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는 지금까지(6회까지 방영된 이 시점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회차이자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강한 암시를 담고 있다. 엔딩 시퀀스 때의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5회는 결국 산의 고백으로 시작해 덕임의 고백으로 끝나는데, 두사람의 앞으로의 관계가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단히 은유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보여준다.

 

덕임이 뒤를 쫓았다는 것을 산이 알게 되는 이 부분은, 정말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흘러가 벙 찌면서도 너무 웃겼다...ㅋㅋㅋㅋ 덕임과 산의 관계가 어떠한지 이처럼 극명하게 보일 수가 없다ㅋㅋㅋㅋㅋ 순간순간 돌아가는 덕임의 비상한 두뇌와 알면서도 결국 받아주는 산. 덕임이 한 말이 전부 다 살아남기 위한 변명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톤이 좀 과장되어 그렇지.

 

덕임은 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4회에 산이 세손임을 알고 납작 엎드리긴 했으나 결국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쏟아냈던 덕임이다. 기본적으로 겸사서와 생각시로 같이 보낸 시간의 특별함과 두텁게 쌓인 신뢰가 덕임이 산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원동력인 것이다. 산 역시 덕임이 자신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멀리 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에 덕임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무시무시했던 4회 예고의 출궁은... 10분컷도 아니고 그냥 말로만 끝났어...ㅋㅋㅋㅋㅋㅋ 덕임이 살아남고 용서받으려고 마구 해대는 아부 같은 말에도 녹아내리는 저하...ㅋㅋㅋㅋㅋㅋㅋ 산은 오히려 덕임을 동덕회에 데려가 입회시킨다. 

 

이 부분 역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저 됐다 하고 보내줄 줄만 알았던 얄팍한 나... 산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단번에, 설명하지 않고도 보여주고 또한 덕로를 권위로 찍어누른다. 이때는 덕임이 자신이 하는 일을 도와줄 거라 믿거나 기대하고 데려간 것이 아니다. 덕로에게 경고하는 의미도 있고, 덕임에게 자신이 기생을 만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미도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덕임이 발설하거나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여기서 이미 산이 덕임에 대해 다 알아봤다는 게 나와서 또 깜짝 놀랐다. 증좌가 없어 그냥 넘어간 게 아니라 그후에 덕임이 어떤 사람인지 세작 노릇을 하는지 아닌지 알아보고 나서 서고에 자주 들러 편안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미 덕임을 믿을 만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그후에 함께 한 시간이 그위로 쌓인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궁밖에 나와 덕임과 마주하니 어쩐지 설렜나 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에게 사줄 것이 있다고 웃으시는 세손 저하 표정이 너무 예쁜 거 아닙니까... 그리하여 덕임을 서점 같은 곳으로 데려간 산은...

 

신간 패관소설 코너 훑고 있는 덕임에게 동국문헌비고, 시경 등등을 안겨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려주면 너도 좋아하겠지, 란 지극히 세손 저하다운 발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정조는 패관소설을 몹시 극혐하여 문체반정을 일으킬 정도였고, 패관소설 문체로 글을 짓는 신하들을 문책하고 반성문을 지어 올리라 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조 자신이 신하들을 발라버릴 정도로 뛰어났고 그러니 신하들을 그렇게 찍어누를 수 있는 것이고, 신하들은 명분도 실력도 반발할 처지가 못되었던 것이다.

 

아니 그래도 나름 첫 데이트라고 설레하며 데려간 곳에서 백과사전에 교양 서적이라뇨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썸남이 나와 첫 데이트로 서점 가서 <사피엔스>나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거 사주면서 왜 기뻐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 하나요......

 

자신을 그때의 그 겸사서로 여겨 편하게 대하고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 산. 겸사서인척 덕임을 속이며 보냈던 시간을 짚어본다.

 

사실 산은 자신의 마음이 왜 이렇게 요동치는지, 왜 덕임에게만 유난히 이렇게 물러지는지,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그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보거나 그 마음의 정체를 알려 하지 않았을뿐. 그런데 이 순간이 닥치자, 더는 회피하고 싶지도 모른척 하고 싶지도 않아진 것이다.

