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리뷰는 다른 리뷰와 좀 다른 방식으로 가려 함. 19회의 주된 내용은 또 다시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선 쟝천과 샤오시가 이번에는 그 물결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내용이 전부 다인데, 하나하나 짚어보면 맘만 아프고 어차피 이 회차는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들 커플은 한 번쯤은 뭔가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줄곧 생각해오긴 했다. 샤오시가 시작한 사랑이고 쟝천이 그 사랑을 받아준 모양새라 항상 샤오시에게는 일말의 불안이 있었고, 쟝천은 샤오시의 사랑을 받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사실 이런 관계는 그닥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나에게 20회부터 22회까지의 쟝천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몇 번 복습을 하고 나서야 겨우 쟝천 심리 쫓아갈 수 있었을 정도.



샤오시가 헤어지자고 말했던 이유는 이 장면으로 그냥 설명된다. 


"내가 까먹었어. 걔는 처음부터 날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샤오시에게 쟝천은 죽어라 쫓아다닌 끝에 겨우 손에 넣은 남자였지만, 주변에는 쟝천이 아깝다는 사람이 버글버글하고 자신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비웃으며 대놓고 쟝천을 꼬시려 드는 여자 환자 같은 사람이 넘쳤을 것이다. 쟝천이 전혀 눈길 주지 않으니 샤오시도 넘긴 것일뿐.


쟝천이 여자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일으키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샤오시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쟝천과 자신의 관계성이다. 



샤오시의 상황이 몹시 비참했던 것도 이별을 거들었을 것이다. 샤오시는 졸업작품도 못 끝냈고 취업도 안 되고 당장 기숙사를 나가야 하는데 방도 못구했다. 다른 룸메들은 그걸 모두 남친과 함께 하는데... 샤오시는 쟝천에게 말도 꺼내지 못한다.


사실 이 부분도 좀 의아했다. 쟝천은 병원에 살다시피 해서 기숙사에 안 사는 것일까, 졸업을 하면 방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매일매일 환자들에 묻혀 사는 쟝천은 너무나도 피곤하고 힘들고, 샤오시는 그런 쟝천에게 혹시라도 부담을 줄까봐 자기 얘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잠시 같이 하자고 하고 싶어도 결국 쟝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선택을 하는데, 이 선택 자체가 샤오시와 쟝천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친구도 아니고 연인 사이에서, 당연히 자신의 생활에 쫓기다 보면 소홀해질 수 있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것들은 같이 나눠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지금은 인생의 큰 변화가 오는 시점인데. 쟝천이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몹시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은 맞다. 언제나 샤오시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고 그것을 삼키려 했다는 것을 쟝천은 헤어지고 나서도 모르더라...



이게 결국 이별로 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함. 그렇게 싸우고 나서 쟝천에게는 연락이 없는데, 결국 못 참고 만나러 간 길에서 쟝천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본 거임.


사실 샤오시가 한 거짓말은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없었음.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샤오시는 바쁜 쟝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루양과 루양 친구를 불러 이사를 하려 했던 것이고(방도 결국 루양이 구해준 듯) 그걸 오해한 건 쟝천이니까.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샤오시는 한 번만이라도 쟝천이 먼저 나서서 자신을 잡아주기를, 나한테 네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듯.


그리고 쟝천은........ 공항에서 전화를 함. 결국 자기 혼자 결정 다 내려놓고 공항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쫓아 갔지만 이미 늦어버림. 


샤오시는 깨달았을 것 같음. 아... 이 사람은 내가 매달리지 않으면, 내가 붙잡지 않으면, 내가 먼저 손을 놓으면..... 그대로 놓아지는 그런 사람이구나. 이 사랑을 유지하려면 내가 죽을 때까지 매달려서 사랑을 갈구하는 수밖에 없는 거구나, 라는 것을.


그래서 샤오시는 더 이상 그런 사랑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 그럼 20회부터 22회까지의 샤오시 심리가 물 흐르듯 이해가 감. 쟝천을 사랑하지 않아서 쟝천을 계속 밀어냈던 것이 아니라, 다시 옛날처럼 쟝천에게 매달리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아서 밀어냄.



* 그럼 쟝천은 도대체 뭔 생각이었을까?



쟝천이 셰허로 가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쟝천의 심리 상태가 보임.


쟝천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게 이번 에피를 통해 더 잘 나타난 것 같음. 만약 처음으로 환자를 잃은 게 이런 식이 아니었다면 쟝천은 셰허로 갈 결심을 충동적으로라도 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는...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고, 샤오시를 만나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 평생 외로웠던 상처가 겹쳤던 것이고, 그런데 샤오시는 그 상처를 도무지 이해하고 받아주려 하지 않는 것 같고.


늘 받아주던 샤오시였고 사실 쟝천은 그걸 되게 당연하게 여겼음. 그렇기에 샤오시가 '이런 중요한 모먼트'에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참을 수가 없었던 것도 같음. 


최선을 다 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샤오시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면도 있었을 테니 더더욱... 이 병원에서는 사람들을, 특히 저 아이의 아빠 같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할 거고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거라는 위기 의식 + 샤오시에게 실망하고 화남 + 결정타로 날아온 샤오시의 문자 = 충동적인 셰허 행



쟝천은 헤어지기 전까지 자신이 샤오시를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었는지 몰랐던 거 같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딩 시절 받은 끈 하나도 못 버리고 갖고 있었으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게 다른 남자 좋아할 거라는 샤오시의 외침이면서, 그랬던 듯.


