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김에 그냥 막 달려서 얼른 시즌1을 끝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야 시즌2까지 목표한 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안 그러면 중간에 때려칠 것 같아... 나 혼자 달리는 건데 때려치면 그만이지만서도, 코토코의 '곤조'를 배워야지.........

 

14,15회는 나오키가 '자기 자신 괴롭히기 달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코토코가 상처받는 과정인지라 별로 복습도 안 하게 되는 그런 회차들이다. 나오키 엄마 말마따나 쓸데없는 고집은 어찌 그리 부려대는지, 덕분에 몇 사람이 쌩고생이냔 말이지.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게 좋은 맞선을 보기로 한 나오키.

 

뭐 이런 바부탱이 같은 넘이 다 있나. 나오키 엄마 말대로 이리에 군은 아버지가 쓰러지신 게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고집을 부려서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쯤이야. 만약 이리에 군 아버지가 크게 잘못됐다면 이리에 군이 저 말도 안 되는 고집으로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겠구나 싶어서(그럼 사호코는 뭔 죄여) 아찔하다.

 

그 후는 뭐... 맞선 장소에서 나오키 엄마가 훼방 놓기, 코토코와 마츠모토가 몰래 미행해 방해하려다가 되레 당하기 등이 펼쳐지는데...... 하나도 재미없고 안쓰럽기만 하고 안타깝기만 하고 보기 민망하기까지. 물론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몰래 따라온 것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파티장까지 쫓아올 거냐고 놀리지만, 코토코는 더 이상 이리에 군을 쫓아다니지 않는다. 음악회까지 쫓아갔던 샹친에 비하면 코토코가 훨씬 더 맘에 든다.

 

그러나 맘에 없는 데이트를 계속 하는 이리에 군은, 속이 속이 아니다. 저게 무슨 데이트를 마치고 들어온 남자 표정이냐.

 

 

킨짱은 분명히 봤다, 이리에 군과 코토코의 썸씽 장면을. 그런데 이리에 군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코토코는 분명히 마음이 통했던 것 같은데 결국 내 착각이었나보다라며 괴로워한다.

 

킨짱 입장에서야 이리에가 코토코를 갖고 논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코토코 때문에 마음이 아픈데, 킨짱 입장에서는 이리에 군이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그러니 선언한다, 내가 코토코를 너한테서 뺏을, 아니 지킬 거라고.

 

너는 상관없지 않느냐, 그러니 상관하지 말아라.

 

킨짱의 질책 앞에 한참을 아무 말 못하는 이리에 군.

 

 

이리에 군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마지막의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코토코는, 더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이리에 군의 주변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니, 마지막 희망이 남았다고 해줬으면 싶다.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 예전에는 그렇게 말해줬잖아, 제발 그렇게 말해.

 

그러나 결국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지키겠다는 킨짱의 말에 네 맘대로 하라고 하고 자리를 뜬다.

 

그 대답이 나오기까지 이리에 군의 침묵은 꽤나 길었다. 결혼할 다른 여자가 있는데도 네 맘대로 하라는 그 말이 나오기가 그토록 어려웠다, 이리에 군에게는.

 

 

이제 정말 끝.

 

이리에 군도, 코토코도 모두 느꼈을 것이다.

 

코토코는 절망하지만......... 이리에 군은 화가 났다. 스스로에게. 얼굴에 완전 날이 서 있다.

 

 

혼담을 진행하는데 집안에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다.

 

나오키의 상태가 혼담이 진행되면 될수록 좋지 않다는 건 유키마저 느낄 정도다. 초등학생 유키마저 형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유키도 아는 사실, 나오키는 코토코를 좋아해, 그런데도 이리에 군은 고집을 피운다.

 

 

아마 나오키의 부모님이 나오키에게 코토코와 결혼해 회사를 이어라, 라고 밀어붙이지만 않았어도 나오키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렸을까 싶다. 아버지에 대한 회개는 자신의 꿈을 버리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여자와 결혼까지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복수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 복수의 칼이 가장 깊이 찌르는 건, 바로 이리에 나오키 자신이다.

 

 

 

코토코가 아침부터 예쁘게 차려입고 데이트 갔다는 말에 식욕마저 달아난 나오키.

