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부터 15회까지는 두 편씩 묶어서 후다닥 봐야겠다. 12,13회는 두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는 회차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스토리가 없고 점점 더 무거워져서, 14,15회는 보면 볼수록 빡쳐서(나오키 이 #$#$^$%&%*#%#시키!!!) 그냥 묶어버렸다.

 

12회는 크리스마스 이후 진로 고민에 빠진 친구들과 코토코, 이리에 군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친구들은 모두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홀로 뭘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코토코.

 

기껏 생각해낸 것들이라야 전부 이리에 군 조력자........................... 이게 코토코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코토코가 학을 떼게 싫을 거야.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거라곤 오직 이리에 군 뿐이니.

 

코토코가 사랑스럽고 예쁘긴 하지만, 사실,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게 이 캐릭터의 기본 설정이긴 한데, 원작이 벌써 24~5년 전의 것이란 것을 감안해도 코토코는 좀 많이 답답하다. 남자가 인생의 목표라니. 결국 간호사가 되긴 하지만, 거기에서 이리에 군 빼고도 보람과 가치를 찾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하긴 뭐.... 이리에 군이 의사의 길을 갔던 것도 결국은 코토코의 영향이 크니 부창부수....라고 하자.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킨짱이지만, 코토코에 관한 한 자신이 없다. 코토코 혼자만의 짝사랑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언가는 그게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어쩌면 코토코 혼자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한 킨짱은 못내 심란하다.

 

 

코토코가 이리에 군을 발견하고도 다가가지 않은(맨 정신으로!)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의학서적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리에 군. 코토코 역시 심란해진다. 난 뭘 하고 싶은걸까, 이리에 군에 관계된 일 빼고.

 

마츠모토와 코토코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씬이기도 하다. 마츠모토는 이리에 군이 왜 의학서적을 공부하는지 놀라고 궁금해하지만, 이리에 군은 마츠모토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이리에 군의 부모님은 이리에 군이 코토코와 빨리 결혼해서 회사를 물려받았으면 좋겠다. 후계자 수업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건 나오키를 숨막히게 했을 뿐이다.

 

사실 이리에 군 부모님이 그토록 코토코, 코토코, 노래를 부르지만 않았어도 이 빠가 이리에 나오키는 좀 더 빨리 제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연애조차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한바탕 한 후 뛰쳐나가다 코토코와 마주친 나오키는 생애 최대로 당황한 표정이다. 코토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마음대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려 드는 게 싫었을 뿐인데. 나오키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고 코토코는 쫓아간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쫓아나가 이리에 군을 위로하려 들다니......... 코토코 넌 역시 대단해.

 

 

부모님이 멋대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게 숨통이 막혔을 뿐, 사실 코토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건, 이 산책 씬에서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코토코의 위로는 나오키를 달래고, 코토코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오키는 비로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명백하게 결정하게 된다.

 

유키가 입원했던 날 같이 보냈던 그날 밤 나눴던 대화, 나오키는 계속해서 코토코의 말을 떠올린다.

 

너라면 의사가 돼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쳐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망설임을 끝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산책을 하다 지금.

 

코토코는 준비를 끝낼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이리에 군에게 알겠다고 하지만, 왜 그런 중요한 얘기를 나한테 해준 거야 궁금해한다. 궁금하겠지. 당연히 궁금할 거야.

 

왜 그런지는 이리에 군도 잘 모르니 대답해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번 회차부터 더 확실해지는 것 하나. 코토코는 이리에 군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이고 위로를 주는 존재이다.

 

 

 

대화를 끝내고 갈 길을 마침내 찾은 이리에 군은 한결 결연해 보인다.

 

계속해서 코토코의 말을 떠올리고 또 떠올리는 이리에 군. 코토코의 저 말이 이리에 군의 영혼을 얼마나 뒤흔들었던 걸까. 그리고 이리에 군은, 얼마나 자기 희망을 붙잡고 싶었을까.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이리에 군의 아버지가 쓰러지며 12회가 끝난다.

 

 

 

아버지가 쓰러지셨으니 나오키는 별다른 수가 없다. 그토록 피해왔던 길로 갈 수밖에.

 

이리에 군이 얼마나 속이 쓰라릴지 혼자만 아는 코토코는 이리에 군이 안타깝다.

 

 

유키 때 코토코에게 신세를 지면서 나오키는 코토코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자각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입원하는 바람에 간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어머니. 그 자리를 열심히 채워주려 노력하는 코토코. 코토코는 서툴지만, 코토코마저 없었다면 유키와 집안꼴은 어찌 되었을까.

 

설거지를 하는 코토코를 찾아와 조곤조곤 얘기를 하는 이리에 군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번 시련에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이번 위기를 넘기고 그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고.

 

뭐든지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하라 하고 커피를 준비하는 코토코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리에 군. 사방에서 숨통을 조여오는 지금, 나오키에게 유일한 위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코토코다. 코토코가 싸 준 맛없는 도시락까지 꾸역꾸역 먹는 이리에 군. 코토코가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가족 일을 돕는지 잘 아니까 맛없는 도시락 가지고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닌 거다.

 

 

모두가 어려운 때이지만, 코토코는 열심히 이리에 가(家) 일을 도우려 하고, 마치 신혼부부가 된 양 신이 나기도 하지만.......

 

회사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후계자 선정을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알게 된 이리에 군은 몹시 심란하고 괴롭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느꼈을 거다, 힘들게 찾은 자신의 꿈이 멀어져 가고 있다는 걸.

 

 

그 와중에 마츠모토가 고백을 한다. 마츠모토 타이밍도 참........... 처음부터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나오키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다.

 

마츠모토에게 코토코와 키스했다고 분명히 말하는 이리에 군. 이 이상 확실하게 못 박는 말도 없겠다 싶더라. 코토코는 첫번째 키스밖에 모르니까 왜 새삼 그 얘길 하나 싶었겠지만.... 이리에 군이 말한 키스는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를 포함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리에 군의 옆에 코토코가 있다는 거, 마츠모토와는 하고 싶지 않은 키스를 코토코와는 했다는 거. 이리에 군의 마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버지가 수술을 받아야 하고, 단지 조금만 도운 다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리에 군.

 

나오키는 꿈을 잃었다, 어렵게 힘들게 찾아냈던, 그래서 그만큼 소중하고 붙들고 싶었던 꿈을.

 

만약 이리에 군이 자기 꿈을 이루는 길로 진작 갈 수 있었더라면, 이리에 군은 코토코의 마음을 그토록 아프게 하지 않고 좀 더 일찍 코토코의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겠네. 결국 자신의 중요한 두 가지 미래 - 진로와 결혼 중 진로를,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정해준 길로 등떠밀려 가야 하는데, 연애까지 부모님이 정한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리에 군, 너는 틀렸어. 지금도 코토코에게 위로받고 있잖아. 코토코가 없었다면 어떻게 네 꿈을 찾았겠으며 지금 어떻게 이 위기 속에서 숨을 쉬었겠느냐고.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조건이니 맞선을 보겠단 결심을 하는 이리에 군.

 

그게 아니라고, 이 밥통 머저리 바보 천지 멍청이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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