 

"서고에서 너와 보낸 시간이, 특별했으니까."

 

덕임과 함께 보냈던 그 시간,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 세손의 무거운 책무와 위협과 어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잊을 수 있었던 그 시간, 그 시간이 산에게는 무척 특별했다. 그래서 산은 알게 된 것 같다. 그 시간이 그럼 왜 내게 특별했던 것일까.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아니면.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

 

이 말을 하면서 산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게 되고 인정하게 된 것 같다. 그후에 곧바로 어머니 혜빈에게 가 덕임은 자신의 사람이니 건드리지 말라 단호하게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때문에 혜빈 역시 덕임에 대한 산의 마음을 눈치챘다. 

 

산의 고백 아닌 고백은 덕임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덕임 역시 왜 산이 왕세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편하고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인지, 산이 겸사서인 줄 알았을때 왜 그토록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위험한 일까지 했던 것인지, 산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건, 그 시대상으로는 그저 납득할 수밖에 없는데도) 덕임 역시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책을 받아 돌아온 날 밤에도. 친구들과 함께 원삼을 입어보려 했던 것도 잊어버린다. 산의 마음을 눈치챘는데도 설마 설마 싶다. 정말 그렇다고? 저하가, 나를...?

 

믿을 수가 없는 때에 결정적 한 방이 터진다. 산의 생각에 심란해 옷을 입어보고 연습하는 데에도 떨어져 나와 혼자 있는데 갑자기 산이 달려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임금의 승은을 입은 것이냐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이때의 산은 앞뒤 구별조차 못할 정도로 그저 덕임만 보고 달려온 것이다. 그 냉철한 산이, 그 똑똑한 산이, 그저 덕임이 머리를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눈앞이 캄캄해져서는. 

 

아직도 눈알 굴리다 냅다 도망가는 세손 저하만 생각하면 너무 웃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으니, 덕임과 덕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덕임과 덕로는 산의 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 결정적인 사건은 덕임의 마음의 파도를 넘치게 만들었다. 산이 잡았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덕임. 결국 밤새 잠을 못이루고 뒤척이다 계례식에 늦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생에 한번뿐인 날이라 설레서가 아니라 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렌다. 어쩔 수 없이 떨린다. 세손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야 봇물처럼 흘러내리는 덕임의 마음. 안심하고 내보이는 덕임의 연심. 

 

산은 덕임의 계례상을 받을 생각에 설레고, 덕임은 산에게 계례상을 올릴 생각에 설렌다.

 

궁녀들은 기본적으로 왕의 여자다. 평생 다른 누군가와 혼인할 수 없고 그건 출궁해서도 마찬가지다. 칠백의 궁녀가 오직 왕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고 왕을 모시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일생에 한 번, 정식 여관이 되기 전, 왕과 혼례를 올린다는 의미로 계례식을 치러주는 것이다. 특별히 원삼도 하사하고 머리 장식도 꾸밀 수 있게 해주고. 다만 동궁에 주인이 있으면, 동궁의 궁녀들은 혼례를 올리는 대상이 왕이 아니라 동궁이 된다. 

 

이건 그냥 계례식이 아니었다. 산은 덕임과, 덕임은 산과, 혼례를 올리는 것이다. 두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그래서 들떴다. 명목상의 계례식이 의미를 지니고 성큼 다가온다.

 

그런데 혜빈은 그걸 용납할 수가 없다. 혜빈 홍씨, 즉 우리가 혜경궁 홍씨로 알고 있는 정조의 어머니는 조선 왕실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사람중 하나다. 남편이 미쳐 날뛰다 아버지에 의해 죽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여인. 남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 대신 아들을 택했던 여인.

 

혜빈은 누구보다 냉정하다. 감정 따위는 없다. 그저 아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 중차대한 시기에 산이 궁녀에게 흔들리고 궁녀에게 승은을 내리기라도 한다면, 그게 영조의 귀에 들어간다면, 반대파들에게 빌미를 주게 된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산은 그저 정석대로 대답했을 뿐인데.

