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드라마의 제목이 구현(?)되는 회차에 이르렀다. 장난스런 키스라기보다는 열 받아 홧김에 저지른 키스 같지만. 대만판 악작극지문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악작극지문의 즈슈가 홧김에 저지르고 당황해서 결국 메롱, 을 하고 갔다면 원작의 이리에 나오키처럼 나오키는 굉장히 의도된 키스를 한 것 같다. 키스 후의 '짜(차)마미로' '쌤통이다'까지 합한다면.

 

나오키는 코토코가 몹시 신경쓰이는 단계에 이르렀고, 예전엔 무심히 보아 넘기던 킨짱과 코토코의 관계가 몹시 거슬리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이던 게 결국 마지막에 터진 느낌이랄까.

 

 

졸업식에서 키스를 한 커플은 맺어지고 평생을 간다는 속설이 있다는 말에 첫키스를 꿈꾸는 코토코.

 

물론 첫키스를 하고 싶은 상대는 나오키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속설이 얼추 맞아 떨어진 셈이긴 하네. 두 사람은 어찌됐든 사은회에서 첫키스를 하고 평생 같이 하게 됐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더랬지.

 

나오키가 코토코랑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나도 코토코만큼이나 놀랐더랬다.

 

이리에 나오키는 어째 츤데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츤데레라기보다는 그저 성격이 그따구인 게 아닌가 싶다. 원체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그렇다고 나오키가 예의 없는 인간은 아니다, 코토코만 빼면. 마츠모토 유코나 사호코를 대하는 걸 보면,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예의를 물 말아 먹은 인간은 아니다. 내키지 않아도 해야 되는 시츄에이션이면 예의를 갖춘다. 근데 그게 코토코한테는 안 된다. 예의고 나발이고, 나오키의 이성이 통째로 날아가기도 한다.

 

시즌2 7회에 가서야 나오키가 확실히 깨닫고 고백을 하긴 하지만, 그래서 나오키의 '인간적인 면'을 끄집어내는 건 오직 코토코 뿐이다. 코토코 앞에서만 나오키는 화도 내고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심지어 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하니까.

 

옆으로 새긴 했지만, 이 장면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나오키는 좋은데 안 좋은 척 한다기보다 기본적으로 그걸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다른 여자들에게는 예의라도 차리지만 코토코는 그것도 안 하니(이 나쁜노무 시키).

 

그래서 유독 코토코에게는 애정 표현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고 시즌2에 가서는 그게 '키스'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코토코가 항상 설레하며 받아주기는 하지만, 말로 해야 될 상황을 키스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진 찍는 것도 나오키가 찍고 싶어서 찍은 거다. 엄마나 코토코의 강요가 아니라. 나오키답지 않은데 나오키다운. 나오키는 변하고 있었으니까.

 

 

 

아니면 놀려먹으려고................?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도 코토코 앞에서 뿐이라지. 그러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냉정하고 차갑고 그래서 냉혈한으로 보이는 거고.

 

 

 

두번째 단추를 사수하는 건 실패로 끝난다. 나오키는 두번째 단추에 매달리는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나오키식 표현을 빌자면 '시시한 속설'일 뿐이니.

 

대만판에는 결국 나오키, 즉 즈슈가 두번째 단추로 반지를 만들어 코토코, 즉 샹친에게 선물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는 싹 빠졌다. 16부작으로 만들면서 대만판의 세세함이 사라지긴 했다. 즈슈와 나오키도 미묘하게 다르다. 즈슈가 차라리 더 다정하다. 즈슈는 츤데레에 가깝다. 나오키는 기본적으로 냉철한 인간인데도 제 마음을 굳이 표현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인간의 마음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한 것 같다. (저런 엄마 밑에서 나오키 같은 아들이 둘이나 나오다니 미스터리하다)

 

 

 

나오키는 킨짱과 코토코가 본격적으로 신경이 쓰인다. 아니, 몹시 거슬린다.

 

킨짱이 대놓고 코토코를 좋아한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도 거슬리고, 코토코가 킨짱에게 물렁하게 대하는 것 같은 것도 짜증난다. 다정한 코토코와 킨짱을 보는 나오키의 눈은 날카롭다. (불 나오겠다)

 

 

원래 나오키는 이런 시시한(?) 논쟁에 끼어드는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내 F반 사은회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같다.

 

칼보다 날카로운 말을 마구 던지면서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 너희가 몹시 거슬리고 짜증난다, 라고.

 

 

 

킨짱 말이 맞다. 나오키는 코토코와 킨짱이 나간 게 신경이 몹시 쓰여 나온 거다. 킨짱이 비아냥거려도 아무 대꾸 하지 않는 건 다만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서만은 아닐 거다.

 

마침 그때 딱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는 것보다 이 두 사람이 몹시 거슬린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할 리 없을 거라고 내내 믿고 있었다.

 

러브레터 사건 이후 코토코가 말로는 이제 아니라고 하지만 행동을 보면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니까.

 

그런데 나중에도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의 자신에 대한 무한애정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킨짱이 코토코와 키스할 거라고 떠벌리니 '꿈을 꾸려먼 잠을 자든가' 대꾸하는 건 지극히 나오키답다. 그만큼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믿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킨짱이 너무 확고하게 말하고, 사은회 내내 거슬리던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오키의 믿음을 흔든다. 아마 이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오키는 코토코의 첫번째 키스를 가져갈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때 나오키는 정말 유치했다.

