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764년, 세손 산이 열세살, 덕임이가 열두살, 둘다 어린이일 때. 으스스하게 시작한 데다 하석진 씨 특출 얘기를 들어서 하석진 씨가 사도세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덕임이가 장화홍련전을 들려주는 중이었다. 덕임이는 전기수(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사람) 노릇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대가로 돈을 받아 백냥 모으기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덕임의 이야기 실력은 나중에 덕임을 구하는 원동력이 된다.

 

덕임이가 모욕을 감수하면서까지 백냥을 모으려는 이유를 모르는 친구들은 왜 그렇게까지 돈을 모으냐고 묻고, 덕임은 백냥을 모으게 되면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하는데 - 결국 3회에 백냥 모으고 비밀을 말하게 됐네.

 

근데 이렇게 사적으로 돈놀이(?) 하는 거 안 되는 건데 제조상궁에게 딱 걸림

 

제조상궁은 당돌하고 영특한 덕임이에게 꽂히게 되고. 덕임이를 시험(?)해 보기 위해 영빈에게 조문을 다녀오게 시킨다. 그것도 한밤중에. 

 

걱정마 큰소리치던 덕임은 컴컴한 후원에서 길을 잃고 만다. 아니 호랑이도 막 돌아다니던데 어쩌자고 애를 한밤중에 조문을 보내요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제조상궁 양반

 

영빈의 조문을 가겠다고 했다가 할아버지 영조에게 혼만 난 산. 궁중의 법도라는 게 어렵고 짜증나는 것 투성이이긴 한데, 영조가 산의 조문을 막은 건 여러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다.

 

사도세자는 죄인으로 뒤주에 갇혀 죽었고, 영조는 세손 산의 정통성을 보호하기 위해 산을 자신의 죽은 첫 아들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시켰다. 고로 산의 법적 아버지 어머니는 효장세자 부부이고 고로 영빈은 세손의 친할머니이기는 하지만 친할머니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야 세손이 죄인의 아들이 아니라 정통성을 가진 왕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라서.

 

근데 산은 밤새 공부하겠다고 해놓고 몰래 처소를 빠져나간다. 이대로 영빈이 죽어서 못 전한 말이 산의 가슴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덕임은 헤매는 산을 만난다. 몰래 조문 가는 거라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산은 세손의 배동이라 둘러대고, 어째 산이 앞장서서 덕임에게 길을 인도하는 모습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이산, 덕임과의 첫만남은 속임수로 시작하는 거, 어렸을 때부터였어... 두 번 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덕임이 입장에서는 배신감 오질 만도.

 

이래봬도 난 (가만히 존버하면) 정 5품 상궁까지 될 수 있는 몸이야.

무품이자 지존인 산에게 그 정 5품 따위는 우습기만 하지만, 덕임은 세손의 배동으로 알고 있는 산을 비웃음. 넌 과거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맞는 말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궁 정도 되면 당하관은 함부로 못했다고 함. 

 

아무튼 이 대화는 산의 뇌리에 쏙 박히게 되는데.

 

이 드라마에 쏙 빠지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미감도 큰 몫을 했다. 드라마 내내 감독의 연출 방식이나 구도, 미술이 너무 맘에 든다. 영빈에게 가는 길에 마련된 이 불빛이 마치 아이들을 그리로 이끄는 듯 하다.

 

알고 보니 산은 몰래 조문온 것. 후궁에는 왕 이외의 사내가 드나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법도. 아무리 어린아이라 해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덕임은 산의 뭔가 사연 있는 얼굴과 말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산을 도와주기로 한다. 정식으로 안 되면 몰래 들어가지 뭐.

 

어렸을 때부터 담 넘는 데는 도가 텄더라 성덕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끙끙대는 산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저 눈빛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은 영빈 앞에서 그만 참았던 울음과 아픔이 터지고 만다.

