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김에 그냥 막 달려서 얼른 시즌1을 끝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야 시즌2까지 목표한 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안 그러면 중간에 때려칠 것 같아... 나 혼자 달리는 건데 때려치면 그만이지만서도, 코토코의 '곤조'를 배워야지.........

 

14,15회는 나오키가 '자기 자신 괴롭히기 달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코토코가 상처받는 과정인지라 별로 복습도 안 하게 되는 그런 회차들이다. 나오키 엄마 말마따나 쓸데없는 고집은 어찌 그리 부려대는지, 덕분에 몇 사람이 쌩고생이냔 말이지.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게 좋은 맞선을 보기로 한 나오키.

 

뭐 이런 바부탱이 같은 넘이 다 있나. 나오키 엄마 말대로 이리에 군은 아버지가 쓰러지신 게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고집을 부려서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쯤이야. 만약 이리에 군 아버지가 크게 잘못됐다면 이리에 군이 저 말도 안 되는 고집으로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겠구나 싶어서(그럼 사호코는 뭔 죄여) 아찔하다.

 

그 후는 뭐... 맞선 장소에서 나오키 엄마가 훼방 놓기, 코토코와 마츠모토가 몰래 미행해 방해하려다가 되레 당하기 등이 펼쳐지는데...... 하나도 재미없고 안쓰럽기만 하고 안타깝기만 하고 보기 민망하기까지. 물론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몰래 따라온 것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파티장까지 쫓아올 거냐고 놀리지만, 코토코는 더 이상 이리에 군을 쫓아다니지 않는다. 음악회까지 쫓아갔던 샹친에 비하면 코토코가 훨씬 더 맘에 든다.

 

그러나 맘에 없는 데이트를 계속 하는 이리에 군은, 속이 속이 아니다. 저게 무슨 데이트를 마치고 들어온 남자 표정이냐.

 

 

킨짱은 분명히 봤다, 이리에 군과 코토코의 썸씽 장면을. 그런데 이리에 군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코토코는 분명히 마음이 통했던 것 같은데 결국 내 착각이었나보다라며 괴로워한다.

 

킨짱 입장에서야 이리에가 코토코를 갖고 논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코토코 때문에 마음이 아픈데, 킨짱 입장에서는 이리에 군이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그러니 선언한다, 내가 코토코를 너한테서 뺏을, 아니 지킬 거라고.

 

너는 상관없지 않느냐, 그러니 상관하지 말아라.

 

킨짱의 질책 앞에 한참을 아무 말 못하는 이리에 군.

 

 

이리에 군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마지막의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코토코는, 더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이리에 군의 주변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니, 마지막 희망이 남았다고 해줬으면 싶다.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 예전에는 그렇게 말해줬잖아, 제발 그렇게 말해.

 

그러나 결국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지키겠다는 킨짱의 말에 네 맘대로 하라고 하고 자리를 뜬다.

 

그 대답이 나오기까지 이리에 군의 침묵은 꽤나 길었다. 결혼할 다른 여자가 있는데도 네 맘대로 하라는 그 말이 나오기가 그토록 어려웠다, 이리에 군에게는.

 

 

이제 정말 끝.

 

이리에 군도, 코토코도 모두 느꼈을 것이다.

 

코토코는 절망하지만......... 이리에 군은 화가 났다. 스스로에게. 얼굴에 완전 날이 서 있다.

 

 

혼담을 진행하는데 집안에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다.

 

나오키의 상태가 혼담이 진행되면 될수록 좋지 않다는 건 유키마저 느낄 정도다. 초등학생 유키마저 형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유키도 아는 사실, 나오키는 코토코를 좋아해, 그런데도 이리에 군은 고집을 피운다.

 

 

아마 나오키의 부모님이 나오키에게 코토코와 결혼해 회사를 이어라, 라고 밀어붙이지만 않았어도 나오키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렸을까 싶다. 아버지에 대한 회개는 자신의 꿈을 버리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여자와 결혼까지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복수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 복수의 칼이 가장 깊이 찌르는 건, 바로 이리에 나오키 자신이다.

 

 

 

코토코가 아침부터 예쁘게 차려입고 데이트 갔다는 말에 식욕마저 달아난 나오키.

 

이제 정말 끝이다. 코토코는,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되는가보다.

 

그토록 귀찮고 그토록 민폐덩어리인 코토코가 자신의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데, 나오키는 꼭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마지막 햇빛을 쬐는 것 같다.

 

 

이게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키가 웃었던 장면이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즈슈가 반지를 고르는 샹친을 환상으로 보고 웃는다. 일본판에서는 이 장면이 그 장면과 비슷한 장면이지 싶다. 악작극지문에서는 샹친이 실제로 음악회에 쫓아가 코를 골며 잤지만, 일본판은 정황상 코토코가 음악회까지 쫓아가지 않았다. 사실 코토코는 맞성 장소에서 훼방놓다 실패한 이후 나오키의 데이트 장소를 더 이상 쫓아다니지 않았다. (그 점은 참 맘에 든다) 이 시간에 코토코는 아버지 가게에 있었으니까 음악회에서, 더군다나 이리에 군의 옆자리에서 코를 골며 잤을 리가 없다.

 

그런데 코를 골며 자는 사람 얘기에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떠올리며 웃는다. 언젠가부터, 이리에 군의 머릿속을 온통 잠식한 사람은, 코토코였다. 이리에 군을 웃게 만드는 사람도, 이리에 군을 화나게 만드는 사람도, 이리에 군을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도, 이리에 군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도, 이리에 군이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이리에 군이 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모두 코토코 하나 뿐이었다.

 

그런 코토코를, 이리에 군은 자신의 손으로 보내려 한다.

 

 

이리에 군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에 달했던가가 여지없이 보여졌던 씬.

 

코토코의 이런 점이 좋다. 샹친처럼 싸울 때조차 아무 말 못하지 않는다. 화가 나면 이리에 군과 날을 세우며 싸운다. 이리에 군은 참 치사한 인간이다. 여기서 처음부터 시비 걸고 이죽거리고 싸움을 거는 사람은 이리에 군이다.

 

코토코가 아버지 가게를 이어받을 결심으로 공부를 한다는 게, 그 가게에 있는 킨짱과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리에 군의 진심일 것이다.

 

나하고 상관없다, 고 말하면서 눈은 이글이글, 코토코를 잡아먹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아무 상관없으면 그냥 그 전에 올라가 버리면 그만이었지. 자신의 방 옆에 있는 코토코의 방문을 바라보던 이리에 군이 문득 생각난다. 항상 이리에 군 옆에는 코토코가 있었는데, 이젠 아닐 것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화가 나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건 바로 스스로인데, 괜히 코토코에게 화를 낸다. 이 치사빤스 멍청이 똥대가리 같으니. 네가 왜 코토코에게 화를 내냐고!!

 

 

오오즈미 회장과 사호코를 집으로 부른 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사호코에게 최선을 다 하려고, 더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오오즈미 회장이 코토코가 너무 귀여워서 넋을 놓았다는 헛소리를 듣는 이리에 군의 얼굴은 울 것 같다.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규. 비록 그 할배가 코토코가 신경쓰여 제멋대로 떠든 말이라고 해도.

 

참, 코토코도 속이 좋다고 해야 하나 착하다고 해야 하나. 속이 말이 아닐 텐데도 끝까지 웃으려 하고 사호코의 얘기를 들어주려 하다니.

 

 

어쩌면 결혼 전에 사호코가 이리에 군에게 이별을 선언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리 해도 이리에 군의 껍데기만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을 테니까.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법. 사호코는 코토코가 단순히 이리에 군 엄마만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리에 군도 역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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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좋은 남자 만나라.

 

이리에 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적으로, 코토코의 희망을 끊어내 주던 잔인한 씬.

 

둘 다 많이 아팠을 거다, 이날.

 

 

프러포즈를 받은 여자 표정도,

 

결혼 예물을 교환하는 남자 표정도,

 

전혀 기쁘지 않다. 이게 무슨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여자의 얼굴이며, 결혼을 앞둔 남자의 얼굴이야. 특히 나오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 스스로를 불행의 구덩이 속으로 집어넣는, 빠져나올 방법은 더더욱 알지 못하는 그런 천하의 빠가사리 같으니.

 

 

12회부터 15회까지는 두 편씩 묶어서 후다닥 봐야겠다. 12,13회는 두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는 회차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스토리가 없고 점점 더 무거워져서, 14,15회는 보면 볼수록 빡쳐서(나오키 이 #$#$^$%&%*#%#시키!!!) 그냥 묶어버렸다.

 

12회는 크리스마스 이후 진로 고민에 빠진 친구들과 코토코, 이리에 군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친구들은 모두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홀로 뭘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코토코.

 

기껏 생각해낸 것들이라야 전부 이리에 군 조력자........................... 이게 코토코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코토코가 학을 떼게 싫을 거야.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거라곤 오직 이리에 군 뿐이니.

 

코토코가 사랑스럽고 예쁘긴 하지만, 사실,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게 이 캐릭터의 기본 설정이긴 한데, 원작이 벌써 24~5년 전의 것이란 것을 감안해도 코토코는 좀 많이 답답하다. 남자가 인생의 목표라니. 결국 간호사가 되긴 하지만, 거기에서 이리에 군 빼고도 보람과 가치를 찾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하긴 뭐.... 이리에 군이 의사의 길을 갔던 것도 결국은 코토코의 영향이 크니 부창부수....라고 하자.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킨짱이지만, 코토코에 관한 한 자신이 없다. 코토코 혼자만의 짝사랑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언가는 그게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어쩌면 코토코 혼자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한 킨짱은 못내 심란하다.

 

 

코토코가 이리에 군을 발견하고도 다가가지 않은(맨 정신으로!)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의학서적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리에 군. 코토코 역시 심란해진다. 난 뭘 하고 싶은걸까, 이리에 군에 관계된 일 빼고.

