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런 키스 러브 인 도쿄 시즌2_9회
대만판 악작극지문과 비교해 보면, 시즌1은 에피소드의 차이가 거의 없다. 악작극지문에서 에피소드를 좀 더 세세히 다루었고 그래서 방영 시간이 더 길었다는 것. (대만판은 43분 기준 35부였던가 그렇고 일본판은 43분 기준 16부작이다)
그러나 시즌2에 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뼈대는 거의 같은데 방영시간 기준으로 보면 대만판 악작극지문2가 거의 두 배로 길다. 그래서인지 일본판에서 다루지 않거나 못한 에피소드들도 다 다루었고(샹친이 집 나가는 거, 선생님이 되려 준비하는 거 등등) 심지어 마지막회는 독창적인 창작품이기까지 하다. (이건 16부 다루면서 다시...)
그런데 그 긴 이야기에서 다루지 않은 또는 못한 에피소드가 딱 하나 있으니 바로 이 리카 에피소드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의 전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단한 컬처 쇼크였어................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코토코.
잘생기고 능력 있는데다 한눈 팔지 않고 멋있는 남편, 다정하고 상냥한 시부모님, 유키야 뭐 그렇다치고 아버지, 넉넉한 집안 형편, 신체건강, 지금의 코토코에게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 같았다.
리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리카는 무려 이리에 군의 사촌여동생이다.
그런데 이리에 군을 바라보는 눈빛이 다르고, 스킨십이 거침없다. 이리에 군은 웃으며 그걸 다 받아준다.... 워낙 친했다고 하고, 피로도 엮여 있으니까.
....라고 하지만 리카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일본에서는 사촌끼리 결혼이 가능하다며................... 억.
코토코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 간다. 일부러 모토짱에게 맛있는 것까지 사 주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불길함만 커지고(왜 하필 모토짱이었니....) 리카는 대놓고 이리에 군을 돌려달라고 한다.
농담이라며 넘겼지만 결코 농담 같지 않은 말투.
게다가 목욕하고 있는데 같이 들어와서는(이게 목욕탕이 아니라 이리에 일가가 쓰는 목욕탕.....이었어.... 이것도 쇼크) 이리에 군과 첫키스를 했다는둥, 이리에 군이 키스를 제일 잘했다는둥 코토코의 염장을 지른다. 결국 코토코는 목욕탕에서 기절.
게다가 코토코의 앞치마를 뺏으려 들지를 않나,
여러모로 코토코와 리카의 기싸움은 계속된다. 더욱 안 좋은 것은, 리카가 코토코보다 여러 모로 더 나은데다 이리에 가와 오래 전부터 아주 친숙하게 지내 왔다는 것이다. 사촌이니까 뭐.........
리카는 미인인데다 요리도 잘 하고 머리도 좋다. 이리에 군 주변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구나. 이쯤 돼야 이리에 군을 차지할 만 하다고 다들 생각할 만도 하네. 리카도 아마 사호코가 사촌 올케였다면 감히 덤빌 생각을 못했을 텐데, 상대가 코토코라 만만하게 보는 거다. 게다가 코토코는 단순하고 이리에 군밖에 몰라서 자극하는 게 무척 쉽다. 어찌 보면 한심할 수도 있다, 다 큰 어른이 고등학생의 수에 넘어가 쩔쩔매는 게.
리카와 코토코의 신경전을 집안 사람들이 모를 리가 있나. 특히 이리에 군이.
코토코가 준 요리는 맛이 없다고 여지없이 잘라 말하지만 커피를 부탁하는 이리에 군.
리카가 얼른 준비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리에 군은 커피만큼은 코토코가 잘 한다며 코토코에게 부탁한다. 커피, 는 예전부터 이리에 군과 코토코 둘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증명하는 어떤 상징물 같은 거였다. 그걸 리카에게 넘겨주지 않아서 이리에 군에게 고맙기까지....
라고 하려 했지만 뭔가 웃기는 상황이잖아...
이리에 군은 코토코와 리카가 신경전을 벌이는 걸 알고 있고, 은근히 아내 편을 들어준 거다. 리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등학생 사촌여동생과 그러고 있는 코토코가 한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리카가 코토코를 자극하고 건드리면서 코토코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친하게 지냈던 사촌여동생이니 이 정도 선에서 그치는 것.
고마운 시어머니.. 한결같이 코토코 편이야. (어쩌면 이 두 여자만 처음부터 이리에가 아니라 나중에 이리에,가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네)
리카는 이리에 군의 메시지를 단박에 알아들은 듯 하다.
치사한 방법으로 딱 코토코만 있을 때를 골라 공격한다. 나오키를 돌려달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두 사람의 결혼 사진이 담긴 카드 지갑까지 떼어 버린다. 이 정도면 굉장히 무례하고 질 나쁜 행동인데, 카드 지갑 때문에 열 받은 코토코가 리카를 밀어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애꿎은 코토코가 뒤집어썼다. 게다가 어쨌든 리카는 고등학생이란 말이지.
이리에 군은 앞뒤 사정을 모르고 코토코에게 화를 내는 것 같다. 코토코는 참담한 기분이 된다.
그러나 이리에 군은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리카를 다치게 해서 미안해서 못 들어가는 코토코가 만취해 돌아온 날 밤,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안아 데리고 들어가며 리카에게 코토코 대신 사과하면서 분명히 말한다.
