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잡아먹으러 왔어 개당당하게 커밍아웃하긴 했으나 당장 잡아먹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으니, 인간과 요괴 내지 신선이 맺은 계약은 아주 강력해서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온갖 개수작, 아니 원숭이수작을 부리기 시작했으니....


정성껏 상처를 싸매주고 널 지켜줄 계약을 다시 맺으려고 하니 이전 계약을 파기하자고 꼬드긴다. 아니 그럼 그 전에 내가 널 잡아먹으러 왔어 커밍아웃을 하질 말았어야지 지금 와서 잘해주면 당연히 뭔가 의심이 들지 않겠냐구...


꽁으로 늙지 않은 진선미 파이팅임. ㅋ


잡아먹고 싶은데 잡아먹을 수가 없고 진선미는 시키는대로 안 하고 수작에 넘어오지도 않고 열 받아서 선미네 집 벽을 부수는... 이런 벽밀 세상 처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장의 피 냄새는 연꽃 냄새였다고 했나 하여간 요괴들과 악귀들에겐 견디기 힘든 유혹인 것 같다. 천년 신선 수행 중인 우마왕조차도 삼장의 피냄새를 맡게 되면 잠들었던 요괴 본능이 깨어나는 걸 보면.


이번 생은 망했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다음 생을 기약하고 나한테 먹히는 쪽을 택하라는 택도 없는 소리를 계속 하는 손오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쒸 내 목숨 그냥 너한테 주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원숭이 샛기야


이번 회는 손오공이 금강고를 차게 되는 회차이기도 한데, 과연 그전에 손오공은 진선미를 잡아먹을 생각에만 골몰했나, 과연 진선미에 대한 마음이 - 비록 그게 남녀 간의 마음이 아니라 하더라도 하여간 그 어떤 마음이라도 1도 없었느냐, 진짜 먹이를 지키기 위해서만 잘해 줬나 하는 것을 알아내는 회차로도 쏠쏠하다.



자신을 풀어준 대가로 삼장의 업을 지게 된 삼장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을 가지고 삼장에게 잘해 주기엔 지나치게 나쁜 샛기라서... 뭔가 양심의 가책 비슷한 것을 느끼다가도 삼장 잡아먹을 때 발라먹을 양념 만들고 뭔가 찜찜함과 안쓰러움 같은 것을 느끼나 싶으면 또 양념 탄다고 지랄하고 ㅋㅋㅋㅋㅋㅋ 이넘의 원숭이 샛기... 피도 눈물도 없는 샛기...


금강고를 차고서도 저놈의 삼장 발라먹을 양념을 냉장고에 고이 간직한 것을 보면 손오공이 진선미를 완전히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 손오공에게 진선미는 금강고로 인한 주종관계(라고 하기엔 원숭이 샛기 반항이 지나치게 크긴 하지만)로 얽히고 계약으로 얽힌 관계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손오공 역시 자신의 마음이 금강고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리얼 트루 라브인지 구별해낼 방법을 찾기 어려웠겠지.


어차피 진선미, 아니 삼장은 정말 탐나는 먹을거리이고 주종관계만 끝나면 잡아먹을 수 있는데 굳이 내 마음이 어떤가, 그것도 인간 여자에 대한 마음이 어떤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그러기엔 하여간 타고난 나쁜샛기라서)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언뜻언뜻, 진선미를 먹이로서만이 아니라 '뭔가 알 수 없이 자꾸 마음에 걸려' 지켜주는 모습이 보이는 걸 보면, 손오공도 진선미도 몰랐겠지만 금강고를 차기 전의 손오공 마음이 100% 나쁜 마음만은 아니었던 것도 같다. (99%는 나쁜 마음이었어...)


악귀가 망가뜨린 우산을 고쳐서 진선미에게 돌려주고 위험하니까 깜깜한 골목에 오래 있지 말라고 얼른 보내고...



삼장, 아니 진선미는 손오공이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자신을 잡아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그걸 이용해서 안전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삶이었지만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 대견하다 말하는 선미를 보고 또 마음 한구석이 뜨끔해진 손오공. 뭐든 본능대로 살고 움직이는 원숭이샛기에게 인간이 가지는 절실함이 이해될 리 없다. 9회에도 절실함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간절하다'는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선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풀리면서 선미의 생에 대한 간절함, 평범한 삶에 대한 간절함, 사람과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선미를 움직이게 하고 그게 또 손오공을 움직이게 하니까.