 

마츠모토와 코토코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씬이기도 하다. 마츠모토는 이리에 군이 왜 의학서적을 공부하는지 놀라고 궁금해하지만, 이리에 군은 마츠모토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이리에 군의 부모님은 이리에 군이 코토코와 빨리 결혼해서 회사를 물려받았으면 좋겠다. 후계자 수업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건 나오키를 숨막히게 했을 뿐이다.

 

사실 이리에 군 부모님이 그토록 코토코, 코토코, 노래를 부르지만 않았어도 이 빠가 이리에 나오키는 좀 더 빨리 제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연애조차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한바탕 한 후 뛰쳐나가다 코토코와 마주친 나오키는 생애 최대로 당황한 표정이다. 코토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마음대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려 드는 게 싫었을 뿐인데. 나오키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고 코토코는 쫓아간다.

 

그런 소리를 듣고도 쫓아나가 이리에 군을 위로하려 들다니......... 코토코 넌 역시 대단해.

 

 

부모님이 멋대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게 숨통이 막혔을 뿐, 사실 코토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건, 이 산책 씬에서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코토코의 위로는 나오키를 달래고, 코토코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오키는 비로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명백하게 결정하게 된다.

 

유키가 입원했던 날 같이 보냈던 그날 밤 나눴던 대화, 나오키는 계속해서 코토코의 말을 떠올린다.

 

너라면 의사가 돼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쳐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망설임을 끝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산책을 하다 지금.

 

코토코는 준비를 끝낼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이리에 군에게 알겠다고 하지만, 왜 그런 중요한 얘기를 나한테 해준 거야 궁금해한다. 궁금하겠지. 당연히 궁금할 거야.

 

왜 그런지는 이리에 군도 잘 모르니 대답해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번 회차부터 더 확실해지는 것 하나. 코토코는 이리에 군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이고 위로를 주는 존재이다.

 

 

 

대화를 끝내고 갈 길을 마침내 찾은 이리에 군은 한결 결연해 보인다.

 

계속해서 코토코의 말을 떠올리고 또 떠올리는 이리에 군. 코토코의 저 말이 이리에 군의 영혼을 얼마나 뒤흔들었던 걸까. 그리고 이리에 군은, 얼마나 자기 희망을 붙잡고 싶었을까.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이리에 군의 아버지가 쓰러지며 12회가 끝난다.

 

 

 

아버지가 쓰러지셨으니 나오키는 별다른 수가 없다. 그토록 피해왔던 길로 갈 수밖에.

 

이리에 군이 얼마나 속이 쓰라릴지 혼자만 아는 코토코는 이리에 군이 안타깝다.

 

 

유키 때 코토코에게 신세를 지면서 나오키는 코토코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자각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입원하는 바람에 간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어머니. 그 자리를 열심히 채워주려 노력하는 코토코. 코토코는 서툴지만, 코토코마저 없었다면 유키와 집안꼴은 어찌 되었을까.

 

설거지를 하는 코토코를 찾아와 조곤조곤 얘기를 하는 이리에 군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번 시련에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이번 위기를 넘기고 그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고.

 

뭐든지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하라 하고 커피를 준비하는 코토코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리에 군. 사방에서 숨통을 조여오는 지금, 나오키에게 유일한 위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코토코다. 코토코가 싸 준 맛없는 도시락까지 꾸역꾸역 먹는 이리에 군. 코토코가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가족 일을 돕는지 잘 아니까 맛없는 도시락 가지고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닌 거다.

 

 

모두가 어려운 때이지만, 코토코는 열심히 이리에 가(家) 일을 도우려 하고, 마치 신혼부부가 된 양 신이 나기도 하지만.......

 

회사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후계자 선정을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알게 된 이리에 군은 몹시 심란하고 괴롭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느꼈을 거다, 힘들게 찾은 자신의 꿈이 멀어져 가고 있다는 걸.

 

 

그 와중에 마츠모토가 고백을 한다. 마츠모토 타이밍도 참........... 처음부터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나오키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다.

 

마츠모토에게 코토코와 키스했다고 분명히 말하는 이리에 군. 이 이상 확실하게 못 박는 말도 없겠다 싶더라. 코토코는 첫번째 키스밖에 모르니까 왜 새삼 그 얘길 하나 싶었겠지만.... 이리에 군이 말한 키스는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를 포함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리에 군의 옆에 코토코가 있다는 거, 마츠모토와는 하고 싶지 않은 키스를 코토코와는 했다는 거. 이리에 군의 마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버지가 수술을 받아야 하고, 단지 조금만 도운 다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리에 군.

 

나오키는 꿈을 잃었다, 어렵게 힘들게 찾아냈던, 그래서 그만큼 소중하고 붙들고 싶었던 꿈을.

 

만약 이리에 군이 자기 꿈을 이루는 길로 진작 갈 수 있었더라면, 이리에 군은 코토코의 마음을 그토록 아프게 하지 않고 좀 더 일찍 코토코의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겠네. 결국 자신의 중요한 두 가지 미래 - 진로와 결혼 중 진로를,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정해준 길로 등떠밀려 가야 하는데, 연애까지 부모님이 정한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리에 군, 너는 틀렸어. 지금도 코토코에게 위로받고 있잖아. 코토코가 없었다면 어떻게 네 꿈을 찾았겠으며 지금 어떻게 이 위기 속에서 숨을 쉬었겠느냐고.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조건이니 맞선을 보겠단 결심을 하는 이리에 군.

 

그게 아니라고, 이 밥통 머저리 바보 천지 멍청이야!!!!!!!!!!!!!!!1

 

 

10회와 11회는 내게 시즌1의 백미라 할 만한 회차였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도 이 에피소드는 달달하고 설렜는데, 일본판은 그게 더했던 것 같다. 그나마 즈슈는 샹친을 좋아하는 마음이 종종 보였지만 나오키 이넘은 그걸 찾아보기가 너무 어려워서, 이렇게 대놓고 코토코를 향한 나오키의 마음이 보인 회차는 참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진짜 굳세어라 코토코... 구나. 진짜 코토코 정도 되니까 나오키를 잡을 수 있었던 거였어... (아니면 사호코처럼 예쁘고 우아하고 돈이 많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리에 군. 코토코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코토코에 대한 마음이 더 깊어지고 나서였는지, 하루종일 코토코가 죽치고 카페에 앉아 있는데도 짜증을 내거나 빈정거리지 않는다.

 

이리에 군은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고 일해야 된다 그러고 진코와 사토미 역시 남자친구들에게 버림받았다. 여자들끼리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맹세까지 했건만... 니들 우정이 그토록 얄팍한 줄 몰랐어....... 덕분에 코토코는 이리에 군과 오붓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버지가 파티에 오라고 부탁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오키. 이대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의 후계자가 되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나오키는 고민하다 서점에 들른다.

 

의사가 되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쳐준다거나.

 

코토코의 말을 떠올리는 나오키. 의사, 라는 길이 아주 뜬금없이 나타난 것은 아니겠지만, 유키의 사건을 겪고 나서 새삼 깨달은 바도 있고 코토코의 말도 있고, 이리에 군은 내가 과연 의사가 되고 싶은 건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번 회차는 이렇게, 이리에 군이 코토코의 말을 떠올리고 코토코를 생각하는 거라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 이리에 군의 마음이 잘 짐작이 되어서 좋았다.

 

 

코토코는 여자친구들을 배신할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이리에 군의 심술 아닌 심술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파티에 가지 못하게 된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샹친이 아예 파티에 따라갈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즈슈가 놀려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의 이리에 군은 정말 알 수가 없어... 코토코가 따라가고 싶어하는 걸 눈치채고 못 가게 놀려먹은 것 같은데, 기어이 혼자 집에 있을 코토코가 걱정돼서 돌아올 거였으면서 코토코는 왜 못 따라가게 놀려먹었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강력하게 나도 따라갈래, 라고 외쳤다면 놀려먹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따라가고 싶긴 했지만 친구들 때문에 빡빡 우기지 못했던 코토코의 망설임이 이리에 군은 못마땅했던 거라고, 그럴 거면 오지 말라고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혼자 우기는 거냐...

 

 

뒤늦게 파티장으로 가던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함께 보내기로 했다던 친구 중 한 명이 남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목격하게 된다.

 

파티에 따라가지 못해 아쉬워하던 코토코를 떠올리는 이리에 군. 이럴 줄 알았으면 데리고 가는 건데 그랬나.

 

진코(가 맞나...)의 남친이 부르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데, 이건 인연, 인연, 인연, 이건 사랑, 사랑, 사랑, 이라는 가사가 의미심장했다. 혼자 집을 지킬 코토코가 염려되고 신경쓰이는 그 마음, 그게 코토코에 대한 사랑인 것이야...

 

 

과연 코토코는 혼자 남겨졌다.

 

이리에 군이 착각해서 열쇠를 잘못 넣는 바람에 도둑이 든 줄 알고 긴장했던 코토코에게 라켓으로 얻어맞은 이리에 군.

 

평소 같으면 짜증을 내거나 성질을 내거나 했을 타이밍인데 잠시 버럭, 하고 만다. 깔깔 웃는 코토코를 지긋이 바라보는 이리에 군. 요새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밝고 맑은 얼굴로 웃는 걸 보는 게 좋은 모양이다.

 

 

 

거래처 사람들과 자꾸만 인사를 시켜서 도중에 빠져 나왔다고 말하는 이리에 군.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확실히 즈슈가 파티에 갔다가 돌아온 게 맞다.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출발했으니. 즈슈가 돌아와야겠다 생각할 충분한 근거도 있었다. 이리에 군과 달리 즈슈는 친구 두 명이 다 샹친과 함께 있지 않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런데 이리에 군은 과연 파티에 갔던 걸까. 가긴 했을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빠져나온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진코가 안 갔어도 사토미가 함께 있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에 군은 혹시나 싶어서 돌아갔던 것 같다.

 

이리에 군의 감정표현이(특히 코토코에 대한) 거의 도드라지지 않았기에 이런 식의 행동이 이리에 군의 마음이 얼마나 커졌는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리에 군이 코토코를 신경쓴 증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기쁘게 해주고 싶어했으니까.

