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자가 아니라는 거야.


이렇게 지를 때는 항아가 자신을 때려눕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어도 울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진짜 항아를 '여자'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항아가 여자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깨달았다고나 할까.


사실 여자의 무기는 눈물, 같은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항아가 상대적으로(특히 신체적으로) 너무 강하다 보니 오히려 항아가 여성적인 면을 내보일 때 더 강한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이재하에게)



바로 깨갱 하고 항아를 쫓아다니며 항아의 화를 풀어주려 이재하 식으로 나름 애를 쓰지만 항아는 본 척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좀 화가 풀렸나 재하가 안심할 때쯤 크리티컬한 공격을 날린다. 재하의 가장 큰 약점 - 스스로에 대한 경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지 내가 뭘 할 수 있어, 하는 그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사실 재하는 신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머리가 비상하게 좋고 꼼수를 잘 부리고 눈치가 빨라서 그렇지, 신체적으로 뭔가 증명해 보일 일은 웬만하면 피하는 편이다. 항아도 센스 있고 머리가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확실히 항아의 신체적인 능력이 부각되다 보니 어째 이 커플은 좀 바뀐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항아의 도발에 완전히 빡친 재하는 항아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그 내기란 것도 밖은 춥다고 우겨서ㅋㅋㅋㅋㅋㅋ 안에서 러닝머신에서 먼저 나가 떨어지는 사람이 '꺼지기로' 하기. 


워낙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의 남녀가 만나서인지, 아니면 원래 얘네 성격 때문인지 하여간 재하는 입으로 매를 버는 스타일이고 항아 역시 만만한 성격은 아니라 부딪칠 때는 불같이 부딪치는데, 그 텐션이 되게 섹시하다. 이 장면도 사실 '지면 너 꺼져' 하는 부분인데 남녀의 텐션이 느껴지는 희한한 장면.



근데 하필 그들이 뛰는 러닝머신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무게를 감지하고 조금만 어긋나면 쾅 터지는 폭탄인지라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폭탄을 얼려(!!!)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무진장 걸리고 어쩔 수 없이 러닝머신 위에서 죽어라 뛰는 두 사람.


이제는 너 꺼져, 가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에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너 섹시해 너 멋있어 거짓말을 마구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정신이 아니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폭탄 무사 제거 후 기절했다 먼저 깨어난 재하의 눈에 항아는 이제 전과는 완전히 달라 보인다. 이 두 사람이 다음 회차에 약혼을 하니 마니 하는 관계로 맺어지기 전 WOC 때문에 남과 북을 오가며 훈련을 받을 때는, 남자 대 여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먼저 '믿음'을 시험하고 믿음을 쌓는 과정을 거쳤다.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을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이겨내는 동안 '신뢰'가 쌓인 것.


사실 재하는 왕족 타이틀 때문에 이재하, 라는 인간 그 자체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재하의 아픔, 이재하의 슬픔, 이재하의 고통, 이재하의 생각, 이재하의 마음, 이 모든 것은 대한민국 왕제 - 대군이라는 휘장 밑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봐주지 못했다. 그것이 재하를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으로 몰고 간 것도 컸다. 항아는 인간 이재하를 장점과 단점 모두 싸안아 있는 그대로 봐준 가족 제외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것이 재하가 항아를 절대 놓지 못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 폭탄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훈련소의 안전을 체크하겠다며 지들 멋대로 들어와 훈련장을 헤집는 상황. 항아의 속옷이 든 가방을 남자들만, 그것도 외국의 남자들 앞에서 까보여야 하는 치욕적인 상황에서 이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던 재하는 크게 내지르며 항아를 구해준다.


"이 오지랖만 넓은 개새끼들아!"


남주 도대체 언제 사람 되냐며, 언제 멋있어지냐며 하소연하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아, 드디어!!! 했던 장면. 은시경도 항아도, 남북 교관들도 뺀질이 대군 이재하를 처음으로 다른 눈으로 보게 됐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재하의 치명적인 약점.... 멋있는 게 오래 가질 모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남과 북에서는 재하의 결혼 얘기가 불거져 나온다. 남북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단계로 재하를 북한 여성과 결혼시키자는 것.


이게 바로 재하가 '어쩔 수 없이' 자조하며 살게 만든 왕족 타이틀이 재하를 죄는 수준이다. 결혼조차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것. 그것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북한, 그 북한 출신 여자와의 결혼이라니.


그리고 거론되는 사람이 재하와 항아라는 사실은 두 사람을 심란하게 만든다. 둘 다 미쳤냐고 펄쩍 뛰지만 두 사람 마음에는 이미 동요가 인 후다.



