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첫데이트가 나오는 8회. 저번 회 리뷰에서 테니스 시합을 계기로 나오키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나오키의 '무너짐'은 우리가 흔히 보고 기대하는 그런 류의 것은 물론 아니다. 이번 회에 나오키가 말하듯 코토코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걸 멈춘다는 것일 뿐... 이지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인 거잖아.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나오키 역의 즈슈가 일부러 마츠모토 역의 아가씨(이름도 까먹었음, 중요하지 않아 그런 이름...)와 일부러 데이트한다는 걸 팍팍 보여주고 나중에 두 사람의 '진짜 데이트'도 더 설레게 보여주었는데......... 일본판은 쓸데없이 마츠모토와의 데이트나 상세히 보여주고 나오키와 코토코의 데이트는 몽땅 생략해 버려서 이걸 데이트라고 부를 수 있나... 싶다.

 

이게 결혼하기 전 유일한 데이트라는 걸 생각하면 눙물이... ㅠㅠ 코토코... 불쌍한 것.

 

 

코토코 아버지와는 연락이 안 되고 오갈 데 없는 코토코를 결국 집으로 데려가는 나오키.

 

그러나 거기엔.... 두 사람의 키스 사실을 알아버린 나오키 어머니의 어마어마한 음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하신 나오키 어머니, 아예 모든 부동산을 섭외해서 거의 반강제로 코토코 부녀를 다시 집 안에 들인다.

 

줄곧 생각한 거지만, 나오키 어머니는 두 사람이 이어지는데 가장 큰 다리가 된 것과 동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나오키가 후반부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밀어붙였던 데에는, 결혼 상대자만은 자신이 스스로 고르겠다는 이상한 고집(?)이 작용한 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 바, 나오키 어머니가 계속 코토코를 붙잡아 두고 사건사고를 만드는 게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면서 동시에 나오키가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키스는 아무 의미 없었던 거고, 손도 못 잡아봤고 데이트도 못해봤다며 우울해하는 코토코. 이번 회차에 그걸 다 해소(?)하리란 암시였던 거다.

 

 

 

넘어져도 뭐 저런 기묘한(?) 자세로 넘어져가지고 나오키를 빡치게 만들었던가...

 

나오키 얘, 아무래도 이 방면에서는 천재가 아니라 코토코보다 더 한 바보같다. 코토코가 그렇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또 말하고 온몸으로 보여주는데도, 왜 거기에 일말의 의심을 계속 품고 불안해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불안해했다기보다는 화를 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나오키 이넘이 경쟁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내가 코토코를 좋아해'가 아닌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다. 그래서 그 마음에 확신이 있었느냐, 하면 나오키 역시 끊임없이 그걸 확인하려 들었던 것 같다.

 

이 바부탱이 나오키 넘은 분명히 스도와 코토코 커플(?)을 만나기 전에는 마츠모토와 영화 보러 갈 생각이 전혀 없던 놈이었다. 그런데 코토코가 그게 아니라고 하는 변명 같은 건 듣지도 않고 홧김에(?) 마츠모토와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한다.

 

 

 

코토코는 아버지에게 나오키를 좋아하는 한, 나오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얘기한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건데, 결국 코토코는 끝까지 노력한다. 나오키 이 바보가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고 하기 전까지, 코토코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마츠모토와 나오키가 데이트하는 걸 견딜 수 없었던 코토코와 스도는 함께 두 사람을 감시하며 방해하기로 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나오키와 화기애애한 데이트 분위기는 곧 코토코를 처참하게 만든다. 아무리 코토코에게 보여주려 한다고 그랬다지만, 나오키도 좀 많이 너무했다. 정작 코토코와는 한 번도 저러지 않았으면서.

 

그러니까 나중에 사호코와의 데이트 씬들에서도 나오지만, 나오키가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구는 건 나오키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 거다. 나오키는 원래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애쓰는 건 굉장한 에너지 낭비였던 건데, 코토코와는 지나치게 편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노력을 눈꼽만큼도 하려 들지 않는다. 뭐, 좋은 의미로, 나오키는 코토코 앞에 원래의 그 이기적이고 냉정한 나오키 본연의 모습을 편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비참한 마음에 돌아가려다 웬 깡패에게 딱 걸리는 코토코. 실수로 음료를 쏟았는데, 이 깡패가 쓸데없는 시비를 건다.

 

이 드라마 보는 내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거 하나. 코토코보고 모두 멍청하게 생겼다고 볼품없다고 하는 거. 아니 저 얼굴 어디가..????? 그나마 이 깡패는 코토코를 제대로 볼 줄 알잖아. 귀엽다고(예쁘다고) 데려가려는 거 보면.