 

코토코와 킨짱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여 화가 난 것을 엉뚱하게 화풀이한다. 밸런타인 초콜릿까지 들먹이면서. 코토코의 마음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어서라도 자신에 대한 코토코의 마음을 공식화하고 확고하게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그래봤자 너는 나를 좋아하잖아. 나는 너를 안 좋아해도 너는 나를 좋아해. 내가 바람피워도 넌 한눈 팔지 말라는 노래가 떠오르는구만.......

 

코토코의 도발은 결국 나오키를 폭발시킨다. 나오키를 저렇게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 코토코.

 

 

 

근데 끌고 나와서 무섭게 소리지르며 화내는 것도 아니다. 정말 싸우자고 끌고 나온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코토코가 널 잊을 거라는 선언을 하기 전에는 미묘한 침묵마저 감돌았으니.

 

 

극 내내 나오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이든지 간에, 코토코는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는 거. 시즌2에서 유키에게 말하지만, 코토코가 '널 잊을 거야'라고 말했을 때, 나오키는 화가 났다.

 

사실 내내 화가 나 있었더랬지, 코토코 주변을 얼쩡거리는 킨짱과 그런 킨짱을 받아주는 듯한 코토코에게. 질투를 했던 거다. (이래놓고 질투는 마치 카모가리 케이타가 처음인 것처럼....) 코토코가 자신을 잊는다고 하면 잘됐다고 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싫었던 거다.

 

 

 

그래서 악작극지문의 즈슈와 달리(거기서 두 사람은 소리지르며 싸우다가 키스가 사고처럼 터진다), 나오키의 키스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코토코가 자신을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최후의 수단' 같은 걸 쓴 거다. 그래놓고 몇 년이나 코토코의 마음에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 나오키 이넘은 아주 대단히 나쁜 넘이다. 극 내내 나오키는 그런다. 코토코가 멀어지려 하기만 하면 기어이 자신 쪽으로 되돌려놓고 또 되돌려놓는다. 사호코와 결혼을 결심하고 그 길로 꾸역꾸역 걷다가 마침내 '너도 좋은 남자 만나라'라며 코토코를 놓아주려는 듯 하지만, 그 전까지는 내내 그랬다.

 

그러니 코토코가 무슨 수로 나오키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희망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던 건 나오키였다. 코토코는 굳세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을 만큼 순수하게 나오키를 좋아했을 뿐. 그래서인지, 나오키가 코토코와 결혼해준 게 아니라, 코토코가 나오키를 '구원'해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어쨌거나 코토코는, 만약 나오키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아주 많이 아껴주는 킨짱과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게 분명하다. 케이타였어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아니었더라면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회사를 잇고 사호코와 결혼해 건조한 인생을 살았겠지. 속이 텅 비었어도 그게 뭔지조차 모르면서.

 

 

 

네가 감히 날 잊어, 의 의미가 강했던 키스. 그래서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우습다. 나오키의 의도는 분명했으니까.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도 너는 날 좋아해야 돼, 나는 네 남자친구가 될 생각이 없어도 너는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가 되어서는 안 돼....의 뭐 그런.

이 다음회가 그 대망의 '장난스런 키스'가 일어나는 회차인데, 그때는 이미 나오키가 질투로 눈이 뒤집어져 있을 만큼 코토코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럼 대체 나오키는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하게 됐던 걸까? 그건 아마 나오키 본인도 모를 것이다. 더는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에 화가 나서 키스해 버렸을 때 이미 감정이 꽤 깊어져 있었다고 회상하는 것을 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 코토코가 한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코토코의 명랑함과 예측불가능함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당황하고 어이없어 하고, 공부 가르쳐주고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면서 어느새 코토코는 나오키의 삶 깊숙이 들어서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신세진 것을 갚을 겸, 다가오는 도쿄대 시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겸, 코토코는 헤드 마사지기를 선물하는데... 유키 말마따나 진짜 거품기처럼 생겼어...

아마 이런 선물도 난생 처음이었을 거다, 나오키에게는.

 

머리가 비상하게 좋고 그래서 공부든 운동이든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척척 해내는 나오키는, 삶이 무료하다, 벌써. 18살밖에 안됐는데.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왜 '당연히'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도쿄대는커녕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이런 진지한 고민없이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걸로 알고 그냥 내몰리지 않나. 장난스런 키스가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나오키와 코토코를 통해 누구나 한두번은 겪을 법한 '고민'을 결코 가볍지 않게 그러나 그 무게에 짓눌려 질식하지 않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코토코를 붙잡는 나오키.

 

 

그리고 처음으로 코토코와 '진지한(?)' 대화를 하는 나오키.

 

겉으로는 코토코가 맹목적으로 나오키에게 매달려 나오키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속사정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겠지), 나오키 본인은 누구보다 잘 알 거다. 코토코가 자신의 삶의 중요한 길목마다 불을 비춰주고 길을 보여주고 머릿속을 정리해주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후반부에 사호코와 결혼하려던 나오키가 마치 목이 졸린 것처럼 답답해 보였던 건, 나오키 본인의 진심과 멀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호코라는 여자가 코토코와 비교하면 나오키에게 의미가 될 만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어서였다. 기껏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돈인데, 그건 사실 사호코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사호코의 할아버지 것이니까, 사호코 본인만의 매력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오키에게는.

