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는 과연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했을까.

 

본인이 자신의 마음(내지는 과거?)을 그나마 정확히 밝히는 게 자그마치 시즌2 14회에 가서다. 동생 유키가 자신과 비슷한 사랑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동질감을 느끼던 차에 유키가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했느냐고 묻자 글쎄, 하면서 대답한 게 바로 5회 장난스런 키스 바로 그 부분이다.

 

 

이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을 듣고 안심을 해야 하는데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라고 한다.

 

그렇다는 건, 그 전부터 이미 코토코에게 흔들리고 있었고, 마음이 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제 마음을 온전히 깨달은 건 그로부터 몇 년 후지만. 5회 포스트에서 할 얘기이긴 하지만, 장난스런 키스를 하기 전까지 나오키는 코토코와 킨짱 때문에 극도로 화가 나 있었다. (이른바 질투에 활활)

 

얼핏 보기에는 코토코 혼자 나오키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마침내 나오키를 쟁취한 것 같지만, 몇 번이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3회부터 나오키는, 코토코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려 든다.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지만(결코 코토코를 좋아할 리 없다고 믿었던 듯), 어찌된 게 본인이 나중에 털어놓은 것처럼, 코토코가 멀어지려 할 때마다 나오키는 참지를 못한다.

 

코토코 혼자 열심히 삽질하다 나오키를 쟁취했다기보다, 코토코가 멀어지려 할 때마다 자신 쪽으로 잡아당긴 나오키와 열심히 밀어붙인 코토코의 합작품이었다는 것. 그걸 진작 알았으면 코토코 마음도 좀 더 편했을 텐데, 코토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 눈치가 드럽게 없다. 특히 나오키에 대해서는 자신감마저 결여되었으니 더더욱.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나오키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코토코.

 

읽어주지도 않을 러브레터, 나오키가 결코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코토코는 참담하다.

 

 

동거 사실이 기묘하게 폭로가 되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 너는 나한테 민폐덩어리라고 화를 내긴 했지만, 그게 은근히 마음에 걸렸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엄마가 씻으라고 했다는 말을 굳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할 필요까진 없었으니까. 여전히 화가 나 있고 귀찮았다면, 그냥 방문 앞에서 툭 던지듯 말하고 갔으면 그만인데, 굳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펼쳐져 있는 코토코의 러브레터를 끝까지 읽는다.

 

나오키에게 대시한 여자들은 엄청나게 많았겠지만, 나오키가 러브레터를 끝까지 읽은 건 코토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듯.

 

그리고 이 편지가, 이 편지에 담긴 코토코의 진심이, 나오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던 것 같다. 아주 양보해서, 코토코에게 화가 난 것은 풀렸던 듯.

 

 

그러니, 코토코가 아니라 그 누구라 해도 오해하기 딱 좋은 행동을 하지.

 

굳이 멈춰서서 코토코 뺨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떼어줄 필요는 없잖아, 이리에 군.

 

정말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코토코 한정이긴 하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래 놓고 몇 년이나 아무 사이 아니라는 듯 굴었다지, 이 코토코 한정 선수 같은 놈.

 

제 마음을 몰랐거나 눈치챘더라도 인정하기 싫어서였겠지만, 코토코 한정 쒸레기 짓을 좀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돠.

 

나오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려 하지만, 코토코는 당연히 헷갈리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상관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나오키가 킨짱과 코토코를 응시하게 된 장면.

 

스쳐 지나가듯 봤을 땐 몰랐지만, 킨짱이 유별나게 코토코 주변을 얼쩡거리는 게 드디어 나오키 신경을 긁기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그날 밤 기어이 일을 벌리지.

 

 

혼자서 아주 멀리, 머얼리 가고 계신 나오키 어머니 덕분에, 코토코와 나오키가 폭발하게 되는 씬.

 

솔직하게 이 씬에서 좀 놀랐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이렇게까지 격하게 폭발한 씬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오키의 신부로 삼을 거라는 말에 어이가 어이가 없어서 웃어 버린 거라고 하자, 이리에 군.

