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겁나 길어... 너무 길어...

 

1편에서는 나오키에게 건질 것이 없다. 러브레터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코토코의 집이 무너지고, 그 때문에 코토코가 이리에가에 얹혀 살게 되기까지가 쭉 나온다.

 

나오키에게 망신을 당한 코토코는 나오키를 꺾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100등 안에 들기로 목표를 조금 낮춘다. 열등반과 우열반 제도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 반인 F반의 코토코가 100등 안에 든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얘기.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코토코가 이상하다 하고, 코토코는 혼자 공부를 열심히 해 보지만 이렇게 하다간 100등 안에 드는 데 100년은 걸릴 것 같다는 좌절을 느낄 뿐.

 

그러나 뜻밖의 구세주는 시즌 1,2 내내 홀로 우주까지 마구 마구 멀리 가시던 나오키의 어머니다. 너무나도 딸이 갖고 싶었던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에게 여장을 시켰던 과거를 코토코에게 보여주는데, 보여주는 걸로 모자라 사진을 쥐어주기까지... 어머니, 아들한테 너무 하셨어요...

 

 

나오키가 언제 코토코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지 볼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보다 보니 나오키는 초반에 코토코를 성(姓)으로 불렀구나. 아이하라! 코토코도 나오키를 시즌 끝날 때까지 이리에 군이라고 부르지만, 코토코 말마따나 그건 코토코 입에 그게 붙어 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애칭처럼 느껴지는데, 초반에 나오키가 코토코를 아이하라, 라고 부르는 건 코토코와 그만큼 간격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나오키의 의지로 읽힌다.

 

코토코는 나오키 엄마에게 얻은 여장 사진으로 나오키를 협박한다. 이럴 땐 머리가 잘 돌아감. 가슴팍에 사진을 넣어 버리니 나오키로서도 강제로 뺏을 수가 없돠...

 

 

 

절대 무리라고 하던 나오키는 결국 사진을 되돌려 받기 위해 코토코 한정 특별 과외를 시작하고 어머니에게 2인분 야식을 부탁한다. 안 그래도 코토코가 무척 맘에 들었던 어머니는 이제 불타 오르기 시작.

 

 

이건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이지 1,2.jpg

 

나오키가 코토코가 쓰는 여자여자하고 사랑스러운 물건들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보는 이 장면은 재미도 있지만 돌이켜 보니 뭔가 상징적인 것 같기도 하다. 이때부터 나오키는, 코토코의 세계, 코토코로 대변되는 다이나믹하고 예측 불가한 '현실이라 쓰고 코토코 세계라 읽는 현실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니까.

 

 

나오키가 코토코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는 건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오키 '센세'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늘 코토코였다.

 

A,B반이 점령하는 100등 안에 들어간 것도 그렇고 간호학과 편입 시험, 간호사 국가 고시, 간호사로서의 성장 등등, 코토코의 극적인 성장 뒤에는 언제나 나오키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 나오키는 코토코의 수퍼 파워, 코토코의 에너지원이어서 나오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내지는 나오키에게 증명하기 위해 코토코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였고 그게 결국 나오키를 붙잡는 힘이 된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코토코의 끈기와 힘. 나오키의 변화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아주 천천히, 나오키 본인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코토코가 딱 일주일 만에 예상문제를 모두 풀어내고 간 것을 본 나오키는 코토코 때문에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지만 커피 하나만큼은 잘 끓인다고 인정하게 되는 첫걸음. 뭔가 나오키와 코토코가 마음이 한 지점에 있다는 표시로 시즌 1에서 즐겨 사용된 상징이 바로 이 커피가 아닐까. 처음으로 둘이 함께 마신 이 커피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나오키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그리고 그 변화는 학교에서 도둑 인사를 하는 코토코를 무시하지 않고 '힘내라'고 반응해주는 데서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나오키는 코토코가 시작한 변화에 이끌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변화에 대한 반응은 그 다음 문제지만.

 

 

코토코가 일으킨 물결은 나오키가 3년 만에 처음으로 반 친구들과의 뒷풀이 자리에 참석하게 만든다.

 

아마 이때가 나오키가 코토코와 킨짱을 질투하지 않고 쳐다본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시즌2의 질투 에피소드에서 나오키는 처음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지만, 그건 처음으로 '인정'을 한 거지 나오키 네가 질투를 안 한 건 아니거든.

 

나오키는 시즌 1 내내 킨짱을 신경쓰고 질투하고 또 신경쓴다. 자신과 대적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 쓰이는 건 쓰이는겨.

 

 

 

서로의 성적부터 확인하는 두 사람.

 

코토코는 자신의 공부를 봐주다가 나오키가 1등을 못했을까봐 걱정했고, 나오키는 코토코가 과연 정말 해냈는지 궁금했다.

 

해냈다. 절대 무리라던 일을, 코토코가 해냈다. 나오키의 두번째 미소. 화질이 구려서 안 보이는 게 아님. 보일락말락 웃음 거임..............

 

 

대만판에는 없었던 얘기인 것 같은데, 필립 체스터필드의 명언. 자신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그 명언을 찾아보고, 그 명언을 증명해낸 코토코를 보는 나오키는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웃는 나오키를 시즌 1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에, 여기서 나오키가 느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그냥 느끼게 된다.

 

나오키는 코토코가 어떤 사람이고 그게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즌 1,2를 거쳐서 천천히 깨닫게 되지만, 늘 모든 게 한결같이 쉬워서 무료하기만 했던 천재에게 코토코는 확실히 '아주 큰 자극'이 분명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여기서 끝.

 

 

 

그러게... 진짜 진코와 사토미는 뭔 생각을 한 거여.................. 화낼만 하잖아.

 

 

100등 안에 들겠다는 코토코의 선언은, 나오키의 콧대를 눌러주겠다는 허황된 꿈에서 시작되었다가 자신의 끈기와 노력의 결과를 나오키에게 증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니까 코토코는 에초에 세웠던 100등 안에 들겠다던 목표의 '이유'를 나오키와 함께 공부하면서 잊어버렸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오키의 도움으로 100등 안에 들면 나오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게 못되니까.

 

그렇지만 이때까지 코토코 역시 나오키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무참하게 거절당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나오키에게 폐를 끼치고 그래서 나오키가 너는 민폐덩어리이고 내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화내는 데 상처를 받는 이유를 처음엔 이해 못하는 거다.

 

그러나 코토코는 나오키에 대해서만은 빠르더라. 나오키는 아이큐 200의 천재라지만 제 마음을 깨닫는데 한 시즌이 소요되었던 반면, 코토코는 자신의 마음만은 분명하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냉랭할 줄 알았지................ 나오키로서는 화낼 이유가 충분했으니까. 저런 사진이 떴으니 안 그래도 주목받는 나오키의 생활이 얼마나 더 주목받았겠냐고. 그래서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나오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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