 

분명히 혼자 있으면 밥을 안 먹었을 거라는 것까지 짐작하고 치킨을 사왔고,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고 싶어할 줄 알고 케이크를 사온 거다.

 

이리에 군이 제 속내를 털어놓은 것처럼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건 처음이라는 코토코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이리에 군. 그러고보니 코토코는 항상 밝고 명랑하게 보였지만 어머니를 일찍 잃은 아픔이 있다. 그럼에도 이리에 군보다 더 자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거다. 코토코의 밝은 모습이 다가 아닌 것이다.

 

코토코가 이리에 군을 좋아하는 남자, 그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이리에 군이 자기도 모르게 코토코를 가족으로 여겼던 것처럼.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자신을 마냥 좋아하고 응원하고 잘해주는 이리에 군의 어머니를 놓치기 싫었던 마음도 컸을 거 같다.

 

 

 

근데 이리에 군.... 변명이 너무 허접하잖아.

 

마지막 케이크를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다고 알바생이 울면서 부탁해서 케이크를 사왔다니. 그럼 최소한 케이크를 사러 어딘가로 들어가긴 했다는 거 아니냐고...

 

즈슈는 샹친이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일부러 사갔고, 이리에 군은 딱 2인분의 케이크를 사왔다. 이렇게 대놓고 마음을 들켰으면서도 치사한 변명이라니. 그런데 그걸 또 샹친은 믿고 코토코는 의심했다가도 그냥 무안해하고 말아.......

 

 

혼자 남았을 코토코가 걱정되어 음식을 만들어 찾아왔던 킨짱 산타는............. 못볼 꼴을 보고 만다.

 

늘 코토코 혼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코토코 마음만 돌리면 되는 거였는데. 코토코를 보는 이리에 군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킨짱은 본능적으로 알아버렸다.

 

생일 때나 비는 소원을 빌겠다는데 빈정거리거나 무안을 주지 않고 네가 빌어, 말하는 이리에 군. 소원을 비는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리에 군. 심지어 코토코와 눈을 마주치며 웃기까지 했어........... 당사자들은 지금 오가는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를지 몰라도, 이런 건 제 3자의 눈에는 명백하게 보이기도 하는 법이다. 킨짱처럼 그 중 한 사람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이리에 군은 줄곧,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보고 싶은 법이니까.

 

그리고 킨짱은 그걸 전부 다 봤다. 코토코가 보지 못했던 눈빛까지 전부 다.

 

불이 꺼지면서 컴컴해진 집 안에 단 둘이 남겨진 이리에 군과 코토코, 그리고 밖에 홀로 남겨진 킨짱. 어둠에 홀로 남겨진 킨짱의 모습이 마치 킨짱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했다. 킨짱도 너무 불쌍해. 정말 좋은 남자인데. 코토코는 킨짱을 좋아했더라면 정말 평생 행복하게 사랑 듬뿍 받으며 잘 살았을 거다. 이리에 군은 그렇지 못했겠지만.

 

이러니 코토코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어떻게 이리에 군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겠어. 이리에 군의 마음이 이렇게나 흘러나오는데.

 

 

이번 회차가 16회 빼고 가장 이리에 나오키의 마음이 분명히 드러난 회차이고 그래서 가장 재밌는 회차였다. 나오키에게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 같은 회차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홧김에 했던 첫번째 키스와는 완전히 성질이 다른, 두번째 키스가 있었던 회차이기도 하다. 물론 코토코는 결혼식날까지 몰랐지만.

 

 

아버지와 나오키의 부모님은 규슈로 떠나고 나오키는 독립했으니 유키와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야 했던 코토코.

 

그러나 천만뜻밖에 유키 군이 몹시 아프다. 나오키는 연락이 되지 않고 부모님은 멀리 계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처음엔 자신이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때문인 줄 알았으나 같이 먹었는데 유키만 아픈 걸로 봐서 그건 아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긴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친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당황한 코토코. 이리에 군과 어떻게든 연락이 닿아야 한다.

 

 

 

코토코의 친구들이 총동원되어서 간신히 킨짱이 이리에 군을 데려왔다.

 

이리에 군이 킨짱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건 딱 두 번인데, 이게 그 첫번째다. 둘 다 이리에 군에게는 나름 큰 깨달음이 아니었나 싶다. 킨짱이 아니었다면 유키는 아침까지 수술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이리에 군은 격식을 갖춰 킨짱에게 감사하고 킨짱의 잔소리를 묵묵히 듣는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주위 사람과 나누라, 는 킨짱의 충고가 이리에 군의 마음에 와 박혔던 것 같다. 이날 밤 코토코에게 속마음을 깊이 털어놓은 것을 보면.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코토코에게 고마워하는 이리에 군.

 

항상 그랬다. 코토코는 자신의 평온한 일상을 흐뜨려 놓은, 나오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처치곤란한 존재였다. 항상 자신에게 곤란한 일만 일으켰던 코토코. 코토코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건, 코토코로 인한 사건사고가 한 몫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그런 코토코에게, 처음으로 나오키는 신세를 지게 된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간단한 수술인 줄 알았는데, 사실 코토코가 없었더라면 동생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오키는 나름 큰 충격을 받았던 듯 하다. 만약 그랬다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집을 나왔던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유키는 정말 코토코에게 큰 절이라도 해야 한다, 덕분에 무탈했으니.

 

안 그래도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던 존재였던 코토코가, 또 다른 의미를 더해 다가온다. 코토코 혼자 얼마나 당황하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미안하고 고맙고,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었을 거다. 그러니 꼭 안아주었겠지.

 

여기서부터 나오키의 독특한 애정표현이 나왔던 것 같다. 키 차이가 워낙 나서인지, 나오키는 코토코가 사랑스러울 때면 꼭 저렇게 뒤에서든 앞에서든, 이마든 머리든 만지더라. 시즌2에 들어가면 플러스 키스까지. 무뚝뚝하고 살가운 애정 표현을 잘 못하는, 아니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오키의 가장 살가운 애정 표현이라, 저 행동이 나오면 마냥 좋더라. ㅎㅎ

 

 

 

대만판 악작극지문의 즈슈가 전체적으로 좀 더 다정하고 두 사람의 감정묘사가 좀 더 세밀했던지라, 일본판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이 씬은, 일본판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다.

 

일단 나오키가 주변 상황에 떠밀려 코토코를 집으로 데려간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의지로, 먼저, 코토코를 집으로 데려갔다는 게 좋았다. 마츠모토와 동거하지 않는다는 것도 직접 말로 하지 않고 그냥 코토코 네가 멍청해서 오해한 거야, 정도로 풀어내던 나오키가, 이 집에 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라고 분명하게 말해주었던 것도 신기하고 놀랍고.

 

너는 나에게 남다른 존재다, 라는 의미라는 걸 코토코는 몰랐겠지만. (그저 마츠모토도 안 와본 집을 와본 걸 좋아할 뿐...)

 

 

코토코는 이 집에 나오키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지만 정작 나오키는 왠지 덤덤해 보인다.

 

정말 나오키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일까? 코토코가 추울까봐 먼저 샤워하라며 코토코를 보는 나오키 표정은 몹시 따뜻하다. 어쨌든 코토코가 이 밤에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불편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건 연락이 되지 않았던 자신과 유키 때문이 아닌가.

 

먼저 샤워하라고 권하고 자신의 옷을 건네주는데 전혀 망설임도 신경질도 없다. 놀려먹는 것도 없고 빈정대는 건 아예 없다.

 

나오키에게 코토코는, 적어도 이날 밤이라도, 몹시 고마운 사람인 거다.

 

 

코토코 혼자 긴장한 것도, 앞서 나간 것도 아니었다. 나오키 역시 신체건강한 남자이고, 몹시 신경쓰이는 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아무렇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나오키에게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일은, 나오키가 어른 남자로 홀로 설 수 있느냐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님과 한 집에 살긴 하지만, 그건 나오키가 부모님 손에 휘둘려서가 아니니 아무렇지 않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쩌면 나오키는, 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코토코와 이 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그럼 독립한 의미가 없어지는데. 코토코 혼자 앞서나간 게 아니라 나도 너와 비슷한 마음이지만, 참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거다, 자세히 설명해 주는 나오키.

 

이후에도 나오키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 진로와 미래, 갈등과 아픔 같은 것들을 오직 코토코와만 나눈다. 입으로는 어머니가 밀어붙이는 코토코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버티지만, 나오키 본인이 제일 많이 코토코를 필요로 하고 코토코에게 기댔고 코토코와만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딜레마가 나오키를 사호코와 결혼하겠다는 엉뚱한 자기괴롭힘의 길로 밀어넣었던 게 아닐까 싶고.

 

조곤조곤 왜 집을 나와 혼자 사는지 이야기하는 이리에 군. 코토코는 비로소 나오키의 큰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

 

 

 

아마 이리에 군은, 코토코에게 얘기를 하면서, 코토코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았나 싶다.

 

이리에 군의 미래를 결정한,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단서가 코토코의 입에서 나왔다.

 

유키의 수술과 코토코의 믿음을 계기로, 나오키는 의사라는 직업을, 의업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정말 그 길로 가고 싶은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말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지 못해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던 나오키에게, 코토코가 등불을 비춰준 것 같다.

 

이러니 나오키가 어떻게 코토코의 손을 놓을 수 있었겠는가. 그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 문제만이 전부가 아니었던 거다. 코토코는 언젠가부터 이리에 군의 가족이었고, 기댈 수 있고 상의할 수 있는 친구였고, 신경쓰여 견딜 수 없는 좋아하는 여자였다. 어느 하나 쉽게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꼭 이런다니까, 중요한 순간에.

 

라고 중얼거리던 이리에 군은, 과연 코토코가 먼저 잠들어 버리지 않았다면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나한테 소중한 게 뭔지, 흥미로운 게 뭔지 조금씩 깨닫게 된 것 같다고 말하던 이리에 군은 과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너, 라는 거겠지. 코토코가 깨어 있었어도 그 말을 해주진 않았을 것 같지만.