 

 

나오키에게 코토코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고 신비한 세계 그 자체다. 한 번도 코토코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간절해져본 적 없고 노력해본 적이 없는 나오키는, '무언가를 얻으려는 바람'이 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 더 안쓰러운 건 웬만한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거 - 코토코가 신기할 뿐이다.

 

그렇지만, 아마 내내 고민해왔을 고민 - 왜 대학에 가야 하나,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하나, 대학에 가야 한다면 왜 꼭 도쿄대여야 하나 - 의 실마리를 이번 대화를 통해 나오키는 발견했다.

 

대학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 가능성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 가는 곳일 수도 있구나. (그러기엔 삶의 방향이 많이 한정되어 버린 채 시작한다는 함정이 있지만서도...)

 

 

 

나오키는 자기 가방에 부적을 달겠다는 코토코의 말도 흘려 들은 듯 싶지만, 바로 떼어 버리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나오키는 생애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코토코는 나오키에게 재앙과도 같은 존재로 끝나버릴 것인가.

 

자신의 부적 때문에 나오키에게 닥친 엄청난 일들을 들은 코토코는 심란하기 그지없고, 시험 다음날인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초콜릿을 만들면서도 나오키를 걱정한 나머지...

 

나오키의 시험장까지 따라가려고 한다.

 

 

그러나 하필 급성 맹장염이 이때 찾아오고 만다.

 

내내 코토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나오키가 횡단보도를 건넌 다음에 한 번 더 뒤돌아봤다가 쓰러진 코토코를 발견하는 건 나름 감동...이었다. 신경쓰이고 걱정도 됐던 거라고 우겨야지.

 

그리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코토코에게 달려온다.

 

아마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보내고 가족에게 연락한 다음 시험보러 가는 게 나오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도쿄대를 왜 꼭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나오키는, 코토코를 직접 병원에 데려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저렇게 안고 뛰면서. 꽤나 무거웠을 텐데. 저도 모르게 계속 걱정스런 표정으로 코토코를 내려다보는 나오키는 처음으로 조금 다급하고 초조해 보인다. 자신의 시험이 아니라 코토코 때문에.

 

 

나오키 어머니 말마따나, 설사 나오키가 직접 코토코를 병원에 데려갔다 해도 집에 전화해서 병원을 알려주고 시험치러 갔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결국 나오키는 도쿄대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고, 코토코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왜 도쿄대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그렇다면 굳이 시험을 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시험을 치면 어차피 합격할 텐데, 합격하고 나서 안 간다고 하면 더 이상할 것이고 집은 더 난리날 텐데 그냥 아예 시험을 보지 말자. 마침 코토코도 쓰러졌으니, 그 옆이나 지키지 뭐.

 

대충 이런 심산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지만, 코토코와 코토코의 아버지에게는 나오키의 발목을 잡은 짐덩이가 되고 말았다.

 

코토코를 '위해서' 도쿄대 시험을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코토코가 나오키가 시험을 보러 가지 않는 '적당한 핑계'가 되어준 건 맞으니까.

 

 

나오키의 집에 머물 면목이 없어진 코토코는 가출을 감행하는데......................... 아니 아버지랑 의논해서 나갈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무작정 가출이라니, 역시 코토코답다.

 

나오긴 했는데 날은 춥고 갈 데는 없고. 그 와중에 마주친 나오키.

 

이건 볼 때마다 의문이다. 잠이 안 와서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산책하던 나오키와 우연히 마주친 것일까, 아니면 나오키가 코토코 뒤를 따라나온 것일까.

 

따라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증거가 없어................... 그렇지만 하필 그 시간에 거기서 마주친 건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더 이상해..............

 

멋대로 생각하고 싶다, 나오키가 코토코 뒤를 따라나온 거라고.

 

 

왜냐하면 나오키가 코토코를 붙잡거든, 가출 못하게.

 

시크하게 안 붙잡는다고 말해 놓고는 코토코가 정말 가려는 것 같으니까 말을 돌리며 붙잡는 기술 보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코토코를 붙잡거나 회유하거나 변명하는 나오키 모습이 쭉 나오는데(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변명은 너무 허접했어 나오키.... 그게 통하는 코토코는 천생연분이야, 너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정확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늘 이런 식이라 안 그래도 나오키 앞에서는 작아지는 코토코는 더욱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지.

 

코토코가 나오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코토코가 나오키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토코가 마음을 다잡고 멀어지려 할 때마다 코토코를 기묘하게 붙잡고 놔주지 않는 나오키 때문이기도 했다. 나오키 본인은 인정하려 들지 않을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이게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코토코를 붙잡은 나오키의 첫번째 행동이었지 싶다.

 

 

나오키는 친절하게, 너 때문에 도쿄대에 안 간 게 아니라고 설명해 준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토난대학에 자동진학하겠다는 건 좀 의심이 가... 결국 코토코의 말 때문이잖아, 대학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보려고 가기로 했으니까.

 

그러려고 대학을 가는 거라면 굳이 도쿄대에 갈 필요 없고 마침 코토코 너도 있고.....가 정답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도쿄대 가서 고민해도 되는 사항이긴 하다. 가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코토코는 되게 둔한 듯 보이지만, 때로 아주 나오키의 정곡을 찌를 때가 있는데(문제는 찔러놓고 본인이 모른다는 거), 나오키의 변명은 그 아무리 허접한 것이라도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인다는 거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됐을 텐데, 자신이 나오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놨는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오키의 묘한 설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코토코.

