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는 재회한 쟝천과 샤오시 커플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회차였다. 얼른 이해가 안 가는 행동들도 있지만 자꾸만 보다 보니 그냥 내 궁예일지라도 이제는 얘네가 이해가 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재회 후에는 진짜 아주 끈적끈적하게, 끈질기게, 쟝천의 시선이 샤오시를 떠나지 않아 몹시 흐뭇했다고 한다(변태 아님)


쟝천은 이때, 모든 걸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고 생각한다. 샤오시는 여전히 다정하고 착하고 자신을 생각해서 따뜻한 물도 가져다 주고 국수도 만들어준다. 


아마 샤오시와 헤어진 다음부터 한시도 편할 날 없었던 마음이 이때야 비로소 조금은 풀렸을 거라고 생각함. 샤오시 보는 눈빛이 따뜻하면서도 안도가 섞인 것도 같아서.



너무 편했나보다. 샤오시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안도가 되었나 보다. 쟝천은 선잠이 든다. 이렇게 처음 간 샤오시 집에서 그 사이에 잠이 들어 버린 쟝천 보니, 그동안 쟝천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그래서 샤오시가 옆에 있는 게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샤오시의 심정은 몹시 복잡하다. 사실 나 같으면 그렇게 헤어진 남자, 과거에 친구였거나 말거나 위 아프다고 집으로 들이고 국수까지 만들고 자기 집에서 깜빡 잠들어 버리게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샤오시 역시 쟝천을 완전히 잊어본 적 없는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얘네가 어떻게 사랑하고 데이트를 했던가 하는 게 또 여실히 보였다. 항상 쟝천 생각이 먼저였고 쟝천 입장이 먼저였고 쟝천 걱정이 먼저여서 자신 걱정, 자신 입장 같은 것은 뒤로 미루기만 했던 샤오시가 습관처럼, 버릇처럼 불쑥 나타난다. 쟝천이 속 쓰리고 위가 아파 약을 먹는 것을 보는 순간, 이미 끝난 사이라는 것보다 걱정이 더 먼저 튀어나오는 거



깨워도 쟝천이 일어나지 않자 샤오시는 쟝천이 틀어놓은 듯한 TV 프로그램을 그냥 보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샤오시의 마음을 보여준다. 쟝천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그리고 '축구'를 그냥 계속 보고 있다는 것. 


축구는 쟝천이 좋아하는 종목이었다. 샤오시는 축구 1도 몰랐지만 쟝천이 좋아하니까 멘유가 항저우에 왔을 때 쟝천과 함께 보러 가려고 자신의 생일을 통째로 바쳤던 기억이 있다. 쟝천은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고, 샤오시는 축구에 호불호가 없지만 쟝천이 틀어놓은 그대로 '축구' 경기를 보고 있다, 쟝천이 일어나길 기다리면서.


문득 깨어난 쟝천, 샤오시가 축구만 보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볼륨을 올려 자신이 일어났음을 알린다. 지극히 쟝천스러운 방법. 추억이든 무엇이든 자신과 함께 있지 않은 샤오시를 현실로 데려오는 쟝천식 방법.



아 이 어색한 긴장감 좋네요 좋아요


샤오시는 쟝천의 적나라한 시선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쟝천은 샤오시를 틈만 나면 쳐다봄


아마 쟝천은 샤오시가 해 준 국수를 먹으면서 더더욱 희망에 불타 오르게 되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샤오시는 예전 샤오시 그대로야. 우보숭이 3년이나 곁에 있었지만 곁을 내주지 않았고 자신에게 여전히 이렇게 따뜻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아니 벌써 돌아간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 같았음



애미야 국수가 짜다............도 아니고 샤오시 국수가 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잘 얻어먹고 고맙다는 말 대신 저런 말을 하는 게 바로 쟝천임.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 아직은 변해야 할 필요성 같은 것도 크게 느끼는 것 같지 않고 그저 쟝천은 샤오시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만을 그냥 더욱 더 믿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쟝천이 샤오시를 대하는 게 너무나 예전과 같았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쟝천에게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고 달라질 것도 없는 거다. 샤오시 옆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예전처럼 하는 거 말고는 아는 것도 없고 달라져야 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데 어떻게든 샤오시는 잡고 싶고 예전으로 돌리고 싶고



샤오시 아빠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세 사람. 이 어색한 그림은 무엇?


