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런 키스 러브 인 도쿄 시즌2_10회
10회는 이리에 군이 코토코와 코토코 아버지와 함께 성묘를 가는 에피소드다. 코토코의 친척들이 너무 부산스럽고 시끄럽고 요란해서 정신이 없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코토코에 대한 이리에 군의 깊은 마음이 잘 드러나는 회차라 좋다.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성묘를 가려는 코토코와 코토코의 아버지.
성묘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이리에 군이다. 매년 성묘 가는 때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는 같이 가자고 한다. 이리에 군이라면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어하는 코토코가 이번에는 웬일로 우리끼리 다녀온다고 펄펄 뛰는데...
코토코의 어머니는 코토코가 여덟살 때 돌아가셨다. 햇수로 18년째란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장모님이지만, 코토코를 낳아주신 분이기에 궁금해하고 성묘를 가고 싶다고 하는 이리에 군. 그건 코토코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코토코만 얼굴 막 쓰는 줄 알았는데, 이러고 보니 부녀가 똑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토코가 필사적으로 이리에 군을 외가에 데려가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코토코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친척들은 요란하고 축제를 좋아하고 하여간 시끌벅적하다.
게다가 단체로 무식(...)해서 한자도 다 틀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이리에 군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고 코토코는 친척들이 너무 창피하다. 그래서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
그나저나 피가 섞인 코토코 빼고 생판 남인 두 남자 - 아이하라 상과 이리에 군은 친척들 때문에 넋이 빠질 지경이라는 데 동감하고 이 충격을 같이 나눌 사람은 자네 뿐이네, 하고 굳게 이리에 군의 손을 잡는 아이하라 상. 그러나 이리에 군은 별로 나누고 싶지 않은 충격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갔더니 더 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시끌벅적하기로는 이리에 군의 어머니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이 되어 사람들이 가고 남은 자리에서 어머니의 옛날 사진을 보여주는 외삼촌.
현숙하고 단아하고 우아한 미인이라고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던 코토코는, 공부 못하고 머리 나쁘고 운동신경 꽝인데다 미스 아키타 코마치가 아닌 미스 돈부리인 어머니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코토코와 비슷한 건 얼굴만이 아니었다. 코토코는 진정한 외탁이었던 것. 하다 못해 요리 못하는 것까지 빼닮았다.
이리에 군이 이렇게 배잡고 웃는 건 코토코도 시청자도 처음 보는 광경. 처음부터 심상찮더니 이리에 군은 빵 터졌다. 하도 웃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란다. 아마 이리에 군이 태어나서 제일 많이 웃은 날이 아닐까 싶다. 코토코는 역시 이리에 군의 엔돌핀이다. 코토코가 아니었으면 이리에 군은 어쩌면 평생 이렇게 웃을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과는 정반대인 어머니 모습에 몹시 당황한 코토코는 먼저 자러 들어가 버리고...
여기서부터 코토코가 잠든 후까지, 모든 장면이 다 예쁘고 다정하다.
아마 결혼하고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 장인과 단 둘이 술잔을 주고받는 이리에 군. 장인이 어떻게 장모를 만났는지 진지하게 듣는 이리에 군.
역시나 장모는 코토코 판박이다. 아니 코토코가 장모 판박이인가. 비슷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두 남자의 공감과 미소. 그걸 엿들은 코토코는, 이내 어머니에 대해 느꼈던 충격이 사라지고 오히려 뭔가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현숙하고 단아한 미인인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처럼 실수투성이에 모자란 점 많은 어머니가 오히려 더 다정하고 친숙하다. 마치 자기 자신을 보는 듯 하니까. 이리에 군이 장모 이야기에 그처럼 웃었던 것도, 마치 코토코를 보는 듯 해서였을 거다.
장인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들어온 이리에 군.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토닥 해준다. 코토코가 어머니 얘기를 해준 건 그 옛날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때 뿐이지만(왠지 쑥스러워 말하지 않았다지) 그때 이리에 군은 코토코의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던 듯 하다. 코토코에게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는 애틋하게 아픈 존재였지만, 이젠 어쩐지 코토코에게도 이리에 군에게도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 토닥토닥 씬은, 코토코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이리에 군의 모습이 잘 느껴져서 참 좋았다. 코토코가 부끄러워하는 친척들과 어머니의 모습까지, 코토코와 비슷해서 좋은 이리에 군이 느껴져서.
요란하고 시끌벅적하게 성묘하는 데까지 따라오는 친척들. 처음으로 이리에 군이 왔는데, 친척들 때문에 정신 사나운 코토코는 화를 내고 친척들은 미안하다며 돌아간다.
그러나 이리에 군은, 이런 것들이 싫지 않다고 한다. 너희 친척들은 시끄럽고 요란하지만 남을 잘 챙기는 사람들이구나, 질리지 않고 재밌어. 난 이런 분위기가 꽤 맘에 들어. 너랑 똑같아.
그렇다는 건 결국 코토코가 시끄럽고 요란하고 우둔할지라도 질리지 않고 재밌고 그래서 매력적이고, 코토코의 요란한 친척들에게까지 마음을 열 정도로 코토코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닐까. 함께 성묘하자고 모셔오라는 이리에 군의 마음이 참 예뻤다.
이리에 군, 참 많이 달라졌구나. 코토코가 왜 친척들을 부끄러워하는지도 알고(자기 때문에),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배려해주고 그 친척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알 만큼 이리에 군은 성장했다.
나는 죽으면 여기 묻힐 테니 코토코는 자네가 맡아주게. 예.
장인과 사위의 대화가 어쩐지 아련하면서도 애틋하다. 장모의 묘소를 처음 보는 이리에 군의 눈빛도 어쩐지 아련하고.
과연 이리에 군은 장모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나와 장모님의 비밀이라는 그건?
장모의 말은 코토코의 음성을 빌려 들려온다. 코토코를 잘 부탁해요, 란 어머니의 마음.
아마 이리에 군은, 코토코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코토코는 걱정하지 마세요, 정도의 말을 장모에게 건네지 않았을까 싶다. 시끌벅적하고 머리 나쁘고 운동신경 꽝인 장모가 있었기에, 그 열정으로 코토코 아버지를 만났기에, 똑같이 시끌벅적하고 머리 나쁘고 운동신경 꽝이지만 열정적이고 끈기 있고 근성 있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코토코가 이리에 군에게 올 수 있었으니까.