 

이제 정말 끝이다. 코토코는,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되는가보다.

 

그토록 귀찮고 그토록 민폐덩어리인 코토코가 자신의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데, 나오키는 꼭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마지막 햇빛을 쬐는 것 같다.

 

 

이게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키가 웃었던 장면이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즈슈가 반지를 고르는 샹친을 환상으로 보고 웃는다. 일본판에서는 이 장면이 그 장면과 비슷한 장면이지 싶다. 악작극지문에서는 샹친이 실제로 음악회에 쫓아가 코를 골며 잤지만, 일본판은 정황상 코토코가 음악회까지 쫓아가지 않았다. 사실 코토코는 맞성 장소에서 훼방놓다 실패한 이후 나오키의 데이트 장소를 더 이상 쫓아다니지 않았다. (그 점은 참 맘에 든다) 이 시간에 코토코는 아버지 가게에 있었으니까 음악회에서, 더군다나 이리에 군의 옆자리에서 코를 골며 잤을 리가 없다.

 

그런데 코를 골며 자는 사람 얘기에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떠올리며 웃는다. 언젠가부터, 이리에 군의 머릿속을 온통 잠식한 사람은, 코토코였다. 이리에 군을 웃게 만드는 사람도, 이리에 군을 화나게 만드는 사람도, 이리에 군을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도, 이리에 군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도, 이리에 군이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이리에 군이 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모두 코토코 하나 뿐이었다.

 

그런 코토코를, 이리에 군은 자신의 손으로 보내려 한다.

 

 

이리에 군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에 달했던가가 여지없이 보여졌던 씬.

 

코토코의 이런 점이 좋다. 샹친처럼 싸울 때조차 아무 말 못하지 않는다. 화가 나면 이리에 군과 날을 세우며 싸운다. 이리에 군은 참 치사한 인간이다. 여기서 처음부터 시비 걸고 이죽거리고 싸움을 거는 사람은 이리에 군이다.

 

코토코가 아버지 가게를 이어받을 결심으로 공부를 한다는 게, 그 가게에 있는 킨짱과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리에 군의 진심일 것이다.

 

나하고 상관없다, 고 말하면서 눈은 이글이글, 코토코를 잡아먹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아무 상관없으면 그냥 그 전에 올라가 버리면 그만이었지. 자신의 방 옆에 있는 코토코의 방문을 바라보던 이리에 군이 문득 생각난다. 항상 이리에 군 옆에는 코토코가 있었는데, 이젠 아닐 것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화가 나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건 바로 스스로인데, 괜히 코토코에게 화를 낸다. 이 치사빤스 멍청이 똥대가리 같으니. 네가 왜 코토코에게 화를 내냐고!!

 

 

오오즈미 회장과 사호코를 집으로 부른 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사호코에게 최선을 다 하려고, 더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오오즈미 회장이 코토코가 너무 귀여워서 넋을 놓았다는 헛소리를 듣는 이리에 군의 얼굴은 울 것 같다.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규. 비록 그 할배가 코토코가 신경쓰여 제멋대로 떠든 말이라고 해도.

 

참, 코토코도 속이 좋다고 해야 하나 착하다고 해야 하나. 속이 말이 아닐 텐데도 끝까지 웃으려 하고 사호코의 얘기를 들어주려 하다니.

 

 

어쩌면 결혼 전에 사호코가 이리에 군에게 이별을 선언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리 해도 이리에 군의 껍데기만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을 테니까.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 법. 사호코는 코토코가 단순히 이리에 군 엄마만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리에 군도 역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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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좋은 남자 만나라.

 

이리에 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적으로, 코토코의 희망을 끊어내 주던 잔인한 씬.

 

둘 다 많이 아팠을 거다, 이날.

 

 

프러포즈를 받은 여자 표정도,

 

결혼 예물을 교환하는 남자 표정도,

 

전혀 기쁘지 않다. 이게 무슨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여자의 얼굴이며, 결혼을 앞둔 남자의 얼굴이야. 특히 나오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 스스로를 불행의 구덩이 속으로 집어넣는, 빠져나올 방법은 더더욱 알지 못하는 그런 천하의 빠가사리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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