 

코토코를 가만히 바라보는 이리에 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긴장하고 설레하는 것 같더니 먼저 잠이나 들고 바보 코토코. (잠이 오더냐 잠이) 오늘 하루 코토코는 참으로 힘들었을 거다. 코토코가 고맙고 코토코가 더욱 사랑스러워진 거다.

 

 

 

 

일어나니 옆자리가 비었다. 코토코를 찾던 나오키는, 코토코가 커피를 끓여놓고 먼저 병원으로 간 것을 알게 된다.

 

10회 후반부는 유난히 이리에 군의 미모가 빛난다......................... 그건 이리에 군이 코토코 때문에 설레고 코토코를 사랑스럽게 여겨 눈빛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코토코가 끓여준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 조금은 설레는 듯한 이리에 군.

 

간밤을 전후로, 이리에 군에게 코토코의 의미는 또 한 번 더 달라졌다. 그걸 암시하는 듯한 찬란한 아침 햇살.

 

코토코는 단순히 폐만 끼치는 민폐덩어리도 아니고, 귀찮게 달라붙어 좋아한다 외치는 바보도 아니다. 코토코에게 여러 가지로 기대고 신세를 졌다는 것을 , 코토코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나오키는 분명하게 깨달은 듯 하다. 그래서 이날 이후, 나오키는 코토코에게, 오직 코토코에게만 제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나보다.

 

 

 

유키를 간호하기 위해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간 것으로도 모자라 유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놓고 코토코식의 응원까지 준비한 것을 보는 나오키는 고맙고, 고맙다못해 사랑스럽다. 마음이 몹시 벅찼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오키는, 첫번째 키스처럼 뭘 의도하거나 하지 않은 채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서, 키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너무나도 예뻐서. 안 하고 배길 수가 없어서.

 

 

나오키가 몰래 도둑키스를 하고 갔다는 것을 코토코는 결혼식날까지 모르지만, 느낌이 있었나보다.

 

코토코 식으로 나오키와 꿈에서 키스를 했으니까.

 

 

아마 유키에게는 충격과 공포였을 거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형이 먼저, 형이 저 바보 코토코에게, 그것도 몰래, 키스했다! 첫번째 키스 얘기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두번째 키스는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왠지 코토코가 달리 보일 수밖에.

 

나오키는 숨기고 감추려고, 자기 본 마음을 모른 척 하려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는지 모르지만, 이러니 가족이 나오키가 사호코와의 결혼을 밀어붙였을 때 모두 나오키를 걱정했던 거겠지. 나오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부모님은 물론 유키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코토코 네 말이 맞아. 이리에 군 역시, 오래 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표현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이번 회차는, 나오키의 마음이 얼마나 변했는가, 가 중점적으로 비춰진 회차였던 것 같다. 확실히 나오키 반응이 예전과 다르니까.

 

이번 회차를 통해,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면 나오키가 끌어당기는 게 더 확실히 보인다. 코토코는 포기한다고 했다가 키스를 당하고(?), 포기한다고 했다가 나오키가 갑자기 테니스 코트에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시합 제안을 수락하는 바람에 지옥훈련을 하다가 또 포기를 못하게 되고, 마츠모토와 좋은 마음인 줄 알고 포기하려다 나오키가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바람에 또 포기 못하게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드디어 집을 나가서 독립하게 된 나오키.

 

집주소와 알바하는 곳을 알려주면 뻔질나게 코토코와 엄마가 드나들 것을 알기에 아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넘은... 21세기를 홀로 아날로그로 살아... 핸드폰이 없어....

 

막상 집을 나가는데 신경이 쓰이는 건 코토코다.

 

 

나오키가 어디서 살고 뭘 하면서 사는지 마츠모토보다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코토코.

 

코토코는 몰래 마츠모토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엉뚱한 오해를 하고 만다. 나오키가 마츠모토와 동거한다고 믿어버린 것.

 

그러게 나오키... 지난번에 확실히 마츠모토와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해 줬으면 좋았잖아. 하긴 그런 걸 일일이 얘기할 성격이 아니긴 하지만.

 

그 절망감에 코토코는 완전히 좀비처럼 변해 버린다.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절망에 빠져 버린 것.

 

 

너무 절망감에 빠져서이지만, 이때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코토코가 나오키를 못 알아보고 스쳐 지나간 때가 아닌가 싶다.

 

나오키 입장에서는 굉장한 충격이었을 듯. 코토코가 자신의 인생으로 쳐들어온 이래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거다. 게다가 코토코 몰골이............ 말이 아냐.

 

 

나오키가 변했다는 건 이런 행동들을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다.

 

나오키가 직접, 스스로, 코토코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가고 코토코의 상태를 걱정하고 궁금해한다.

 

일부러 테니스 코트를 찾아가는 나오키에게 찰떡같이 아이하라의 상태를 알려주는 스도 선배. 아니, 스도 선배는 어떻게 나오키가 코토코가 궁금해서 나왔다고 믿는거고 그걸 또 나오키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걸까?

 

테니스 코트에서 코토코가 아프다는 얘길 들은 나오키. 동생을 불러 떠보듯 코토코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어딘가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한데, 도대체 왜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진코와 사토미 덕분에 코토코가 아픈 이유를 알게 된 나오키.

 

어이없어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그랬을 텐데, 나오키는 코토코가 쓸데없는 오해를 하는 것도 싫고 아픈 것도 싫은 거였다.

 

 

더 이상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 다짐하고 힘을 내보는 코토코.

 

코토코가 아무렇지 않은 처 나오키를 스쳐 지나간 것도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ㅎㅎ 두어 걸음 떼기도 전에 '거기 서'란 나오키 말에 마법에 걸린 것처럼 멈춰서고 말지만.

 

나오키가 코토코를 기다린 것도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그만큼 나오키가 변하고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냥 말로 설명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아이코와 마츠모토를 통해 확인시키나 했더니... 안 그러면 안 믿을 걸 알아서였던 것 같다.

 

아이코와 마츠모토를 통해 오해가 벗겨지는 내내 코토코를 보던 나오키. 이런 오해 자체가 어이가 없지만, 코토코라면 가능한 오해이기도 하니까.

 

오해를 벗겨주는 것으로 모자라, 친절하게 동거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나오키. 혼자 살고 싶어서 나간 건데 왜 누군가와 살아야 하느냐고. 넌 나와 마츠모토 동거를 찬성한다고 했지? 거기에 코토코 마음까지 재확인하는 무서운 넘.

 

"간다, 코토코."

 

테니스 시합할 때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고 나서부터, 나오키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또 다른 반증, 코토코, 란 이름 부르기.

 

나오키의 마음 속 장벽이 허물어졌기에, 이름으로 치던 장벽도 무너져 버렸고, 그러니 코토코, 말고 굳이 성을 부를 필요가 없었을 거다.

 

 

 

오해가 벗겨지고 다시 코토코 특유의 밝은 미소를 되찾은 걸 지켜보는 나오키.

 

얼핏 웃음이 보이는 것도 같은 건 그러기를 바라는 내 바람만은 아닐 거야.

 

아무튼 안심한 거 맞잖아, 나오키. 너, 코토코를 걱정하고 코토코가 쓸데없는 오해하는 게 싫었던 거라고.

대망의 첫데이트가 나오는 8회. 저번 회 리뷰에서 테니스 시합을 계기로 나오키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나오키의 '무너짐'은 우리가 흔히 보고 기대하는 그런 류의 것은 물론 아니다. 이번 회에 나오키가 말하듯 코토코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걸 멈춘다는 것일 뿐... 이지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인 거잖아.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나오키 역의 즈슈가 일부러 마츠모토 역의 아가씨(이름도 까먹었음, 중요하지 않아 그런 이름...)와 일부러 데이트한다는 걸 팍팍 보여주고 나중에 두 사람의 '진짜 데이트'도 더 설레게 보여주었는데......... 일본판은 쓸데없이 마츠모토와의 데이트나 상세히 보여주고 나오키와 코토코의 데이트는 몽땅 생략해 버려서 이걸 데이트라고 부를 수 있나... 싶다.

 

이게 결혼하기 전 유일한 데이트라는 걸 생각하면 눙물이... ㅠㅠ 코토코... 불쌍한 것.

 

 

코토코 아버지와는 연락이 안 되고 오갈 데 없는 코토코를 결국 집으로 데려가는 나오키.

 

그러나 거기엔.... 두 사람의 키스 사실을 알아버린 나오키 어머니의 어마어마한 음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하신 나오키 어머니, 아예 모든 부동산을 섭외해서 거의 반강제로 코토코 부녀를 다시 집 안에 들인다.

 

줄곧 생각한 거지만, 나오키 어머니는 두 사람이 이어지는데 가장 큰 다리가 된 것과 동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나오키가 후반부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밀어붙였던 데에는, 결혼 상대자만은 자신이 스스로 고르겠다는 이상한 고집(?)이 작용한 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 바, 나오키 어머니가 계속 코토코를 붙잡아 두고 사건사고를 만드는 게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면서 동시에 나오키가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키스는 아무 의미 없었던 거고, 손도 못 잡아봤고 데이트도 못해봤다며 우울해하는 코토코. 이번 회차에 그걸 다 해소(?)하리란 암시였던 거다.

 

 

 

넘어져도 뭐 저런 기묘한(?) 자세로 넘어져가지고 나오키를 빡치게 만들었던가...

 

나오키 얘, 아무래도 이 방면에서는 천재가 아니라 코토코보다 더 한 바보같다. 코토코가 그렇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또 말하고 온몸으로 보여주는데도, 왜 거기에 일말의 의심을 계속 품고 불안해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불안해했다기보다는 화를 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나오키 이넘이 경쟁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내가 코토코를 좋아해'가 아닌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다. 그래서 그 마음에 확신이 있었느냐, 하면 나오키 역시 끊임없이 그걸 확인하려 들었던 것 같다.