 

영빈은 영조의 후궁으로, 사도세자의 친모이고 세손의 친할머니다. 사도세자가 영조와의 갈등으로 미쳐 날뛰자 세손을 구하기 위해 영빈은 큰 결심을 하고 영조에게 나아가 세자를 죽이라 부탁한다. 이미 사도세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심 중이었던 영조에게 영빈의 고변은 좋은 핑계가 된다. 결국 뒤주 안에서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

 

산의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나서서 죽여 달라고 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도 않을 것이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고.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며 영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산. 영빈이 죽고 나니 그때 했던 말이 사실을 진심이 아니었다고 용서를 구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아들을 제손으로 죽이고 손자에게 큰 오해를 산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영빈의 참담한 심정은 말해 무엇하랴.

 

죽은 사람은 다 알아.

 

차분하고 다정하게 산을 위로해주는 덕임. 눈물을 닦아주고, 산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준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바람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지 않았느냐고, 그게 영빈이 너의 마음을 알고 어서 오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너를 이미 용서했다고, 네가 온 것이 반가우셨을 것이라고, 산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산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아, 근데, 1회에는 정말 많은 복선이 깔리지만, 이 대사는 결정적일 것 같다.

 

죽은 사람은 다 알아.

 

나중에 의빈을 먼저 보내고 산은 이 말을 복기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정말 다 아느냐고, 내 마음을 알고 있느냐고.

 

갑자기 영조가 들이닥치고, 덕임은 산을 먼저 탈출시키지만 자신은 탈출에 실패해 영조와 마주친다.

 

영조에게는 여러 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그중 영빈 이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딸 화평옹주를 가장 좋아했다. 덕임에게서 화평옹주의 모습을 본 영조는 자애로운 할아버지가 되고. 덕임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게 된다. 

 

임금은 후궁의 발인을 지켜볼 수 없다는구나.

임금이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이 또한 강력한 복선이 될 것 같다. 의빈 성씨가 죽은 후 정조가 행했던 모든 파격적인 일들에 저 법도를 깨부수는 장면이 들어갈 것 같아서이다. 

 

아마 정조는, 의빈의 발인을 지켜보고 끝까지 함께할 것 같다.

 

덕임에게 영빈이 직접 쓴 책을 하사품으로 내리는 영조. 저 책이 훗날 무슨 일을 할 것 같다.

 

영빈의 상여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제조상궁이 하는 말들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제조상궁은 정치적으로 세손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고, 홍인한(홍정여)과 힘을 합해 세손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애쓰는 인물인데, 덕임이에게 저런 후궁이 되어야 한다고 몰아붙이듯 얘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엉...

 

상궁들의 상궁인 제조상궁이 되어 막강한 권력과 권세를 휘두르지만, 늙고 병들면 궁에서 쫓겨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제조상궁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인듯. 임금의 총애를 얻어 궁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킹메이커가 되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을 제손으로 간택하겠다는 뜻일까. 그럼 자신의 사람을 세손의 후궁으로 심어 스파이로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동궁의 궁녀라고 했느냐? 혹시 아느냐. 너의 운명도 이 책의 주인과 닮을지. - 영조

(영빈의 상여를 보며)너도 저리 되고 싶겠지. 꿈을 품는 거야. 너도 틀림없이 저리 될 수 있다고. - 제조상궁

 

두사람이 아예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덕임의 운명을 얘기한다. 덕임 역시 사랑받는 후궁이 되어 궁에서 죽어나갈 수 있는 영광(?)을 누릴 거라고. 그러나 그 길이, 영빈이 그랬던 것처럼, 마냥 행복하고 설레고 축복받은 것만은 아니라고.

 

어린 홍국영(홍덕로)는 아예 야심을 드러내놓고 산을 주인으로 모시고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덕임은, 궁녀의 운명이 모시는 주인의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이 죽으면 궁을 나가야 하는 궁녀의 운명. 아직 백 냥을 다 못 모았는데 쫓겨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오갈데가 없고 가족도 없는 덕임은 궁밖으로 쫓겨나면 큰일난다. 그리하야 자신의 주인인 동궁 - 즉 세손을 지키기로 결심하는데.