 

초콜릿을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단지 박스 하나만 보고 그게 자신한테 주는 초콜릿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냐 나오키.......

 

기대 같은 거 안 하고 신경도 안 쓴다고 하긴 했지만 받고 싶었던 거잖아........

 

초콜릿도 맛없게 만들 수 있는 코토코의 엄청난 능력은 별개로 하고. 늘 이런 식이다, 나오키는.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가 그토록 어려웠다, 나오키는.

 

그렇게 어려웠기에 인정하고 나서 코토코와 연애할래요 도 아닌 결혼할래요, 로 내달릴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토코의 초콜릿을 보는 나오키의 표정은 따뜻하다. 먹지는 못하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훈훈하게 흘러갈 줄 알았지......

 

 

역시 나 혼자 쓰고 있지만 혼잣말도 재밌다 ㅎㅎㅎㅎ

 

 

3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코토코를 신경쓰기 시작한 나오키가 제법 친절하게 그려진다.

 

기말고사에서는 100등을 했지만 중간고사의 결과가 바람직하지 못해 결국 여름방학에도 보충수업을 나가게 된 코토코. 수업시간에 멍때리다 결국 운동장 10바퀴 돌라는 벌을 받게 되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선생님 무서워...

 

선생님의 아이하라! 한 마디에 테니스 치다가 돌아보는 나오키. 아마 좀처럼 해본 적 없을 게 분명한 실수로 공이 밖으로 튀어 나가고 하필이면 그게 코토코의 이마를 맞춘다.

 

아이하라, 란 성이 일본에서 흔한 성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게 코토코라는 확신이 없는데도 자동반사적으로 돌아보던 나오키의 행동을 보면, 아침에 코토코를 데리고 간 킨짱이 신경쓰여서 결국 학교에 연습하러 온 거라고... 우겨본다.

 

이때 본격적으로 등장한 테니스는 나오키와 코토코의 사이를 더욱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연습할 필요가 없는 나오키가 연습을 하러 나오는 건 항상 코토코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였던 거냐... 코토코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게...

 

극 전체를 통틀어 나오키가 활짝 웃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감정 표현 자체가 크지 않은 인간이라 대부분 무표정, 내지는 정색이라 그렇다.

 

근데 가끔 이렇게 이를 만개하고 웃을 때가 있는데, 그건 항상 코토코 때문이다. 아마 나오키 인생에서 코토코만큼 재미있는 사건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코토코가 깊이 각인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오키에게 이마를 얻어맞고도 이마를 얻어맞게 된 게 한눈 팔다 벌을 서던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니 뭐라 변명도 제대로 못하는 코토코.

 

나오키는 웃겨 죽는다. ㅎㅎㅎㅎ 시즌2 10회에서 나오키가 빵 터지는 회차가 있는데 그것도 다 코토코와 코토코 어머니 때문이니, 코토코는 확실히 나오키 인생에 몇 안 되는 박장대소를 가져다 준 엔돌핀임에 틀림없다.

 

 

이 드라마는 화자가 코토코이고, 코토코가 워낙 나오키를 떠받들고 경배하는 바람에 시청자들도 덩달아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게다가 나오키 이넘은 워낙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인간인지라 지금 롸잇 나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웬만해선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복습하면서 나오키의 시선만 따라가며(워낙 코토코가 시끄럽고 행동이 큰 데다 자막을 따라가야 해서 그게 쉽지는 않다.....)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감독의 디렉팅인지 아니면 배우 본인의 연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카메라가 코토코만을 비추고 있거나 코토코에게 집중하는 순간에 약간 포커스아웃된 나오키의 시선을 집요하게 따라가 보면, 아주 많이, 나오키의 시선이 코토코에게 머무는 게 보인다.

 

이번 3회에 그게 확연히 보인다. 아무래도 킨짱이 나오키를 확실히 자극시킨 모양이다. 식탁 앞에서 그렇게 소리지르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코토코가 자신을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 말했어도(그건 과거 일이라 그랬지...) 킨짱에게 코토코는 나를 좋아해 말하긴 했어도, 왠지 나오키는 내내 코토코의 마음의 향방이 궁금하고 코토코가 신경쓰였던 것 같다.

 

 

아버지들은 동창회로 집을 비우고 그 찬스를 살려 화려한 연기를 보이며 유키까지 데리고 사라져 주신 나오키 어머니 덕분에 집에 나오키와 단 둘이 남게 된 코토코와 나오키.

 

과연 나오키는 코토코를 의식했을까 아닐까.

 

코토코의 시선 위주이니 우리는 진실을 알 길이 없지만, 왠지 신경쓰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방에 쳐들어온 코토코를 대하는 나오키를 보면.

 

 

저녁을 만들려다 부엌을 태울 뻔한 대참사를 일으킨 코토코를 대신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 나오키.

 

요리도 머리를 쓰는 일이라는 건 몰랐어...

 

그리고 코토코는 방학숙제가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엄청난 사실을 깨닫는다. 근데 결국 수학과 물리 빼놓고 어쨌거나 몇 시간만에 숙제 해치운 거 보면 코토코도 그렇게까지 머리 나쁘고 구제불능은 아닌 것 아니냐....고 하고 싶은데 그 숙제를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네.