 

이 바부탱이 나오키 넘은 분명히 스도와 코토코 커플(?)을 만나기 전에는 마츠모토와 영화 보러 갈 생각이 전혀 없던 놈이었다. 그런데 코토코가 그게 아니라고 하는 변명 같은 건 듣지도 않고 홧김에(?) 마츠모토와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한다.

 

 

 

코토코는 아버지에게 나오키를 좋아하는 한, 나오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얘기한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건데, 결국 코토코는 끝까지 노력한다. 나오키 이 바보가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고 하기 전까지, 코토코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마츠모토와 나오키가 데이트하는 걸 견딜 수 없었던 코토코와 스도는 함께 두 사람을 감시하며 방해하기로 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나오키와 화기애애한 데이트 분위기는 곧 코토코를 처참하게 만든다. 아무리 코토코에게 보여주려 한다고 그랬다지만, 나오키도 좀 많이 너무했다. 정작 코토코와는 한 번도 저러지 않았으면서.

 

그러니까 나중에 사호코와의 데이트 씬들에서도 나오지만, 나오키가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구는 건 나오키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 거다. 나오키는 원래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애쓰는 건 굉장한 에너지 낭비였던 건데, 코토코와는 지나치게 편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노력을 눈꼽만큼도 하려 들지 않는다. 뭐, 좋은 의미로, 나오키는 코토코 앞에 원래의 그 이기적이고 냉정한 나오키 본연의 모습을 편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비참한 마음에 돌아가려다 웬 깡패에게 딱 걸리는 코토코. 실수로 음료를 쏟았는데, 이 깡패가 쓸데없는 시비를 건다.

 

이 드라마 보는 내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거 하나. 코토코보고 모두 멍청하게 생겼다고 볼품없다고 하는 거. 아니 저 얼굴 어디가..????? 그나마 이 깡패는 코토코를 제대로 볼 줄 알잖아. 귀엽다고(예쁘다고) 데려가려는 거 보면.

 

 

두 사람이 워낙 어설펐으니 나오키가 눈치채는 건 금방이었겠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줄은.............. 그러면서 그렇게 오래 보여주기식 데이트를 했다니, 나오키 이넘도 심술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나오키가 심술을 부리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바로 이런 때. 그렇다는 건, 코토코와 스도 쪽을 내내 신경쓰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개입했던 걸 보면.

 

마츠모토도 불쌍해... 나오키 이넘의 심술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당한 거잖아....

 

 

 

드디어 손을 잡았어...

 

처음엔 코토코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던 나오키는 이내 코토코의 손을 잡고 달린다. 손 잡는 문제(?)는 해결.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놀려먹는 재미로 마츠모토와 데이트를 하다니, 이리에 나오키의 심술은 어디까지인가.

 

하여간 이넘은 코토코가 관련되기만 하면 냉정함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인간이 되든가, 아니면 아예 대놓고 싸우거나, 빈정거리거나, 나오키 본인의 성격 중 가장 나쁜 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마츠모토와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거라면 미안하다 사과하는 코토코의 말을 툭 자르고 어디로 갈래, 묻는 나오키.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면 단순한 코토코가 좀 더 이해하기 쉽잖아............ 코토코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 듣기 싫어하면서 항상 이런 식이다, 이리에 나오키 이넘은.

 

그래서 두 사람은 오다이바로 가는데.... 중간에 나오키가 사라졌다.

 

 

 

아니.... 코토코 꼬라지(?)가 레스토랑 같은 데 갈 만한 꼬라지가 아니면 어디서 뭘 사오겠다고 말을 하고 가면 좋잖아...

 

그 사이에 코토코가 어디로 가버렸음 어쩌려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가 불쑥 먹을 것을 내미는지.

 

어쨌거나 이게, 나오키가 코토코를 위해 최초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한 거였다. 나오키가 코토코를 위해 처음으로 돈을 쓴 거기도 하고.

 

아, 코토코.....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ㅠㅠ

 

 

 

나오키는 내내 코토코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흘끔흘끔, 코토코에게 들킬까봐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만. 아, 둔한 코토코. 너의 역경은 너의 둔함 때문에 일어난 경향도 다분하구나...

 

마침내 제 마음을 인정하게 된 나오키.

 

코토코에 대한 마음을 백퍼센트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더는 도망갈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키스했던 것도 사실 그러니까, 나오키의 마음이었던 거다. 그 후로 줄곧 아무 사이도 아닌 채로 지냈지만, 나오키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을 것 같다.

 

내가 왜 그때 키스했던 걸까. 왜 계속 저 머리나쁘고 둔한 여자가 신경쓰일까. 왜.

 

그리고 나오키 식으로 결론을 내린다. 코토코는 내게 주어진 시련이다. 생애 최초의 시련. 그렇지만 그 시련을 겪어내는 게 싫지 않다....라는 건 코토코가 싫지 않다는 거다. 싫어야 마땅한데, 코토코는 나한테 결코 어울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도 아닌데, 싫지 않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봐도 안 된다.

 

코토코 친구 말대로 싫지 않은 것과 좋은 것은 많이 다른 문제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여기까지 오는 게, 그래서 여기까지 인정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었다. 커다란 반전이라고나 할까.

 

코토코는 과연 혼자서 결혼까지 튀지만, 나오키의 속마음은 단순히 코토코가 싫지 않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별다른 데이트나 큰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코토코를 향한 마음은 점점 더 제어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마침내 제 마음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을 때 코토코랑 사귀어 볼래요, 가 아닌 결혼할래요, 로 튀었던 걸 보면.

 

다만 이때는, 여기까지가 나오키가 인정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뿐. 이후로 코토코에 대한 나오키의 심술은 확 줄고, 나오키식 퉁명한 배려와 표현은 늘어나니까.

 

 

 

석양을 배경으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던 두 사람.

 

같이 햄버거를 나눠먹은 게 전부였지만, 둔한 코토코가 이걸 데이트로 여길 만큼 두사람 사이엔 두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그 어떤 분위기라는 게 있었던 거다.

 

내내 코토코를 훔쳐보는(그냥 대놓고 봐라 이넘아) 나오키의 시선이 그걸 증명한다. 싫지 않아, 까지밖에 인정을 못했으니 대놓고 보지는 못하겠고 그렇지만 자꾸만 시선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상태.

 

 

그러나 그날 나오키는 독립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한다.

 

오다이바에서 함께 사는 게 싫지 않다, 고 표현했던 건 코토코에 대한 나오키식의 최소한의 배려였던 것 같다. 집을 나가 혼자 살아보겠다고 한 건 순간적인 결심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나오키 혼자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나오키 성격상 이런 문제를 갑자기 결정할 리 없으니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오키의 오랜 고민이었으니까. 과연 이대로 살다가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는 게, 부모님 뜻대로 사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가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

 

 

이제 세상에서 제일 이해못할(...) 테니스 게임의 현장으로 가게 된다. 이 회차는 아무리 복습해도 나오키의 정확한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러니 또 내 맘대로 추측할 수밖에.

 

도대체 이리에 나오키는 왜때문에, 와이, 뭐 땀시, 왜왜왜 테니스 게임을 하자고 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코토코의 아버지가 이사를 결심하면서 부터였다.

 

아무래도 아버지 입장에서야 딸이 혼자 그 마음고생을 하는 걸 지켜보는 게 속이 편했을 리 없다. 자기 딸이 자기를 돌아보지도 않는 친구 아들에게 목을 매고 쩔쩔매는 게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내가 코토코 아버지였어도 이사 나가겠다고 했을 것 같다.

 

 

아마 나오키는 도무지 실감이 안 났을 수도 있다.

 

코토코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공식화하자 심란해 보이는 나오키. (저래봬도 저게 심란한 거 맞다. 평소엔 아예 감정 표현 자체가 없으니까...)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이 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코토코는 아버지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자기가 나간다는데 배웅조차 하지 않는 나오키에게 절망감을 느낀 것 같다.

 

코토코의 나오키 포기 시도는 나오키 때문에 계속 실패하게 되는데, 지난번 시도는 나오키의 급작스러운 키스 때문에 실패했고...

 

이번에도 어찌어찌 성공하나 했지만.........

 

 

코토코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니까, 보통은.

 

나오키와 코토코는 친구라고 하기에도 뭣하고, 코토코가 적극적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는 관계였다. 그런데 코토코가 이공학부를 찾아가는 일을 그만두니, 우연이 아니고서야 코토코와 나오키가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딱 한 군데, 바로 이 테니스 코트를 빼놓고.

 

코토코의 빈자리를 느끼던 나오키는(그렇다고 하자!!!) 테니스 코트로 나간다. 코토코가 나오키를 쫓아서 동아리 가입을 한 게 이럴 때 빛을 보는구나....라고 해야 하나.

 

나오키의 출현 자체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것으로 봐서, 코토코가 꿋꿋이 테니스 동아리 출석을 하는 동안 나오키는 한 번도 연습에 참가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사실 아무리 천재라도 연습도 안 하고 테니스를 잘 친다는 설정이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나오키는 천재잖아! 천재라규!

 

대만판 악작극지문은 나오키 역의 즈슈의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아무래도 회차가 적은 일본판은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확실히 즈슈가 더 다정하고 자상했어........

 

아무튼, 나오키가 테니스 코트에 나타난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코토코를 만나러 온 거다. 코토코네가 이사가는 바람에 비탄에 잠긴 어머니를 위로할 거였으면 집으로 불렀지 테니스 코트로 나가진 않았겠지. 집으로 불러서 어머니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주긴 싫지만 코토코가 궁금하고 그러니 테니스 코트로 나간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평소에 나오키는 연습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꾸준히 근성을 발휘해서 연습하러 나왔던 코토코는, 나오키를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거고.

 

늘 이런 식이다.

