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겸사서인척 덕임을 만날 수는 없었겠지만 이런식은 상상도 못했을터.

산은 몹시 당황스럽다. 세손인 걸 들킨 것으로도 모자라 겸사서인'척' 했던 것까지 한큐에.

진짜 겸사서 홍덕로, 요망한 것,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가 바로 개입하는 거 보소.

 

얼마나 당황했으면 가는 길조차 헷갈려서 엉망진창이다. 이때부터였나, 덕임과 얽히기만 하면 허둥지둥대게 되는 것이.

덕임은 기가 막힌다. 겸사서 나으리인 줄 알았던 양반이, 그래서 최선을 다해 구하려고 했던 사람이 왕세손이었다니. 지금까지 자신을 속여온 거였다니.

 

세손 저하 덕임이 낚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쓰이게 하지 마라, 피곤하다 등등으로 말하면 덕임이 여느때처럼 뭐라도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순순히, 공손하게 대답하니 오히려 당황스럽다.

그럴 애가 아닌데. 

망설이는 발끝.

아니나다를까, 발끈한 덕임은 왜 사람들 속이냐며 격분하여 문에다 소금을 뿌려댄다.

나가는 척 문 닫는 소리까지 내서 덕임이 낚고 숨어있던 세손 저하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회에 산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기는 하지만, 아마 이런 게 싫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고 덕임을 계속 마주칠 생각도 없었기에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나 덕임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이 더없이 편안하고 특별했기에,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세손이 되면 덕임은 이렇게 거리가 멀어진다.

겸사서와 생각시가 아니라 세손과 궁녀가 되니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손에 죽었다. 그 할아버지가 언제 자신까지 죽이거나 내칠지 모른다. 평생 왕세손으로 살아가는 법밖에 몰랐던 산이기에, 더욱더 스스로를 옭아매고 할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스스로를 단도리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던 산에게 덕임과의 시간은 세손으로서의 부담이나 무게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더없이 편안하고 더없이 즐거웠던, 특별한 시간.

 

이제 그 시간이 끝나 버렸으나, 끝내고 싶지 않다. 해시계를 가져와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으나, 산의 진심은, 산이 진짜 듣고 싶었던 말은 비난도 힐난도 아닌 이해였을지도 모르겠다. 

 

덕임의 말은 심지어 자신을 깨우치는 말이다.

백성을 섬기는 바른 자세를 덕임을 통해 통렬하게 깨닫는 산, 새삼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너무 맞는 말이고 너무 옳은 말이기에 말문이 막혀 버렸으나, 한편으로 산은 서운하다.

그럼 덕임은 속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분한 마음이 전부인 것일까.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았다."

자신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못박고 가버리는 산. 잘못했으니 화를 낼 수도 원망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나 서운하다.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나타나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 정식 지밀나인이 된 것도 아닌데 어린 생각시에게 모든 것을 떠밀어 버리는 거 거 너무한 거 아니요. 

 

덕임에게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고 하긴 했으나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힐 수 없는 산은 덕임과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서고와 가까운 서연 장소를 탈출하고자 하고, 덕임이 앉아있는 것을 대번에 눈치챈 덕로는 일단 덕임을 내보낸다. 

진짜 산은 덕임 말고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1도 없구나. 새로운 아이가 들어와 엎드려 있는데 눈길을 전혀 주지 않다가 덕임이가 고개 드니까 그때야 알아보네. 

 

다른 나인에게는 가차없는 세손 저하 허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는 밈이고, 근데 특별한 건 맞쟈나요. 참고 또 참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가 거슬려 죽는데 화를 안 내려고 참고 또 참음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짜증을 억누르는 등짝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다 참다 드디어 아는척 하는 세손 저하.

앗, 눈에 띄지 말라고 했으니 그 핑계로 배속을 바꾸어야겠다,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어림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몹시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또 덕임이가 없는 건 싫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 맘대로 배속을 바꾸느냐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옆에 있다 보면 없는 사람처럼 될 것이라는 말은 사실 산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과도 같다.

더는 저 아이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낱 궁녀 따위에게 내가 왜. 

차라리 얼굴을 계속 봐서 익숙해져 버리면 신경을 쓰지 않게 되겠지. 

 

산에게 실망했다고 쏘아붙이고 화를 냈던 덕임이었으나, 산이 세손임을 알았어도 겸사서 나으리인줄 알았을 때 품었던 호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는 산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살짝 내려앉는 덕임. 연적의 목을 조르며 분을 풀려 애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녀는 3교대 근무라고 들었는데 우리 덕임이는 왜 밤이 되어도 처소로 돌아가지 못한 거죠.......