 

 

고민고민하다 나오키의 숙제를 빌리러 몰래 나오키 방에 들어갔던 코토코는 그만 나오키에게 딱 걸리고 만다. 처음부터 깨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코토코가 의자에 발이 걸려 시끄러운 소리가 났을 때 깬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오키 이넘..........

 

코토코가 숙제 때문에 몰래 들어온 걸 뻔히 알면서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확인하고............. 좋아하고 있돠. 저 활짝 웃는 것 좀 보소.

 

아냐 코토코... 너 놀리려고 그런 게 다인 것 같지는 않다규.

 

도대체 나오키는 왜 그렇게 코토코가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그 답이 예스, 라면 나오키 식 표현대로 귀찮게 되는 거잖아...

 

그런데 킨짱의 소동 이후 나오키는 기어이 이렇게 코토코의 진심을 확인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것 같다.............. 코토코 말마따나 코토코가 덮쳤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어떡하려고 그랬어......... 코토코가 그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왠지 있는 것 같긴 하다. 나오키 변명이 내가 듣기론 좀 많이 어설펐는데 그걸 수긍하는 코토코는 더 웃기고.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도 이런 식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단순히 숙제를 빌려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 나오키.

 

코토코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코토코와 함께 방학 숙제를 하는 나오키. 그렇지... 숙제를 하는 이유는 숙제를 통해서 공부를 하고 복습 내지는 예습을 하기 위함인 건 맞는데... 사실 코토코는 그저 네 숙제를 살짝 빌려 베끼고 돌려주려 했을 뿐이라고. 밤새 공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

 

그렇지만 둘은 결국 밤새서 코토코의 숙제를 같이 한다. 그게 두 사람의 고교시절 여름방학의 마지막 추억이 된다.

 

 

코토코가 만드는 밥은 먹지 않겠다고 하지만, 코토코가 실망한 것을 보고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커피를 끓여 달라고 하는 나오키.

 

눈치를 본 건지 아니면 커피를 끓여 달라고 하는 게 왠지 쑥스러웠던 건지 모르겠지만, 시즌2 9회에서도 인정했듯, 나오키는 드디어 코토코의 많은 장점 중 하나를 인정한다.

 

커피 하나는 코토코가 잘 만들어.

 

 

두 사람만이 나누는 커피의 향기는,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시간과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지난번 함께 커피를 마셨을 때보다는 한층 더 가까워지고, 조금은 더 설레는 시간이 된 커피 타임. 커피는 나오키에 대한 코토코의 마음이고 나오키가 티내지 않고 코토코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수단이 된다고나 할까.

 

이 좌식아... 그거 말고도 코토코의 마음을 받아줄 방법은 많았다고!

나오키는 과연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했을까.

 

본인이 자신의 마음(내지는 과거?)을 그나마 정확히 밝히는 게 자그마치 시즌2 14회에 가서다. 동생 유키가 자신과 비슷한 사랑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동질감을 느끼던 차에 유키가 언제부터 코토코를 좋아했느냐고 묻자 글쎄, 하면서 대답한 게 바로 5회 장난스런 키스 바로 그 부분이다.

 

 

이때 나오키는, 코토코가 자신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을 듣고 안심을 해야 하는데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라고 한다.

 

그렇다는 건, 그 전부터 이미 코토코에게 흔들리고 있었고, 마음이 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제 마음을 온전히 깨달은 건 그로부터 몇 년 후지만. 5회 포스트에서 할 얘기이긴 하지만, 장난스런 키스를 하기 전까지 나오키는 코토코와 킨짱 때문에 극도로 화가 나 있었다. (이른바 질투에 활활)

 

얼핏 보기에는 코토코 혼자 나오키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마침내 나오키를 쟁취한 것 같지만, 몇 번이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3회부터 나오키는, 코토코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려 든다. 코토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지만(결코 코토코를 좋아할 리 없다고 믿었던 듯), 어찌된 게 본인이 나중에 털어놓은 것처럼, 코토코가 멀어지려 할 때마다 나오키는 참지를 못한다.

 

코토코 혼자 열심히 삽질하다 나오키를 쟁취했다기보다, 코토코가 멀어지려 할 때마다 자신 쪽으로 잡아당긴 나오키와 열심히 밀어붙인 코토코의 합작품이었다는 것. 그걸 진작 알았으면 코토코 마음도 좀 더 편했을 텐데, 코토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 눈치가 드럽게 없다. 특히 나오키에 대해서는 자신감마저 결여되었으니 더더욱.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나오키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코토코.

 

읽어주지도 않을 러브레터, 나오키가 결코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코토코는 참담하다.

 

 

동거 사실이 기묘하게 폭로가 되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 너는 나한테 민폐덩어리라고 화를 내긴 했지만, 그게 은근히 마음에 걸렸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엄마가 씻으라고 했다는 말을 굳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할 필요까진 없었으니까. 여전히 화가 나 있고 귀찮았다면, 그냥 방문 앞에서 툭 던지듯 말하고 갔으면 그만인데, 굳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펼쳐져 있는 코토코의 러브레터를 끝까지 읽는다.

 

나오키에게 대시한 여자들은 엄청나게 많았겠지만, 나오키가 러브레터를 끝까지 읽은 건 코토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듯.

 

그리고 이 편지가, 이 편지에 담긴 코토코의 진심이, 나오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던 것 같다. 아주 양보해서, 코토코에게 화가 난 것은 풀렸던 듯.

