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정 하에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나름 잘 버무리(려) 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두 주인공인 이재하와 김항아는 남과 북이라는, 그리고 대한민국과 북한이라는 두 나라를 가장 잘 대변한 그리고 가장 잘 대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뭔 말인지는 극이 진행되면 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대한민국의 지도자 상으로 꼽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으로 가장 근접했던 이가 재하의 형이었던 재강이 아니었나 싶은데, 입헌군주국의 국왕이라는 자리는 명예와 지위가 주어지는 대신 힘은 없고 지켜야 할 것은 많은 답답하고 어려운 자리 되겠다. 그래서 재하는 절대 왕은 하지 않겠다 만날천날 노래를 부르지만 사실 왕이 아닌 왕의 동생 자리는, 지켜보는 눈은 많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고, 요구당하는 것은 대단히 많아 더더욱 답답하고 어려운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국왕인 형이, 동생의 감정이나 생각보다 남과 북의 평화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동생을 이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동생의 결혼 자리까지 좌지우지하려 했던 것을 보면. 사실 재하는 형을 되게 좋아했고 재강 역시 재하를 아꼈지만 국왕이라는 위치는 그것을 뛰어넘는다. 그건 재하가 국왕이 되어서도 마찬가지. 


암튼, 재하는 제대하자마자 형의 마수에 잡혀 WOC - 국제 장교대회에 팀원으로 차출되어 끌려 나간다. 같은 조원 중 하나가 은시경 대위. (조정석 씨가 이 역할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북한 팀원들은 여자가 있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김항아.



"동지 안 한다니까."


항아가 자신을 자꾸 리재하 동지라 부르는 것 자체가 싫은 재하. 재하에게 항아와 북한 팀원들은 빨갱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억지로 끌려나온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북한 장교들이 좋을 리가 있나. 두 사람은 첫만남부터 부딪친다.




"인민의 적 리재하, 보는 즉시 사.살.하.라."


항아는 재하를 화장실로 유인해 재하를 단숨에 때려눕히고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 즉 요인암살을 주로 담당하고 가르쳐온 교관임을 밝히며 그래서 내가 니 엉덩이에 점 있는 것까지 다 안다 - 즉 말 안 들으면 죽여 버리갔어, 를 통해 재하를 길들이려 한다.


이게 1회 엔딩이었고 20회 엔딩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엔딩이었다. 두 사람의 현재 상황과 관계가 단번에 정리되는. 


일단 위력에 눌려 잘할게요, 를 외치지만 삐딱한 이재하 성격에 안 그래도 뒤끝 쩌는 인간이 이걸 그냥 넘길 리가 있나. 그래서 2회에 최대의 개샛기 모드를 발동시키는 이재하.



1단계. 자신의 살물결(!) 종류가 많음에 감탄하는 항아에게 면도크림을 크림이라고 속여 철떡철떡 바르게 하기.


항아와 재하는 훈련 기간 동안 어찌 하다 보니 같은 방을 쓰게 된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할 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진 셈이다.


바로 항아의 반격. 북한 팀원들과 짜고 재하를 위협하여 땡땡이 농땡이를 부리면서 훈련하려 들지 않는 재하를 억지로 훈련에 끌어내려 한다. 성공하나 싶었지만 그 모든 것을 벼르고 벼른 재하의 특급 반격이 있었으니...


이넘이 항아가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싸움에는 강하지만 연애는 한 번도 못해본 맹탕에 남자 보는 눈은 코딱지만큼도 없고 연애에 나름 환상이 있는 천상 여자라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그걸 이용해 먹는 거다...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서 그걸로다가.




2단계. 위로하는 척 은근슬쩍 다가가 슬쩍슬쩍 스킨십 하기.


항아도 여자라는 사실을 최대한 맥시멈으로 이용해 항아를 살짝 들뜨게 하기.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다 동지로서 격려하는 척 하면서 항아 흔들어 놓기.



3단계. 아무리 많이 봐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이 안 가는데...


재하가 너 나한테 간밤에 무슨 짓 했냐 따지는 항아에게 눈 동그랗게 뜨고 아무 짓 안 했다 한 후 돌아서서 피식 웃는 것으로 봐서 현실에 한 표 던지겠다.


맘에 없는 여자에게 복수를 위해 귀밑 키스까지 할 줄 아는 치밀한 나쁜 샛기.


그걸로 항아는 더더욱 심란해진다. 혹시 나도 매력이 있고 그래서 저 남조선 뺀질거리는 아샛기도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런 멋진 여자가 아닐까.

재하가 맘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재하가 일단 겉보기는 멀쩡하고 잘생겼으니 항아에게 갑자기 잘 해주면서 너 매력 있다 마구마구 뽐뿌하면,

돌부처라도 흔들리는 건데 거기에 사랑과 연애게 환상이 많은 항아였으니 오죽했을까.



그래놓고 저런 비열한 표정으로


"넌, 여자가 아니라는 거야."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이재하. 항아에게 상처 줄 생각이었다면 아주 제대로다. 거기다 2회 엔딩은 넌, 여자가 아니라는 거야, 

저 말 듣고 눈물 흘리는 항아의 모습, 저 부분에서 끝...

그리고 일주일 기다림. 대환장.


이 부분에서 얼마나 깐족거리고 짜증나고 비열하게 굴었는지, 이승기가 아니었다면 그 몸이 죽고 죽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수준으로 까였을 거야.

이승기의 평소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가 커버쳐 줬음에도 불구하고 개샛기 소샛기 소리 다 나오고

나는 얘 개과천선하는 거 못 기다리겠다 하면서 떨어져 나간 여성 동지들을 주변에서도 봤으니 말 다 했음.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었다면 이게 개샛기력 맥시멈이었다는 거. 사실 남주의 조건을 완전히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이 이상 개샛기이기도 힘듬.

여자를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욕하거나 함정에 빠뜨리는 진짜 개샛기를 드라마 남주로 쓸 순 없잖...

근데도 이 장면은 돌려볼 때마다 개과천선하여 꽉 잡혀 사는 이재하를 알면서도 피꺼솟하게 되는,

정말 복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이 비슷한 짓거리를 5,6회에서도 꾸준히 하시는 이재하. 

이후 오 좀 멋있네 괜찮네 - > 역시 넌 개샛기 이 구간을 몇 번이나 도는 건지, 뫼비우스의 띠라도 올라탄 거였냐 이재하...


여주에 대한 자기 마음을 완전히 인정하고 항복한 게 개인적으로 12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재하의 개샛기력은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남주 앞으로도 없지 싶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재하가 매력적이라는 게 함정이야. 이상해... 이상한 넘이야...


개샛기 구간은 최대한 빨리 패스하려 했는데 왜 처음부터 잘 안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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