 

코토코가 나오키에게서 멀어지려 하면, 나오키는 나오키식으로 코토코를 자신 쪽으로 돌려놓는다. 결국 코토코가 나오키를 포기하지 못했던 데에는, 나오키의 역할이 팔 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천하무적 끈기 대왕 코토코라도 4년이나 반응 없는 짝사랑을 열렬히 지속하긴 어려웠을 거다. 코토코가 정말로 나오키를 포기하려 했던 때는 바로, 나오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했던 바로 그때다. 그 전까지 나오키는 계속해서,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면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떻게든 나오키를 이겨보려는 스도의 눈물겨운 치사한 노력 때문에 코토코와 복식조가 되어서 패배를 맛본 나오키.

 

코토코가 라켓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걸, 그리고 코토코의 상태가(원래 운동신경이 둔하기도 하고) 며칠만에 개선될 상태가 아니라는 걸, 나오키는 이번 경기를 통해서 누구보다 잘 알았을 거다.

 

혼자 복식조에서 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코토코와 복식이 되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근데 이 복식조로 경기를 또 하겠다고 하네?

 

????????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대만판 악작극지문의 경우, 이 테니스 경기가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워낙 샹친의 상태가 안 좋았으니, 샹친이 한 번이라도 공을 받아넘기면 이긴다는 조건이었으니까. 그 정도라면 즈슈도 도전해볼 만 했을 거다. 게다가 그 경기에서 지면 즈슈가 여장을 하고 테니스 코트를 돌아야 한다는 조건마저 붙어서 샹친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건... 안 해도 아무 상관없는 경기이고(모든 테니스 부원이 스도가 억지를 부렸다는 걸 잘 안다), 코토코가 일주일 연습으로 스도와 마츠모토 조를 이길 수 없으리란 것은 누구보다 나오키가 제일 잘 아는 거다.

 

근데 도대체 왜? 와이? 왜때문에? 일주일 후에 또 경기를 하겠다고 했을까, 나오키는?

 

 

나오키에게 들킬까봐 살금살금 걸어오는 코토코는 처음이야... 당황스러웠어 ㅋㅋㅋㅋ

 

 

게다가 스도의 심술로 코토코는 테니스부 정식 연습 시간에도 연습을 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연습은커녕 코토코는 날아오는 공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피해 다니는 형편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려는 나오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패배를 좋아하는 성격이 절대 아닌데.

 

 

 

나오키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가려는 코토코도 신선했고, 그래서 코토코 머리채를 잡아채는 나오키도 뜻밖이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코토코의 근성을 믿었던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일도 코토코가 시작하면 결국 해낸다는 것을. F반이었지만 결국 100등 안에 드는 저력을 발휘했던 코토코의 그 근성을 믿은 거다.

 

그렇지만 아무리 근성 쩌는 코토코라도 이건 스포츠인데, 일주일만에 될 리가 있나. 코토코는 나오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념 하나로 지옥 훈련을 버티지만, 그렇게까지 코토코를 훈련시킨 나오키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러니 친구들 말대로 코토코가 나오키를 잊을 수 있을 리 있나. 집에서 못 보나 했더니, 이건 낮이고 밤이고 아침이고 붙어서 같이 연습하는데.

 

 

 

처음으로 상대방 코트로 공을 넘기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코토코. 너무 좋은 나머지 나오키에게 매달리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를 억지로 떼어내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한없이 기뻐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코토코가, 나오키는 때로 부럽다. 뭐든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해내는 나오키로서는, 이런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삶이란 게 무료하고 때로 답답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나오키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코토코를 통해, 그 끈기와 근성을 배우면서 옆에서 코토코의 성장하는 기쁨을 간접적으로라도 같이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시합날.

 

여전히 코토코는 공을 상대방 코트에 넘기지는 못하지만, 마츠모토와 스도의 공을 받아치기 시작한다.

 

혼자가 아니니 겁 먹지 말라는 말도, 공을 치기 시작한 코토코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모두 나오키식 코토코 응원이다.

 

 

그리고 마침내 코토코가 스도의 서브를 받아 넘겼을 때, 나오키는 웃는다.

 

역시 근성의 아이하라 코토코. 해낼 줄 알았다. 일주일 전만 해도 공도 제대로 못 쳐다보던 코토코가, 테니스부 주장인 스도의 공을 쳐넘긴 것이다.

 

뭐든지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코토코의 근성과 끈기, 일본식으로 하자면 '곤조'가 나오키를 흔든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코토코가 발을 삐는 바람에 기권을 선언한 나오키.

 

기권을 선언하는 것도, 코토코를 안고 코트를 나오는 것도,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그리곤 말한다, 애초부터 이길 생각 같은 건 없었다고.

 

그럼 도대체 왜???????? 왜때문에 나오키는 이 말도 안 되는 시합을 한다고 했던 걸까?

 

짐작을 할 수밖에 없다.

 

 

일단 나오키는 코토코가 보고 싶어서 테니스 코트에 나왔고, 기왕 복식조를 이루게 된 것, 이기려고 하는 경기를 위해서 연습을 한 게 아니라, 코토코의 근성을 보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코토코의 작은 승리를 같이 느껴보고 싶고, 코토코가 결국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그게 바로 코토코이고, 나중에 인정하게 되지만 나오키는 코토코의 바로 그런 에너지와 열정과 근성에 반했던 거였으니까.

 

 

이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코토코를 '코토코'라고 부르게 되지만, 이 테니스 시합 전까지 나오키는 코토코를 이름으로 제대로 부른 적이 없었다.

 

코토코의 성인 '아이하라'라고 하거나 그녀석, 이 기껏이었다.

 

그건 나오키의 장벽 같은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성을 부르면 좀 거리감이 있으니까, 아니면 아예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무시하는 것. 나오키는 코토코와 거리를 두려고, 코토코에게 엮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까지, 나오키는 그냥... 무너진다, 코토코에게.

 

그 무너짐의 시발이 바로 이 테니스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코토코를 보고 싶어서 못 참고 나왔고, 말도 안 되는 경기를 치르기 위해 지옥훈련을 함께 했고, 나오키 기준에서는 마침내 어려운 일을 해낸 코토코에게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 것. 이후로 나오키는 그냥 코토코를 코토코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코토코의 새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키스까지 했으니 뭔가 달라지겠지...........라고 기대한 건 비단 코토코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오키 자신은 계속 변하고 있긴 한데, 그걸 둔한 코토코는 물론이고 나오키 본인조차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채길 거부하는 상태라고나 할까.

 

 

키스까지 했지만(그건 키스가 아니라 뽀뽀라고) 별다른 진전도 없고 달라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

 

여전히 코토코만 목매는 것 같고 나오키는 코토코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

 

 

코토코의 대학 시절 연적....이라고 쓰고 혼자 나오키에게 삽질한 마츠모토 유코의 등장.

 

미인인데다 머리도 좋고 테니스도 잘 하고 이공학부라 언제나 나오키와 붙어 있을 수 있는 마츠모토는 코토코의 최대의 라이벌로 떠올랐다....고 코토코는 생각헸겠지만 사실 나오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츠모토에게 관심이 없었다.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오히려 마츠모토는 나오키의 질투 때문에 이용당한 면이 있다. 나오키 이넘은 시즌2 카모가리 케이타가 나타나고서야 질투 같은 것도 할 줄 안다고 인정했지만, 킨짱부터 스도 선배까지 코토코 주변 남자에 대해 질투를 안 한 적이 없었다. (스도 선배는 정말 어이없었어...) 대만판인 악작극지문에는 이게 더 자세히 그려지는데(질투로 안절부절 못하는 즈슈를 감상하는 건 꿀잼) 일본판은 16부작(그것도 한 회에 40여분 분량)으로 축소하다보니 아무래도 나오키의 본심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말로는 코토코가 애인이냐는 마츠모토의 질문에 '설마'라고 부정하지만(따지고 보면 부정도 긍정도 아닌 거야 뭐야) 나오키는 계속 코토코의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킨짱을 신경쓴다.

 

나오키의 시선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회차게 별로 없으니 즐기자. 즐겨야지.

 

코토코의 남자들이 얽히게 되면, 나오키의 눈빛은 이렇게 몹시 매서워진다. 이 못난놈이 그 성질을 코토코에게 부리는 바람에 애꿎은 순한 양 코토코만 멋모르고 자꾸 당하게 되는데, 나오키는 처음부터 그랬다. 코토코에 대한 소유욕이랄까, 아니, 이 지점에서는 나 하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심보냐 뭐냐, 하여간 코토코가 킨짱과 가까이 지내는 걸 몹시 안 좋아했다.

 

이럴 거면 애인 아니라는 말은 왜 했어... 네가 다른 방면에서는 천재일지 몰라도 확실히 연애나 사랑 같은 분야에서는 천하의 바보였어, 이리에 나오키.

 

 

코토코는 그 키스가 나오키에게 아무 의미도 아니었구나 상심하지만, 역으로 이 장면은 나오키가 줄곧 코토코의 마음을 신경쓰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킨짱과의 관계가 몹시 신경쓰였던 식사 자리에서는 킨짱이 대놓고 온갖 헛소리(?)를 할 때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아니 못하더니,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코토코를 놀려먹고 기분 좋게 웃으며 가 버린다.

 

나오키 이넘은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는지, 나는 코토코 손을 잡아줄 수 없어도 코토코 너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지 마, 좋아하면 안 돼, 를 내내 실천하다 결국 코토코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게 시즌1의 메인 줄거리이지.............

 

 

 

코토코 아버지 가게에서는 킨짱이 큰소리쳐도 한 마디도 못하다가, 간밤에 코토코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의 나오키는 여유를 되찾았다.

 

킨짱이 학생식당까지 와서 어슬렁거리거나 말거나 코토코는 나를 좋아하는데 뭘.

 

말로는 여자를 따라서 진로를 결정하다니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만.............. 나오키 너야말로 코토코의 말에 자극받아 결국 자기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냐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코토코였고, 나중에 회상 장면을 보면 나오키 본인도 그걸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나오키의 미래를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해 두지 뭐.

 

 

 

이만하면 지칠 만도 하건만, 기어이 나오키를 따라 테니스부까지 들어간 코토코.

