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가 본투비 삼장인지 아닌지 생각을 하다 보니 선미가 본 흉사 항아리가 생각나고 선미가 오공을 풀어주는 바람에 삼장이 되었다는 얘기며 요괴와 인간은 필시 악연일 것이라는 하선녀의 말이며 절대 오공과 선미는 인연이 될 수 없다고 단정짓는 우마왕의 말까지, 막상 두 사람(아니 한 사람과 전 신선 현 요괴?)의 마음은 이제 통했는데 의문이 무지하게 늘었다.


그래서 이 둘이 어떤 인연인지, 삼장이란 뭔지 궁금해져서 연어질을 해봤음.



9회와 10회를 걸쳐 놀라운 사실 하나가 밝혀졌다. 삼장의 계약, 삼장의 소명, 금강고의 주인 같은 것이 삼장, 아니 선미가 절대 벗어던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


삼장이 특별해지게 된 것, 삼장이 된 것이 모두 손오공을 풀어주면서 시작된 거라고 하고 손오공이 그걸 인정하고 선미는 오공을 풀어주었을 때 오공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넌 나를 풀어준 벌을 받게 될 거야."


그럼 도대체 선미의 특별함은 뭘까? 선미는 언제부터 특별했을까? 정말 오공을 풀어주면서부터였을까?



아니 근데 뭔가 이상하다. 선미가 오공을 만났던 것 자체가, 선미가 귀신을 볼 줄 아는 '특별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우마왕 역시 나는 그런 아이를 찾고 있다고 말했고 귀신을 퇴치하는 더 좋은 신형 우산을 주겠다고 애를 꼬드겨서 오행산에 들여보내는 바람에 선미는 오공을 만나게 됐고 결국 오공을 풀어주게 됐다는 것인데...


선미가 오공을 풀어줘서 특별해졌다기보다 선미가 특별했기 때문에 오공을 풀어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으응???????


그럼 오공을 풀어주기 이전과 풀어주고 나서의 차이는 뭘까. 그건 선미가 '삼장'이 됐다는 것이다. 오공을 풀어주기 전의 선미는 그냥 단순히 '귀신 보는 아이'였는데 오공을 풀어주고 나서부터 '삼장'이 된 것 같다. 오공을 풀어주고 나서인 것으로 짐작되는 할머니와의 대화와 상황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선미가 다쳐서 피를 보자 악귀 하나가 선미에게 달려들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선미를 구해주면서 피를 보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선미에게 선미를 지켜줄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고 말해준다. 오공을 풀어줬을 때 할머니는 살아 계셨으니 지금 상황은 오공을 풀어주고 난 후이고 - 따라서 선미는 이미 삼장이 되고 난 후다. 


근데 선미가 진정한(?) 삼장이 된 건 25년이나 지나 오공을 다시 만나면서부터.



4회는 그래서 의미심장한 회차다. 선미는 흉사 항아리에서 지옥문이 열리는 광경을 보게 되고 이걸 수보리조사는 '선미가 삼장의 소명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뭔가 이상하잖아... 오공을 풀어준 벌로 삼장이 됐다는데, 그리고 이미 선미는 오공과 함께 악귀 때려잡기 미션을 수행 중이었고 '소명'을 받은 이후에도 뭐 별다른 소명 수행 작업을 따로 한 게 아니라 그냥 하던대로 악귀를 잡으러 다니는데, 수보리조사는 이때에야 비로소 선미가 '삼장의 소명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우마왕이 한낱 인간이 세상이 망하는 걸 막을 수 있겠느냐고 하자 수보리조사는 "그래서 손오공을 뒀잖나."라고 대답한다.


우마왕으로 하여금 신형 금강고를 씌우게 한 것도 사실 수보리조사로 대변되는 '천계'다. 그냥은 절대 말을 안 들을 것 같으니까 금강고를 씌워 오공을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선미의 옆에 두고 선미가 삼장의 소명을 행할 수 있도록 돕게 만든 것.


그런데 이때 나누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지옥문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삼장이 해야 할 최후의 일은 - '제물을 바치는 것'이 되는 것 같다. 우마왕은 처음에 그 제물이 되는 이가 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의심한다. 혹시 그 제물이 손오공이냐고.



사실 오공은 세상이 어찌 되든 노상관인 놈이다. 선미를 구하기 위해서 세상 하나를 태워 없애는 것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해치우는 놈.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오공이 스스로 '선미를 위해' 제물이 되게 만들 것 같다. 세상이 어찌 되든 아무 상관 없지만 선미가 그 세상을 보존하길 원한다면 기꺼이 선미를 위해 제물이 될 마음이 완벽하게 자라 버린 것.





선미는 오공 때문에 '특별함' 생겼다고 오공을 원망하고 자신의 특별함을 몽땅 책장수에게 넘겨 버렸지만...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이미 선미는 특별했고 결국 오공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선미로 하여금 오공을 풀어주는 '죄'를 짓게 하고, 선미가 오공에게 금강고를 씌워 오공이 달아나지 못하게 하고, 오공이 결국 선미와 '진짜 사랑'에 빠져버리게 만들어서 오공이 '선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든 것 - 이게 천계의 빅 픽처였던 것 같다.


하, 이게 무슨 개수작.


어쩌면 지옥문이 열리지 않도록 바칠 제물로 손오공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냥은 절대 말을 들을 리 없으니(오공이라면 천계를 박살내 버릴지도) 삼장의 소명을 선미에게 내려 오공이 선미의 말을 듣게 만든 게 아닌가 싶기까지. 그러니까 이건 오공의 입장에서는 '악연'이 맞다. 지 죽을 길로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선미가 애령이 아닌 사령을 주운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인 것 같고, 오공이 남의 말 하는 악귀를 때려잡을 때 그 악귀에게서 들은 말도 그래서인 것 같다.


네가 날 죽일 거래.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키스를 나눌 때 울린 종소리가 그래서 사령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키스를 기점으로 손오공은 금강고를 차고 있지만 그걸 벗어도 선미를 결코 떠나지 못하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선미를 지켜줄 것이고 - 그래서 결국 죽음의 길로 간다는 의미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천계도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을 거다. 손오공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삼장을 내릴 때, 삼장의 소명을 다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였기에 삼장으로 점찍었던 선미가, 요괴도 신선도 아닌 인간이라는 것. 인간의 어리석은 마음이 악을 만들어내지만, 인간의 마음은 사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오공이 결코 몰랐던 사랑을 가르쳐준 것이 선미가 아니었던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 선미가 오공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 같다. 그동안은 늘 오공이 선미를 지켜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마지막엔 선미가 오공을 지키게 되지 않을까. 이런 악연이라면 이건 인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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