 없다. 놀려먹는 것도 없고 빈정대는 건 아예 없다.

 

나오키에게 코토코는, 적어도 이날 밤이라도, 몹시 고마운 사람인 거다.

 

 

코토코 혼자 긴장한 것도, 앞서 나간 것도 아니었다. 나오키 역시 신체건강한 남자이고, 몹시 신경쓰이는 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아무렇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나오키에게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일은, 나오키가 어른 남자로 홀로 설 수 있느냐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님과 한 집에 살긴 하지만, 그건 나오키가 부모님 손에 휘둘려서가 아니니 아무렇지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쩌면 나오키는, 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코토코와 이 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그럼 독립한 의미가 없어지는데. 코토코 혼자 앞서나간 게 아니라 나도 너와 비슷한 마음이지만, 참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거다, 자세히 설명해 주는 나오키.

 

이후에도 나오키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 진로와 미래, 갈등과 아픔 같은 것들을 오직 코토코와만 나눈다. 입으로는 어머니가 밀어붙이는 코토코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버티지만, 나오키 본인이 제일 많이 코토코를 필요로 하고 코토코에게 기댔고 코토코와만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딜레마가 나오키를 사호코와 결혼하겠다는 엉뚱한 자기괴롭힘의 길로 밀어넣었던 게 아닐까 싶고.

 

조곤조곤 왜 집을 나와 혼자 사는지 이야기하는 이리에 군. 코토코는 비로소 나오키의 큰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

 

 

 

아마 이리에 군은, 코토코에게 얘기를 하면서, 코토코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았나 싶다.

 

이리에 군의 미래를 결정한,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단서가 코토코의 입에서 나왔다.

 

유키의 수술과 코토코의 믿음을 계기로, 나오키는 의사라는 직업을, 의업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정말 그 길로 가고 싶은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말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지 못해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던 나오키에게, 코토코가 등불을 비춰준 것 같다.

 

이러니 나오키가 어떻게 코토코의 손을 놓을 수 있었겠는가. 그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 문제만이 전부가 아니었던 거다. 코토코는 언젠가부터 이리에 군의 가족이었고, 기댈 수 있고 상의할 수 있는 친구였고, 신경쓰여 견딜 수 없는 좋아하는 여자였다. 어느 하나 쉽게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꼭 이런다니까, 중요한 순간에.

 

라고 중얼거리던 이리에 군은, 과연 코토코가 먼저 잠들어 버리지 않았다면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나한테 소중한 게 뭔지, 흥미로운 게 뭔지 조금씩 깨닫게 된 것 같다고 말하던 이리에 군은 과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너, 라는 거겠지. 코토코가 깨어 있었어도 그 말을 해주진 않았을 것 같지만.

 

코토코를 가만히 바라보는 이리에 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긴장하고 설레하는 것 같더니 먼저 잠이나 들고 바보 코토코. (잠이 오더냐 잠이) 오늘 하루 코토코는 참으로 힘들었을 거다. 코토코가 고맙고 코토코가 더욱 사랑스러워진 거다.

 

 

 

 

일어나니 옆자리가 비었다. 코토코를 찾던 나오키는, 코토코가 커피를 끓여놓고 먼저 병원으로 간 것을 알게 된다.

 

10회 후반부는 유난히 이리에 군의 미모가 빛난다......................... 그건 이리에 군이 코토코 때문에 설레고 코토코를 사랑스럽게 여겨 눈빛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코토코가 끓여준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 조금은 설레는 듯한 이리에 군.

 

간밤을 전후로, 이리에 군에게 코토코의 의미는 또 한 번 더 달라졌다. 그걸 암시하는 듯한 찬란한 아침 햇살.

 

코토코는 단순히 폐만 끼치는 민폐덩어리도 아니고, 귀찮게 달라붙어 좋아한다 외치는 바보도 아니다. 코토코에게 여러 가지로 기대고 신세를 졌다는 것을 , 코토코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나오키는 분명하게 깨달은 듯 하다. 그래서 이날 이후, 나오키는 코토코에게, 오직 코토코에게만 제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나보다.

 

 

 

유키를 간호하기 위해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간 것으로도 모자라 유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놓고 코토코식의 응원까지 준비한 것을 보는 나오키는 고맙고, 고맙다못해 사랑스럽다. 마음이 몹시 벅찼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오키는, 첫번째 키스처럼 뭘 의도하거나 하지 않은 채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서, 키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너무나도 예뻐서. 안 하고 배길 수가 없어서.

 

 

나오키가 몰래 도둑키스를 하고 갔다는 것을 코토코는 결혼식날까지 모르지만, 느낌이 있었나보다.

 

코토코 식으로 나오키와 꿈에서 키스를 했으니까.

 

 

아마 유키에게는 충격과 공포였을 거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형이 먼저, 형이 저 바보 코토코에게, 그것도 몰래, 키스했다! 첫번째 키스 얘기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두번째 키스는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왠지 코토코가 달리 보일 수밖에.

 

나오키는 숨기고 감추려고, 자기 본 마음을 모른 척 하려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는지 모르지만, 이러니 가족이 나오키가 사호코와의 결혼을 밀어붙였을 때 모두 나오키를 걱정했던 거겠지. 나오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부모님은 물론 유키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코토코 네 말이 맞아. 이리에 군 역시, 오래 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표현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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