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겨울정원 리뷰라기보다는 정원이 언제 신부가 아닌 의사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나, 하여간 정원이 신부의 오랜 꿈을 포기한 부분을 짚어보려 하는데 이건 물론 아주아주아주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원은 처음부터 신부가 아니라 의사의 길을 선택했던 것 같음

 

1회에 아이를 잃은 트라우마가 정원이 그동안 미뤄왔던 신부의 길을 가고자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면 막회 꼬마아이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난 건 정원이 신부가 아니라 의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제시한 것 같음.

 

아이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시작된 신부 되기가 아이를 성공적으로 구한 경험으로 다시 복구되어 신부 -> 의사로의 길이 완벽하게 수미상관을 이룬다고나 할까.

 

 

첫회에 나왔지만 정원은 대단히 여리고 예민하면서 한편으로는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음. 아버지 돌아가시고 VIP 사용료 보고 바로 키다리아저씨 수익으로 쓸 생각을 하고, 일 년 후에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기 전 친구들을 전부 율제로 불러모으는 일을 착착 진행하는 걸 보면 이 인물의 성격이 보임. 

 

그런 성격답게 2회에 벌써 신부님의 추천서를 받음. 근데 여기서 벌써 변수가 생김

 

정원은 2회에 친구들에게 추천서 얘기 나왔을 때 이번주에 병원장님께 말씀드린다고 함. 그런데 진짜 병원장에게 말하는 건 11회에 나옴. 떠나기 두 달도 채 안 남았을 때.

 

그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 바로 구더기 씬이 뿅 나옴

 

나랑 좀 안 맞아 했던 롱윈터선생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본 날이 저 날. 새삼 정원이 가슴에 겨울이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함

 

눼에... 겨울이 때문에 신부되기를 포기했다는 게 아니라 정원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는 거죵

 

어머니가 반대할 것은 너무나 자명했으니 사실상 정원에게 떠나기 전까지 유일한 장벽은 바로 어머니의 반대였음, 겨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장벽이 새로 나타나 벌임... 그건 바로 '겨울에 대한 자신의 마음'. 

 

처음엔 그냥 의외의 면이 있네였겠지만 

 

되게 신경 쓰이게 만드는 재질의 여자 장겨울. 정원의 예상을 이상하게 자꾸만 빗겨나는 사람 장겨울

 

되게 챙겨주고 싶은 재질의 사람 장겨울. 익준이 말할 때 '나도 알아' 했던 것처럼 1년차부터 치프 일까지 도맡아 하면서 정말 힘들 텐데도 티를 안내는데 그걸 알아서인지 더더욱 챙겨주고 싶은 사람

 

어느새 자꾸만 시선이 가다 보니 이 사람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누구와 친한지도 유심히 보게 되고

 

결국엔 머리보다 가슴이 시켜서 행동하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 안정원이 전혀 예상할 수도 컨트롤할 수도 없는 안정원 인생의 유일한 변수 장겨울

 

사실 신부의 길을 가겠다는 건 어렸을 때부터의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당연히 그 길이다, 라는 일종의 세뇌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었음. 만약 그게 진정한 정원의 꿈이었다면 더 일찍 신부의 길을 갔을 것임. 아님 애초에 신학교에 진학했거나. 그렇게 쌔빠지게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를 갈 리가 없을 것 같음. 

 

이러다 진짜 큰일나겠다 싶어 황급히 브레이크를 걸어 보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마음은 오히려 오해로 인한 멘탈 와장창으로 더 커져만 가는 기이한 상황이었던 듯

 

정원이 계속 신부가 되는 길을 진행한 건 어쩌면 강박적으로까지 보였는데 추천서 받고 떠날 날짜 잡고 키다리 아저씨 넘기고 병원장에게 말하는 내내 오히려 정원의 마음이 되돌릴 길 없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도 함께 보여주었고 그에 따라 정원의 갈등과 고뇌와 고통이 깊어지는 과정도 따라와서 누가 봐도 명백히 아, 저 길은 안정원이 결국 갈 길이 아니겠구나 싶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정원은 성격상 끝까지 가봐야 포기할 건 포기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것 같음

 

신부가 되려는 준비도 끝까지 가봤기에 결국 미련없이 돌아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음. 만약 이탈리아를 갔으면 두 번 다시 의사의 길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 같고. 끝까지 가 보고 나서야 아마도 정원은 의사의 길이 애초에 자신이 처음부터 원했던 길임을 새삼 깨달았던 것으로 보임

 

그리고 그런 결론을 내리게 하는데에는 순조롭게 신부의 길을 준비하던 정원에게 회오리처럼 나타난 인생의 변수 '장겨울'이 있었던 것 같음. 겨울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고 아프게 내 마음을 외면하면서까지 가야 하는 그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의사로서 살아가는 기쁨도 돌아보게 되고 겨울이 차곡차곡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새삼 다시 자신 역시 겨울처럼 수술이 잘 되고 환자가 회복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즐거운 '천상 의사'라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던 게 아닐까 싶음

 

겨울은 정원이 신부를 그만두게 만드는 원인이 아니라 내가 신부의 길을 과연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인가 한 번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백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들고 고뇌하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였던 것 같음.

 

아마 정원은 11회 겨울의 첫집도와 12회 사이 어디쯤에서 마음을 거의 굳혔던 것 같음

 

엄마만 만나면 신부 얘기하려고 하던 정원이 처음으로 자기 입으로 '신부 얘기 안 할게'라 하고(그 전에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의 뉘앙스)

 

아 근데 겨울이 불러내 아들 붙잡아 달라 말하러 왔던 로사 정원이가 알까봐 도망가는 거 넘 웃기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신부 얘기 안 듣고 싶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송화가 속초에서 바다 보이는 아파트 얻었다니 '자주 놀러가도 돼?'라고 함. 이탈리아 갈 사람이라면 나올 수 없는 말

 

가기 않기로 결정했으니 일단 송화 힘들게 할 수도 있는 키다리아저씨 회수하러 오고

 

그 결심이 완전히 굳어졌음을 알리러 송화에게 옴

 

송화는 키다리아저씨 일로 말을 튼 전적이 있는데다 송화와 정원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만큼 친한 소울메이트라 가장 적절한 대상이었음

 

99즈보다 더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은 결국

 

장겨울

 

40년간 추구해 왔던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고 전혀 새로운 길로 가게 되는 이 순간을(신부의 꿈을 내내 품어오고 좇아오던 시간은 이제 안녕이니)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

 

장겨울

 

안정원 인생의 가장 큰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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