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와 11회는 내게 시즌1의 백미라 할 만한 회차였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도 이 에피소드는 달달하고 설렜는데, 일본판은 그게 더했던 것 같다. 그나마 즈슈는 샹친을 좋아하는 마음이 종종 보였지만 나오키 이넘은 그걸 찾아보기가 너무 어려워서, 이렇게 대놓고 코토코를 향한 나오키의 마음이 보인 회차는 참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진짜 굳세어라 코토코... 구나. 진짜 코토코 정도 되니까 나오키를 잡을 수 있었던 거였어... (아니면 사호코처럼 예쁘고 우아하고 돈이 많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리에 군. 코토코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코토코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지고 나서였는지, 하루종일 코토코가 죽치고 카페에 앉아 있는데도 짜증을 내거나 빈정거리지 않는다.

 

이리에 군은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고 일해야 된다 그러고 진코와 사토미 역시 남자친구들에게 버림받았다. 여자들끼리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맹세까지 했건만... 니들 우정이 그토록 얄팍한 줄 몰랐어....... 덕분에 코토코는 이리에 군과 오붓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버지가 파티에 오라고 부탁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오키. 이대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의 후계자가 되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나오키는 고민하다 서점에 들른다.

 

의사가 되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쳐준다거나.

 

코토코의 말을 떠올리는 나오키. 의사, 라는 길이 아주 뜬금없이 나타난 것은 아니겠지만, 유키의 사건을 겪고 나서 새삼 깨달은 바도 있고 코토코의 말도 있고, 이리에 군은 내가 과연 의사가 되고 싶은 건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번 회차는 이렇게, 이리에 군이 코토코의 말을 떠올리고 코토코를 생각하는 거라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 이리에 군의 마음이 잘 짐작이 되어서 좋았다.

 

 

코토코는 여자친구들을 배신할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이리에 군의 심술 아닌 심술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파티에 가지 못하게 된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샹친이 아예 파티에 따라갈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즈슈가 놀려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의 이리에 군은 정말 알 수가 없어... 코토코가 따라가고 싶어하는 걸 눈치채고 못 가게 놀려먹은 것 같은데, 기어이 혼자 집에 있을 코토코가 걱정돼서 돌아올 거였으면서 코토코는 왜 못 따라가게 놀려먹었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강력하게 나도 따라갈래, 라고 외쳤다면 놀려먹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따라가고 싶긴 했지만 친구들 때문에 빡빡 우기지 못했던 코토코의 망설임이 이리에 군은 못마땅했던 거라고, 그럴 거면 오지 말라고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혼자 우기는 거냐...

 

 

뒤늦게 파티장으로 가던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함께 보내기로 했다던 친구 중 한 명이 남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목격하게 된다.

 

파티에 따라가지 못해 아쉬워하던 코토코를 떠올리는 이리에 군. 이럴 줄 알았으면 데리고 가는 건데 그랬나.

 

진코(가 맞나...)의 남친이 부르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데, 이건 인연, 인연, 인연, 이건 사랑, 사랑, 사랑, 이라는 가사가 의미심장했다. 혼자 집을 지킬 코토코가 염려되고 신경쓰이는 그 마음, 그게 코토코에 대한 사랑인 것이야...

 

 

과연 코토코는 혼자 남겨졌다.

 

이리에 군이 착각해서 열쇠를 잘못 넣는 바람에 도둑이 든 줄 알고 긴장했던 코토코에게 라켓으로 얻어맞은 이리에 군.

 

평소 같으면 짜증을 내거나 성질을 내거나 했을 타이밍인데 잠시 버럭, 하고 만다. 깔깔 웃는 코토코를 지긋이 바라보는 이리에 군. 요새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밝고 맑은 얼굴로 웃는 걸 보는 게 좋은 모양이다.

 

 

 

거래처 사람들과 자꾸만 인사를 시켜서 도중에 빠져 나왔다고 말하는 이리에 군.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확실히 즈슈가 파티에 갔다가 돌아온 게 맞다.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출발했으니. 즈슈가 돌아와야겠다 생각할 충분한 근거도 있었다. 이리에 군과 달리 즈슈는 친구 두 명이 다 샹친과 함께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런데 이리에 군은 과연 파티에 갔던 걸까. 가긴 했을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빠져나온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진코가 안 갔어도 사토미가 함께 있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에 군은 혹시나 싶어서 돌아갔던 것 같다.

 

이리에 군의 감정표현이(특히 코토코에 대한) 거의 도드라지지 않았기에 이런 식의 행동이 이리에 군의 마음이 얼마나 커졌는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리에 군이 코토코를 신경쓴 증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기쁘게 해주고 싶어했으니까.

 

분명히 혼자 있으면 밥을 안 먹었을 거라는 것까지 짐작하고 치킨을 사왔고,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고 싶어할 줄 알고 케이크를 사온 거다.

 

이리에 군이 제 속내를 털어놓은 것처럼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처음이라는 코토코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이리에 군. 그러고보니 코토코는 항상 밝고 명랑하게 보였지만 어머니를 일찍 잃은 아픔이 있다. 그럼에도 이리에 군보다 더 자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거다. 코토코의 밝은 모습이 다가 아닌 것이다.

 

코토코가 이리에 군을 좋아하는 남자, 그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이리에 군이 자기도 모르게 코토코를 가족으로 여겼던 것처럼.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자신을 마냥 좋아하고 응원하고 잘해주는 이리에 군의 어머니를 놓치기 싫었던 마음도 컸을 거 같다.

 

 

 

근데 이리에 군.... 변명이 너무 허접하잖아.

 

마지막 케이크를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다고 알바생이 울면서 부탁해서 케이크를 사왔다니. 그럼 최소한 케이크를 사러 어딘가로 들어가긴 했다는 거 아니냐고...

 

즈슈는 샹친이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일부러 사갔고, 이리에 군은 딱 2인분의 케이크를 사왔다. 이렇게 대놓고 마음을 들켰으면서도 치사한 변명이라니. 그런데 그걸 또 샹친은 믿고 코토코는 의심했다가도 그냥 무안해하고 말아.......

 

 

혼자 남았을 코토코가 걱정되어 음식을 만들어 찾아왔던 킨짱 산타는............. 못볼 꼴을 보고 만다.

 

늘 코토코 혼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코토코 마음만 돌리면 되는 거였는데. 코토코를 보는 이리에 군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킨짱은 본능적으로 알아버렸다.

 

생일 때나 비는 소원을 빌겠다는데 빈정거리거나 무안을 주지 않고 네가 빌어, 말하는 이리에 군. 소원을 비는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리에 군. 심지어 코토코와 눈을 마주치며 웃기까지 했어........... 당사자들은 지금 오가는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를지 몰라도, 이런 건 제 3자의 눈에는 명백하게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킨짱처럼 그 중 한 사람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이리에 군은 줄곧,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보고 싶은 법이니까.

 

그리고 킨짱은 그걸 전부 다 봤다. 코토코가 보지 못했던 눈빛까지 전부 다.

 

불이 꺼지면서 컴컴해진 집 안에 단 둘이 남겨진 이리에 군과 코토코, 그리고 밖에 홀로 남겨진 킨짱. 어둠에 홀로 남겨진 킨짱의 모습이 마치 킨짱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했다. 킨짱도 너무 불쌍해. 정말 좋은 남자인데. 코토코는 킨짱을 좋아했더라면 정말 평생 행복하게 사랑 듬뿍 받으며 잘 살았을 거다. 이리에 군은 그렇지 못했겠지만.

 

이러니 코토코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어떻게 이리에 군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겠어. 이리에 군의 마음이 이렇게나 흘러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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