 

산과 덕임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되고 말았다. 붕 떴던 마음이 와장창 깨지고 가라앉는다. 

 

산은 끝까지 세손으로서의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는다. 지금 그 어떤 말도 어떤 위로도 건넬 수 없는 것이 산의 위치이고 산의 한계다. 

 

어머니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산은 아직까지 덕임과 뭘 어찌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사대부가 여식이 어쩌고 저쩌고는 어머니의 비위를 맞춰 어머니를 안심시키려 한 말이지 산의 본심도 아니고. 그저 산과 덕임은, 이제 막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고 설레고 들뜬 청춘들이었을 뿐이다. 미래가 어떻고 그래서 그다음엔 저떻고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그저 사랑에 들뜨기 시작한 청춘이었을뿐. 

 

그 들뜬 마음에 찬물을 부으며, 혜빈은 두사람에게 현실을 보라 한 것이다. 

 

산은 혜빈을 찾아와 덕임을 건드리지 말라 경고했다. 혜빈은 굳이 덕임을 불러 그 사실을 말해준다. 덕임은 산의 마음을 다시 깨달으면서 동시에 산과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깨닫는다. 

 

자신은 궁녀이고, 산은 왕세손이다. 산이 짊어지고 있는 것, 산이 처한 현실, 산이 나아가야 할 길에 자신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뼈저린 자각. 산의 마음을 깨닫는 것은, 덕임에게 상처가 된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아야만 한다. 덕임은 산에게 화가 나거나 삐치거나 서운한 게 아니다. 그런 얄팍한 감정이 아니다.

 

덕임에게는, 산의 옆에 있을 수 있는 그 어떤 핑계가 좋은 핑계가 필요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겸사서인척 덕임을 만날 수는 없었겠지만 이런식은 상상도 못했을터.

산은 몹시 당황스럽다. 세손인 걸 들킨 것으로도 모자라 겸사서인'척' 했던 것까지 한큐에.

진짜 겸사서 홍덕로, 요망한 것,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가 바로 개입하는 거 보소.

 

얼마나 당황했으면 가는 길조차 헷갈려서 엉망진창이다. 이때부터였나, 덕임과 얽히기만 하면 허둥지둥대게 되는 것이.

덕임은 기가 막힌다. 겸사서 나으리인 줄 알았던 양반이, 그래서 최선을 다해 구하려고 했던 사람이 왕세손이었다니. 지금까지 자신을 속여온 거였다니.

 

세손 저하 덕임이 낚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쓰이게 하지 마라, 피곤하다 등등으로 말하면 덕임이 여느때처럼 뭐라도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순순히, 공손하게 대답하니 오히려 당황스럽다.

그럴 애가 아닌데. 

망설이는 발끝.

아니나다를까, 발끈한 덕임은 왜 사람들 속이냐며 격분하여 문에다 소금을 뿌려댄다.

나가는 척 문 닫는 소리까지 내서 덕임이 낚고 숨어있던 세손 저하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회에 산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기는 하지만, 아마 이런 게 싫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고 덕임을 계속 마주칠 생각도 없었기에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나 덕임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이 더없이 편안하고 특별했기에,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세손이 되면 덕임은 이렇게 거리가 멀어진다.

겸사서와 생각시가 아니라 세손과 궁녀가 되니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손에 죽었다. 그 할아버지가 언제 자신까지 죽이거나 내칠지 모른다. 평생 왕세손으로 살아가는 법밖에 몰랐던 산이기에, 더욱더 스스로를 옭아매고 할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스스로를 단도리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던 산에게 덕임과의 시간은 세손으로서의 부담이나 무게감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더없이 편안하고 더없이 즐거웠던, 특별한 시간.

 

이제 그 시간이 끝나 버렸으나, 끝내고 싶지 않다. 해시계를 가져와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으나, 산의 진심은, 산이 진짜 듣고 싶었던 말은 비난도 힐난도 아닌 이해였을지도 모르겠다. 

