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무한질주로 여기까지 왔다 ㅋㅋㅋㅋㅋㅋ 아 몰라(이 말투 어쩐지 기분나빠). 16회는 두 번으로 나눠서 이리에 군이 항복 선언하고 행복해하는 거, 코토코 입이 찢어지는 거 볼 거야.

 

 

약혼식까지 치르고 왔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리에 군의 속마음을 물어보는 이리에 군 부모님.

 

부모님은 누구보다 잘 아시고 계신다. 이리에 군이 자신의 속마음과 다른 길로 가려 한다는 걸. 이리에 군이 스스로 잘못된 길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면 멈추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

 

이리에 군은 지금 고장난 폭주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려 하지만 그 속은 텅 비었다. 일본판은 확실히 대만판 악작극지문보다 이리에 나오키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래서인가 후반부 들어 억지로 혼담을 진행하면서 이리에 군이 속이 텅 빈 강정이 되어 간다는 게, 그래서 화가 나고 그래서 나오키 식으로 미쳐간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져서 달콤함을 맛보려 한다면 복습하지 않게 되지만 은근히 자꾸 생각나게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했던 장소에서 우연히 딱 마주쳤다.

 

정황상 코토코는 오다이바에 와서 이리에 군 생각이 났고, 이리에 군은 코토코 생각이 나서 오다이바로 온 것 같다. 둘 다 거기서 거기구만, 코토코는 이리에 군이 자신과 첫 데이트 장소에 사호코를 데려온 데 대해 서운해한다.

 

그런데 그건 이리에 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좋은 남자 만나라 했지만 막상 코토코가, 자신들의 첫 데이트 장소에서 킨짱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걸 보는 이리에 군은 속이 뒤집어졌지 싶다.

 

 

 

그러니 늘 좋은 얼굴로 웃어만 보이던 사호코는 염두에 두지도 않은 채 막말을 뿜어내지. 언제나 코토코를 만나면 솔직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났던 이리에 군으로서는, 사호코가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는 것에 당황했을 거다.

 

이죽이죽 빈정대마왕, 코토코에게 아주 천생연분 납셨네 식으로 빈정거리지만(코토코도 나중에야 가슴 아파했을지 몰라도 아주 고맙다, 하고 받아친 건 참 맘에 든다. 아무래도 역시나 샹친보다 코토코가 더 파워가 넘쳤어) 멀어져가는 코토코와 킨짱의 뒷모습을 보는 이리에 군의 얼굴엔, 지금 이리에 군의 심경이 숨기지 못하고 드러나 버린다.

 

 

늘 이리에 군이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고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사호코는, 이리에 군이 사실은 코토코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만 셈이다.

 

이리에 군은 사호코가 먼저 가 버리는데도 쫓아가지 않고 그저 서 있다.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을 거다.

 

 

아마 이때쯤, 이리에 군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것 같다.

 

코토코가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간다는 소식에 이리에 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평소 같았으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내지는 그렇군요 하고 말았을 텐데,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다.

 

올라와서는 멍하니, 코토코의 방문을 바라본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코토코가 완전히 떠난다는 게. 자신이 보내놓고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

 

그게 이리에 군이 늘 하던 말이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코토코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이리에 군은, 자신이 설사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해도 코토코는 자신을 좋아해 주기를, 그런 말도 안 되는 바람을 지녔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이제 코토코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진코와 사토미가 마츠모토와의 동거(아니었지만) 때문에 빡쳐서 이리에 군을 찾아왔을 때에는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척 빈정댔는데, 이리에 군답지 않게 이들이 하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을 그저 다 듣고 있다.

 

진코와 사토미가 쏘아붙이는 것조차 아무 말 못하고 가만 있다.

 

킨짱이 프러포즈를 했고, 코토코가 대답을 할 거라는 말.

 

이리에 군은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

 

 

내리는 빗속에 하염없이 서 있는 이리에 군.

 

대만판 악작극지문이 알콩달콩한 표현이 더 많아 더 좋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일본판이 더 좋았던 것들이 있는데, 이 장면도 그중 하나다.

 

특히 빗속 키스씬과 결혼식은 악작극지문보다 러브인도쿄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악작극지문에서는 그래 비는 이렇게 내리는 거고 이 비를 맞으면 천하의 쟝즈슈라도 미역머리가 되는 거야, 를 가감없이 보여주어 감동이 덜했다. (복습할 때마다 눈도 제대로 못뜨는 그 미역머리에 시선이 꽂히는 걸 어떡하나 ㅠㅠ)

 

그런데 즈슈가 샹친을 찾아다니면서 처음으로 머릿속이 텅 빈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씬보다, 말 한 마디 없어도 충격적으로 모든 것을 깨닫게 된 이리에 군의 빗속 이 모습이 더 와닿았다. 이리에 군이 얼마나 세상에 홀로 툭 떨어진 것 같은 외로움과 소중한 것을 잃는 바보같은 후회로 절절이 젖어드는지 그저 느끼게 된다.

 

 

코토코를 마중나온 이리에 군.

 

여기서부터 이리에 군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전혀 감추려 하지 않는다. 솔직해지지 않으면, 코토코에게 다가갈 수 없다.

 

 

과연, 고백도 이리에 군답다.

 

점점 더 감정이 격해지다 마침내 폭발한 지점에서도, 이리에 군은 "널 좋아해!"가 아니라 "너는 날 좋아해! 나 말고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고 외친다.

 

문득, 이리에 군은 누구보다 더, 사랑을 갈구했던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뭐 그게 아니라 해도, 이리에 군 말마따나, 코토코가 이리에 군을 좋아해주는 게 너무나도 당연해서 그 사랑이 변하거나 떠난다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된 거다, 최소한.

 

 

 

이 와중에 "키스... 두번째다" 중얼거리는 코토코... 못말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스를 하나하나 세어야 할 정도로 코토코는 이리에 군의 고백을 믿지 못할 지경이었는지도 모른다.

 

키스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난으로 넘기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사이로 어정쩡하게 버틴 세월이 4년. 두번째 키스를 진작 알았더라면, 이리에 군이 키스를 또 했던 자신의 마음을 진작 돌아보았더라면, 그 쓸데없는 똥고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 두 사람, 이렇게 돌아오지는 않았을 거고 킨짱과 사호코도 쓸데없이 더 가슴이 아플 필요가 없었을 텐데.

 

"이제 안 세도 돼." 라며 또 키스하는 이리에 군. 코토코를 꼭 끌어안는 이리에 군은, 이제야 알았다.

 

코토코 없는 삶은, 태양이 사라진 지구와도 같다는 걸. 코토코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신의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헤어지는 걸 섭섭해하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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