 

 

그러니, 코토코가 아니라 그 누구라 해도 오해하기 딱 좋은 행동을 하지.

 

굳이 멈춰서서 코토코 뺨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떼어줄 필요는 없잖아, 이리에 군.

 

정말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코토코 한정이긴 하지만 나오키는 코토코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래 놓고 몇 년이나 아무 사이 아니라는 듯 굴었다지, 이 코토코 한정 선수 같은 놈.

 

제 마음을 몰랐거나 눈치챘더라도 인정하기 싫어서였겠지만, 코토코 한정 쒸레기 짓을 좀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돠.

 

나오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려 하지만, 코토코는 당연히 헷갈리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상관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나오키가 킨짱과 코토코를 응시하게 된 장면.

 

스쳐 지나가듯 봤을 땐 몰랐지만, 킨짱이 유별나게 코토코 주변을 얼쩡거리는 게 드디어 나오키 신경을 긁기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그날 밤 기어이 일을 벌리지.

 

 

혼자서 아주 멀리, 머얼리 가고 계신 나오키 어머니 덕분에, 코토코와 나오키가 폭발하게 되는 씬.

 

솔직하게 이 씬에서 좀 놀랐다. 대만판 악작극지문에서는 이렇게까지 격하게 폭발한 씬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오키의 신부로 삼을 거라는 말에 어이가 어이가 없어서 웃어 버린 거라고 하자, 이리에 군.

 

그렇다고는 해도 반대! 를 외치는 게 동생이 먼저여서야 원. 게다가 코토코가 멋대로 결정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고 나서 남의 인생 가지고 멋대로 하지 말라는 얘길 하는 건 좀 아니잖아.

 

 

나오키는 아마 코토코가 자신의 신부로 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좀 거슬렸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관심없는 사람을 갖다 붙이면 나라도 질색팔색 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 질색이라고 정색을 하면서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어쨌거나 이 장면의 코토코는 썩 맘에 든다. 풀이 죽는 게 아니라 나 역시 싫다, 고 해서.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 이리에 군과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럼 나도 질색이라거나 싫다거나 뭐 그런 류의 좀 강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게, 이리에 군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무언가를 툭, 건드렸던 것 같다.

 

 

이리에 나오키는 굉장히 냉철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수재가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자기 엄마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든 자신과 코토코를 찍어 붙이려는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저지르면 안 되지.

 

그런데 이때의 나오키는, 다른 생각이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오직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서, 나오키 엄마 식으로 좀 나가서 말한다면, 환장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코토코 말이 백 번 맞다. 몰래 러브레터를 읽어서 어쩔 수 없이 외워 버린 거야 어쩔 수 없다쳐도(아니, 어쨌든 아직 코토코 손 안에 있는 러브레터를 몰래 읽은 것부터가 좀 아니잖아) 그걸 식구들 앞에서 줄줄줄 외울 필요는 없잖아.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걸 인정하게 만들어서 뭘 어쩌려고 그랬느냔 말이다.

 

 

여기서 좀 많이 놀랐음.

 

쪽팔리고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에 몰렸던지라 그랬겠지만, 부모님들 계시는 자리에서 뺨 때리고 소리 지르면서 싸울 줄은 몰랐음.

 

얘네들이 이렇게 싸우는 게 어쩐지 남녀 간의 텐션이 폭발하는 장면인 것 같아서 폭력적이지만 은근히 되돌려 보게 되는 장면이다.

 

후반부에도 나오키가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 오히려 코토코를 계속 자극해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싸우는 직접적인 원인과 마음은 정반대라 결말을 알고 보면 무척 흥미롭다.

 

 

도대체 나오키는 왜 기어이 코토코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인정시켜야 직성이 풀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나오키 본인도 모를 거야.

 

코토코가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계속 부정을 하니, 어머니 말에도 오히려 입을 다물고 반박하지 않는 것 좀 보소.

 

코토코가 다시 널 좋아하면 귀찮아져서 싫은 거 맞았던 거냐, 이리에 나오키. 게다가 아버지 말은 왜 또 듣고 앉았어...

 

 

결정타는 이거다.

 

몰래 엿듣던 킨짱이 참지 못하고 쳐들어 왔을 때. (도대체 그 거리에서 망원경으로 쳐다봐야 할 정도의 거린데 무슨 수로 이 집안 얘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거냐 소머즈냐)

 

천재 이리에 나오키가, 자신의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아버린 이 상황에서, 애매모호하게 흘리고 간다.

 

오늘은 싫어도 내일은 좋아질 수도 있다는둥. 아니, 내일은 코토코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거야, 뭐야. 내가 코토코라도 헷갈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킨짱에게 못박는 저 마지막 말. 네가 아무리 핫한 사이라고 우겨도 코토코는 날 좋아해, 라는 자신감.

 

뭐여, 방금 코토코가 러브레터 쓴 건 같이 살기 전이라고 한 말 들었어 못 들었어. 왜 무시하는 것이냐.

 

말은 저렇게 했어도 그건 킨짱이 짜증나서였던 것 같긴 하다. 후반부에 기어이 코토코를 덮치는 시늉까지 해서 코토코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니까.

 

 

 

그러니까 그게 미스터리라고, 이리에 군.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 적어도 모르는 척 하는 게 좀 더 편한 거 아니냐고. 왜 기어이 코토코가 널 좋아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했느냐고.