샤오시 엄마 개쿨함 샤오시랑 쟝천이 사귀다 헤어졌는데도 쟝천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봐 와서 그런가 그래서 쟝천을 좋아해서 그런가 쟝천과 샤오시가 헤어진 것을 아쉬워 하기만 할뿐 아무런 악감정이 없으시다.


그동안 그렇게도 바빴던 쟝천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심장외가 의사가 정형외과 수술방 앞에서 하염없이 그냥 기다리면서 샤오시만 쳐다봄




이 그림도 웃겼음


우보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샤오시 엄마와 우보숭에게 걸려온 전화를 자리를 피해서 받는 샤오시가 못마땅한 쟝천의 샤오시 등 뚫릴 때까지 쳐다보기 ㅋㅋ



샤오시가 누굴 닮아 얼빠인가 했더니 바로 샤오시 엄마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중에 아빠 병실에서도 그러지만 샤오시 엄마는 끝까지 쟝천 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생긴 쟝천 계속 좋아하고 응원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마더



"제가 철이 없어서 샤오시를 아껴주지 못했어요."


이게 지금 쟝천이 샤오시에게 최대 어필한 수준. 내가 예전에 좀 잘못했어, 라는 뜻임


그리고 내 마음 알겠니, 라는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지만 샤오시는 그냥 시선 외면.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제 와서 뭘 어쩌라는 건지 샤오시는 잘 모르니까. 만약 그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열렬히 사랑해 달라는 뜻이라면 이제는 그거 못하니까. 


근데 그 뜻 맞다. 쟝천은 여전히, 습관처럼 그리고 관성처럼, 샤오시가 먼저 움직이기를, 옛날에 항상 따라다녔던 그때처럼 샤오시가 다시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그걸 슬쩍 어필한 것이다. 



샤오시의 국수 한 그릇이 쟝천의 마음에 일으킨 파문은 꽤 컸던 것 같다


이분, 마치 헤어짐이 없으셨던 분 같다. 그냥 바로, 혼자서, 과거로 돌아가 계심


과거랑 똑같이 샤오시에게 구해 달라고 함, 아주 자연스럽게



샤오시가 댄 핑계를 그대로 사용해서 샤오시를 약간 놀려먹는 것처럼 자리를 뜬 쟝천


샤오시 아빠 수술 끝날 때까지 같이 기다리면서 쟝천 사실 일이 많이 밀렸던 게 분명하다


샤오시가 예전처럼 반응해주는 게 기뻐서, 샤오시가 이제 정말 돌아오는 것 같아서, 쟝천 장난기까지 발동했음


그러나 샤오시는 자못 당황스러움. 정말 습관이란 건 무섭구나. 쟝천 옆에만 있으면 자동으로 예전 샤오시가 튀어나옴. 그래서 그렇게 반응하고 나서 무안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는 거



샤오시가 없으면 살 수가 없어서 돌아왔으면서도 쟝천은 변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쟝천이 샤오시에게 전화를 걸던 방식을 떠올려 보면 더욱 더 그렇다. 샤오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해 놓고 샤오시에게 왜 걸었느냐고 뒤집어 씌우거나 나는 잘못 걸었을 뿐 할 말이 없지만 네가 할 말이 있다면 들어주겠다는 식이었던 것처럼...


지금도 쟝천은, 나는 너와 헤어진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너'는 나와 헤어진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샤오시가 조금이라도 후회하는 기색이 있으면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예전에 여자친구라고 언질을 주어서 시작했던 것처럼.


샤오시가 빌미만 주면 된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아니."


근데 샤오시는 쟝천의 낚시를 물지도 않고 빌미도 주지 않음


샤오시로서는 자꾸만 쟝천에게 옛날 방식으로 끌려가는 기분이 계속 들었을 것이고, 그게 또 다시 예전처럼 쟝천에게 끌려 다니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는 의미라면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다.


품었던 작은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쟝천. 눈앞이 아찔하다. 예전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손을 잡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드러냈는데도 샤오시는 예전처럼 그 손을 덥석 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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