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가 시즌2에서 제일 싫어하고 제일 복습 안 하는 회차에 이르렀다......... 이 회차의 이리에 나오키는 흠씬 두들겨주고 싶을 만큼 짜증이 나서 그냥 건너 뛰려다가....... 그럼 7회 초반의 행동을 설명할 수가 없기에...

 

그리고 보다 보면 질투에 미쳐 날뛰는 게 어째 코토코에 대한 마음을 반증하는 거 같아서 나름 볼 만하기도 하다. 마지막에 코토코가 파워풀하게 터뜨려 주는 씬은 속시원한 일면도 있고.

 

 

집에 가려던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간호학과 친구들, 특히 케이타와 함께 있는 걸 보고 급 표정이 어두워진다.

 

결국 집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의학과 친구들과 저녁 먹으러 가기로 한 이리에 군.

 

이때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전조는 있었다. 그 이전부터 케이타가 이리에 군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고 코토코가 쓰러졌을 땐 대놓고 내가 더 코토코를 아껴줄 수 있다느니 하고 큰소리쳤으니 아무리 이리에 군이라도 케이타가 코토코 주변에 있는 게 좋을 리 없다. 이리에 군 성격상 코토코에게 케이타가 이러저러하니 조심해라 말할 위인도 못 되고.

 

신경은 쓰이는데 신경 쓰이는 걸 알아채지도 못하는 단계다, 지금은.

 

 

 

저녁 시간에 마주친 이리에 군과 코토코 일행.

 

얘네는 서로 연락 잘 안 하는 게 이런 데서 드러난다. 이리에 군이 참 핸드폰이 없지... 이런 마이웨이형 인간 같으니.

 

안 그래도 케이타가 너무 친한 척 코토코에게 스킨십을 해대는 게 몹시 거슬렸던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케이타를 포함한 일행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게 짜증난다. 코토코가 자신 이외의 남자와, 그것도 카모가리 케이타와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짜증이 애꿎은 코토코에게 향한다. 코토코가 잡은 팔을 휙 빼버리는 이리에 군. 결혼 전에야 이리에 군과 스킨십 자체가 많지 않았으니 그렇다쳐도 결혼 후에는 코토코와 이리에 군은, 이리에 군이 표현을 잘 안 해서 그렇지, 다정하고 딱 달라붙어 있는 커플이었다. 그런 이리에 군이 처음으로 코토코의 손길을 뿌리친 것이다.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는 코토코.

 

 

코토코에게 온 신경을 세우고 있는 건 비단 이리에 군만은 아니다.

 

케이타는 이리에 군의 행동 하나하나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고, 이리에 군은 그 시선 자체가 싫다. 네깟놈이 뭔데, 하는 반발 심리가 더 컸을 거다.

 

케이타 군은 술 마실 시간에 아내한테 더 잘해 주라는 둥 괜한 참견이고 이리에 군은 폭발하고 만다. 아무것도 모르는 코토코는 케이타 편을 들다 이리에 군에게 못 들을 소리를 듣고 울면서 뛰쳐가 버린다.

 

그런데 잡으러 가지도 않는 이리에 군.

 

내가 왜 이러지, 싶으면서도 아직도 화가 난 이유조차 모르고 그저 답답하다.

 

 

케이타는 코토코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부부의 냉전이 시작된다.

 

늘 애교 많고 웃음 많아서 집안을 활기 넘치게 만들었던 건 이제 보니 코토코였다. 이리에 군과 냉전 중인 코토코조차 웃음을 잃었다. 저 분위기가 몇 달을 갔을 것을 생각하니 으어어어어어....

 

코토코는 이제 이리에 군을 만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리에 군은 계속 컨디션도 좋지 않고 마음 속 화는 늘어만 가는데 왜 그런지 이유조차 모르니 더 환장할 지경이다. 코토코가 신경쓰이면서도 코토코에게 화를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

 

 

 

어째 이리에 군과 킨짱은 친구 비스무리한 것이 된 것 같다. 특히 크리스가 킨짱 옆에 있고 나서부터 더더욱.