 

덕임의 말은 심지어 자신을 깨우치는 말이다.

백성을 섬기는 바른 자세를 덕임을 통해 통렬하게 깨닫는 산, 새삼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너무 맞는 말이고 너무 옳은 말이기에 말문이 막혀 버렸으나, 한편으로 산은 서운하다.

그럼 덕임은 속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분한 마음이 전부인 것일까.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았다."

자신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못박고 가버리는 산. 잘못했으니 화를 낼 수도 원망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나 서운하다.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나타나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 정식 지밀나인이 된 것도 아닌데 어린 생각시에게 모든 것을 떠밀어 버리는 거 거 너무한 거 아니요. 

 

덕임에게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고 하긴 했으나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힐 수 없는 산은 덕임과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서고와 가까운 서연 장소를 탈출하고자 하고, 덕임이 앉아있는 것을 대번에 눈치챈 덕로는 일단 덕임을 내보낸다. 

진짜 산은 덕임 말고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1도 없구나. 새로운 아이가 들어와 엎드려 있는데 눈길을 전혀 주지 않다가 덕임이가 고개 드니까 그때야 알아보네. 

 

다른 나인에게는 가차없는 세손 저하 허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는 밈이고, 근데 특별한 건 맞쟈나요. 참고 또 참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임이가 거슬려 죽는데 화를 안 내려고 참고 또 참음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짜증을 억누르는 등짝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다 참다 드디어 아는척 하는 세손 저하.

앗, 눈에 띄지 말라고 했으니 그 핑계로 배속을 바꾸어야겠다,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어림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몹시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또 덕임이가 없는 건 싫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 맘대로 배속을 바꾸느냐는 세손 저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옆에 있다 보면 없는 사람처럼 될 것이라는 말은 사실 산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과도 같다.

더는 저 아이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한낱 궁녀 따위에게 내가 왜. 

차라리 얼굴을 계속 봐서 익숙해져 버리면 신경을 쓰지 않게 되겠지. 

 

산에게 실망했다고 쏘아붙이고 화를 냈던 덕임이었으나, 산이 세손임을 알았어도 겸사서 나으리인줄 알았을 때 품었던 호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는 산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살짝 내려앉는 덕임. 연적의 목을 조르며 분을 풀려 애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녀는 3교대 근무라고 들었는데 우리 덕임이는 왜 밤이 되어도 처소로 돌아가지 못한 거죠.......

 

겸사서 나으리가 세손 저하로 바뀌었고 그 어마어마한 차이에 주눅이 들 법도 하건만, 덕임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믿음과 편안함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산이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자 산의 눈치를 보며 비 구경을 하는 걸 보면, 그럴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덕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산을 믿고 편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꾸만 보게 되면 결국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말이 됩니까 세손 저하.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에서 멀어지는 법이랍니다.

자꾸 보니 또 보게 되고 또 보니 마음이 울렁이고 일렁여 결국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것이랍니다.

 

세손 저하의 마음에 꽃이 활짝 피었다.

덕임이라는 꽃이.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손의 구명을 요청했던 생각시는 세손을 제거하려는 화완옹주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덕임을 죽이려 한다. (곤장 100대 맞으면 대부분 맞다가 죽거나 살아남아도 장독이 올라 죽는다고 하니....)

 

그순간 나타나 덕임을 구하는 산. 그러나 화완옹주는 이 일을 억지로 중궁전으로 끌고 간다. 중전을 개무시하고 있는 화완은 결국 중전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중전의 명으로 궁녀를 처리하면 자신의 손도 덜고 이래저래 좋은 것이다.

 

결국 중전은 화완에게 밀려 자신이 제안했던 해결책을 밀어붙이지 못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는 없다. 두텁떡을 준비해놨던 것으로 보아 곧 왕이 행차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고, 그 시간까지 화완옹주가 가지 못하게 붙들어둔다. 이제 이 일은 일개 궁녀의 일이 아니라 중전과 화완옹주의 자존심 싸움이요, 산이 덕임을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의 문제로 변했다.