 

그렇다고는 해도 반대! 를 외치는 게 동생이 먼저여서야 원. 게다가 코토코가 멋대로 결정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고 나서 남의 인생 가지고 멋대로 하지 말라는 얘길 하는 건 좀 아니잖아.

 

 

나오키는 아마 코토코가 자신의 신부로 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좀 거슬렸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관심없는 사람을 갖다 붙이면 나라도 질색팔색 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 질색이라고 정색을 하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어쨌거나 이 장면의 코토코는 썩 맘에 든다. 풀이 죽는 게 아니라 나 역시 싫다, 고 해서.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 이리에 군과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럼 나도 질색이라거나 싫다거나 뭐 그런 류의 좀 강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게, 이리에 군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무언가를 툭, 건드렸던 것 같다.

 

 

이리에 나오키는 굉장히 냉철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수재가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자기 엄마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든 자신과 코토코를 찍어 붙이려는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되지.

 

그런데 이때의 나오키는, 다른 생각이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오직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서, 나오키 엄마 식으로 좀 나가서 말한다면, 환장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코토코 말이 백 번 맞다. 몰래 러브레터를 읽어서 어쩔 수 없이 외워 버린 거야 어쩔 수 없다쳐도(아니, 어쨌든 아직 코토코 손 안에 있는 러브레터를 몰래 읽은 것부터가 좀 아니잖아) 그걸 식구들 앞에서 줄줄줄 외울 필요는 없잖아.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걸 인정하게 만들어서 뭘 어쩌려고 그랬느냔 말이다.

 

 

여기서 좀 많이 놀랐음.

 

쪽팔리고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에 몰렸던지라 그랬겠지만, 부모님들 계시는 자리에서 뺨 때리고 소리 지르면서 싸울 줄은 몰랐음.

 

얘네들이 이렇게 싸우는 게 어쩐지 남녀 간의 텐션이 폭발하는 장면인 것 같아서 폭력적이지만 은근히 되돌려 보게 되는 장면이다.

 

후반부에도 나오키가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 오히려 코토코를 계속 자극해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싸우는 직접적인 원인과 마음은 정반대라 결말을 알고 보면 무척 흥미롭다.

 

 

도대체 나오키는 왜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인정시켜야 직성이 풀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오키 본인도 모를 거야.

 

코토코가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계속 부정을 하니, 어머니 말에도 오히려 입을 다물고 반박하지 않는 것 좀 보소.

 

코토코가 다시 널 좋아하면 귀찮아져서 싫은 거 맞았던 거냐, 이리에 나오키. 게다가 아버지 말은 왜 또 듣고 앉았어...

 

 

결정타는 이거다.

 

몰래 엿듣던 킨짱이 참지 못하고 쳐들어 왔을 때. (도대체 그 거리에서 망원경으로 쳐다봐야 할 정도의 거린데 무슨 수로 이 집안 얘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거냐 소머즈냐)

 

천재 이리에 나오키가, 자신의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아버린 이 상황에서, 애매모호하게 흘리고 간다.

 

오늘은 싫어도 내일은 좋아질 수도 있다는둥. 아니, 내일은 코토코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거야, 뭐야. 내가 코토코라도 헷갈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킨짱에게 못박는 저 마지막 말. 네가 아무리 핫한 사이라고 우겨도 코토코는 날 좋아해, 라는 자신감.

 

뭐여, 방금 코토코가 러브레터 쓴 건 같이 살기 전이라고 한 말 들었어 못 들었어. 왜 무시하는 것이냐.

 

말은 저렇게 했어도 그건 킨짱이 짜증나서였던 것 같긴 하다. 후반부에 기어이 코토코를 덮치는 시늉까지 해서 코토코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니까.

 

 

 

그러니까 그게 미스터리라고, 이리에 군.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 적어도 모르는 척 하는 게 좀 더 편한 거 아니냐고. 왜 기어이 코토코가 널 좋아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했느냐고.

 

그러니까 이리에 군, 네 마음도, 이미, 코토코 때문에 요동치고 코토코가 신경쓰이고 그랬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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