 

마츠모토도 결국 인정한 코토코의 집념이 이리에 나오키의 두터운 성벽을 부수었다. 이런 여주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보는 내가 다 자존심 상해서 때려치라고 말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코토코는 정말 진심으로, 순수하게, 나오키를 좋아하고 그런 자신의 마음에 최선을 다했다.

 

 

 

마츠모토 유코에 대해서도, 스도 선배의 변신(?)에 대해서도 참으로 자상하게 알려주는 나오키.

 

테니스 라켓만 쥐면 돌변하는 스도 선배가 나오키에게 깨진 다음 분풀이를 당한 코토코를 보며 빵 터진 나오키. 대만판에서는 나가 떨어진 샹친을 즈슈가 좀 안쓰럽게 보는 것 같던데... 나오키 이넘은 그냥 재미있어 죽는다.

 

확실히 나오키를 웃게 만드는 건 코토코 뿐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그 이후에도.

 

 

그러나 세상 어느 부모가 딸의 삽질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할까.

 

어찌하다 보니 한 가족처럼 같이 살고 있지만, 이런 관계가 계속 유지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나오키와 코토코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이런 이상한 동거는 지속될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뭘 했는지 신경쓰지 말라면서 정작 코토코에 대해서는 궁금하고 신경쓰이는 나오키.

 

어딜 갔는지 알 거 없잖아, 해놓고는 코토코에게 너는 왜 늦었냐 혹시 그 녀석 보러 갔냐, 심문에 가까운 질문을 해댄다. 우리 코토코가 조금만 더 눈치 빨랐어도 너는 그런 게 왜 궁금하냐 했을 텐데 묻는 대로 순순히 다 대답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나오키가 말하는 '그 녀석'이 누군지도 몰라서 나오키가 킨짱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아.....................

 

나오키 이 솔직하지 못한 넘은 항상 이런 식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도 넘어가지만, 나중에는 아예 킨짱을 보러 갔느냐고 대놓고 따지듯 물어보기도 한다지. 나오키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코토코 옆네는 킨노스케가 있고 자신이 아니라면 코토코는 킨짱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러니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후반부로 갈수록 더 확연히 드러나는 거지만, 나오키는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거나 감추고 싶을 때면 침묵이 길어진다.

 

말로는 귀찮다고 내 생활을 헤집지 말라고 했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나가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모양이다. 나간다는 말에 깜짝 놀라더니, 그러면 서운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나오키의 길어지는 침묵은, 나오키의 본심이 감추어지는 시간과 일치한다. 쉽게 별 거 아니다, 신경쓰지 않는다, 나랑 상관없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자기 마음을 인정하기는 싫거나 그럴 수 없을 때면, 나오키는 내적 갈등을 겪었던 것 같다. 그걸 본인이 눈치챘건 아니건 간에.

 

 

한참 후에야 "이제야 겨우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군"이라고 하고 가 버리지만, 그건 결코 나오키의 진심이 아니다. 이게 진심이었으면 이렇게 오래, 힘들게 말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우리 코토코는 그런 걸 모른다. 대꾸가 없는 나오키가 이상해서 "이리에 군?" 재촉하기도 했으면서 나오키가 하는 말 그대로 다 믿어버리고 충격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이런 코토코의 둔함이 나오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토코는 정말 나오키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나오키를 잊으려고 결심하지만, 그런 코토코의 마음이 나오키를 움직이게 만드니까.

 

돌이켜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코토코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게 늘 당연했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게 늘 당연했던 나오키였기에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거나 다른 남자에게 가려 하는 걸 참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7회의 말도 안 되는 테니스 경기가 펼쳐지는 거지.

드디어 이 드라마의 제목이 구현(?)되는 회차에 이르렀다. 장난스런 키스라기보다는 열 받아 홧김에 저지른 키스 같지만. 대만판 악작극지문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악작극지문의 즈슈가 홧김에 저지르고 당황해서 결국 메롱, 을 하고 갔다면 원작의 이리에 나오키처럼 나오키는 굉장히 의도된 키스를 한 것 같다. 키스 후의 '짜(차)마미로' '쌤통이다'까지 합한다면.

 

나오키는 코토코가 몹시 신경쓰이는 단계에 이르렀고, 예전엔 무심히 보아 넘기던 킨짱과 코토코의 관계가 몹시 거슬리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이던 게 결국 마지막에 터진 느낌이랄까.

 

 

졸업식에서 키스를 한 커플은 맺어지고 평생을 간다는 속설이 있다는 말에 첫키스를 꿈꾸는 코토코.

 

물론 첫키스를 하고 싶은 상대는 나오키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속설이 얼추 맞아 떨어진 셈이긴 하네. 두 사람은 어찌됐든 사은회에서 첫키스를 하고 평생 같이 하게 됐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더랬지.

 

나오키가 코토코랑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나도 코토코만큼이나 놀랐더랬다.

 

이리에 나오키는 어째 츤데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츤데레라기보다는 그저 성격이 그따구인 게 아닌가 싶다. 원체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나오키가 예의 없는 인간은 아니다, 코토코만 빼면. 마츠모토 유코나 사호코를 대하는 걸 보면,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예의를 물 말아 먹은 인간은 아니다. 내키지 않아도 해야 되는 시츄에이션이면 예의를 갖춘다. 근데 그게 코토코한테는 안 된다. 예의고 나발이고, 나오키의 이성이 통째로 날아가기도 한다.

 

시즌2 7회에 가서야 나오키가 확실히 깨닫고 고백을 하긴 하지만, 그래서 나오키의 '인간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건 오직 코토코 뿐이다. 코토코 앞에서만 나오키는 화도 내고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심지어 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하니까.

 

옆으로 새긴 했지만, 이 장면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나오키는 좋은데 안 좋은 척 한다기보다 기본적으로 그걸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다른 여자들에게는 예의라도 차리지만 코토코는 그것도 안 하니(이 나쁜노무 시키).

 

그래서 유독 코토코에게는 애정 표현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고 시즌2에 가서는 그게 '키스'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코토코가 항상 설레하며 받아주기는 하지만, 말로 해야 될 상황을 키스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진 찍는 것도 나오키가 찍고 싶어서 찍은 거다. 엄마나 코토코의 강요가 아니라. 나오키답지 않은데 나오키다운. 나오키는 변하고 있었으니까.

 

 

 

아니면 놀려먹으려고................?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도 코토코 앞에서 뿐이라지. 그러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냉정하고 차갑고 그래서 냉혈한으로 보이는 거고.

 

 

 

두번째 단추를 사수하는 건 실패로 끝난다. 나오키는 두번째 단추에 매달리는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나오키식 표현을 빌자면 '시시한 속설'일 뿐이니.

 

대만판에는 결국 나오키, 즉 즈슈가 두번째 단추로 반지를 만들어 코토코, 즉 샹친에게 선물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는 싹 빠졌다. 16부작으로 만들면서 대만판의 세세함이 사라지긴 했다. 즈슈와 나오키도 미묘하게 다르다. 즈슈가 차라리 더 다정하다. 즈슈는 츤데레에 가깝다.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냉철한 인간인데도 제 마음을 굳이 표현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인간의 마음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한 것 같다. (저런 엄마 밑에서 나오키 같은 아들이 둘이나 나오다니 미스터리하다)

 

 

 

나오키는 킨짱과 코토코가 본격적으로 신경이 쓰인다. 아니, 몹시 거슬린다.

 

킨짱이 대놓고 코토코를 좋아한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도 거슬리고, 코토코가 킨짱에게 물렁하게 대하는 것 같은 것도 짜증난다. 다정한 코토코와 킨짱을 보는 나오키의 눈은 날카롭다. (불 나오겠다)

 

 

원래 나오키는 이런 시시한(?) 논쟁에 끼어드는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내 F반 사은회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같다.

 

칼보다 날카로운 말을 마구 던지면서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 너희가 몹시 거슬리고 짜증난다, 라고.

 

 

 

킨짱 말이 맞다. 나오키는 코토코와 킨짱이 나간 게 신경이 몹시 쓰여 나온 거다. 킨짱이 비아냥거려도 아무 대꾸 하지 않는 건 다만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서만은 아닐 거다.

 

마침 그때 딱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는 것보다 이 두 사람이 몹시 거슬린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할 리 없을 거라고 내내 믿고 있었다.

 

러브레터 사건 이후 코토코가 말로는 이제 아니라고 하지만 행동을 보면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니까.

 

그런데 나중에도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의 자신에 대한 무한애정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킨짱이 코토코와 키스할 거라고 떠벌리니 '꿈을 꾸려먼 잠을 자든가' 대꾸하는 건 지극히 나오키답다. 그만큼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믿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킨짱이 너무 확고하게 말하고, 사은회 내내 거슬리던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오키의 믿음을 흔든다. 아마 이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오키는 코토코의 첫번째 키스를 가져갈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때 나오키는 정말 유치했다.

 

코토코와 킨짱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여 화가 난 것을 엉뚱하게 화풀이한다. 밸런타인 초콜릿까지 들먹이면서. 코토코의 마음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어서라도 자신에 대한 코토코의 마음을 공식화하고 확고하게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그래봤자 너는 나를 좋아하잖아. 나는 너를 안 좋아해도 너는 나를 좋아해. 내가 바람피워도 넌 한눈 팔지 말라는 노래가 떠오르는구만.......

 

코토코의 도발은 결국 나오키를 폭발시킨다. 나오키를 저렇게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 코토코.

 

 

 

근데 끌고 나와서 무섭게 소리지르며 화내는 것도 아니다. 정말 싸우자고 끌고 나온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코토코가 널 잊을 거라는 선언을 하기 전에는 미묘한 침묵마저 감돌았으니.

 

 

극 내내 나오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이든지 간에, 코토코는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는 거. 시즌2에서 유키에게 말하지만, 코토코가 '널 잊을 거야'라고 말했을 때, 나오키는 화가 났다.

 

사실 내내 화가 나 있었더랬지, 코토코 주변을 얼쩡거리는 킨짱과 그런 킨짱을 받아주는 듯한 코토코에게. 질투를 했던 거다. (이래놓고 질투는 마치 카모가리 케이타가 처음인 것처럼....) 코토코가 자신을 잊는다고 하면 잘됐다고 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싫었던 거다.