 

과연 왕은 중궁전으로 행차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중전을 엿먹일 생각에 골몰한 화완옹주는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쓴다. 떡을 준비한 중전을 엿먹일 방법은 그 떡이 왕에게 해로운 것이라 우겨서 못 먹게 하는 것.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사람 표정 보니 이런 쌩쑈가 한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화완옹주가 중전과 세손이 한팀이 되도록 밑밥을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덕임의 도움으로 화완옹주의 마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산. 저 지엄한 와중에 덕임을 살핀 산, 대단하다.

 

쟤가 걔네, 성가 덕임!

 

아니 아직 생각시인데 덕임이 궁중 슈퍼스타야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손 저하와 중전 마마, 옹주 자가로도 모자라 왕이 내 이름을 알아요.... 

 

이때를 틈타 중전은 반격을 시도한다. 화완옹주가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고 있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친 셈인데, 산의 명쾌한 해법은 화완옹주를 엿먹이고 중전의 체면까지 살려준다.

 

서로가 서로를 살린 셈이다.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개 궁녀라 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줄 알게 된 산.

 

망둥이처럼 뛰어다닌다고 반성문 쓰게 할 때는 언제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인은, 확실히, 세심하구나."

 

이 말 안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덕임은 '일개 궁녀'가 아니라 산에게 드디어 '여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말은 덕임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산의 칭찬이 덕임을 뒤흔든다. 산의 말이 주는 뉘앙스를, 그 의미를 덕임 역시 느낀 것이다.

 

혜빈이 덕임을 궁에 넣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사실 역사에서는 헤빈이 덕임을 궁으로 데려와 직접 길렀다고 할 만큼 아낀 것 같은데, 드라에서는 혜빈에게 덕임은 그저 '한낱 궁녀'일 뿐이었던 것 같다.

 

살려주고 궁녀로 넣어준 은혜를 갚으라며, 산이 기방 출입을 하는 것 같으니 확인하라는 혜빈. 

덕임은 산이 그럴 리가 없다 말하다 아차, 한다. 그만큼 산을 믿고 있고 그만큼 산을 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럴 자격이 없는데도.

 

아니 근데 진짜 세손 저하가 기방 가잖아요...

덕임이 배신당한 것 같은 표정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는 걸 확인하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담을 넘은 건 덕임이 사심이 없다고 말 못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대놓고, 엉성하게 뒤를 쫓는데 안 들킬 수가 없잖아요...

 

안 그래도 덕임이 거슬리기 시작한 덕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세손을 미행한 것은 큰 죄다. 가차없이 죽이라 말한다.

 

"멈춰라!"

 

산이 등장한다.

부제가 뭔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3회에서 누가 산의 편이고 누가 산의 편이 아닌지가 나온다.

 

책을 읽어 어떻게 궁녀들을 구하나 했더니, 산이 말마따나 덕임이만 할 수 있는 거였다. 덕임이가 책을 읽어준다고 해야 사람들이 재미있게 놀던 것을 멈추고 달려오니까. 책을 읽어주겠다는 핑계로 사람들을 모은 덕임은 아무 책이나 들고 아무 말이나 한다. 그런 후 그전에 연습을 해야 하니 출생 순서대로 문을 나가라고. 뭔 말인지 모르겠으나 순순히 따르는 궁녀들. 중간에 어린 생각시가 울면서 달려오고 호랑이 소리가 들려 아수라장이 될뻔 했으나 서상궁의 기지로 그 많은 궁녀들이 크게 다치지 않고 모두 무사히 빠져나간다.

 

여기서 덕임이 읽어주려던 책이 '운영전'인데, 이 책의 내용은, 궁녀가 선비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아무 책이나 가져와 되는대로 말한 게 운영전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시들을 구하러 갔다가 호랑이와 마주친 덕임. 실제로 호랑이를 마주치면 그 무시무시한 안광과 기운에 압도되어 꼼짝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덕임은 너무 큰 공포에 질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호랑이가 달려들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불화살이 호랑이를 쫓아낸다. 진짜 지척까지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가. 덕임이 궁녀들을 빼내지 않았다면 호랑이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을지 모를 일이다.