쟝천이 그 마음의 일부라도 깨달은 것은 바로 이 공항에서였던 것 같은데, 샤오시가 달려와주길 바라면서도 결국 비행기에 탄 건 샤오시가 넘나 딱 잘라 말했기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건 애초에 쟝천이, 샤오시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무의식 속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샤오시에게 받는 사랑을 너무나 당연시했던 데에는 항상 샤오시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었기 때문이지만, 셰허 행을 결정한 이유가 바로 샤오시에 대한 불안을 설명해주는 것 같음.



"누구나 다 떠나니까."


쟝천이 우보숭에게 했던 이 말을 떠올려 보면, 쟝천은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가 돈 벌기 위해 동생만 데리고 외지로 떠나며 혼자 남겨진 이후의 외로움을, 그래 떠나려면 떠나라 난 상관없다, 라는 두터운 자기보호 벽으로 감싸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면서 성장했던 것 같음.


예민한 사춘기 시절, 오직 공부에만 파고들면서 잊으려고 했던 외로움, 그 벽을 뚫고 들어온 사람이 샤오시였고... 그렇지만 쟝천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했던 것 같지는 않음. 샤오시와 이별을 맞이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샤오시가 예전처럼 자신에게 매달리고 잡아주지 않으니까 그냥 그 손을 놔버림.. 너도 결국 떠나는구나. 그래, 가라. 어차피 모두 다 떠나.


참 아이러니함. 


샤오시는 내가 쟝천 손을 놓으면 쟝천은 결국 떠나는구나, 내가 매달리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는 관계구나, 에서 절망했다면

쟝천은 결국 샤오시도 날 끝까지 안 잡는구나, 결국 샤오시도 날 떠나는구나, 에서 절망함..


그리고 아마도, 쟝천은, 자신의 마음의 벽을 더 두텁게 감쌌던 것 같음, 한동안은. 



샤오시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왔을 때 쟝천이 공항에서 샤오시와 우보숭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떠나 버리고 샤오시에게 그 말을 하면서 약간 비난하는 것 같은 말투였던 것은...


바로 쟝천의 이 두려움에 기인했던 게 아닌가 싶음.


우보숭은 쟝천에게 계속해서 커다란 위협이었음. 자신과 정반대 성격으로 다정하고 자상하고 도무지 자신이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샤오시가 사랑해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막 퍼부어주는 거임. 그리고 쟝천은 우보숭처럼 할 수가 없는 놈임. 그게 쟝천에게 무의식적으로 약간의 콤플렉스처럼 자리잡아 있었고, 언젠가 샤오시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도 아주 떨쳐내지는 못했던 것 같음.


사실 쟝천도 알고 있음, 이 이별의 원인 제공을 한 게 바로 자신이고 샤오시에게 매달리지 않았던 것도 자신이라는 것. 그래서 더더욱, 자신과 샤오시가 만나는 4년 동안은 샤오시 근처에 얼씬대지도 않았고 철저히 친구 코스프레를 하던 우보숭이 자신이 떠나자마자 샤오시 옆자리로 달려온 것을 보고 일종의 패배감마저 느꼈던 것이 아닌가 싶음. 우보숭에게 말했던 것처럼, 결국 샤오시에게는 자신보다 우보숭이 더 나을 거고 우보숭이 샤오시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



이제 샤오시는 잊고 내 미래만 생각하자.


라고 결심하고 베이징 생활 시작했을 거임. 우보숭이 샤오시에게는 더 나을 거다 걔도 이제야 정신 차렸나 보지 냉소적으로 생각하고 잊으려고 하고...


근데 안 되는 거임.


쟝천은 샤오시를 떠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자신이 샤오시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상 샤오시가 자신을 사랑한 것보다 더 자신이 샤오시를 사랑했음을 깨달았음. 


버릇처럼 샤오시에게 전화 걸어 잘못 걸었다고 하는 것도 이 핑계로 전화 해준 샤오시가 무슨 말이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길 바랐던 거였고 샤오시가 그렇게 해 주지 않으니까 더더욱 절망... 이때조차 쟝천은 관성을 벗어나지 못함. 샤오시에게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은데 그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샤오시가 후회하고 자신을 잡아주길 기다리는 거. 





4년 과정을 3년 과정으로 단축시킬 만큼 일에 매달리지 않으면 쟝천으로서는 아마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쟝천은 사실상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았던 거 같음.


하루하루가 숨막히고 의미없고 불편하고... 



"여자친구 있어요?" "예."


샤오시와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함. 샤오시는 지난 3년 동안 쟝천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였던 반면, 쟝천은 엉망진창이었던 것 같음... 헤어짐 자체를 못 받아들였으니까.


이분은 헤어진 게 아님. 아니 나 여친 있음, 현실부정 중


그러다 도저히 못 견디고 날아옴.



네 옆에 누가 있든 상관없어, 널 붙잡을 거야. 자신감 뿜뿜이어서 돌아온 게 아니라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그냥 막 돌아와서 무작정 샤오시한테 가려는 것인데 방법도 모르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샤오시는 절대 못 놓겠고... 내내 갈팡질팡 헤맸던 게 20회부터 22회까지 쭉 이어짐.


샤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불행해질 게 무서워서 쟝천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 속으로 못 돌아가는 거고

쟝천은 예전으로 돌아가면 이 지독한 불행도 끝나고 다시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아서 예전으로 돌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거고

그리고 결국 깨달았던 것 같음.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고. 


변하는 수밖에 없고 그것이 관계를 더욱 탄탄하고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