 

킨짱처럼 머리가 아니라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은 원래 자기 감정이 어떤지 잘 알고 감추려 하지 않는다. 이리에 군처럼 머리 쓰고 나는 감정 따위에 휘둘리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런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을 다루는 데 서툰 것 같다. 원래 이리에 군은 감정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코토코를 만나기 전에는 호불호도 없고 감정의 동요도 없고 지극히 무미건조하게 살아왔다.

 

요새 잠도 잘 못 자고 컨디션은 바닥을 치고 코토코와 케이타를 보면 묘하게 마음이 초조하다, 라는 말에 킨짱은 그게 질투, 라고 알려주지만...

 

이리에 군은 내가 질투를? 그런 저급한 감정을?

 

이란 충격에 휩싸여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코토코는 이리에 군이 왜 이렇게 냉랭한지 이유조차 잘 모르고 몇 달째 당하고 있다........ 으어 눙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뭐냐고. 지 감정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왜 죄없는 코토코가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느냐고. 이리에 군은 세상 제일 가는 어른인 척 굴지만 이럴 때면 정말 어린아이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잘못했다고 빌기라도 하지, 이 인간은..........

 

여름방학 시작 전부터 시작된 냉전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코토코가 그만큼 참았으면 참을 만큼 참은 거다. 이리에 군 눈치 보는 것도 한 두달이지. 스킨십과 대화는 물론이고 이제는 얼굴 마주하는 것조차 피하니 코토코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다.

 

아마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보면, 자신의 감정이 코토코 때문이지만 코토코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코토코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낼까봐 두려워 피했던 것 같기도 하다.

 

 

대만판 악작극지문2에서 샹친은, 폭발할 때조차 즈슈를 바로보지 못하고 즈슈 방문 밖에서 문고리를 잡고 외쳤더랬다. 그게 너무 안쓰러웠는데 그래도 코토코는 제대로 폭발해줘서 차라리 속시원했다.

 

참고 참았던 코토코는 마침내 이성을 잃는다. 이리에 군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패대기치면서 소리를 지른다.

 

차라리 이리에 군도 맞서 같이 소리지르고 싸웠으면 감정의 골이 패인 게 좀 아물었을 텐데 이 인간은, 진정하라는 헛소리나 하고 아이고 답답해라.

 

그 와중에도 코토코가 케이타가 날 좋아한대, 그딴 냉혈한과 헤어지래, 라는 말을 들을 때에는 눈이 커진다. 그러니까 이리에 군은, 코토코와 헤어질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아니 오히려 코토코에 대한 마음이 너무 깊어서 질투도 따라서 강렬하고 깊은 것일 뿐이고, 그래서 냉전도 오래 가고 냉담함도 길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마누라가 저렇게 울면서 뛰쳐 나가 버렸는데 따라나갈 생각도 안 하고!! 아니 못 하는 거 같긴 한데, 아이고 속터져라.

 

코토코의 절망은 충분히 이해간다. 이리에 군이 비록 사호코의 손을 놓고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지만, 결혼식부터가 이리에 군의 선택이 아니라 시어머니에게 등떠밀려 한 거였다. 그 후로 이리에 군은 혼인신고를 미루기도 했고 저 냉정하고 오만한 인간 특성상 고백의 날 이후로 한 번도 사랑한단 말을 해준 적이 없을 게 분명하다. 오죽하면 코토코가 생일선물로 사랑한다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할까.

 

그러니 코토코는 마음 한켠에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았을 거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유죄라고 했던가. 가엾은 코토코,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당하니 남편 마음이 돌아선 것 같다고 느낄 수밖에. 사실은 너무 사랑해서 질투에 미친 것인데.

 

이리에 군아... 내가 그 유치한 질투 때문에 미쳤다, 그 말 하기가 그렇게 어렵더냐........고 하려다 생각해 보니 하긴 보통 사람들도 그걸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 그래 내가 질투했어, 하고 순순히 인정하는 사람들 보기가 그토록 어려운 걸 생각하면 이런 감정을 난생 처음 겪는 이리에 군은 오죽할까.... 하려다 보니,

 

이리에 군. 너 질투 처음 아냐, 이 질투쟁이야. 네 질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싶을 정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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