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9회와 10회는 극 전체에서 가장 빡치고 지루하고 루스한 회차다. 두 사람이 피터지게 싸우다 결국 일시적이지만 어쨌든 헤어지게 되는 회차이기도 하고, 재하가 아무런 힘이 없는 왕이라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지면서 재하도 나도 같이 좌절하게 됐던 회차라서 더 그런 것 같다. 9회는 그래도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기까지 빠르게 몰아쳤는데 10회는 재하와 봉구의 대치씬 빼면 개답답하기 그지없는 회차여서 리뷰하기조차 싫은 회차였다. 다시 봐도 빡치네... 신기한 경험이야...



봉구와의 첫만남. 봉구는 두근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왔던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재하는 봉구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게 봉구를 결정적으로 건드린다.


나는 내 평생 간직한 소듕한 기억이었는데!!! 넌 날 기억 못해? 전혀? 어떻게 니가 그럴 수가!!


돈은 많지만 인성은 글러먹은 싸이코패스에 열등감덩어리인 봉구의 열등감이 폭to the 발 하고야 만 것이다.... 봉구 나름으로는 내가 니 형을 죽였는데 넌 까맣게 모르고 있지롱 약 올리러 왔다가 지가 약 오르고 간 상황이랄까. 그래서 파국으로 일을 몰고 가기 시작한다.



봉구가 뒤에서 먼 짓을 하는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재하는 여전한 창조질투 중이시고...........


아니 너 말이야, 이제는 항아가 니 예비 약혼녀이고 또 니들은 이미.... 깊은... 그런 관계잖아? 근데도 은시경이 항아 만나러 별궁 간 게 그렇게 짜증이 나니?


그래서 기어이 예정에도 없는 별궁행을 하고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묘한 그림에 슬쩍 신경 곤두세우고 그러는 거니...?


항아와 은시경의 투샷도 굉장히 아름답긴 하지만 재하야, 지금 그럴 때가 아녀... 



형이 죽은 곳을 추모공원으로 조성하던 와중에 발견된 목탄가루와 휴대폰. 


모든 정황이 형을 북한이 죽였다고 하고 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에 증거에 재하는 황망하기만 하다.



9회, 10회에 비서실장님 밉상의 끝을 달린다. 이간질이나 하고 니가 그러라고 있는 비서실장이 아닐 텐데!


처음부터 항아가 못마땅했던 그리고 항아와의 결혼이 왕실을 위험에 빠뜨린다 생각하는 비서실장, 재하가 북한의 소행을 의심하자 오히려 몰아붙인다.


김항아님을 아끼시니까 북한의 짓이 아니길 바라는 거 아니냐는데....


아니 논리적으로 재하 말이 맞잖아. 북한이 진짜 그런 짓을 했다면 나 잡아잡수 하고 스스로를 그렇게 만천하에 드러낼 리가 있느냔 말이지. 목탄가루까지는 천 번 만 번 이해한다쳐도 핸드폰은 뭔데....... 그게 왜 필요한데.... 그것도 몇 대나...


그러나 재하는 정말 북한 짓인지 아닌지 이제 마음이 혼란하고 힘들다. 북한 짓이 만에 하나 맞다면 항아와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걸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천만번에 하나 혹시 네가 관련이 있다면 직접 내 손으로 널 죽이고 싶을 만큼 널, 믿어.


재하에게 항아에 대한 믿음은 그때 항아가 함께 60킬로 완전군장 행군을 같이해준 이후로 거의 절대적인 것이었다. 항아라면 지지고 볶고 싸우고 그 아무리 난리를 친다 해도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을 거란 굳건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혹여나 무너진다면 그 배신감은 재하를 무너뜨릴 거라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


이 커플은 성격이 불 같아서 불 같이 부딪치고 불 같이 싸우다 화해하는 방법도 거국적이고 스펙타클한 만큼, 서로에 대한 감정 표현도 극단적인 데가 있다. 네가 날 배신하면 죽여 버리겠어, 란 말을 대놓고 하는 남주라니.... 역시 이재하.



근데 사실 이미 이때부터 두 사람은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재하는 또라이이고 개샛기인데다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리가 좋은 만큼 상황 파악이 빠르고 자신의 위치나 지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 해결방법을 먼저 찾으려 한다.