 

상한 곳은, 상한 곳은 없느냐? 걸을 수는 있고?

 

이 다급한 와중에 덕임을 구해주고 덕임의 상태를 묻는 산은, 다정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정조는 명궁이었다고 한다. 50번을 쏘면 49번을 명중시키고 너무 다 잘 하면 겸손하지 않은 거라 여겨 한 발은 일부러 빗겨 쐈다는 전설의 명궁.

 

아버지인 사도세자만큼 무를 숭상한 것은 아니나, 정조는 문무에 모두 뛰어났던지라 신하들에게도 활쏘기까지 잘 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그중 채제공과 정약용은 활쏘기에 뛰어나지 못하여 만날 구박받았는데, 채제공은 무수한 연습 끝에 활쏘기를 제법 잘 할 수 있었고 정약용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두사람이 각자 일기 같은 기록에, 채제공은 역시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으쓱으쓱 이었던 반면, 정약용은 그깟 활쏘기 선비에게는 글 읽는 게 더 중요하다 웅얼웅얼 비슷했다는 게 내 웃음벨. 

 

위급한 순간인지라 서둘러 떠나야 하지만 그 찰나에도 서로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산은 덕임이 잘 걸을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떠나고, 덕임은 가다가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부디 무사히길 바라며.

 

하, 개머싯서.... 위에서 내려찍는 이 각도 넘나 사랑한다.

 

서투른 솜씨로 쪄본 이 움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3회 시청할 때는 정신 놓고 보느라 몰랐는데 4회까지 보고 다시 이 장면을 보면, 산이 쏘는 화살 말고 화살 한 대가 더 산을 빗겨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호랑이 사냥을 하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산을 사냥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산은 호랑이를 잡는다. 이것으로 잘 마무리되나 했으나 그럴 리가.

 

겸사서 나으리가 출근할 때마다 들러 물을 마신다는 우물가에서 산을 기다리는 덕임. 무사히 호랑이를 잡은 것 같은데 미처 고맙다는 얘기를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라고 하지만............. 산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보고 싶은 것이다. 벌써 산을 떠올리기 시작하는 덕임.

 

5회 방영 전까지 산과 덕임의 감정을 잠시 짚어볼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이미 산과 덕임은 서로에게 상당히 많이 스며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구해준 산을 떠올리는 덕임의 얼굴에 약간의 설렘과 홍조가 지나간다.

 

진짜 겸사서 홍덕로와 마주친 덕임은, 호랑이를 잡아 상을 받기는커녕 호랑이 사냥에 나선 동궁과 사냥에 참여한 모든 이가 벌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조보를 읽을 줄 아는 덕임 짱멋있어.

 

이게 당최 무슨 소리인가. 그럼 궁녀들이 호랑이 밥이 되고 나서야 허락해 줄 거였느냐는 덕임의 말에 차라리 희생이 좀 있고 나서야 그 다급함을 인정받아 벌을 면할 수 있었을 거라 중얼거리는 덕로... 인성 보소. 여기에서 이미, 자신의 성공(즉, 산이 무사히 즉위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덕로의 성정이 잘 드러난다. 실제로 홍덕로 즉 홍국영은 정조의 즉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베팅한 인물이기도 하다.

 

덕임이 말하는 겸사서가 자신이 아님을, 그리고 산이 덕임에게 겸사서 노릇을 했음을 단박에 눈치채는 덕로. 찾아보니 겸사서는 한 명뿐이란다. 그러니 덕임이 겸사서를 찾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자신과 가장 가깝다 생각했던 주군이, 자신이 모르는 일을 벌였다. 일개 궁녀에게 겸사서 노릇이라니. 도대체 이 궁녀와 저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쎄한 느낌은 잘 들어맞는 법이다. 덕로는 본능적으로 덕임이 산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임을 눈치챈다. 산과 자신에게는 다른 의미겠지만.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면 용도 잡을 수 있겠지요.