 

영조는 천한 무수리였던 숙빈 최씨의 아들이었다. 어미의 천한 출신 때문에 숙종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소문까지 떠돌았던 치욕을 감내해야 했던 영조는 출신이 늘 큰 컴플렉스였고, 영조가 미쳐 날뛰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사기>의 저 한구절 때문에 <사기>를 아예 못 읽게 하는 것. '이모비야. 어미가 종이었다'는 저 구절 때문에.

 

그러나 세손은 몰래 그 책을 읽고, 세손을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그 사실을 영조에게 흘린다. 참고로 저기 나오는 영조의 후궁이 바로 숙의 문씨인데, 문숙의는 사도세자를 죽이는 데 앞장섰고 세손을 끌어내리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서 이번 음모를 주도했다. 동궁의 궁녀를 매수하여 동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이렇게 영조에게 흘리는 것.

 

어린 나이에 석고대죄를 하는 산. 영조의 분노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새벽에 뒷간 간다고 일어났다가 사건에 휘말린 덕임은 <사기>를 몰래 훔쳐 가지고 있었으나 들킬 위기에 처하자, '이모비야'가 적힌 책의 페이지만 찢어 덕로가 발견하게 만든다. 야사에서는 덕로가 이 페이지를 미리 찢어두었기에 산이 위기를 모면한다고 나오는데, 그걸 덕임의 에피소드로 만든 듯 하다.

 

차라리 안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래 안 읽었구나 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데 거짓말을 못한다. 거짓말을 못하고서 왕이 되겠다니, 산을 보는 영조의 마음이 복잡하다. 이제는 <사기>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근데 그 부분을 왕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찢은 것으로 생각하는 영조는 크게 기뻐한다. 남에게 보여주고 산을 용서할 구실이 생겼다. 이봐라, 내가 그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고 벌을 주는 이유는 '이모비야' 그 구절 때문인데 내 손자는 나를 헤아려 그 부분을 찢고 읽었다지 않느냐, 이렇게 얘가 내 마음을 잘 안다, 영조와 산 모두에게 이번 사태를 빠져나갈 좋은 구실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죽다 살아난 산은, 그 부분을 찢고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살아난 산은, 권력의 비정함과 살떨림을 새삼 경험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나를 아껴주시는 듯 하지만 한 발자국만 삐긋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겠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그 부분을 자신이 찢었다고 말하고 세손의 총애와 믿음을 얻는 덕로.

 

덕임은 그 살떨리는 현장에서 겨우 나와 아예 앓아눕고, 산은 영빈의 처소에 함께 간 궁녀를 찾고 싶어 하지만 어머니의 말을 듣고 포기한다. 안 그래도 큰일날뻔한 아들이 궁녀 때문에 또 무슨 시끄러운 일에 휘말릴지 몰라(몰래 영빈의 처소에 간 것을 들키면 큰일난다) 궁 밖으로 나간 셈으로 치자는 혜경궁.

 

산은 알겠다고, 그깟 궁녀 금세 잊겠다고 하지만...

 

덕임이 비슷한 애가 지나간다 싶자 앞뒤 안가리고 달려가 확인한다. 어렸을 때부터 저돌적이구나 세손 저하...

 

그만큼 덕임이 주었던 위로가 컸던 것이고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잊기로 하고 마음속에 간직, 하고 끝내는 것 같은데.

 

맛있는 클리셰. 이렇게 주인공들은 스쳐 지나가서 만나지 못하고 이제 얘들은 열여덟(덕임), 열아홉(산)이 됨미다

 

영조에게 하사받은 책 사이에 '이모비야'를 끼워 갖고 있는 덕임. 그땐 내가 정신이 나갔었지 정도로 넘기고 덮지만, 저런 게 방에 있으면 꼭 사고가 나게 되어 있음...

 

망둥이처럼 뛰어 지름길로 달려가는 개구쟁이 성덕임. 그러나 삐긋하게 되고 누군가와 부딪치게 되는데

 

핫쒸... 난 진짜로 이런 줄 알았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서로 얼굴 보는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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