 

 

 

그래서 악작극지문의 즈슈와 달리(거기서 두 사람은 소리지르며 싸우다가 키스가 사고처럼 터진다), 나오키의 키스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코토코가 자신을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최후의 수단' 같은 걸 쓴 거다. 그래놓고 몇 년이나 코토코의 마음에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 나오키 이넘은 아주 대단히 나쁜 넘이다. 극 내내 나오키는 그런다.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기만 하면 기어이 자신 쪽으로 되돌려놓고 또 되돌려놓는다. 사호코와 결혼을 결심하고 그 길로 꾸역꾸역 걷다가 마침내 '너도 좋은 남자 만나라'라며 코토코를 놓아주려는 듯 하지만, 그 전까지는 내내 그랬다.

 

그러니 코토코가 무슨 수로 나오키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희망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던 건 나오키였다. 코토코는 굳세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을 만큼 순수하게 나오키를 좋아했을 뿐. 그래서인지, 나오키가 코토코와 결혼해준 게 아니라, 코토코가 나오키를 '구원'해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어쨌거나 코토코는, 만약 나오키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아주 많이 아껴주는 킨짱과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게 분명하다. 케이타였어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아니었더라면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회사를 잇고 사호코와 결혼해 건조한 인생을 살았겠지. 속이 텅 비었어도 그게 뭔지조차 모르면서.

 

 

 

네가 감히 날 잊어, 의 의미가 강했던 키스. 그래서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우습다. 나오키의 의도는 분명했으니까.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도 너는 날 좋아해야 돼, 나는 네 남자친구가 될 생각이 없어도 너는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가 되어서는 안 돼....의 뭐 그런.

이 다음회가 그 대망의 '장난스런 키스'가 일어나는 회차인데, 그때는 이미 나오키가 질투로 눈이 뒤집어져 있을 만큼 코토코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럼 대체 나오키는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하게 됐던 걸까? 그건 아마 나오키 본인도 모를 것이다. 더는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에 화가 나서 키스해 버렸을 때 이미 감정이 꽤 깊어져 있었다고 회상하는 것을 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 코토코가 한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코토코의 명랑함과 예측불가능함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당황하고 어이없어 하고, 공부 가르쳐주고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면서 어느새 코토코는 나오키의 삶 깊숙이 들어서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신세진 것을 갚을 겸, 다가오는 도쿄대 시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겸, 코토코는 헤드 마사지기를 선물하는데... 유키 말마따나 진짜 거품기처럼 생겼어...

아마 이런 선물도 난생 처음이었을 거다, 나오키에게는.

 

머리가 비상하게 좋고 그래서 공부든 운동이든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척척 해내는 나오키는, 삶이 무료하다, 벌써. 18살밖에 안됐는데.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왜 '당연히'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도쿄대는커녕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이런 진지한 고민없이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걸로 알고 그냥 내몰리지 않나. 장난스런 키스가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나오키와 코토코를 통해 누구나 한두번은 겪을 법한 '고민'을 결코 가볍지 않게 그러나 그 무게에 짓눌려 질식하지 않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코토코를 붙잡는 나오키.

 

 

그리고 처음으로 코토코와 '진지한(?)' 대화를 하는 나오키.

 

겉으로는 코토코가 맹목적으로 나오키에게 매달려 나오키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속사정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겠지), 나오키 본인은 누구보다 잘 알 거다. 코토코가 자신의 삶의 중요한 길목마다 불을 비춰주고 길을 보여주고 머릿속을 정리해주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후반부에 사호코와 결혼하려던 나오키가 마치 목이 졸린 것처럼 답답해 보였던 건, 나오키 본인의 진심과 멀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호코라는 여자가 코토코와 비교하면 나오키에게 의미가 될 만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어서였다. 기껏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돈인데, 그건 사실 사호코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사호코의 할아버지 것이니까, 사호코 본인만의 매력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오키에게는.

 

 

나오키에게 코토코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고 신비한 세계 그 자체다. 한 번도 코토코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간절해져본 적 없고 노력해본 적이 없는 나오키는, '무언가를 얻으려는 바람'이 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 더 안쓰러운 건 웬만한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거 - 코토코가 신기할 뿐이다.

 

그렇지만, 아마 내내 고민해왔을 고민 - 왜 대학에 가야 하나,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하나, 대학에 가야 한다면 왜 꼭 도쿄대여야 하나 - 의 실마리를 이번 대화를 통해 나오키는 발견했다.

 

대학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 가능성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 가는 곳일 수도 있구나. (그러기엔 삶의 방향이 많이 한정되어 버린 채 시작한다는 함정이 있지만서도...)

 

 

 

나오키는 자기 가방에 부적을 달겠다는 코토코의 말도 흘려 들은 듯 싶지만, 바로 떼어 버리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나오키는 생애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코토코는 나오키에게 재앙과도 같은 존재로 끝나버릴 것인가.

 

자신의 부적 때문에 나오키에게 닥친 엄청난 일들을 들은 코토코는 심란하기 그지없고, 시험 다음날인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초콜릿을 만들면서도 나오키를 걱정한 나머지...

 

나오키의 시험장까지 따라가려고 한다.

 

 

그러나 하필 급성 맹장염이 이때 찾아오고 만다.

 

내내 코토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나오키가 횡단보도를 건넌 다음에 한 번 더 뒤돌아봤다가 쓰러진 코토코를 발견하는 건 나름 감동...이었다. 신경쓰이고 걱정도 됐던 거라고 우겨야지.

 

그리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코토코에게 달려온다.

 

아마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보내고 가족에게 연락한 다음 시험보러 가는 게 나오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도쿄대를 왜 꼭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나오키는, 코토코를 직접 병원에 데려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저렇게 안고 뛰면서. 꽤나 무거웠을 텐데. 저도 모르게 계속 걱정스런 표정으로 코토코를 내려다보는 나오키는 처음으로 조금 다급하고 초조해 보인다. 자신의 시험이 아니라 코토코 때문에.

 

 

나오키 어머니 말마따나, 설사 나오키가 직접 코토코를 병원에 데려갔다 해도 집에 전화해서 병원을 알려주고 시험치러 갔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결국 나오키는 도쿄대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고, 코토코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왜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그렇다면 굳이 시험을 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시험을 치면 어차피 합격할 텐데, 합격하고 나서 안 간다고 하면 더 이상할 것이고 집은 더 난리날 텐데 그냥 아예 시험을 보지 말자. 마침 코토코도 쓰러졌으니, 그 옆이나 지키지 뭐.

 

대충 이런 심산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지만, 코토코와 코토코의 아버지에게는 나오키의 발목을 잡은 짐덩이가 되고 말았다.

 

코토코를 '위해서' 도쿄대 시험을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코토코가 나오키가 시험을 보러 가지 않는 '적당한 핑계'가 되어준 건 맞으니까.

 

 

나오키의 집에 머물 면목이 없어진 코토코는 가출을 감행하는데......................... 아니 아버지랑 의논해서 나갈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무작정 가출이라니, 역시 코토코답다.

 

나오긴 했는데 날은 춥고 갈 데는 없고. 그 와중에 마주친 나오키.

 

이건 볼 때마다 의문이다. 잠이 안 와서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산책하던 나오키와 우연히 마주친 것일까, 아니면 나오키가 코토코 뒤를 따라나온 것일까.

 

따라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증거가 없어................... 그렇지만 하필 그 시간에 거기서 마주친 건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더 이상해..............

 

멋대로 생각하고 싶다, 나오키가 코토코 뒤를 따라나온 거라고.

 

 

왜냐하면 나오키가 코토코를 붙잡거든, 가출 못하게.

 

시크하게 안 붙잡는다고 말해 놓고는 코토코가 정말 가려는 것 같으니까 말을 돌리며 붙잡는 기술 보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코토코를 붙잡거나 회유하거나 변명하는 나오키 모습이 쭉 나오는데(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변명은 너무 허접했어 나오키.... 그게 통하는 코토코는 천생연분이야, 너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정확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늘 이런 식이라 안 그래도 나오키 앞에서는 작아지는 코토코는 더욱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지.

 

코토코가 나오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코토코가 나오키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토코가 마음을 다잡고 멀어지려 할 때마다 코토코를 기묘하게 붙잡고 놔주지 않는 나오키 때문이기도 했다. 나오키 본인은 인정하려 들지 않을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이게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코토코를 붙잡은 나오키의 첫번째 행동이었지 싶다.

 

 

나오키는 친절하게, 너 때문에 도쿄대에 안 간 게 아니라고 설명해 준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토난대학에 자동진학하겠다는 건 좀 의심이 가... 결국 코토코의 말 때문이잖아, 대학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보려고 가기로 했으니까.

 

그러려고 대학을 가는 거라면 굳이 도쿄대에 갈 필요 없고 마침 코토코 너도 있고.....가 정답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도쿄대 가서 고민해도 되는 사항이긴 하다. 가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코토코는 되게 둔한 듯 보이지만, 때로 아주 나오키의 정곡을 찌를 때가 있는데(문제는 찔러놓고 본인이 모른다는 거), 나오키의 변명은 그 아무리 허접한 것이라도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인다는 거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됐을 텐데, 자신이 나오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놨는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오키의 묘한 설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코토코.

 

초콜릿을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단지 박스 하나만 보고 그게 자신한테 주는 초콜릿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냐 나오키.......

 

기대 같은 거 안 하고 신경도 안 쓴다고 하긴 했지만 받고 싶었던 거잖아........

 

초콜릿도 맛없게 만들 수 있는 코토코의 엄청난 능력은 별개로 하고. 늘 이런 식이다, 나오키는.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가 그토록 어려웠다, 나오키는.

 

그렇게 어려웠기에 인정하고 나서 코토코와 연애할래요 도 아닌 결혼할래요, 로 내달릴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토코의 초콜릿을 보는 나오키의 표정은 따뜻하다. 먹지는 못하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훈훈하게 흘러갈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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