뭔가 좀 느끼는 것 같으면 양념 만들고 뭔가 좀 깨달은 것 같으면 나한테 생을 포기하라고 협박하고 회유하고 뭔가 좀 이 원숭이샛기 마음이 움직이나 싶으면 화내고 으르렁대고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집에 돌아와서 아 왜 자꾸 마음이 찜찜해 저런 표정이고...


생은 아무도 없는 불 꺼진 놀이공원 같은 거라며 몰아붙이다가 선미가 금강고 선물 주자 그게 뭔지도 모르고 생애 처음 주는 선물이라니까 덥석 받아서 고민하는 원숭이 샛기... 인간의 외로움까지 이해하기 힘들어도 잡아먹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 와중에 들은...


'고맙다'는 한 마디는 아무리 천하의 손오공이라도 뭔가 마음을 무겁게 하기 충분했을 거다.



이 와중에 매물 보러 갔다가 색정귀에게 낚인 진선미를 구하러 온 손오공. 정말 먹이를 구하러 온 거 맞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선미를 위해 스스로, 직접 금강고를 차고 선미의 손을 잡는 손오공. 


수보리존자의 말을 들어보면 천계에서는 여기까지 전부 다 짐작하고 미리 손을 쓴 듯한 느낌이다. 선미가 뭐든지 다 파는 방물장수의 가게에서 흉사랍시고 금강고 작동방법까지 보게 했으니. 정말 흉사가 맞는 건가... 


이 혼란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 삼장이 있어야 하고 - > 그 삼장의 업을 받아 수행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 그걸 진선미가 손오공을 풀어준 대가로 지게 되고 - > 그렇지만 인간인 진선미에게는 악귀를 물리칠 능력이 없으니 진선미를 위해 악귀를 물리쳐줄 힘센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 >그게 손오공이 딱인데 - > 손오공 이 샛기는 원래 드릅게 말 안 듣고 - >말을 듣게 하자니 금강고를 채워야겠고 - > 그래서 선미를 시켜 금강고를 차게 만들다, 가 천계의 플랜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어째 뫼비우스의 띠다. 손오공을 풀어주지 않았더라면 선미는 삼장이 되는 벌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선미가 자신을 풀어주지 않았더라면 금강고도 안 차고 오행산에 손오공은 계속 갇혀 있었을 것이고 -> 선미는 자신에게 자유를 준 사람이자 자신을 묶어두는 사람인 것이다. 자유롭기 위해 선미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자유는 선미에게 묶여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금강고 작동방법이 뽀뽀인 것도 천계의 수작인.... 거야? 둘은 그럼 강력한 인연으로 묶여 있는 거, 맞지? 그 인연을 이용해 이 세계도 구해 보려고 천계에서 손 쓴 거 같은데... 근데 사령이나 쥐어주고 하아 원숭이샛기보다 더 얄팍하고 치사한 천계 같으니...



선미가 뽀뽀를 했던 것도 미리 본 흉사를 알려준 항아리 때문이었으니, 결국 이 모든 것은 천계의 플랜.


금강고가 작동을 시작하면서 심장을 찢는 고통을 얻게 된 손오공. 원작 서유기에서는 삼장법사가 말 안 듣는 손오공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머리에 씌워 놓았는데 화유기에서는 손목에 채우고 금강고의 주인인 삼장을 사랑하게 만들게 한 것은 아주 대단히 잘 만든 도구 같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으로 손오공은 어차피 삼장을 사랑하게 되어 잡아먹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금강고가 손오공이 나중에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줄 강력한 매개체가 된 느낌이랄까.


이제 어쩔 수 없이 삼장을 사랑하게 된 손오공은 삼장을 지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삼장, 아니 선미를 색정귀의 세상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은 그 안에 갇힌다. 이제 네가 나를 부르면 어디든 너를 '구하러' 달려갈게, 선미의 기억을 돌려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선미와 손오공의 계약의 포인트는 '지켜준다'는 데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손오공 이름을 중얼댄다고 손오공이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니라 손오공이 선미를 '지켜줄' 상황에서 선미가 손오공을 부르면 손오공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원래 오리지날 선미와 손오공의 계약이었고, 금강고는 손오공으로 하여금 그 계약을 무슨 일이 있어도, 토 달지 않고, 반드시 지키게 만드는 수단인 것인데...


손오공이 선미를 '지켜줄' 상황이 아닌데도 선미가 자신을 부르길 바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게 되는 것, 손오공 스스로 그 계약 내용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 손오공이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불행히도 선미는 금강고 때문에 오히려 손오공의 진짜 마음을 더더욱 알 수 없게 되어 버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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