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까지 했으니 뭔가 달라지겠지...........라고 기대한 건 비단 코토코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오키 자신은 계속 변하고 있긴 한데, 그걸 둔한 코토코는 물론이고 나오키 본인조차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채길 거부하는 상태라고나 할까.

 

 

키스까지 했지만(그건 키스가 아니라 뽀뽀라고) 별다른 진전도 없고 달라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

 

여전히 코토코만 목매는 것 같고 나오키는 코토코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

 

 

코토코의 대학 시절 연적....이라고 쓰고 혼자 나오키에게 삽질한 마츠모토 유코의 등장.

 

미인인데다 머리도 좋고 테니스도 잘 하고 이공학부라 언제나 나오키와 붙어 있을 수 있는 마츠모토는 코토코의 최대의 라이벌로 떠올랐다....고 코토코는 생각헸겠지만 사실 나오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츠모토에게 관심이 없었다.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오히려 마츠모토는 나오키의 질투 때문에 이용당한 면이 있다. 나오키 이넘은 시즌2 카모가리 케이타가 나타나고서야 질투 같은 것도 할 줄 안다고 인정했지만, 킨짱부터 스도 선배까지 코토코 주변 남자에 대해 질투를 안 한 적이 없었다. (스도 선배는 정말 어이없었어...) 대만판인 악작극지문에는 이게 더 자세히 그려지는데(질투로 안절부절 못하는 즈슈를 감상하는 건 꿀잼) 일본판은 16부작(그것도 한 회에 40여분 분량)으로 축소하다보니 아무래도 나오키의 본심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말로는 코토코가 애인이냐는 마츠모토의 질문에 '설마'라고 부정하지만(따지고 보면 부정도 긍정도 아닌 거야 뭐야) 나오키는 계속 코토코의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킨짱을 신경쓴다.

 

나오키의 시선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회차게 별로 없으니 즐기자. 즐겨야지.

 

코토코의 남자들이 얽히게 되면, 나오키의 눈빛은 이렇게 몹시 매서워진다. 이 못난놈이 그 성질을 코토코에게 부리는 바람에 애꿎은 순한 양 코토코만 멋모르고 자꾸 당하게 되는데, 나오키는 처음부터 그랬다. 코토코에 대한 소유욕이랄까, 아니, 이 지점에서는 나 하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심보냐 뭐냐, 하여간 코토코가 킨짱과 가까이 지내는 걸 몹시 안 좋아했다.

 

이럴 거면 애인 아니라는 말은 왜 했어... 네가 다른 방면에서는 천재일지 몰라도 확실히 연애나 사랑 같은 분야에서는 천하의 바보였어, 이리에 나오키.

 

 

코토코는 그 키스가 나오키에게 아무 의미도 아니었구나 상심하지만, 역으로 이 장면은 나오키가 줄곧 코토코의 마음을 신경쓰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킨짱과의 관계가 몹시 신경쓰였던 식사 자리에서는 킨짱이 대놓고 온갖 헛소리(?)를 할 때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아니 못하더니,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코토코를 놀려먹고 기분 좋게 웃으며 가 버린다.

 

나오키 이넘은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는지, 나는 코토코 손을 잡아줄 수 없어도 코토코 너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지 마, 좋아하면 안 돼, 를 내내 실천하다 결국 코토코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게 시즌1의 메인 줄거리이지.............

 

 

 

코토코 아버지 가게에서는 킨짱이 큰소리쳐도 한 마디도 못하다가, 간밤에 코토코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의 나오키는 여유를 되찾았다.

 

킨짱이 학생식당까지 와서 어슬렁거리거나 말거나 코토코는 나를 좋아하는데 뭘.

 

말로는 여자를 따라서 진로를 결정하다니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만.............. 나오키 너야말로 코토코의 말에 자극받아 결국 자기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냐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코토코였고, 나중에 회상 장면을 보면 나오키 본인도 그걸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나오키의 미래를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해 두지 뭐.

 

 

 

이만하면 지칠 만도 하건만, 기어이 나오키를 따라 테니스부까지 들어간 코토코.

 

마츠모토도 결국 인정한 코토코의 집념이 이리에 나오키의 두터운 성벽을 부수었다. 이런 여주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보는 내가 다 자존심 상해서 때려치라고 말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코토코는 정말 진심으로, 순수하게, 나오키를 좋아하고 그런 자신의 마음에 최선을 다했다.

 

 

 

마츠모토 유코에 대해서도, 스도 선배의 변신(?)에 대해서도 참으로 자상하게 알려주는 나오키.

 

테니스 라켓만 쥐면 돌변하는 스도 선배가 나오키에게 깨진 다음 분풀이를 당한 코토코를 보며 빵 터진 나오키. 대만판에서는 나가 떨어진 샹친을 즈슈가 좀 안쓰럽게 보는 것 같던데... 나오키 이넘은 그냥 재미있어 죽는다.

 

확실히 나오키를 웃게 만드는 건 코토코 뿐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그 이후에도.

 

 

그러나 세상 어느 부모가 딸의 삽질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할까.

 

어찌하다 보니 한 가족처럼 같이 살고 있지만, 이런 관계가 계속 유지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나오키와 코토코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이런 이상한 동거는 지속될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뭘 했는지 신경쓰지 말라면서 정작 코토코에 대해서는 궁금하고 신경쓰이는 나오키.

 

어딜 갔는지 알 거 없잖아, 해놓고는 코토코에게 너는 왜 늦었냐 혹시 그 녀석 보러 갔냐, 심문에 가까운 질문을 해댄다. 우리 코토코가 조금만 더 눈치 빨랐어도 너는 그런 게 왜 궁금하냐 했을 텐데 묻는 대로 순순히 다 대답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나오키가 말하는 '그 녀석'이 누군지도 몰라서 나오키가 킨짱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아.....................

 

나오키 이 솔직하지 못한 넘은 항상 이런 식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도 넘어가지만, 나중에는 아예 킨짱을 보러 갔느냐고 대놓고 따지듯 물어보기도 한다지. 나오키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코토코 옆네는 킨노스케가 있고 자신이 아니라면 코토코는 킨짱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러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후반부로 갈수록 더 확연히 드러나는 거지만, 나오키는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거나 감추고 싶을 때면 침묵이 길어진다.

 

말로는 귀찮다고 내 생활을 헤집지 말라고 했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나가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모양이다. 나간다는 말에 깜짝 놀라더니, 그러면 서운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나오키의 길어지는 침묵은, 나오키의 본심이 감추어지는 시간과 일치한다. 쉽게 별 거 아니다, 신경쓰지 않는다, 나랑 상관없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자기 마음을 인정하기는 싫거나 그럴 수 없을 때면, 나오키는 내적 갈등을 겪었던 것 같다. 그걸 본인이 눈치챘건 아니건 간에.

 

 

한참 후에야 "이제야 겨우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군"이라고 하고 가 버리지만, 그건 결코 나오키의 진심이 아니다. 이게 진심이었으면 이렇게 오래, 힘들게 말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우리 코토코는 그런 걸 모른다. 대꾸가 없는 나오키가 이상해서 "이리에 군?" 재촉하기도 했으면서 나오키가 하는 말 그대로 다 믿어버리고 충격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이런 코토코의 둔함이 나오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토코는 정말 나오키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나오키를 잊으려고 결심하지만, 그런 코토코의 마음이 나오키를 움직이게 만드니까.

 

돌이켜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코토코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게 늘 당연했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게 늘 당연했던 나오키였기에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거나 다른 남자에게 가려 하는 걸 참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7회의 말도 안 되는 테니스 경기가 펼쳐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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