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화유기까지 건드릴 생각은 없었지만 이왕 블로그 살리기로 한 거 이것도 한 번 파보기로 했다... 이러다가 휘리릭 때려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손오공이 매력적인 나쁜시키를 계속한다면 아마도 느리지만 계속 끄적거리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드라마들이 죄다 나쁜놈이 남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현실에서는 절대 도망가야 할 넘들이 세트로 남주인 드라마만 다루다니 나 그런 사람 아닌데....닌데... 아 몰라(아무래도 기분나쁜 말투)


화유기는 <서유기>를 모티프로 만든 판타지로맨스 드라마다. 서유기의 뼈대를 가져와 인물을 재창조하고 귀신 이야기를 갖다 붙인 건데, <주군의 태양> 때부터 느꼈지만 홍자매는 아무래도 귀신 이야기에 꽂혔나봐... 사실 홍자매가 아주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잘 본 드라마도 있고(ex.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배우들 필모에 깊고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드라마는 안 본 것도 있고(ex.빅(똥)) 그렇다.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포스팅까지 해야 하나 망설인 것은 사실인데, 9회 책장수 얘기를 보니 떨어져가던 흥미가 살아나서 결국 이렇게... <주군의 태양> 때부터 느꼈지만 홍자매는 가벼운 드라마를 쓰지만 에피소드마다 나름 사회적 문제를 다루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책장수 이야기는 아동학대에 대한 얘기인데, 이건 9회 포스팅에서 다루겠지만 아무튼 <화유기>의 귀신 에피소드들이 그저 손오공과 진선미를 가깝게 만들려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나름의 주제의식이 있다.


무튼, <화유기>는 악귀를 보는 아이 진선미가 좀 더 튼튼한 우산(악귀로부터 지켜주는 우산)을 얻기 위해 우마왕에게 꼴딱 속아 부채를 가지러 오행산에 발을 디디는 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저 귀신을 안 보고 싶은 어린아이를 꼬셔서 오행산으로 들여보낸 우마왕 소샛기... 역시 요괴는 요괴였어.


근데 보면 볼수록, 과연 우마왕이 손오공을 풀어줄 의도가 1도 없었는가 싶다. 손오공이 풀려나는 바람에 천년 내공에서 백 년이나 깎였다고 절대 그럴 의도 없었다고 펄쩍 뛰지만 그냥 밀고 들어와 집터가 좋다는 이유로 뭉개고 있는(아 물론 주차도 꿀) 손오공을 참고 견디는 거 보면 일부러 풀어줬나 싶기도 하고 그 후로 줄곧 당하는 거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단 말이지.



아무리 요정님에게 부채만 갖고 나오겠다고 약속하고 들어갔다지만 악귀를 보는 아이가 손오공을 마냥 모른 척 할 수가 있을 리가...


게다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에 앞뒤 없이 홀딱 믿고 손오공을 꺼내주게 되고 만다. 그 와중에 똘똘하게 '계약'을 하긴 했지만...


언제든지 내 이름을 부르면 널 지키러 달려올게, 손오공 시키 처음부터 지킬 마음 1도 없는 약속을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덜컥 해서 애를 꼬셔가지고 오행산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손오공은 이때는 꿈에도 몰랐겠지. 결국 자신이 이 약속에 매이게 될 거라는 거. 나중엔 스스로 이 약속을 지키고 싶어지게 될 거라는 거.



밖으로 나오자마자 개당당하게 진선미의 기억 - 자신의 이름 - 을 홀라당 빼 버리고 언제든 부르면 달려온다니까 개소리 시전하는 손오공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개뻔뻔한 시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나쁜 놈이야 쿨하게 인정하는 손오공. 손오공의 매력 중 하나는 솔직하다는 거다. 나 나쁜 놈이야, 내가 밖으로 나오려고 너 이용했어, 기억은 내가 없앴어, 그래도 네가 부르면 난 달려온다니까? 솔직하게 줄줄줄 속을 뒤집는다. 안 그래도 악귀들 때문에 살기 힘든 애한테 뭔 짓이여.