그동안 재하에게 항아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항아가 여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게 되고, 항아에게 저도 모르게 조금씩 스며들게 된 모양이다. 항아와 결혼하는 건 미친 짓인데, 항아가 은시경과 하하호호 하며 눈싸움 하는 건 눈꼴시려 볼 수가 없다.


질투작전이냐며 으르렁대 보지만 항아에게는 먹히지도 않고, 오히려 질투하느냐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성질만 난 재하. 이때부터였나... 애꿎은 은시경이 말려든 것은... 은시경과 항아는 한 번도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어본 적이 없건만, 지난번 모닥불 오손도손에 이어 아이 까르르 하하하 눈싸움 때문에 재하는 항아가 은시경을 좋아한다고, 은시경이 항아를 꼬셨다고 철떡같이 믿게 되고 그 말도 안 되는 질투가 장장... 9회인가 10회까지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 말대로 진짜 뒤끝 쩐다...



12회까지 재하의 치명적인 매력이자 단점이 또 터져 나오느니... 어머 멋있어 - >역시 개샛기 - >그래도 좀 멋있어 - >역시나 개샛기 이 무한루트를 계속 탄다는 것이돠...


항아를 멋지게 구해줄 때만 해도 좀, 남주로서의 멋있음을 되찾나 싶더니 같은 팀 동료를 놀려먹어서(있는 정성껏 놀림)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갑자기 남북이 대치 상황에 처해 북쪽에 억류될 위기에 닥치자 재하는 자신을 도우려는 항아를 끝까지 믿지 못하고 쏴버린다. 다행히 항아는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죽지는 않았지만 재하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죽이려 했다는 그 충격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


사실 이때 재하가 항아를 쏴버린 것은 위험해서가 아니라 배신감 때문이었다. 항아를 믿었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수준이랄까. 너 끝까지, 라는 재하의 말은 너를 믿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라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실 형과 북한 수뇌부의 '마지막 훈련'이었다. 남북 단일팀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이상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모든 것을 재하가 망쳐버렸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겠다는 형에 재하는 미안하기보다... 빡친다.


이렇게 남북단일팀이 해산되고 그 모든 책임, 그 모든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재하는 웬만하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 온갖 힘을 다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있는 힘을 다 해 일을 마무리한다. 그것이 형이 보고 싶었던 재하의 가능성, 왕족으로서의 '무언가'이기도 하고 재하의 잠재력이기도 하며 그 힘이 결국 재하가 좋은 왕이 되는 길로 이끈다.



역시 이재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연한 표정으로 마지막 훈련이었던 60킬로 완전군장 뛰기, 걷기? 를 마치면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치며 한밤중에 나갔지만 적당히 하다 중간에 봐줄 줄 안 거였다. 아니, 택도 없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60킬로를 뛰어야 하나 암담하던 차에 은근히 기다리던 항아가 나타난다.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재하. 참 항아는 대인배야. 자신을 못 믿고 총을 쏴버린 재하를 돕기 위해 60킬로 완전군장 행군을 같이 하겠다고 나서다니.


이 모든 것이 사실 재하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다리 부상 때문에 고통도 엄청나고 이렇게 코너에 몰린 것이 열받고 억울하고, 재하는 미치겠다.


그때 독침인 줄로만 알았던 침통을 이용해 재하의 다리부상을 치료해주는 항아. 항아에 대한 무한믿음이 싹텄던 때가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 항아한테 제대로 반한 때도 이때가 아니었나 싶고. 안 반하기엔 외로운 재하 옆을 유일하게 지켜준 사람이었고, 게다가 너무 예뻤어...



힘든 길을 꿋꿋이 가지만 다리부상까지 당했는데 안 그래도 힘든 길이 더 힘들다. 내가 왜 이 개고생을 해야 하나, 도대체 나한테, 내 삶에 선택권이라는 게 있긴 한 건가, 원해서 왕족으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져야 할 짐의 무게는 너무나 어마어마하다.


그나마 왕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수준이라니. 항아는 그냥 뺀질이로만 보던 재하의 또 다른 모습과 그 아픈 속을 보게 되고 재하에게 더 깊은 연민을 갖게 된다. 확실히 초반에는 항아가 재하를 더 좋아했어... 더 먼저 더 깊이. 재하는 빠져나갈 궁리만 했고.


너무 힘드니 포기시킬 생각에 드러누운 거였지만, 재하는 늦었어도 마치려는 의지를 보인다. 결국 시간 내에 미션을 성공시키는 재하. 남북 단일팀은 무사히 지켜졌고, 이제 둘은 서로를 완전히 남자와 여자로 보게 됐다. 서로에게 이끌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도 됐다.


이런 아름다운 엔딩 뒤에 이어질 5회에는 뭔가 재하가 항아를 그리워하거나 하여간 뭔가 좀 더 발전된 것이 있을 줄 알았............


아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이재하 이 나쁜 시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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