 

그러니까 이리에 군, 네 마음도, 이미, 코토코 때문에 요동치고 코토코가 신경쓰이고 그랬던 게지.

제목이 겁나 길어... 너무 길어...

 

1편에서는 나오키에게 건질 것이 없다. 러브레터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코토코의 집이 무너지고, 그 때문에 코토코가 이리에가에 얹혀 살게 되기까지가 쭉 나온다.

 

나오키에게 망신을 당한 코토코는 나오키를 꺾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100등 안에 들기로 목표를 조금 낮춘다. 열등반과 우열반 제도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 반인 F반의 코토코가 100등 안에 든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얘기.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코토코가 이상하다 하고, 코토코는 혼자 공부를 열심히 해 보지만 이렇게 하다간 100등 안에 드는 데 100년은 걸릴 것 같다는 좌절을 느낄 뿐.

 

그러나 뜻밖의 구세주는 시즌 1,2 내내 홀로 우주까지 마구 마구 멀리 가시던 나오키의 어머니다. 너무나도 딸이 갖고 싶었던 나오키의 어머니는 나오키에게 여장을 시켰던 과거를 코토코에게 보여주는데, 보여주는 걸로 모자라 사진을 쥐어주기까지... 어머니, 아들한테 너무 하셨어요...

 

 

나오키가 언제 코토코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지 볼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보다 보니 나오키는 초반에 코토코를 성(姓)으로 불렀구나. 아이하라! 코토코도 나오키를 시즌 끝날 때까지 이리에 군이라고 부르지만, 코토코 말마따나 그건 코토코 입에 그게 붙어 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애칭처럼 느껴지는데, 초반에 나오키가 코토코를 아이하라, 라고 부르는 건 코토코와 그만큼 간격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나오키의 의지로 읽힌다.

 

코토코는 나오키 엄마에게 얻은 여장 사진으로 나오키를 협박한다. 이럴 땐 머리가 잘 돌아감. 가슴팍에 사진을 넣어 버리니 나오키로서도 강제로 뺏을 수가 없돠...

 

 

 

절대 무리라고 하던 나오키는 결국 사진을 되돌려 받기 위해 코토코 한정 특별 과외를 시작하고 어머니에게 2인분 야식을 부탁한다. 안 그래도 코토코가 무척 맘에 들었던 어머니는 이제 불타 오르기 시작.

 

 

이건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이지 1,2.jpg

 

나오키가 코토코가 쓰는 여자여자하고 사랑스러운 물건들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보는 이 장면은 재미도 있지만 돌이켜 보니 뭔가 상징적인 것 같기도 하다. 이때부터 나오키는, 코토코의 세계, 코토코로 대변되는 다이나믹하고 예측 불가한 '현실이라 쓰고 코토코 세계라 읽는 현실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니까.

 

 

나오키가 코토코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는 건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오키 '센세'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늘 코토코였다.

 

A,B반이 점령하는 100등 안에 들어간 것도 그렇고 간호학과 편입 시험, 간호사 국가 고시, 간호사로서의 성장 등등, 코토코의 극적인 성장 뒤에는 언제나 나오키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 나오키는 코토코의 수퍼 파워, 코토코의 에너지원이어서 나오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내지는 나오키에게 증명하기 위해 코토코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였고 그게 결국 나오키를 붙잡는 힘이 된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코토코의 끈기와 힘. 나오키의 변화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아주 천천히, 나오키 본인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처음 시작할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코토코가 딱 일주일 만에 예상문제를 모두 풀어내고 간 것을 본 나오키는 코토코 때문에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지만 커피 하나만큼은 잘 끓인다고 인정하게 되는 첫걸음. 뭔가 나오키와 코토코가 마음이 한 지점에 있다는 표시로 시즌 1에서 즐겨 사용된 상징이 바로 이 커피가 아닐까. 처음으로 둘이 함께 마신 이 커피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나오키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그리고 그 변화는 학교에서 도둑 인사를 하는 코토코를 무시하지 않고 '힘내라'고 반응해주는 데서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나오키는 코토코가 시작한 변화에 이끌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변화에 대한 반응은 그 다음 문제지만.

 

 

코토코가 일으킨 물결은 나오키가 3년 만에 처음으로 반 친구들과의 뒷풀이 자리에 참석하게 만든다.

 

아마 이때가 나오키가 코토코와 킨짱을 질투하지 않고 쳐다본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시즌2의 질투 에피소드에서 나오키는 처음으로 질투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지만, 그건 처음으로 '인정'을 한 거지 나오키 네가 질투를 안 한 건 아니거든.

 

나오키는 시즌 1 내내 킨짱을 신경쓰고 질투하고 또 신경쓴다. 자신과 대적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 쓰이는 건 쓰이는겨.

 

 

 

서로의 성적부터 확인하는 두 사람.

 

코토코는 자신의 공부를 봐주다가 나오키가 1등을 못했을까봐 걱정했고, 나오키는 코토코가 과연 정말 해냈는지 궁금했다.

 

해냈다. 절대 무리라던 일을, 코토코가 해냈다. 나오키의 두번째 미소. 화질이 구려서 안 보이는 게 아님. 보일락말락 웃음 거임..............

 

 

대만판에는 없었던 얘기인 것 같은데, 필립 체스터필드의 명언. 자신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그 명언을 찾아보고, 그 명언을 증명해낸 코토코를 보는 나오키는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웃는 나오키를 시즌 1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에, 여기서 나오키가 느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그냥 느끼게 된다.