 

 

두 사람이 워낙 어설펐으니 나오키가 눈치채는 건 금방이었겠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줄은.............. 그러면서 그렇게 오래 보여주기식 데이트를 했다니, 나오키 이넘도 심술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나오키가 심술을 부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바로 이런 때. 그렇다는 건, 코토코와 스도 쪽을 내내 신경쓰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개입했던 걸 보면.

 

마츠모토도 불쌍해... 나오키 이넘의 심술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당한 거잖아....

 

 

 

드디어 손을 잡았어...

 

처음엔 코토코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던 나오키는 이내 코토코의 손을 잡고 달린다. 손 잡는 문제(?)는 해결.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놀려먹는 재미로 마츠모토와 데이트를 하다니, 이리에 나오키의 심술은 어디까지인가.

 

하여간 이넘은 코토코가 관련되기만 하면 냉정함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인간이 되든가, 아니면 아예 대놓고 싸우거나, 빈정거리거나, 나오키 본인의 성격 중 가장 나쁜 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마츠모토와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거라면 미안하다 사과하는 코토코의 말을 툭 자르고 어디로 갈래, 묻는 나오키.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면 단순한 코토코가 좀 더 이해하기 쉽잖아............ 코토코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 듣기 싫어하면서 항상 이런 식이다, 이리에 나오키 이넘은.

 

그래서 두 사람은 오다이바로 가는데.... 중간에 나오키가 사라졌다.

 

 

 

아니.... 코토코 꼬라지(?)가 레스토랑 같은 데 갈 만한 꼬라지가 아니면 어디서 뭘 사오겠다고 말을 하고 가면 좋잖아...

 

그 사이에 코토코가 어디로 가버렸음 어쩌려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가 불쑥 먹을 것을 내미는지.

 

어쨌거나 이게, 나오키가 코토코를 위해 최초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한 거였다. 나오키가 코토코를 위해 처음으로 돈을 쓴 거기도 하고.

 

아, 코토코.....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ㅠㅠ

 

 

 

나오키는 내내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흘끔흘끔, 코토코에게 들킬까봐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만. 아, 둔한 코토코. 너의 역경은 너의 둔함 때문에 일어난 경향도 다분하구나...

 

마침내 제 마음을 인정하게 된 나오키.

 

코토코에 대한 마음을 백퍼센트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더는 도망갈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키스했던 것도 사실 그러니까, 나오키의 마음이었던 거다. 그 후로 줄곧 아무 사이도 아닌 채로 지냈지만, 나오키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을 것 같다.

 

내가 왜 그때 키스했던 걸까. 왜 계속 저 머리나쁘고 둔한 여자가 신경쓰일까. 왜.

 

그리고 나오키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코토코는 내게 주어진 시련이다. 생애 최초의 시련. 그렇지만 그 시련을 겪어내는 게 싫지 않다....라는 건 코토코가 싫지 않다는 거다. 싫어야 마땅한데, 코토코는 나한테 결코 어울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도 아닌데, 싫지 않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안 된다.

 

코토코 친구 말대로 싫지 않은 것과 좋은 것은 많이 다른 문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여기까지 오는 게, 그래서 여기까지 인정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었다. 커다란 반전이라고나 할까.

 

코토코는 과연 혼자서 결혼까지 튀지만, 나오키의 속마음은 단순히 코토코가 싫지 않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별다른 데이트나 큰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코토코를 향한 마음은 점점 더 제어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마침내 제 마음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을 때 코토코랑 사귀어 볼래요, 가 아닌 결혼할래요, 로 튀었던 걸 보면.

 

다만 이때는, 여기까지가 나오키가 인정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뿐. 이후로 코토코에 대한 나오키의 심술은 확 줄고, 나오키식 퉁명한 배려와 표현은 늘어나니까.

 

 

 

석양을 배경으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던 두 사람.

 

같이 햄버거를 나눠먹은 게 전부였지만, 둔한 코토코가 이걸 데이트로 여길 만큼 두사람 사이엔 두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그 어떤 분위기라는 게 있었던 거다.

 

내내 코토코를 훔쳐보는(그냥 대놓고 봐라 이넘아) 나오키의 시선이 그걸 증명한다. 싫지 않아, 까지밖에 인정을 못했으니 대놓고 보지는 못하겠고 그렇지만 자꾸만 시선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상태.

 

 

그러나 그날 나오키는 독립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한다.

 

오다이바에서 함께 사는 게 싫지 않다, 고 표현했던 건 코토코에 대한 나오키식의 최소한의 배려였던 것 같다. 집을 나가 혼자 살아보겠다고 한 건 순간적인 결심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나오키 혼자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나오키 성격상 이런 문제를 갑자기 결정할 리 없으니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오키의 오랜 고민이었으니까. 과연 이대로 살다가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는 게, 부모님 뜻대로 사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가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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