"코토코를 너무 화나게 하지 마."
이리에 군은 코토코가 아무 이유 없이 리카를 다치게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다. 두 사람이 무슨 언쟁을 벌였는지는 몰라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항변하는 리카의 말을 잘라버리는 것도 그렇고, 이 정도면 이리에 군은 최선을 다 해 예의를 갖춰 리카에게 선을 그은 거다. 그걸 인정하지 않은 건 리카일 뿐.
그래도 인정하지 않고 리카가 고집을 부리며 코토코를 건드리자 이리에 군은 분명히 말로 해준다.
어떨 땐 직접적인 것이 도움이 된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맥주를 가지러 간 코토코를 따라 와서 이리에 군을 돌려 달라고, 이리에 군에게 누굴 더 좋아하는지 물어보자고 당당하게 도전하는 리카.
사실 물어보나마나였는데, 케이타 사건을 겪고 나서도 깨달은 게 없었던 거니, 코토코............ 네 남편은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나도 네 남편도 네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코토코가 왜 좋은지 이번 회를 통해서야 우린 이리에 군 입으로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코토코의 지치지 않는 열정, 파워, 끈기, 그런 것들은 결코 이리에 군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다음 회차에 코토코의 외가에 가서도 다시금 증명되는 거지만, 이리에 군이 코토코의 수많은 단점을 가끔은 못참아 하면서도 코토코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그런데 뭐 결국 그건, 코토코의 모든 것을 다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코토코를 사랑한다는 거다. 그 수많은 단점들을 다 상쇄시키는 장점이 있기에, 코토코라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기에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사랑하는 거다.
그건 리카가 절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이리에 군은 어디서 이런 스킬을 배운 거여.........
이리에 군이 자신에게 질렸겠거니, 이제는 리카를 선택하겠거니 지레짐작으로 울고 있는 코토코.
이리에 군을 떠나 혼자 살 결심을... 결심을... 하는 코토코의 말을 키스로 막아 버리는 이리에 군. 코토코가 그럴 수 없으리란 것을 알지만 그런 말 자체가 듣기 싫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키스해 놓고 결심이 섰냐고 묻는다. 아니 그러면 떠날 결심이 어떻게 서겠어 ㅎㅎ
아이고 이 바보야... 같은 느낌의 그러나 이 사랑스러운 바보, 의 느낌이 강한 키스. 코토코는 계속해서 주변에서 이리에 군보다 훨씬 못하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아직도 듣고 산다. 객관적 조건으로 보면 그렇겠지. 심지어 코토코 아버지마저 코토코가 이리에 군보다 못하다고 하는 실정이니. 마츠모토 같은 강적도 있었고 사호코와는 결혼도 하려 했던 이리에 군이다. 그러니 아무리 이리에 군이 케이타 때문에 몇 달을 질투심에 절절 끓었어도 이리에 군에게는 자동반사적으로 작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나타난 리카 역시 '잘난 여자'의 대명사이니 더더욱 그렇겠지.
그러나 코토코의 파워 이리에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할 것이다. 코토코는 이리에 군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결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사랑한다.
"이리에 군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라고 리카에게 외쳤던 것처럼.
이리에 군은 조곤조곤 코토코를 달래준다.
너에게 의심받을 만한 짓은 한 적이 없다, 내가 널 선택했으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라.
처음엔 이게 웬 재수없는....이라고 했다가 곰곰 생각해 보니, 이리에 군은 코토코의 열등감의 배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싶었다. 코토코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머리가 나빠 얼마나 자신과 비교 당하는지, 코토코 스스로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끝끝내 그것을 해내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든지 잘 알고 있는 거다. 그 과정에서 이리에 군 본인도 짜증을 낼 때도 있고 버럭거리기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비판과 비난과 늘 맞서 싸워야 하는 코토코. 그럼에도 지지 않고 늘 사랑스럽고 활기가 넘치는 건 어찌 보면 정말 대단한 거다.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고 못났다 그러고 멍청하다 그러면 나는 코토코보다 더 땅을 파고 들어갔지 싶다. 거기에 주눅 들지 않고 헤쳐 나가려 하는 코토코는 정말 대단한 거다. 그걸 시즌을 전부 다 보니 알 것만 같다. 그리고 이리에 군은 누구보다 코토코의 그런 에너지와 노력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결국 리카보다 너를 더 사랑한다, 그러니 우울해하지 말고 힘을 내라,
정도의 이리에 군 식의 격려와 위로의 말이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표현 - 키스를 덧붙여서. (개인적으로는 코토코가 이리에 군에게 완전히 포옥 안기고 이리에 군이 꼭 안아주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코토코 뒷모습 너무 귀여워.........저 통통한 무다리.........
마침내 완전히 패배를 인정하고 떠나는 리카. 이리에 군과의 키스 얘기도 사실은 완전히 뻥이었어... 아이 시절 리카가 일방적으로 이리에 군에게 입맞춘 게 무슨 키스야.... 라고 하려다보니 그럼 코토코와 이리에 군, 얘네 첫키스 때 일방적인 뽀뽀 그 이상이었다는 거야? 허얼... 이건 다시 미스터리로...
우리의 단순한 코토코는 리카가 사과하고 카드 지갑을 선물하고 갔다는 데 완전히 마음이 풀렸다. 하긴 이게 바로 코토코의 장점이다. 뒤끝 없고 단순하고 사람 좋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