 

나오키는 코토코가 어떤 사람이고 그게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즌 1,2를 거쳐서 천천히 깨닫게 되지만, 늘 모든 게 한결같이 쉬워서 무료하기만 했던 천재에게 코토코는 확실히 '아주 큰 자극'이 분명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여기서 끝.

 

 

 

그러게... 진짜 진코와 사토미는 뭔 생각을 한 거여.................. 화낼만 하잖아.

 

 

100등 안에 들겠다는 코토코의 선언은, 나오키의 콧대를 눌러주겠다는 허황된 꿈에서 시작되었다가 자신의 끈기와 노력의 결과를 나오키에게 증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니까 코토코는 에초에 세웠던 100등 안에 들겠다던 목표의 '이유'를 나오키와 함께 공부하면서 잊어버렸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오키의 도움으로 100등 안에 들면 나오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게 못되니까.

 

그렇지만 이때까지 코토코 역시 나오키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무참하게 거절당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나오키에게 폐를 끼치고 그래서 나오키가 너는 민폐덩어리이고 내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화내는 데 상처를 받는 이유를 처음엔 이해 못하는 거다.

 

그러나 코토코는 나오키에 대해서만은 빠르더라. 나오키는 아이큐 200의 천재라지만 제 마음을 깨닫는데 한 시즌이 소요되었던 반면, 코토코는 자신의 마음만은 분명하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냉랭할 줄 알았지................ 나오키로서는 화낼 이유가 충분했으니까. 저런 사진이 떴으니 안 그래도 주목받는 나오키의 생활이 얼마나 더 주목받았겠냐고. 그래서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나오키 너?

개괄이라니까 뭔가 되게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이건 아무도 안 읽어주는 나만의 블로그질로서 장난스런 키스를 차곡차곡 정리해야 이 개미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단 생각에 저지르는 일이 되겠다...

 

작년에 시즌2까지 방송을 마침으로서 장난스런 키스는 완결이 났는데, 대만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은 '악작극지문'(2005)과 1996년 처음 만들어진 일본판 장키에서 이번 2013년 (시즌 2는 2015년 종영) 버전까지(폭망한 한국판 장키도 있다지) 여러 나라에서 여러 번 만들어질 만큼 여심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다라고나 할까. (일본판을 보고 나니 자꾸만 일본식 말투가...)

 

결국 이 이야기는 코토코의 이리에 나오키 쟁취전, 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스토리이긴 한데, 이번에 리메이크 일본판까지 보고 나니 악작극지문 1,2를 볼 때 계속 들었던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 드라마의 화자는 코토코이기에 우리는 코토코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코토코가 결혼 후에마저 불굴의 의지로 남편을 얻고 지켜나가는 과정처럼 볼 수밖에 없지만, 어찌 보면 코토코의 '이리에 나오키 인간 개조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편씩 리뷰하면서 더 정리해 볼 예정이지만(과연 이 포스트가 시즌2 막회까지 갈 것인가) 특히 시즌1에서 코토코가 얼마나 나오키를 변화시키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대차게 까였던 고백으로부터.........

 

 

"너와의 만남은 기적 그 이상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하는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눈물겨운 코토코의 쟁취기가 펼쳐진다. 저 냉정한 인간은 저때 자기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겠지. 으하하하하하하(코토코식 웃음)

 

 

 

원작은 만화지만 원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결국 '장난스런 키스'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었던 대만판 '악작극지문'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아직도 종종 돌려보는 나의 사랑 악작) 원작이 같고 에피소드도 거의 같은데, 두 주인공도 묘하게 다르고(10여년의 세월 차이만은 아닌)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묘하게 다르다.

 

여주가 지독하게 공부 못하고 잘 하는 것 없고 머리 나쁘다는 설정은 같지만, 일본판의 코토코가 조금 더 낫게 느껴진달까. 악작극지문의 샹친은 머리가 나빠도 너무 나빠서, 볼 때마다 그거 때문에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코토코도 물론 머리가 나쁘고 공부 못하고 잘하는 거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뭐랄까, 드라마에 나오는 단어인 '곤조(끈기?)'가 더 있달까, 확실히 샹친보다 파워풀하다. 싸울 때조차 제대로 말도 못하던 샹친을 보다 나오키에게 바락바락 대들 때도 있고 뺨도 때리고, 싸울 때는 화끈하게 싸우는 코토코가 훨씬 더 맘에 들었다.

 

남주는 대만판의 즈슈가 훨씬 더 다정한 느낌이랄까. 이리에 나오키는 정말 그 속을 알기 힘든 놈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파헤치고 말테다) 물론 대만판이 훨씬 더 길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즈슈가 훨씬 더 표정이 살아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이 된 '장난스런 키스'도 대만판과 일본판이 완전히 다르고.

 

그러나 무엇보다.... 코토코가 너무 예뻐....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이리에 나오키가 결국 넘어가게 된 게 다 이해가 될 만큼... 게다가 나오키의 시크함은 말할 것도 없고 화면도 너무 예뻐서 이번 '장난스런 키스-러브 인 도쿄'는 두 시즌 모두 보는 재미가 충만했다.

 

 

이제 파헤쳐 봐야지.

과연 이리에 나오키는 언제부터 도대체 어떻게 왜때문에 코토코에게 빠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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