 

이제 산의 적과 동지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좌의정 홍정여, 즉 홍인한. 홍인한은 혜경궁의 작은아버지로 세손의 즉위를 앞장서서 반대하다가 정조 즉위 후 몰락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내내 쎄했던 제조상궁은 홍정여와 함께 세손을 끌어내릴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영조의 막내딸 화완옹주 역시 세손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다. 제조상궁을 제외하고 모두 역사적으로 정조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며, 정조 즉위 후 몰락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산의 생각에 심란하던 덕임은, 책을 빨리 필사해 영조에게 바치고 동궁을 구해달라 청할 것이라는 군주들의 말에 힘을 낸다. 동궁이 용서를 받으면 동궁과 함께 사냥에 나섰던 사람들도 용서를 받을 것이니.

 

산이 밤낮으로 대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드릴 동안 덕임은 산을 구할 생각에 밤을 새워가며 필사를 하고 책을 완성한다. 그러나 늘 군주들을 예뻐하던 영조였으나 이번에는 알현을 허락하지 않고 군주들을 방편을 찾아내기 위해 중전을 찾아간다. 

 

그동안의 드라마나 영화 때문에 정순왕후와 정조가 적이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정조 승하 후 정순왕후가 어린 순조 대신 대리청정을 하며 정조의 사람들을 귀양 보내고 숙청하고 정조의 정책 일부를 폐기하기는 했으나, 정조와 정순왕후는 세손 시절부터 승하할 때까지 그렇게 나쁜 사이가 아니었다. 정조는 독살당하지 않았으며, 승하할 때 즈음에 이르러서는 정순왕후를 불러 뒤를 부탁하기도 했다. (순조가 어렸으므로) 적극적으로 세손의 편을 들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세손의 즉위를 막지도 않은 지금 이 스탠스가 역사적인 정순왕후의 스탠스에 가장 맞는 편이다.

 

군주들은 대전에 들어갈 수 없으나 덕임이까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으니 덕임이 네가 갈 수 있다는 현명한 계략을 내준 정순왕후. 제조상궁은 아리까리한 말로 세손을 구명하지 말라는 식으로 충고하고, 덕임은 고민 끝에 일단 영조를 알현하기로 결심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 선택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

 

덕임의 소원이 벌써 이루어지는 모양새다. 덕임은 여기서 굉장히 큰 결정을 한 것이다. 일개 생각시가 임금을 만나 동궁의 용서를 구한다니,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 (더구나 상대는 아침저녁 기분이 다른 영조) 임금이 용서하지 않는 동궁을 일개 생각시가 나서서 용서하라 마라? 덕임은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대전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세손. 어쩐지 겸사서 같은데, 근데 쟤는 세손이라 그러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덕임. 하긴 너무 멀어서 얼굴이 잘 안 보이기는 하다....

 

밖에서 자신의 손자가 밤낮을 엎드려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데 어느 고추장이 맛있느냐 재고 있는 영조. 이건 사실 모두 굉장히 정치적인 행위다. (영조가 순창 고추장을 무척 좋아해 밥 먹을 때 꼭 고추장이 있어야 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기는 함) 홍정여를 비롯한 신료들의 입에서 세손이 왕을 무시한다는 발언이 나온 지금 섣불리 용서하면 자신의 권위에 대든 모양새인 세손에게 왕의 권위를 보여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세손이 벌을 청하는 모양새여야 한다.