항아를 어쩔 수 없이 조사위원회인지 뭔지에 내보내고 초조해서 지뢰찾기나 하고 앉았다가 항아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클럽 M이 사건의 배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재하는, 힘든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항아를 위로하는 일보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얼른 일을 끝내고자 하는 데 더 몰두하는 바람에 항아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 먼저라는 사실을 잊고 만다..........


항아는 재하의 사정이나 생각은 전혀 알 길이 없고 재신의 위로 아닌 변명에 속이 상한다. 아이고 재하야...............



사실 이 드라마는 남주가 여주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엔딩에 가서야 하는 희한한 드라마다. 남주와 여주가 삐걱대고 대판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남주가 자신의 마음을 여주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게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항아 입장에서는 재하가 하기 싫은 약혼까지 억지로 끌려온 것이지 재하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낯선 남한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재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하는 항아. 그 마음이 얼마나 심란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지경.


근데 재하는, 항아 빼놓고 모든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분명하게, 대놓고, 줄줄 흘리고 다닌다. 비서실장이 재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도 비서실장이 재하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조사 한 번만으로도 나 미치는 줄 알았다고 공개청문회는 절대 안 된다고 소리 지르는 재하. 아니 비서실장에게 샤우팅 할 게 아니라 항아에게 해야지 이넘아......... 그 할아버지 음흉하단 말이야.........



아.......... 비서실장.......... ㅂㄷㅂㄷ....... 재하는 항아가 스스로 공개청문회에 나간다고 말한 줄 알고, 항아는 재하가 나가라고 한 줄 알고.... 그 중간에는 얘네 갈라놓는 게 충성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할아버지가 있다........ 


여기서도 비서실장이 재하를 진짜 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다. 재하에게 진짜 충성을 바친다면 주군의 뜻과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지 멋대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서 둘 사이를 갈라놓을 생각이나 하지는 않았을 거다. 게다가 비서실장은 지가 재강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재하가 항아 마음 보듬어 주러 가는 길조차 차단해 버리는 못된 심보는 도대체........ 


아니야 재하야 그거 아니야 들어가서 달래주고 안아주고 수고했다 해야지 왜 비서실장 말을 더 찰떡같이 믿는데... 니가 중간에 수상 만나서 난리쳐도 수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항아는 그거 모르잖아.... 아이고 답답해



사실 북한에서 WOC 훈련 중에 재하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총을 쏴버린 트라우마가 완전히 사라졌을 리 없다. 그 어마어마한 충격이 재하가 사과 비스무리한 것을 했다고 해서 사라졌을 리가.


항아의 상처는 재하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데 기인한다. 이건 재하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리는데 연락도 없는 재하가 원망스럽고 야속하고 미울 것이다. 도대체 재하의 마음은 무엇일까? 진짜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것일까? 좋아한다 말해놓고 그래도 그 어려운 길로 내 발로 안 들어간다 했던 남자다. 아버지와 형에게 들켜 여기까지 온 거다. 나는 당신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공개청문회 - 인민 재판으로 여겨지는 - 까지 나갔는데...


나는 이재하 너한테 도대체 뭐지? 


그게 항아를 몰아붙였을 거다.



아무것도 모르고 항아에게 잘 보이려고 아침을 챙겨 들어왔던 재하는 살벌한 항아에게 당황한다.


그리고 서로를 있는 힘껏 찌르며 상처주며 싸워댄다.


하아... 이 커플 근데 케미 하나는 정말 예술이었어... 싸우는 내용은 진짜 험악하기 그지없는데 싸우니까 남녀 텐션이 막 폭발해.... 이상해... 이상한 커플이야... 


북한년 따위 북으로 돌아가 하는데 섹시하다니............. 아 물론 재하는 이때 마지막 개샛기미를 폭발시켰더랬다.


항아도 마찬가지였지만 재하 역시 항아에 대한 믿음이 견고했던 만큼 그게 눈앞에서 깨지니까 홱 도는 거지. 만약 항아가 형의 죽음에 관련이 되어 있으면 직접 죽이겠다고까지 했던 재하였으니까 항아가 찔러대는 게 너무너무 아팠겠지만......


결국 둘 다 상처입었다, 지독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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