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때문에 너무너무너무 열받아서 다 때려칠까 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보는 사람 없고 어차피 나 혼자 중얼거리는데 때려쳐도 뭔 상관이야 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때려칠까 말까 하며 다시 본 5회에서 또 새삼 오공이와 삼장이 예뻐서 혹해 버림 ㅠㅠ


그래, 14회까지 보고 결정하자 싶음. 어쨌든 얘네 작감이 잘 안 붙여주고 뭘 잘 안 보여주는 그 와중에도 붙어만 있어도 텐션 쩔고 이쁘니까...


'러브러브'할 때 나타나 방해한다는 악귀를 잡기 위해 모텔에 출동한 오공과 삼장. 악귀를 불러낸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 온갖 개수작 아니 원숭이 수작을 부리는 오공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수작에 거의 홀라당 넘어갈 뻔 했던 선미는 심장이 철렁했나보다. 하긴 아직까지는 오공이 단계가 금강고가 나로 하여금 저 여자를 사랑하게 시켰어!!!! 그래서 내가 널 열라 사랑해!!!! 에 머물러 있었음. 선미는 자기 감정만 강요하는 손오공에게 섭섭하고... 우마왕은 오공이 사랑의 노예, 라고 했지만 금강고가 시켜서 사랑을 시작한 오공에게 선미는 거의 다 넘어가 버린 것 같다.


오공의 사랑은 허상이다. 금강고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사랑. 오공이 강변하듯 '사랑하고 싶어서 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허상에 끌릴 만큼 선미는 외로웠나보다. 하긴 어떤 심리학 실험에서 밝혀졌듯, 우리 뇌는 잘 속는다. 볼펜을 입에 물고 웃는 얼굴을 했던 사람들은 실제로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사랑이다. 사랑만큼 속아 넘어가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



"내가 좋아한다고 떠들어대는 거 그만할 테니까, 네가 좋아하는 거 떠들어봐."


오공은 팔계를 보러 아이스크림 가게로 몰려들어 하염없이 기다리며 팔계가 가는 곳 어디나 쫓아다니는 팬들이나 자신이나 '맹목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을 알고 심란하고 경악하지만 자석이 이끌리듯 다시 선미를 찾아온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원래 사랑은 니가 아프니 내가 아프다, 의 경지에 이르를 때 완성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오공이 요괴라 사랑의 감정을 잘 모른다 해도 사람이라 해서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 역시 내가 사랑하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단계에 머물러 있고 거기서 끝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썸이 나오고 그래서 밀당이 나온 것 아닌가 싶다. 니가 날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널 사랑하는 감정이 더 큰 것 같으면 자존심이 상하니 밀고 당기기가 나오는 것.


그런 면에서 오공은 밀당이 없다. 금강고가 시켜서 시작한 사랑이라지만, 어쩌면 오공의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유아기적인 사랑에 머물지만, 5회에 이르면 오공은 선미의 감정, 선미가 느끼는 것, 선미의 호불호가 중요해지고 그걸 배려해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결국 내 감정보다 선미의 감정, 나보다 선미가 더 중요해지는 단계 -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완성 단계에 들어서면서 금강고가 오공을 구속하는 게 아닌 단계로 가는 것 같다.


그러니 아무리 버티려고 노력해도 선미는 속수무책 무너질 수밖에. 오공이 계속 1차원적인 사랑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면 어쩌면 선미도 오공을 사랑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선미는 우마왕의 기록 필름 속으로 들어가버린 요괴를 찾아가는 일에 '우리 오공이'를 데려가지 않기로 한다. 지난번 요편에 들어간 오공이를 가둬 버리려 했던 우마왕을 잊지 않았던 것. 오공이 선미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하면서 선미가 녹아 들었듯이, 선미가 오공을 배려하면서 오공은 더욱 더 사랑이 깊어지는 아름다운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 같다. 



생령의 음모에 총을 맞아 죽어가던 선미를 데리고 나온 오공. 선미가 좋아하는 초록색과 영화와 딸기 아이스크림으로 선미가 무사히 돌아온 걸 환영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를 보는 선미를, 그래서 무사한 선미를 확인하는 오공은 마치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표정이다.



선미는 오공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12회에 이른 지금까지도 모르는 것 같다........


선미는 오공이 자신의 마음까지 헤아려 가며 옆에서 사랑한다 하자 어느덧 홀라당 넘어가 버렸고 그걸 한주까지 눈치채고 마는 단계에 이른다. 우마왕은 그보다 더 일찍 알게 됐고.


12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마음이 금강고에서 비롯됐다고 믿고 있는 오공이기에 그 마음이 얼마나 깊든, 더 얼마나 깊어지든 관계없이 선미에게 오공의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허상이다. 언젠가는 그래 우리 사랑했었지, 도 아닌 무(無)로 돌아갈 감정. 끝이 뻔한 길로 가고 싶지 않은 선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나보고 너 좋아해 달라고 하지 마. 나는 널 좋아할 수 없어, 나는 또 세상에 홀로 남겨질 텐데, 사랑받았던 기억이 가짜가 되어 버리면 난 정말 이 세상 그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거야. 그걸 내가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선미의 마음은 이런 것이었던 것 같다. 자꾸만 오공에게 이끌리는 게 괴롭고, 그 마음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흔들리는 게 힘들다.



사실 그동안 계속해서 오공은 마왕을 물먹일 계획을 착착 세우고 있었긴 했다. 그걸 언제 터뜨리느냐의 문제였지.


그리고 선미에게 저 말을 듣고 온 날, 오공은 우마왕에게 삼장의 피를 마시게 해서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느껴보게 만든다.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는 고통을 너도 느껴봐, 오공의 심정은 딱 저거였다. 



선미를 구하기 위해 세상 하나를 태워 없애버렸던 오공이었다. 세상 따위 어떻게 되든 노상관, 선미를 살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했다.


근데 사실 이건 오공이 금강고 때문에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공의 사랑이 금강고를 뛰어넘기 시작한 첫번째 단계라는 증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오공은 이 세상을 구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서 계속 삼장, 아니 선미에게 금강고를 빼달라고 온갖 수작과 애원과 협박을 일삼았고 심지어 한주를 미끼로 선미를 거의 끝까지 몰아붙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오공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삼장을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삼장이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금강고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공은 이렇게 세상 하나를 태워 없애면서까지 선미 - 즉 삼장을 구할 필요가 1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죽게 내버려두는 게 나았지, 그럼 삼장은 사라지고 자신은 금강고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원숭이가 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공이 선미를 구할 때 그런 생각은 1도 못한 것 같다. 오공의 진심, 오공의 깊은 곳에서 오공을 움직인 마음은 그런 것들을 계산하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그게 오공의 심장을 움켜쥔 금강고의 힘이라 해도 과연 그게 전부일까. 


그래서 오공은 그토록 분노한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자유로워질 기회마저 박차고 구해낸 선미가 너를 사랑하는 일이 고통스러우니 안 하고 싶다고 하는 말이 오공을 상처 입혔을 테니까.


금강고는 억지로 사랑에 빠진 자신만을 괴롭히는 게 아니다. 가짜 사랑에 흔들리는 선미도 고통스럽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 역시 금강고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선미에게 거부당한 상처까지 겹쳤다. 원숭이가 돌지 않을 도리가 있나.


그러니 선미를 꼬드겨 금강고를 채우게 만든(금강고를 구입한 것도 마왕이다, 굉장히 큰 대가를 치러 가며) 우마왕이 죽도록 미울 수밖에. 오공이 성격에 죽이려고 덤비지 않고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느껴보게 만든 정도에 그친 것을 오히려 감사해야 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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