더 나쁜 건, 진선미는 손오공을 풀어준 대가로 '벌'을 받게 된다는 거다. 그 '벌'이 뭔지 9회에서야 명확하게 밝혀졌다.


진선미는 악귀들을 물리치는 '삼장'의 업보를 지게 된다, 손오공을 풀어준 대가로. 


원래 선미는 악귀를 보는 재능?(무시무시한 재능이군) 능력? 같은 것을 이미 갖고 있었기에 악귀를 보는 걸 '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악귀를 '물리쳐야' 하는 일이 '벌'이 된 거다. 



벌을 받는 중이라 천계에도 못 돌아가고 술도 못 마시고... 악귀를 물리쳐 포인트를 쌓아 천계로 돌아가려 하지만 또 다시 승급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얘기에 다 때려치라며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린다. 영영 천계로 못 돌아가도 좋으니 삼장을 잡아먹어 최강 요괴로 업그레이드 하고 걍 신선은 때려치겠다는 거지.


나찰녀 때문이긴 하지만 삼장을 잡아먹는 대신 신선 되려고 열심히 수행 중인 우마왕에 비하면 벌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미 제천대성 손오공인데 나 천계 안 돌아가도 노상관 걍 삼장 잡아먹고 여기서 잘 살래 마인드는 정말이지 우마왕 빡치게 하기 딱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연인지 운명적인지 다시 선미를 마주치게 된 손오공. 늙었다고 말끝마다 구박이지만 어쨌거나 선미를 알아본다.


선미는 손오공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찰떡같이 믿고 기다렸다. 언젠가는 자신을 구해주러 나타날 거라고. 언젠가는. 그러고 25년을 기다렸다.


인간의 절실함을 이해 못하는 손오공은 계속 마음이 찜찜한 이유를 모르다가... 하선녀가 술에 비유해주고 진한 감정이입을 하고야 만다. 너무나도 마시고 싶은 술을 못 마시는 심정=선미가 언젠가 손오공이 나타나서 구해주길 바라는 심정 이라고 하니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무튼 그만큼 '절실'하다는 거지.


선미에게 그 대상은 '손오공'이고 지금의 손오공에게 그 대상은 '술'일뿐.


이때는 금강고를 차기 전이고 아직 선미가 삼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때인데도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신에게 화내는 선미가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걸 보면, 손오공은 선미를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선미가 손오공을 꺼내줄 때부터였을까, 천계에서 그런 것까지 미리 손 쓴 걸까...



삼장은 요괴들이 가장 탐내는 먹을거리.


삼장의 피에서는 달콤한 연꽃 향이 나고 그 피냄새에 이끌려 수많은 요괴들이 달려온다. 물론 삼장의 피냄새에 이끌린 건 악귀들만은 아니다.


손오공도 우마왕도 모두 다 삼장의 피냄새에 심하게 이끌린다. 손오공은 제천대성인데도(그러니까 신선 같은데... 다만 벌을 받고 천계로 못 돌아갈뿐) 이끌리는 걸 보면, 지상에 있는 모든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삼장의 피냄새는 물리치기 어려운 강한 유혹인가 보다.


왜 하필 진선미.

고약하게 늙고 있어도(!!!!) 어쨌든 좀 찜찜한 마음까지 들게 했던 진선미. (그러나 미안한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음)

왜 하필 진선미냐 삼장이.

아, 갈등 1초.


그리고 당당하게 커밍아웃.


너 지켜주러 온 거 아냐. 너 잡아먹으러 왔어.


전무후무한 남주 아닌가. 여주 잡아먹으러 온 것도 모자라 그걸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남주라니. 

여주에게 가장 위험한 놈이 다른 사람(아, 사람 아니지)이 아닌 남주 ㅋ

저 특유의 시니컬하고 못돼처먹은 미소 나올 때마다 섹시한 건 아마 내가 썩은 탓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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