 

겸사서 나으리가 세손 저하로 바뀌었고 그 어마어마한 차이에 주눅이 들 법도 하건만, 덕임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믿음과 편안함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산이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자 산의 눈치를 보며 비 구경을 하는 걸 보면, 그럴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덕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산을 믿고 편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꾸만 보게 되면 결국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말이 됩니까 세손 저하.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 멀어지는 법이랍니다.

자꾸 보니 또 보게 되고 또 보니 마음이 울렁이고 일렁여 결국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것이랍니다.

 

세손 저하의 마음에 꽃이 활짝 피었다.

덕임이라는 꽃이.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손의 구명을 요청했던 생각시는 세손을 제거하려는 화완옹주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덕임을 죽이려 한다. (곤장 100대 맞으면 대부분 맞다가 죽거나 살아남아도 장독이 올라 죽는다고 하니....)

 

그순간 나타나 덕임을 구하는 산. 그러나 화완옹주는 이 일을 억지로 중궁전으로 끌고 간다. 중전을 개무시하고 있는 화완은 결국 중전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중전의 명으로 궁녀를 처리하면 자신의 손도 덜고 이래저래 좋은 것이다.

 

결국 중전은 화완에게 밀려 자신이 제안했던 해결책을 밀어붙이지 못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는 없다. 두텁떡을 준비해놨던 것으로 보아 곧 왕이 행차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고, 그 시간까지 화완옹주가 가지 못하게 붙들어둔다. 이제 이 일은 일개 궁녀의 일이 아니라 중전과 화완옹주의 자존심 싸움이요, 산이 덕임을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의 문제로 변했다.

 

과연 왕은 중궁전으로 행차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중전을 엿먹일 생각에 골몰한 화완옹주는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쓴다. 떡을 준비한 중전을 엿먹일 방법은 그 떡이 왕에게 해로운 것이라 우겨서 못 먹게 하는 것.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사람 표정 보니 이런 쌩쑈가 한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화완옹주가 중전과 세손이 한팀이 되도록 밑밥을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덕임의 도움으로 화완옹주의 마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산. 저 지엄한 와중에 덕임을 살핀 산, 대단하다.

 

쟤가 걔네, 성가 덕임!

 

아니 아직 생각시인데 덕임이 궁중 슈퍼스타야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손 저하와 중전 마마, 옹주 자가로도 모자라 왕이 내 이름을 알아요.... 

 

이때를 틈타 중전은 반격을 시도한다. 화완옹주가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고 있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친 셈인데, 산의 명쾌한 해법은 화완옹주를 엿먹이고 중전의 체면까지 살려준다.

 

서로가 서로를 살린 셈이다.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개 궁녀라 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줄 알게 된 산.

 

망둥이처럼 뛰어다닌다고 반성문 쓰게 할 때는 언제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인은, 확실히, 세심하구나."

 

이 말 안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덕임은 '일개 궁녀'가 아니라 산에게 드디어 '여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말은 덕임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산의 칭찬이 덕임을 뒤흔든다. 산의 말이 주는 뉘앙스를, 그 의미를 덕임 역시 느낀 것이다.

 

혜빈이 덕임을 궁에 넣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사실 역사에서는 헤빈이 덕임을 궁으로 데려와 직접 길렀다고 할 만큼 아낀 것 같은데, 드라에서는 혜빈에게 덕임은 그저 '한낱 궁녀'일 뿐이었던 것 같다.

 

살려주고 궁녀로 넣어준 은혜를 갚으라며, 산이 기방 출입을 하는 것 같으니 확인하라는 혜빈. 

덕임은 산이 그럴 리가 없다 말하다 아차, 한다. 그만큼 산을 믿고 있고 그만큼 산을 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럴 자격이 없는데도.

 

아니 근데 진짜 세손 저하가 기방 가잖아요...

덕임이 배신당한 것 같은 표정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는 걸 확인하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담을 넘은 건 덕임이 사심이 없다고 말 못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대놓고, 엉성하게 뒤를 쫓는데 안 들킬 수가 없잖아요...

 

안 그래도 덕임이 거슬리기 시작한 덕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세손을 미행한 것은 큰 죄다. 가차없이 죽이라 말한다.

 

"멈춰라!"

 

산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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