 

군주들은 조바심이 나서 덕임까지 들여보내며 난리를 쳤지만, 영조처럼 노회한 영감이 그런 계산을 안 했을 리가 없다. 자애로운 할아버지인척 자신이 좋아하는 고추장을 맞춘 덕임에게 가래떡을 상으로 내리는 영조.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영조의 말에 산의 모습을 떠올리는 덕임. 덕임의 마음에 산이 얼마만큼 스며들어 있는가가 보이는 장면이었다. 자신을 구해주었던 모습이 아니라 서고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냥 겸사서 그 자체가 좋아진 것. 자신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산을 구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산이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자체로 동궁을 용서해달라 말한 것인데, 말하자마자 바로,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설정해 놓은 기준이 있는데 감히 일개 생각시 따위가 용서를 청하다니, 영조는 분노한다. 덕임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전기수라는 사실이 여기서 유용하게 먹힌다. 덕임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살려달라 청한다. 영조가 마침 한 냥을 주어 백 냥이 된 시점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역피셜로 덕임의 아버지는 혜경궁의 친정 청지기였다. 집안이 몰락하고 어려워지자 혜경궁이 거두어 딸처럼 키운 것인데, 드라마에서는 덕임의 아버지가 역적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사도세자를 모시다 사도세자가 죽으면서 함께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튼 자신의 절절한 이야기로 영조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

 

애초에 죽일 생각 없었다는 영조. 아니 그러기엔 너무 무서웠잖아요..... 때를 기다린다는 영조의 말에서 모든 수를 놓고 움직이는 영조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권위에 감히 대항한 세손에게 화가 난 것도 있지만, 세손이 진짜 위험했을 수도 있다는 데에 빡친 것도 맞다. 주변에서 보지 못하게 가린 후에야 산을 안아 다독이는 영조.

 

끝내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 산이나,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사실은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영조나 그래, 니들 할아버지와 손자 맞다 싶다.

 

그리하여 풀려난 산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서고다. 

 

아니, 저하.... 덕임이가 언제 그렇게 예쁘게 웃어줬단 말입니까. 언제나 치고박고 으르렁대지 않았어요? 그런데 산의 기억 속에서 덕임이는 상당히 미화되어 있다. 자신도 모르게 덕임의 환영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는 산. 이미 빠져있는데요, 저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덕임이다. (덕로 아님)

 

하... 이 장면 왜케 짠하지... 왠지 나아중에, 산이 덕임을 보내고 나서 이런 식으로 덕임을 찾아다닐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찌르르르하다.

 

영조의 무시무시한 압박 속에 기절했다 깨어난 덕임이 제일 먼저 찾은 곳도 서고다. 세손이 용서받았으니 겸사서도 풀려났겠지, 산이 보고 싶어 한달음에 서고로 달려간 덕임.

 

니들 똑같아... 눈 뜨자마자 보고 싶은 사람, 그거 사랑이야... 사랑이라고오....

 

청연군주가 덕임이를 이끌고 세손에게 달려간다. 청연군주 입장에서는 덕임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고 아무튼 덕임이 용서를 청한 후 오라버니가 용서를 받았으니 덕임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오라버니에게 칭찬을 듣게 하고 싶어 데려갔을 텐데.

 

내 귀가 잘못됐나? 지금 덕임이라고 했어?

 

나중에도 나오지만, 산은 정말 궁녀들이나 주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청연군주가 누굴 데려왔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청연군주에게 잔소리를 하다 뒤늦게 눈치챈 것이다.

 

아니 내가 아직 쟤한테는 겸사서란 말이다. 아직 들키면 안되니 빨리 부채를 달라는데 세손 저하께서 더우시다는 좌익위, 아 그러시군요 부채질을 하는 내관, 오라버니 더우셔요 묻는 청연군주.... 대환장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히 얼굴을 가리는 산.

 

언젠가는 자신의 정체를 말할 생각이긴 했을까, 산은. 들키고 나서 덕임과 얘기하던 산의 모습으로 보건데, 가능하면 아주 오랫동안 말 안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자신이 세손일 때 덕임이 어떻게 할지 불보듯 뻔했고, 덕임과의 편안한 시간을 가능하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으니.

 

아니 근데 무슨 연못 물이 4K잖아요.........

 

이렇게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는 후문이.... 캬아! 아니 이게 뭐야. 이렇게 정체 알아채는 드라마 난생 처음이야. 

 

아니 저 얼굴은 겸사서인데... 세손 저하잖아.

 

충격과 배신감이 동시에 어리는 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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